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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이라는 것이 비록 속절없다 해도
    특촬물 2020. 4. 25. 01:07

    * 가면라이더 가이무의 4호 라이더인 가면라이더 잔게츠 외전 연극 무대, 팀 바로크 레드 중심 / 약간의 팀 오렌지 라이드와 팀 그린 돌즈 이야기 나옴 / 지하도시조 과거 이야기로 글라샤가 베리스와 오세, 바로크 팀원들에게 좀 더 마음을 열기까지의 스토리 무언가 날조한 글 

    << 글라샤가 과일 카드를 들고 마술 비슷한 카드 놀이하는 모습은 가이무 본편에서 쿠몬 카이토가 보였던 행동을 적용 시킨 오마쥬 // 근데 진짜 무심한듯 화려하게 펼치는 카이토의 그 과일 카드가 멋있긴 한데 대체 정말 마술은 어디서 배운걸까 급 궁금해진다..... // 사실 카이토에게서 보고 싶은 거, 글라샤한테 전부 넣은 느낌.. 

    어찌저찌 많은 우여곡절 끝에 글라샤는 팀 바로크 레드의 리더가 된 채 팀을 이끌게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그는 오히려 혼자가 더 좋았고 단독 행동을 하길 선호였으며 팀원들을 귀찮아 하는 편이었다. 베리스와 오세하고도 별로 가까이 지내려 하지 않았다. 그저 딱 할말이 있을 때 명령을 내린다거나 지시하는 것이 아닌 이상 대부분 주로 아지트 안에 마련된 방의 간이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할 뿐이다. 글라샤의 눈에는 이 세계의 모든 것이 만사 귀찮고 시시하고 그저 따분하다. 그렇게 보인다. 

    그런 카리스마 때문에 베리스 외 바로크 팀원들은 쉽게 다가서지 못한 채 쇠파이프만 들고 주위를 배회했다. 단지 조용히 그의 곁에서 침묵을 지키는 것 말곤 없었다. 뭐만 하면 인상을 쓰거나 화를 냈기에 다들 벌벌 떨며 좀 어려워하는 경향이 있었다. 아무 말 하지 않았지만 그저 눈빛만으로도 충분히 글라샤의 카리스마에 기가 눌려서 두려워했다. 그러면서도 모두 글라샤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도록 행동하였고 잘 따랐다. 

    같은 나잇대 사람이라던가, 윗사람, 아랫사람 나이 따위 상관없이 모두 그에게 경어를 쓰는 것만 봐도 충분히 그랬다. 뭔가 절대적인 지배와 확실한 권위가 그만큼 무서울 정도의 이유를 알 수 없는 경외심과 왠지 모르게 사람을 이끄는 능력과 어떤 매력이 그한테는 분명 존재하였다. 

    오늘도 그랬다. 침대에 누워 눈을 감은 채 잠을 청하는 그다. 최근 몇 년 사이에 글라샤는 엄청 예민해져 있었다. 아마 큰 전쟁을 몇 번 겪은 뒤 겨우 독립한지 얼마되지 않은 토르키아 공화국, 거기다가 8년 전 엄청난 사건이 있고나서부터였던듯 싶다. 8년 전에 일어난 어마어마한 사건이 무엇이냐면 바로 실험이다. 이그드라실 코퍼레이션이라는 대규모의 기업이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 나라 자체가 거대한 실험장이 되었던 때다. 

    토르키아에서 행해진 프로토 타입의 미완성 센고쿠 드라이버와 스칼라 시스템, 잔게츠 기동 실험이 그 대표적인 예였다. 쿠레시마 타카토라와 센고쿠 료마가 그 주축이 되었고 타카토라가 부상을 입은 후 자연스레 공동 책임자인 시즈미야 마사히토가 이어받아 실험을 계속 하였으나 실패한 뒤 헬헤임의 숲이 온 국가를 뒤덮히고 많은 사람들이 감염되었다. 

    또한 사람들이 헬헤임에 감염되어 인베스로 변한 모습을 보고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해 스스로 죽음으로서 희생하여 스칼라 시스템을 가동, 마침내 이 나라가 불살라지고 말았다. 이후 토르키아 내부에 언더 그라운드 시티가 생겨났다. 즉, 지하 도시라 불린다. 

