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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촬물 2020. 4. 25. 01:05

    * 가면라이더 가이무의 4호 라이더인 가면라이더 잔게츠 외전 연극 무대 시작 전까지 토르키아에 오기 전에 아마 있었을 중간 시점의 이야기! 소설의 초반부는 잭이 주인공으로서 점점 후반부 갈수록 타카토라가 이 글의 주연으로 이어지는 무언가 엄청 날조 가득한 글~

    * 가이무 소설판에 나온 자잘한 설정 중 잭이 단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내용과 타카토라가 미츠자네와 이그드라실 관련해서 정보를 공유한다는 부분 설명이 들어가 있습니다. 잔게츠 무대 스포일링 있음 주의 / 사람이든 물건이든, 자신의 과거이든 무언가를 '마주대한다'를 주제로 전제하여 쓴 글 << 아래 짤은 그냥 비트 라이더즈 추억은 회상하며.. 


    "아, 이거 뭔가 화분을 받아버렸는데 어떡하지.." 

    잭은 제 손에 들린 조그만 화분을 바라보았다. 잎이 조금 둥글고 두꺼운, 동그란 타원형의 다육 식물이다. 초록 빛깔이 청명히 반짝 빛나는게 보는 사람 마저 안정감을 느끼도록 만드는 색깔이다. 그것을 볼 때면 기분이 좋긴 하지만 이걸 계속 팀 바론의 아지트에 갖다놓은 채 키울 수 없었다. 아지트라 해도 일단 호텔이었고, 저를 포함해 팀원들이 모두 딱히 식물 기르기를 잘 하거나 관심이 있는 것도 아닌 편이라 누군가 화분을 잘 키워줄 사람이 직접 가지는 쪽이 오히려 더 나을듯한 방법이었기에 잭은 누구에게 건네주면 좋을지 몰라 꽤 한참 고민하는 중이었다. 

    페코의 누나인 아자미가 준 것이었는데 도저히 본인이 기를 능력이 없으면 그만 적당히 포기하고 이를 잘 자라게 해줄 다른 사람한테 건네줘도 상관없다는 것이었다. 그녀의 말에 의하면 아자미의 친한 친구한테서 건네받았는데 자신의 댄스 연습도 해야할 겸 식물을 돌보는 일은 역시 힘들 것 같아 잭에게 주었다. 동생인 페코도 식물을 싫어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그것을 잘 돌보도록 할 자신은 별로 없었기 때문인지라 어쩌다보니 잭한테로 넘어가게 된 일이었다. 

    세계 멸망까지 치닫을 뻔 했던 헬헤임의 숲의 침식기도 끝이 났다. 그리고 다시 예전처럼 평화를 되찾은 자와메 시에 자신이 살던 마을을 떠나간 사람들이 하나 둘씩 돌아오기 시작했으며 그 중 아자미도 헬헤임의 침식을 피해 잠시 자와메를 떠났다가 오랜만에 돌아왔다. 팀 바론의 리더였던 쿠몬 카이토가 황금 열매를 손에 넣을 최후의 결전에서 카즈라바 코우타에게 패한 뒤 죽었고 그 1년 후 예전의 잭과 페코, 아자미가 활동하던 스트리트 댄스 팀 멤버였던 슈라- 

    팀 네오 바론이라는 이상한 이름을 창단하여 카이토의 강함을, 그 강한 의지를 잇겠다며 떠들어 댄서로서의 능력을 시험해보자고 미국으로 떠나간 것도 무색하게 잭은 어쩔 수 없이 급히 일정을 접어 일본으로 입국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전에 제대로 끝맺지 못한 슈라와의 결전을 마침표 내기 위해 정말 오랜만에 아머드 라이더 너클로서의 변신, 이미 이전의 전투에서 파손당한 변신 시스템 대신 쿠레시마 미츠자네에게 새로이 받았을 때 잭은 솔직히 조금 기뻤다. 아니, 사실 많이 기뻤다. 다시 한번 변신할 수 있다는 것이, 제대로 누군가를 위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는 것이,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이 가슴을 두근거리도록 만들었다. 

    그때 그 설레임을 가득 안은 채 허리에 센고쿠 드라이버를 찬 후 호두 록시드를 잡아본 감회가 남달랐다. 카이토가 남긴 게네시스 드라이버 덕분에 게네시스 코어를 떼어내 진바 마론(밤) 암즈의 변신도 했었고 말이다. 돌이켜보면 뭐, 꽤나 여러 사건들이 있었네- 잭이 화분을 밀어놓은 뒤 바론 팀복의 제복 주머니에서 호두 록시드를 꺼내 바라보면서 낮은 목소리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페코- 팀 가이무의 차고로 가볼래?" 

    "그럴까? 라고 해도, 이제 다들 고등학교도 졸업했고 저마다 자기의 일이 바빠 함께 춤추기도 어려워졌는걸~ 잘 생각해보면 그땐 서로 같이 춤출 수 있어서 차라리 그 시절이 더 좋았던 것 같단 생각이 든단 말이야" 

    "그치? 나도 가끔 너랑 꽤 비슷한 생각 한단 말이지~ 아, 그래도 다들 그때의 힘든 시간을 이겨내면서 어떻게든 모두 앞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거잖아? 결코 헛되진 않았다 싶어" 

    "잭...." 

    이젠 아주 특별한 일이 있지 않는 한, 더 이상 팀 가이무의 개러지에 비트 라이더즈 전원 모두 모이는 것도 불가능해졌다. 좀 더 자신의 일로 바빠지고 앞을 향해 한걸음 나아가기 위해 함께 댄스 연습을 하거나 스테이지에서 공연을 한다거나, 꼭 아니라도 모여서 떠들기 어려워진만큼 다 같이 전부 모이기도 힘들어졌다. 나이도 자꾸 한살 먹어가고 미숙했던 그때보다 확실히 성장해 어른이 되어있는 우리들이다. 

    미츠자네는 대학 생활을 즐기고 있었으며 자와메 시의 유명 인기 명물인 샬몽 가게는 이전이라면 자신이 뭘 하고 싶은지 꿈조차 없던 죠노우치 히데야스가 대회도 많이 나가고 자격증도 따더니 어느 순간 일류 파티시에가 되어 일하는 중이다. 샬몽의 점장이었던 오우렌 피에르 알폰조는 한때 현역 군인 실력을 살려 쿠레시마 타카토라를 따라 사건의 위험을 막고 있는 중이었다. 이 외에도 처키, 리카, 랫트 등 각자 제 나름대로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이 가진 능력을 펼쳤다. 물론 카즈라바 코우타와 타카츠카사 마이는 신이 되어 지구를 떠나버린 상태다. 

    이야, 그때는 정말 지금 이런 상황이 될거라고 상상조차 하지 못했을거다. 이 운명은 처음부터 우리가 그리 될 예정이었을까? 아니면 전혀 그렇지 않았는데, 혹시 다른 결말이 올 수도 있었던 걸 우리들이 직접 운명을 바꿔나간걸까? 알 수 없었다. 잭은 그저 몇 번이나 연신 감탄사를 자아냈다. 과연 언젠가 또 다시 한번 더 아머드 라이더로 변신할 수 있을까 싶었다. 

    변신이라.. 잭은 분명 변신했다고 믿었다. 단순히 세계의 위기에 맞서 정의의 히어로가 되어 싸워나갔다─ 가 아닌 그 무언가가, 자신이 지금 뭘 하고 싶은지, 도대체 진정 어떤 걸 하고 싶은지 몰라 헤매고, 저항하고 운명과 맞서서 끊임없이 싸우면서 방황하던 불안한 청소년기를 지나 좀 더 한층 성숙해졌다고 잭은 그리 생각하였다. 

    이럴 때 카이토라면 뭐라 말했을까? 코우타나 마이는 어떤 말을 했었을까? 가만히 자기자신을 비교하며 대조해본다. 역시 같은 동료라도 확실히 카이토와 코우타는 정말 강한 사람이라 생각했다. 헬헤임의 침식이 된 채 세계가 위험에 빠질 때도 끝까지 자신의 신념을 잃지 않은 마이 역시 엄청 강하구나 싶었다. 뭐, 현재는 비트 라이더즈의 후배 팀들이 열심히 공연하는 모양인데다 마찬가지로 설령 후배라 해도 춤으로선 절대 지지 않겠단 다짐을 해보이며 잭은 더욱 더 최고의 댄서가 되기 위해 계속 정진할 생각이었다. 