    이 지하 도시의 청년들은 그곳에서 귀족에게 건네받은 록시드와 센고쿠 드라이버를 소유할 수 있었는데 아머드 라이더로 변신이 가능하였다. 그리고 또한 은밀히 진행되는 미완성 센고쿠 드라이버의 모르모트로써 죽고 죽이는 싸움을 반복했고 지하 도시는 그렇게 토르키아 내에서도 가장 위험한 땅이 되어 있었다. 모든 진실을 자세히 알지 못하지만 일단 워낙 유명한 사건이기에 대충 어떤 실험이 진행되었고 실패해서 귀족들이 불살랐다 하는 정도는 설령 아무리 바보가 아닌 이상, 토르키아 사람이라면, 토르키아 내 지하 도시의 사람이라면 그 정도쯤 누구나 안다. 

    그래서 그것을 되새길 때 마다 글라샤는 크게 분노를 주체하지 못했다. 매번 주변의 물건을 부수거나 벽이 있으면 주먹으로 몇 번이나 내리쳤다. 너무 세게 쳐서 붉은 피가 손등을 타고 줄줄 흘러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만큼 그가 감당해야 할 괴로운 고통이 너무 크고 벅찼다. 귀족이 싫다. 방치한 채 감시 카메라를 통해 저희들끼리 시시덕거리면서 여유롭게 우리들이 서로 죽이는 게임을 보는 자체가 이미 모순이다. 이것은 분명 뭔가 잘못되었다. 

    왜 힘이 있는 어른들은 그런가, 어째서 약육강식이 존재하는가, 힘이 있으면, 강하면 모두 약자들을 괴롭히는게 당연한건가, 여러가지 의문이 생긴다. 끊임없이 자문자답해보지만 답을 주는 자는 아무도 없다. 다시 울컥 차오른 귀족에 대한 증오가 활화산처럼 타올랐다. 글라샤의 이글거리면서 타는 눈빛이 증거로 그 모든 것을 말해주었다. 아무런 의미없는 한숨을 내뱉은 그가 가만히 팔을 이미에 가져다 짚었다. 

    참 속절없다. 속절없는 짓이다. 전부 뭐가 의미있는 일인지 모른다. 나는 도대체 뭐지? 사는게 의미가 있나? 이 세계는 어둠과 나락만이 만연할 뿐, 희망이나 행복이라던가 하는 건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정말 슬프다. 안타까운 현실에 글라샤는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었다. 과연 이 세계는 가치가 있는걸까? 그만 울컥 화가 나 글라샤는 주먹을 쾅 내리쳤다. 그리고 지금 이 기분을 아는지 모르는지 바로크 팀원들이 시끄럽게 떠들었다. 

    결국 더 참지 못한 글라샤가 문 소리를 크게 소리내며 확 열어젖혔다. 팔짱을 낀 채 그들 앞으로 걸어나와 리더의 특등석으로 지정된 자리에 다리를 꼬고 앉았다. 그는 한쪽 입꼬리를 스윽 올린 뒤 살짝 비웃음을 흘리는듯한 비소를 지으며 말했다. 

    "어이- 니들은 리더가 우습나!" 

    갑작스런 리더의 기세에 눌린 팀 바로크 레드의 아지트가 순간 일동 조용해졌다. 위협적인 살기 가득한 눈빛과 함께 칠흑같이 짙게 가라앉은 무거운 공기가 침묵이 지켜진다. 저마다 송구해서 몸둘 바를 모르는 바로크 팀원들을 향해 차가운 눈빛을 한 채 글라샤가 과일 트럼프 카드를 꺼내 마술 비슷한 카드 놀이를 하였다. 

    공중에다 가만히 휙 손을 돌려 한번 탁 손짓을 하더니 과일 카드가 나타났다 사라짐을 반복하였다. 그런 다음 한참 몇 번 갖고 놀던 그가 자유자재로 촤르르 화려하게 펼치면서 카드 세기를 선보이다가 이내 노란 바나나 그림이 그려진 카드 한장을 집어든 후 오렌지가 그려져 있는 과일 카드로 바꿨다. 그리고 마치 표창을 날리듯 멀리 던진 글라샤가 곧 그들을 향해 똑바로 직시했다. 

    "글라샤 씨...." 

    "죄송합니다."

    베리스와 오세가 더듬거리며 리더의 이름을 불렀고 여기저기서 죄송하다는 사과가 들려왔다. 허나, 그들한테 돌아오는 건 차갑게 날이 선 글라샤의 싸늘한 반응 뿐이다. 

    "시끄러워! 잠을 잘 수가 없잖아" 

    "죄송합니다. 글라샤 씨....." 

    "다음부턴 안 그럴테니 용서해주세요." 
    "무릎 꿇어" 
    "......." 
    "무릎, 꿇어라" 
    순식간에 주변이 냉랭해진 분위기가 험악하게 변하며 얼어붙었다. 글라샤의 기분이 예리한 칼날처럼 다시 감각이 예민해진다. 말 하나하나 내뱉는 한마디 자체가 전부 냉정하게 차가움이 가득 서려있었다. 얼굴이 무서우리만치 일그러진 리더의 표정을 본 베리스가 차마 더 대꾸하지 못하고 얼굴이 상기되서 글라샤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사람 잠 다 깨워놓고 용서해달라? 사과하면 끝인가? 하, 분수도 유분수지- 난 거슬리는 건 사양이다. 싸울거면 밖에 나가서 싸워라~ 시끄럽게 여기서 떠들지 말고- 알겠나?" 

    모두 아무 말이 없다. 기어들어갈 정도의 작은 목소리로 '네'라고 답하는 바로크 멤버들, 무슨 생각이었는지 베리스가 조심스럽게 자신의 의견을 하나 내도 되냐며 물었다. 글라샤가 해도 된다고 허락하자 곧 베리스가 본인의 생각을 전했다. 

    그의 말인즉슨, 분위기가 너무 험악하지 않냐, 바로크 레드가 원래 조금 이런 차가운 분위기는 있지만 그보단 조금은 덜 와해되었으면 한다는 것이다. 그게 그의 생각이었다. 하기사 잘 생각해보면 확실히 글라샤가 많이 팀을 몰아세우는 편이 없지않아 있었다. 글라샤 본인도 어느 정도 꽤 그렇게 느끼고 있었다. 

    일단 베리스의 성격이 그러하다. 평소 녀석의 행동을 지켜보면 동료들과 원만한 대인 관계를 쌓고 싶어하는 쪽에 가까워서 그런건지도 몰랐다. 글라샤 앞이라 다소 마음이 떨렸지만 솔직하게 말했다. 적당한 건 좋지만 너무 험악해지면 반대로 거부감이 든다고── 베리스의 흔들리지 않는 눈빛을 확인한 글라샤가 한참 쳐다보다가 그제서야 입을 열었다. 

    "좋다! 그럼 앞으로 네가 리더 해라~ 난 오늘부터 바로크의 리더를 그만두지" 

    "에에?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설마 막 팀을 그만둔다거나 나간다는 건 아니겠죠..?!" 

    "설마.." 

    오세가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베리스가 설마 진짜겠나며 부정하였다. 

    "그 말대로다. 오세- 난 팀을 나간다." 

    "뭐, 뭐라고? 글라샤 씨-!!" 

    오세의 말을 한사코 부정하던 베리스가 소리쳤다. 다른 멤버들 역시 어지간히 놀란듯한 눈치를 한 표정이 되어 서 있었다. 

    "갑자기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릴 하시는건가요! 팀을 나가겠다니.." 

    "방금 네 녀석이 그랬지 않나? 리더에게 불평할거면 네가 직접 리더해라~ 리더를 물러받았으니까 난 더 이상 팀에 필요없는 존재니 팀을 그만두는거다. 왜, 틀렸나?!" 

    글라샤가 무섭게 눈을 치켜세웠다. '그, 그건 아닌데..' 베리스가 그의 충격적인 발언에 차마 더 잇지 못하고 말끝을 흐렸다. 

    "난 네 녀석들에게 일일이 맞춰줄 생각 없어~ 그러니까 내가 팀을 나간다. 이상- 그럼 난 이만 일어나보지" 

    "잠시만요! 글라샤 씨.. 그래도 이건 아니잖아요! 너무한 처사라구요..." 