    카이토의 의지도 받들어야 되고 코우타가 남긴 이 세계의 숙제도 어서 실천해야만 하였다. 왠지 모르게 무척 바빠져버린 잭은 꽤 정신없는 나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를 만큼 매우 정신 없었지만 따분함보다야 이런 일상이 훨 재밌게 느껴졌다. 아무튼 잭이 팀 바론 아지트의 한가운데 있는 새 하얀 테이블 위로 팔을 벤 채 엎드려 손가락을 툭툭 장난을 치고 있을 때였다. 

    휴대폰에서 바론의 댄스 음악이 벨소리로 흘러나왔다. '어? 누구야??' 얼른 폰을 꺼내들자, 액정 화면에 [쿠레시마 타카토라]라는 이름이 떴다. 곧 자세를 휙 고쳐잡은 그가 스마트폰의 간단한 버튼을 조작해 타카토라의 전화를 받았다. 

    "에.. 타카토라?! 오랜만이네! 왠일이야?" 

    "어~ 그래- 오랜만이군~ 잭-" 

    "근데 무슨 일이길래 동생인 밋치보다도 나한테 먼저 연락한거야?" 

    "그게.. 지금 이 시간이면 아직 미츠자네가 대학 강의를 듣고 있을 시간이란 말이지" 

    "아, 그렇구나! 밋치는 아직 수업 중이겠는걸" 

    "그러니까 잭- 일단 할말도 있고 지금 당장 샬몽으로 와줬으면 한다." 

    "샬몽으로? 응! 알겠어" 

    최근 타카토라는 무슨 일이 있으면 비트 라이더즈, 특히 대부분 잭과 미츠자네에게 자주 의논하는 일이 많아졌다. 대외적으로 국외로 일어나는 일들은 타카토라와 오우렌이 맡고 국내적으로 자와메 시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은 거의 리더 격이나 다름없던 코우타와 카이토가 없는 대신 잭과 미츠자네가 이들의 뒤를 이어 의지를 이어받아 담당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타카토라도 자신이 자와메 시에 없는 동안 잘 부탁한다고 말도 해서 자연스레 리더 아닌 리더가 되어버렸다. 평소에는 샬몽의 파티시에지만 특별한 일이 생기면 바로 조사해 알려주는 죠노우치도 있어서 든든하다. 무엇 하나 두렵지 않았다. 분명 코우타와 카이토도 어딘가에서 꼭 지켜봐주고 있을거라 믿으니까 왠지 모르게 더더욱 힘이 생기는듯한 기분이다. 

    "잭- 뭔가, 무슨 일 있어?" 

    "글쎄.. 잘 모르겠어~ 가보면 알겠지~ 샬몽으로 가자!" 

    "응!" 

    잭은 결심했다는듯 화분을 챙겨 페코와 함께 팀 바론의 아지트를 나섰다. 곧 샬몽에 도착했을 땐 오랜만의 타카토라와 오우렌의 얼굴이 보였다. 죠노우치도 한자리에 모여있었다. 타카토라가 뭔가 주문했는지 그가 갖다준 케이크를 맛보는 중이다. 한입 베어물더니 맛있다는 칭찬 일색을 늘어놓았고 죠노우치가 다소 쑥스러워하는 표정을 지은 채 그의 트레이드 마크와 다름없는 안경을 척 올렸다. 

    "이번 신작인 후르츠 케이크이거든요. 가이무의 키와미 암즈를 테마로 한 이미지니까- 뭐, 일단 기존의 생크림 과일 케익이랑 조금 다르게, 특별하게 만든거란 말이지" 

    "오~ 그러냐" 

    타카토라가 살짝 입꼬리를 옅게 씨익 올렸다. 후르츠 케이크답게 오렌지, 바나나, 메론, 사과 등 여러 다양한 과일들과 아몬드, 호두 외 몇 가지 견과류들도 데코가 되어있었다. 옆에 있던 오우렌이 한입 먹어본 다음 마구 호들갑을 떨었다. 

    "이런 이런- 우리가 없는 사이 또 실력이 늘었구나! 소년~" 

    "그, 오우렌 씨.. 이제 저도 어엿한 성인인데 언제까지 소년이라 할거예요..?? 역시 그만두는게 나을 것 같은데요...." 

    "무슨 소릴...!! 내게 소년은 언제나 소년이라구-!! 아, 그건 그렇고 메론 왕자님~ 역시 양과자점이라 하면 샬몽 아니겠습니까!!! 아이잉- 어쩜 나의 메론 왕자님은 케이크를 먹는 순간에도 이렇게 아름답고 자태가 고우실까아- 아아!!" 