    울상이 된 오세의 어깨를 한번 탁 올리더니 이내 차가운 표정을 하곤 아지트를 빠져나갔다. 오세는 그가 나간 쪽을 향해 하릴없이 쳐다보다가 몸을 돌려 베리스에게 소리쳤다. '베리스- 어쩌자고 글라샤 씨의 심기를 건들인거야? 정말 화났잖아! 이대로 절대 안 돌아올 수도 있다고-' 그 말에 베리스는 '낸들 아냐'라고 말한 뒤 쇠파이프를 들어 주변의 물건을 세게 후려쳤다. 곧 강타한 쇠파이프가 물건과 부딪혀 퍽, 하는 질퍽한 소리가 울렸다. 

    한편 바로크의 기지를 나간 글라샤가 거리를 걸으면서 지하 도시의 우중충한 배경을 감상하였다. 왠지 공기 마저 그런 느낌이라 괜히 바로크 팀복의 자켓 자락을 손으로 한번 탁 쳐냈다. 펄럭이는 자켓 자락이 속절 없는 깃발이라고 느껴졌다. 

    이 일이 있은 후 글라샤는 절대 아지트에 되돌아오지 않았다. 요 며칠째 돌아오지 않아서 팀원들을 분산시켜 아무리 찾아봐도 헛수고였다. 오세는 점점 더 울상이 되어 베리스를 다그쳤다. 결국 서로 너 때문이잖아! 소리치며 남 탓하기에 이르렀다. 쇠파이프도 들었겠다, 한번 싸우기 시작한 분쟁은 결코 끝날 줄 몰랐다. 전부 리더가 없으니까 이렇게 될 수 밖에 없다. 어쨌거나 베리스는 나름 열심히 리더의 책임을 다했다. 하지만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그는 리더의 자리가 새삼 얼마나 힘든 것인지 뼈저리게 느꼈다. 

    괴로운 일 연속인데다가 팀까지 이끌어야 했으니 글라샤의 마음이 말로 차마 형언할 수 없을만큼 전혀 다른 것을 돌아볼 여유가 없을 정도로 괴로운 마음이라는 것을, 그리고 누군가의 가운데 서서 선두가 되어 주변을 이끄는 책임을 혼자서 잘만 수행하고 있는 중이다. 

    팀의 2인자인 자신은 특히 누구보다 가장 가까이서 그를 봐왔다. 하지만 단 한번도 글라샤의 마음이라던가 기분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혼자 책임을 끌어안은 채 좀처럼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 사람이 다소 섭섭하긴 하였다. 아무도 신뢰하지 않으면서, 믿지 않으면서, 의지 따위 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약한 점을 드러내지 않고 과묵하게 자기 위치에서 행동하는 그야말로 강한 사람이다. 정말 강하다. 그러니까 좀 더 의지해줬으면 하는데 그게 뭐 잘못된 일인가, 베리스가 입을 앙 다문 채 살짝 입술을 잘게 깨물며 삐죽 내밀었다. 

    글라샤는 귀족을 싫어할 만큼 그의 눈동자에선 증오의 불꽃이 타올랐고 사소한 일에도 전부 예민해져 있었다. 이젠 그런 자기자신이 싫어졌다. 록시드와 센고쿠 드라이버를 지급하며 오직 살아남는 한 팀만이 바깥으로 내보내주겠다고, 그런 말을 들으면 누구나 미쳐버릴 것이다. 실험 대상자가 되어 이용당하고 그 같은 모습을 보면서 즐거워할 그들을 떠올리면 당연히 누구라도 마음을 지배당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일부 센고쿠 드라이버를 손에 넣은 자들은 모두 아머드 라이더로 변신한다. 

    히어로로 변신이 가능한 아주 특별한 힘을 손에 넣은 자의 운명은 그렇지 않은 사람의 운명보다 훨씬 더 가혹했다. 모든 것은 처음부터 그렇게 정해진 것일까? 그렇다면 그 운명을 바꿔나갈 수 없는걸까? 베리스는 조금 의문을 품었다. 확실히 귀족들의 행동을 보면 다소 의뭉스러운데가 어디 한 둘이 아니었다. 요즘 인베스라 불리는 괴물도 자주 크랙을 너머 지하 도시에 출연하고 있다. 언제부턴가 더욱 무거운 공기가 감도는듯한 이 지하 도시는 최악의 상태까지나 이르지 않으면 차라리 다행이었다. 