    항상 저러니까 이제 거의 익숙해질만큼 익숙해져버린 제 주변 사람들의 분위기에 타카토라는 적당히 멋대로 떠들도록 놔둔다. 딱히 어떤 리액션조차 취하지 않았다. 일일이 맞춰주면 분명 더 오버해서 귀찮아질테고 간단히 무시하는 것이 답이었다. 그래도 혼자 미친듯이 잘만 뭐라 떠들어대는 오우렌을 뒤로한 채 그는 저 멀리서 아는체를 하는 팀 바론 일행을 반갑게 맞이했다. 

    페코가 이쪽으로 오더니 금방 자리를 잡고 눈 앞의 케이크에 손을 대었다. 페코가 행복한 표정을 할 동안 잭은 케이크에 시선을 돌리긴 커녕 곧바로 의자에 앉아 타카토라의 안부를 물으면서 인사할 뿐이다. 

    "오랜만이네~ 정말로- 그동안 어떻게 지낸거야? 잘 지냈어? 식사는 제대로 챙겼고? 센고쿠 드라이버에 대한 건은 좀 어때?" 

    갑자기 왕창 한꺼번에 질문하는 잭의 말에 타카토라는 잠시 멈칫했다. 한 3~4개월쯤 됐나, 정말 몇 달만에 만나는거라 반가운 마음은 드는 건 알겠는데 '좀 천천히 물어라'라고 말한 그 대신 오우렌이 잭에게 그동안 여러 외국을 다니면서 활동한 일의 상황들을 대강 알려주었다. 그러고보니 타카토라는 흑의 보리수 사건 때문에 잠시 들린 것 이후 센고쿠 드라이버라던가, 전국 각지의 이그드라실 기업에 관한 정보 및 조사하고 또 혼란스러운 뒷수습을 하기 위해 다시 자와메 시를 떠났다. 

    미츠자네에겐 많이 미안한 점이었지만 괜찮다고 해주었고 무엇보다 그도 이제 아이가 아닌 어른이 되었고 세계 멸망에 치닫을 뻔한 재앙이 일어난 후 모두 한층 성장하였다. 나머지 남은 비트 라이더즈 멤버들도 서로 이해해보려 노력하는 중이었으며 죠노우치만 봐도 자신의 꿈을 위해 열심히 정진하는 중이다. 잭과 페코는 댄서로서의 길을 가기 위해 전보다도 춤 연습을 더욱 매진하였으며 또한 알바도 거르지 않았다. 

    "식사는 잘 챙기고 있다. 나름대로 적당히 잘 지내고 있고, 오우렌도 있으니까 안심해라~" 

    "그럼 다행이네~ 아, 그렇지 않아도 말이야- 타카토라한테 줄게 있어" 

    잭이 예쁘게 포장된 화분을 그 앞에 스윽 내밀었다. 그는 '페코의 누나, 아자미 씨가 준건데 난 솔직히 이런 거 식물 키우기 따위 같은 건 영 소질 없어서 죽여버릴 것 같단 말이지~ 타카토라가 가져가서 밋치랑 같이 키워줘'라는 말을 했다. 얼떨결에 받아버린 타카토라가 잠시 멍한 눈빛을 하였다. 받아든 다육 식물의 청명한 초록빛이 퍽 사소했다. '형제라면 둘이 서로 협동하라고-' 잭이 씨익 웃으면서 그제서야 케이크로 시선을 돌렸다. 그의 주문을 받은 죠노우치가 금방 신작 케이크를 내오고 잭은 한조각 스푼을 떠 입 안으로 가져갔다. 

    먹는 순간 사르르 녹는 이 부드럽고 촉촉한 식감이 일품이다. 과일과 견과류가 서로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어 환상적인 맛을 자랑한다. 잭은 단 것을 별로 좋아하는 편이 아니지만 그래도 맛있다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잠깐 멍하니 잭의 모습을 쳐다보다 타카토라는 이윽고 알겠다는 말을 꺼낸 그가 다시 조용히 케이크를 먹어대기 시작할 뿐이다. 그러다가 잭한테서 본인이 없는 사이에 있었던 자와메 시의 현황과 동생 미츠자네의 근황도 모두 주고 받았다. 