    저 멀리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베리스는 소리나는 쪽을 향해 뛰어갔다. 팀 오렌지 라이드의 아임과 파이몬, 구시온이 보인다. 팀 바로크 레드의 팀원들은 물론 오세도 보였다. 팀 그린 돌즈의 포라스와 격전 중인건지 서로 쇠파이프를 들고 싸웠다. 일단 상황 판단을 위해 베리스가 오세에게 다가와 물었다. 

    "어떻게 된거야? 오세- 지금 무슨 일인데?" 

    "베리스! 지금 돌즈 녀석들이 나타나서 갑자기 시비를 거는 바람에 적당히 말다툼 정도로 대치하고 있던 오렌지 녀석들까지 잠시 휴전하고 맞서 싸우고 있어" 

    정신 하나도 없다. 이럴 땐 글라샤는 어떤 식으로 나서서 주변을 압도하게 만들었을까 싶었다. 일단 현 리더도 없는 상황이 상황이만큼 베리스는 적당히 팀원들을 해산시켰다. 

    "뭐냐! 베리스- 벌써부터 무서워서 겁 먹었나-!! 아직 싸움 시작도 안 했다고?! 자, 모두 덤벼!" 

    "먼저 시비 걸은 건 네 놈이잖아!!" 

    "싸움 중에 우릴 방해한게 누군데!!" 

    파이몬과 구시온이 각각 포라스를 향해서 소리쳤다. 파이몬은 마치 금방이라도 달려들 기세처럼 눈을 부릅 뜬 채 불량스럽게 어깨에 쇠파이프를 걸쳤다. 

    "절대 가만두지 않겠어! 끝장내주마! 포라스-!!" 

    "와라! 아임-" 

    두 사람이 그리 외치면서「변신」이라 외쳤다. 하늘에서 지퍼가 지직 열리더니 곧 공중에 그 크랙으로부터 오렌지와 도토리가 떨어져 이들이 장착된 슈트의 갑옷으로 변했다. 

    이야아아아압- 여기저기서 비명과 단말마가 육성으로 쏟아진다. 베리스는 싸우지 않은 채 한발짝 물러서서 눈을 감았다가 떴다. 결의를 다진 그가 쇠파이프를 들고 팀에 합류하였다. 몇몇 피를 흘리면서 죽거나 다쳐 부상을 입은 녀석들이 즐비하게 늘었다. 이미 너무 많은 피로 땅 주변이 붉게 물들어갔다. 오렌지와 바로크에 비해 수세는 돌즈 쪽이 훨씬 더 많아서 그 열세에 점점 밀려났다. 

    베리스는 제 쪽을 향해 다가온 돌즈 팀원 한명을 가볍게 머리를 낮춰 피한 뒤 그 뒤에서 쇠파이프로 강하게 등을 가격하였다. 그러자 힘 없이 풀썩 쓰러졌다. 그렇게 지하 도시의 팀들이 끝없는 싸움을 이어가고 있을 때 누군가가 변신하는 소리가 들려와 일시 싸움이 멈춰지고 시선이 일제히 한곳에 집중되었다. 

    찢어진 날카로운 눈매를 하고서 차가운 음성으로 록시드를 들어「변신」이라 외친 그의 머리 위에서 역시 아임과 포라스가 그랬던 것처럼 크랙이 열린다. 그리고 바나나가 내려와 갑옷 슈트의 파츠가 되어 아머드 라이더로 변신하였다. 그곳에 모인 지하 도시 사람들은 물론 마찬가지로 특히 베리스와 오세가 아무 말 하지 않은 채 그저 침을 꿀꺽 삼켰다. 

    "뭣들 하나! 싸워라-!!" 

    그 한마디에 잠시 멈췄던 싸움이 불붙었다. 다시 이어진 지하 도시 팀들의 대격투가 벌어진다. 유혈이 난무한다. 이들의 선혈이 낭자하게 솟아올랐다. 그건 그렇고 이 따위 말단은 애초부터 관심없었다는듯 한쪽 입꼬리를 올려 훗- 비웃은 글라샤가 아임만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자, 잠깐! 글라샤?!' 저만 무차별적 공격을 계속 퍼붓는 글라샤 때문에 순간 아임이 당황해서 제대로 손을 쓰지 못하자 글라샤가 외쳤다. '아임- 너는 내 상대다. 나와 일기토로 맞붙어라~' 이미 두 사람은 지향하는 미래가 다르단 것을 알고 있었을 터, 게다가 서로 상대의 강함을 일찍 인정하였다. 