    중간중간에는 '그렇군-'하고 반응해주면서 타카토라는 예전이라면 절대 그러지 않았을 터인 고개를 들어 제대로 잭의 얼굴을 마주하였다. 사실 지금까진 타카토라는 계속 타인을 바라보지 않은 채 다른 시선을 향하고 일방적인 제 할말을 전해왔었으나 지금은 달랐다. 정말 작은 형태였지만 조금씩 그의 행동이 변화함을 보여주는 모습이었다. 

    사람을 마주한다는 것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 그가 다시 한번 앞을 향하여 나아가보자, 그리고 잠시 더는 자와메에 없는, 이젠 신이 된 코우타를 생각하던 차였다. 가면라이더 드라이브라고 했던가, 그들과 협력하여 싸웠던 날 이후 흑의 보리수 사건 땐 실로 오랜만에 만났다. 하지만 위기 상황에서 급히 손을 쓰러 온 코우타가 금새 쿠도 쿠가이를 물리친 뒤 사라져버려 실질적으론 제대로 인사조차 하지 못한 채 끝이 났다. 

    녀석을 만나면 하고 싶은 말이 엄청 많은데 아직 만날 수 없는걸까, 역시 신이 되어서 다른 생명들까지 돌보느라 서둘러 갈 만큼 많이 바쁜걸까, 그야 그렇겠지- 여러가지 생각이 겹쳤다. 왠지 그리웠다. 타카토라는 가만히 그날의 일을 다시금 떠올렸다. 미츠자네와 아머드 라이더 잔게츠 대 잔게츠 신으로 변신해 일기토로 맞붙은 뒤 잠깐 방심하다 당한 그는 그대로 잔게츠의 안면 피츠가 부숴진 채 바다에 빠졌다. 

    한참동안 혼수 상태가 된 타카토라에게 모든 것을 마무리한 코우타가 바닷가 장면의 심상 공간에 들어왔다. 어쩌면 평생 트라우마가 되버릴지도 모를 바닷가, 그것을 극복시켜주기 위해 그가 일부러 만들어낸 배경이려나.. 굳이 내색하진 않았지만 내심 코우타의 그런 조그만 배려가 예뻤다. 

    사려 깊은 저 행동이 좋았다. 그리고 저에게 미츠자네의 일을 부탁하면서 사람은 누구나 변할 수 있다, 그러니까 변신하라고 어깨를 툭 치면서 웃었다. 자칫 정말 그대로 눈을 감고 편안히 죽을 수 있는 선택지를 코우타는 다시 한번 살아나달라 말을 했다. 역시 카즈라바 코우타는 굉장한 사람(이젠 신이지만)이라고 타카토라는 생각했다. 

    그 일이 있고 난 후 타카토라는 무슨 일이 있을 때 마다, 아니 특별히 무언가가 없어도 자주, 종종 코우타와의 마지막 바닷가 씬을 회상하곤 하였다. '포기하지마~ 사람은 변할 수 있어! 나조차도 다른 사람이 될 수 있었는걸~ 변신이라고?! 타카토라-' 어디선가 머릿 속에서 코우타의 목소리가 웅웅 울렸다. 

    이 기억이 카즈라바 코우타와 마주한 채 속마음을 꺼내며 진정성이 담긴 진솔한 대화를 나눈 마지막이자 유일한 기억이다. 그렇기에 소중하다. 자신에게 있어 절대 잊을 수 없는 매우 소중한 기억이다. '카즈라바 코우타.....' 턱을 괸 채 낮게 중얼거린 타카토라에게 잭이 말했다. 

    "타카토라- 자와메는 딱히 특별한 일은 아직까지 없어서 다행이긴한데...." 

    "왜, 무슨 일이냐?" 

    "그게 좀, 말이지.... 요즘 사람들 사이에서 들려오는 소문이 영 심상치 않아서 그래" 

    "소문..?!" 

    "어- 그 소문이 많이 불길하다 해야되나.. 뭐, 그래~ 찝찝한게 한두 가지가 아냐~ 일단 미완성 센고쿠 드라버라던가, 스칼라 시스템이라던가, 말이 나오고 있어~ 게다가 이그드라실에 얽힌 이야기도 사람들끼리 얘기하는걸~" 

    잭 대신 죠노우치가 안경을 척 올리면서 말을 받아 이야기하였다. 그의 미간이 약간 좁혀지면서 조금 인상을 썼다. 

    "가, 가만! 미완성 센고쿠 드라이버라고?!" 

    "응~ 프로토 타입 뭐 어쩌고 하던데- 미완성이라서 시스템이 엄청 불안정하다며? 자칫 잘못하면 인베스화가 진행된단 말도 있었고, 게다가 밋치가 그러는데 자기 개인 신상 정보까지 누군가 알아봤다던데??" 

    "하? 뭐라고?" 

    케이크를 우물거리던 페코가 잭과 죠노우치의 말에 살을 덧붙여 설명해주었다. 허, 놀랍다. 이게 다시 예전처럼 평화를 되찾은 자와메 시에 떠도는 소문의 진실이란 말인가, 타카토라는 순간 입을 다물지 못했다. 뭔가 얼른 짚이는데가 없지않아 있었지만 좀 더 자세한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타카토라는 짐짓 모른 척 잭에게 물었다. 몇 번 더 근거를 반박하며 재차 확인해보고나서야 서서히 엄습해오는 공포와 불길함을 느낀 그가 잘게 몸을 떨었다. 

    "무슨 일인가!" 

    불안함에 입가 주변을 한번 쓸어내린 타카토라가 이내 알겠단 대답 후 먼저 가겠다는 말을 남긴 뒤 자리에 일어섰다. 그 대화로 인해 충격을 받아 잠시 잊어버릴 뻔한 화분을 꼭 챙겨든 다음 발걸음을 뗐다. 짐을 놔둘 건 놔두고 새로 챙길 것은 다시 정리하기 위해 잠시간의 여행은 뒤로 하고 한동안 자와메 시에 머물 예정이었다. 짐을 풀고 나면 오우렌한테도 그리 전화해야겠단 생각을 하면서 타카토라는 자신의 집, 쿠레시마 저택으로 향했다. 

    오랜 일정을 마치고 오랜만이 되어서 저택에 들어서니 모든게 어색하고 낯설기만 하다. 물론 그립기도 하였다. 여전히 차가운 공기가 가득 폐부를 찔렀다. 몇몇의 사용인이 타카토라 도련님 오셨다며 저를 반가이 맞았다. 미미한 웃음을 지어 인사를 한 타카토라가 저택 한가운데 위치한 새 하얀 대리석으로 된 계단을 밟아 올라섰다.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그립감이다. 점점 저택의 주인으로서 돌아오는 감각에 타카토라는 이제서야 집에 돌아온 것이 실감이 났다. 너무 오랫동안 자리를 비워서 미츠자네한테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아무튼 그는 2층을 향하는 계단을 올라서 제 방으로 들어선 후 캐리어를 풀었다. 까만 정장 자켓을 벗고 넥타이까지 풀어헤치니 그제야 아까 전까지 계속 무언가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 해방되는듯 해서 조금 살 것 같았다. 이제 막 테이블에 앉은 그에게 한 사용인이 물을 갖고 들어왔다. 

    "도련님~ 여기 물을 갖고 왔습니다. 목마를실텐데 좀 드시지요." 

    "감사합니다." 

    사용인이 건네준 투명한 물컵을 받아든 타카토라가 콸콸 시원하게 물을 쭉 들이켰다. 진짜 살 것 같다. 마음이 좀 놓인 그가 사용인을 향해 물컵을 건네주며 은은함이 서린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한편 팀 가이무 개러지에선 처키, 리카와 랫트가 모여 있었다. 팀 바론의 잭과 페코, 팀 인비토의 죠노우치도 와 있다. 강의가 끝난 미츠자네가 하교한 뒤 곧바로 찾아와 합류한 것으로 아머드 라이더와 관계된 비트 라이더즈 전원이 모두 모였다. 모여 든 사람들 중 처키가 먼저 입을 열었다. 

    "밋치- 내가 한번 좀 알아봤는데 아무래도 미완성의 센고쿠 드라이버가 마음에 걸린단 말이지" 

    "그래? 아, 고마워! 처키- 그 정도 양의 정보면 충분히 괜찮아" 

    "응~ 근데 있잖아- 페코 말처럼 그 드라이버를 쓰면 쓸수록 인베스화된다는 거, 역시 엄청 위험하지 않아?" 

    "역시 그렇지? 그런 위험성이 높은 걸 다시 자와메 시에 퍼졌다간.." 