    그렇기에 둘은 어느 의미로 호각을 다툴 만큼 진정한 라이벌이었다. '좋아!' 짧은 문장을 내뱉은 아임이 무쌍 세이버를 들어 글라샤를 겨누었다. 그 역시 가볍게 아임의 칼을 막은 뒤 다시 긴 스피어 창을 들어 그에게 공격을 가했다. 커팅 블레이드를 커팅해 아임은 오렌지 스쿼시, 글라샤는 바나나 스쿼시를 사용했다. 

    두 사람이 호각으로 싸우는 모습이 마치 호랑이와 용의 싸움, 가히 용호상박이라 할 수 있었다. 글라샤가 한마리의 사나운 호랑이(왠지 황호보단 백호 이미지에 더 가까운)와도 같다면 아임은 마치 하늘에서 하늘하늘 춤을 추며 다가와 내려온 청룡이 용솟음치는듯한 이미지에 가까웠다. 언뜻 그렇게 느껴질 정도의 강함이다. 

    이때 포라스가 조용히 숨 죽인 채 뒤로 다가와서 그들에게 스파킹을 날려 일격을 가하던 찰나, 운 좋게도 그것을 발견한 파이몬과 베리스가 둘이 동시에 아임과 글라샤를 막아섰다. 두 사람의 쇠파이프가 부딪히면서 그대로 포라스가 날린 스파킹 공격을 피하지 못한 채 맞고 나가떨어졌다. 얼른 리프트 오프를 누른 뒤 아임은 파이몬에게, 글라샤는 베리스에게로 달려와 상처를 확인하였다. 생각 외로 심하게 다쳐버린 덕분에 싸움은 그대로 중단되어버리고 말았다. 

    "파이몬!" 

    "베리스!" 

    두 사람은 전혀 자각하지 못하지만 아임과 글라샤가 이구동성으로 합창하며 제 팀원에게 달려가는 모습이 어쩐지 매우 닮아있었다. 

    "파이몬-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괜찮아? 많이 안 다쳤어?" 

    "아, 으응~ 괜찮아! 아임- 뭐, 이깟 상처쯤이야 지하 도시에서 매일 안고 사는데 아무것도 아니지" 

    "웃지마~ 하나도 안 괜찮은 거 아니까.. 미안- 내가 제대로 널 지켜줬어야 하는데 팀의 2인자가 이 꼴이어서야 리더를 볼 면목이 없네" 

    아임은 계속 미안하다 사과하고 파이몬은 한사코 괜찮다며 그를 안심시켰다. 리더도 갑자기 사라져 없는데다 본인이 리더 역할을 하고 있는 터라 더욱 그랬다. 파이몬의 그 웃음이 어째 너무 가슴이 시려서 쿡 아려왔다. '괜찮아! 내가 믿는 동료니까-' 그 한마디에 아임은 결국 참았던 눈물을 흘렀다. 그 옆에서 비겁한 수를 쓰는 걸 가장 싫어하는 글라샤의 인상이 최악으로 찡그러졌다. 파이몬에게 괜찮냐는 말을 건넨 뒤 그는 눈길을 돌려 베리스한테 초점을 맞췄다. 

    "그래서 내가 나서지말라고 하지 않았나-!!" 

    "죄, 송합니다. 글라샤 씨...." 

    "너무 자책하지마~ 글라샤-" 

    "흥! 알 바냐" 

    이들 네 사람이 대화를 나눌 때 저 멀리 구시온과 오세가 뛰어왔다. 글라샤는 여전히 강하게 몰아세우며 화를 냈고 아임이 적당히 하는 것이 좋을거라며 사람 좋은 얼굴을 한 채 그의 어깨를 툭 잡았다. '아임- 오늘은 이만 여기까지 하도록 하지~ 다음 번에 만나면 반드시 결판을 내주마! 베리스- 오세- 돌아간다.' 아임은 그런 그를 바라보면서 뒷말에 어떤 대답조차 하지 않고 가만히 시선을 돌린 뒤 파이몬에게 말했다. '어때? 일어설 수 있겠어?' 아임과 구시온이 합세하여 파이몬을 부축했다. 

    그들이 그러고 있을 동안 글라샤와 베리스, 오세는 팀 오렌지 라이드와는 반대 방향으로 팀 바로크 레드의 아지트가 있을 기지를 향해서 걸었다. 나름 저질러놓은게 있는 터라 모두 조용히 걷기만 할 뿐이다. 조금 떨어져서 먼저 앞서 걷던 글라샤가 걸음을 멈췄다. '베리스- 넌 오늘부터 리더 실격이다.'라고 말하며 뒤돌아섰다. 

    "에..?! 무슨..." 

    예고 없는 갑작스런 글라샤의 말에 베리스도, 오세도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전신이 상처투성이가 된 베리스가 오세의 부축을 받아 겨우 자리에 섰다. 

    "이해가 안 되나? 내가 다시 바로크의 리더로 돌아오겠단 소리다!" 

    "정말입니까?" 

    베리스 대신 오세가 반문한다. 글라샤가 다시 뒷말을 이었다. 

    "나도 꽤 어리석었군- 하지만 싫진 않아~ 앞으로는 팀원들의 의견을 잘 받아들이도록 하지~ 내게 불만 있으면 언제든지 말해라~ 조금은 바꿔보겠다." 

    베리스와 오세가 서로 마주 본 채 웃었다. 

    "글라샤 씨-!!" 

    그리고는 글라샤의 이름을 불렀다. 글라샤는 그런 두 사람을 놔두고 한발 먼저 발걸음을 돌린 채 가만히 저 앞으로 걸어갔다. 다시 리더가 돌아왔다는 사실이 너무나 기쁜 나머지, 그 기쁨에 겨워 오세의 부축을 받는 것조차 잊어버린 베리스가 그와 함께 자신의 리더를, 바로크의 리더인 글라샤의 뒤를 쫓아갔다. 그때서야 베리스는 겨우 깨달았다. 무슨 일이 있든 글라샤 씨가 결코 우리들이 의지되지 않아서 아무 말 하지 않고 그냥 모른 척 넘어가주는 것이 아니었음을.. 

    믿으니까, 정말 믿고 있었으니까 전부 그저 한발짝 저 멀리 뒤로 물러서서 조용히 지켜봐줄 뿐이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하라고 자율적인 판단으로 맡기는 것이다. 팀명인 바로크 레드에서 바로크의 뜻은 일그러진 진주라는 뜻이다. 사람은 저마다 마음 속에 일그러진 진주를 품고 있기에 그 진주를 닦아 빛을 낸다. 밑바닥부터 시작해 언젠가 좀 더 강함을 손에 넣는다. 그러니까 누구한테 의지하지 않은 채 스스로 강함을 증명해보인다. 그것이 팀 바로크 레드에 담은 의미였고 글라샤의 가치관이기도 하였다. 

    상대의 기분 따위 같은 건 전혀 헤아려 본 적 없었다. 좀 더 일찍 깨달았다면 그러지 않았을텐데, 사실 글라샤가 어째서 그렇게까지 강함을 원하는지 알고 있었으면서 말이다. 리더가 조금도 자신의 이야기를 하거나 주변의 곁을 내지 않으니까다. 단순히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일단 불만부터 토해내는 자신이 오히려 더 어리광을 피우고 있었구나 싶었다. 왜 지금까지 그걸 잊고 있었던걸까── 

    글라샤는 혼자 조용히 옅은 미소를 지었다. 무심한 표정이 점점 변해감에 따라 띄워진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 것을 본인은 커녕 아무도 깨닫지 못한다. 덧없다. 다시 감정이 유리된다. 하지만 결코 얼마나 오늘이라는 것이 비록 속절없다 해도 바로크의 일원이라는게 나쁘지 않다. 뭐, 어쩔 수 없는가 싶어서 그는 그만 훗, 하고 웃어버리고 말았다. 역시 이래나 저래나 결국 팀 바로크 레드, 이곳만이 자신이 유일하게 있을 소중한 장소라고 생각되어서 조금은 마음을 열어보길 다짐한 글라샤가 그렇게 생각했다. 

    뚜벅뚜벅- 구두의 소리가 그저 암담하게 흔들리는 지하 도시의 무거운 공기 속에 깔릴 뿐이다. 유리된 배경의 공간이 바로크의 세 사람이 가는 거리를 인도하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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