    리카가 반문한다. 옆에서 랫트도 뭐라 말을 꺼냈다. 미츠자네는 입술을 잘근 씹다가 곧이어 오므렸다. 잭은 아직 아무 말 없이 잠자코 듣고만 있었다. 이때 가만히 쇠고기 뼈다귀 모양 베개 인형을 이리저리 갖고 놀던 페코가 말했다. 

    "어떻게 할거야? 밋치라면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한건데?" 

    "으음- 더 확산되지 않도록 막는게 가장 최우선이지만...." 

    "밋치- 어차피 아직 우리 자와메에 프로토 센고쿠 드라이버가 존재하는 것은 아냐~ 하지만 대체 누가 그런 유언비어를 퍼뜨렸는지 진범을 잡지 않으면 정말 일이 더 커질 수 있어! 그땐 아마 우리들이 손을 쓸 틈 없이 걷잡을 수 없게 될지도 몰라" 

    "잭 말이 맞아! 확실히 종 잡을 수 없긴 해~ 우리들만으론 사건을 해결하기 어려워질꺼야~ 그렇게 되기 전에 그런 소문을 퍼뜨린 자를 찾아서 막을 수 밖에 없어" 

    "어- 지금 민심이 다시 죄다 흉흉해지고 있다고? 어떻게든 우리들끼리 일을 해결할 수 밖엔 없어~" 

    "누군가 복수를 하고 싶은걸까.." 

    미츠자네가 혼자 중얼거릴 때 잭이 그에게 현재 형 타카토라와 오우렌이 돌아왔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정말이냐고 묻는 나머지 비트 라이더즈 멤버들, 미츠자네는 '오랜만에 형이 돌아왔구나! 만나러 가야겠는걸'하고 방긋 눈웃음을 지었다. 

    비트 라이더즈가 그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동안 한편 자와메 시와는 다른 모습의 외국에선 분명 일본인으로 보이는 한 남자가 엎드린 제 부하를 발로 밟았다. '타카토라- 난 당신을 절대 용서하지 않겠어! 네 녀석을 죽이는 건 이 나야~ 정보도 흘러보냈고 반대로 자와메의 정보도 수집했으니 문제될 건 없겠지~ 자! 쿠레시마 타카토라- 어서 여길 돌아와~ 난 너한테 복수하는 것 말곤 없으니까-' 그가 또 어디서 어떻게 원한을 샀는지 회색 정장을 단정히 갖춰입은 남자가, 겉모습과 목소리는 굉장히 앳되어 보이는── 그를 향해 증오의 불꽃을 보냈다. 

    다시 쿠레시마 저택에서 타카토라는 짐을 내버려 둔 채 서재 안에 들어와 있었다. 예전에는 아마기가 썼던 곳, 아버지가 죽은 뒤 타카토라는 마치 마법을 걸어 봉인한 것처럼 특별한 일 없인 잘 사용하지 않는 방이었다. 그런 그가 문득 생각나 서재의 책꽂이를 마구 뒤졌다. 이 책, 저 책을 펼쳐대며 뭔가를 열심히 찾는 중이었다. 

    아까 샬몽에서 나눴던 잭의 말이 생각나서 도저히 알아내지 않고는 가만 있을 수 없었다. 프로토 센고쿠 드라이버, 뭔가 관련되어 있지 싶다. 책상이 금방 어질러졌지만 신경쓰지 않고 한참 서류와 기록지를 사락사락 뒤져보던 타카토라는 결국 어떤 진실을 하나 알게 되었다. 

    시즈미야 마사히토── 토르키아 공화국, 헬헤임 숲의 창궐, 잔게츠 기동 실험, 불안정한 센고쿠 드라이버의 인베스화, 스칼라 시스템 등 다양한 키워드가 떠오르면서 8년 전 토르키아에서 진행된 후 실패된 실험의 폐해가 머릿 속에 주마등처럼 장면이 교차하였다. 8년이 지난 지금도 잊지 않았다. 절대 잊을래야 잊을 수 없다. 한순간도 잊은 적 없이 늘 생각하고 또 되내이며 살아왔던 그다. '마사히토..' 타카토라가 낮은 음색으로 중얼거렸다. 그러는 찰나, 때마침 타카토라의 휴대폰이 울렸다. 칠흑같은 정장 바지 주머니에서 꺼낸 그가 스마트폰의 배경화면을 확인한 뒤 전화를 받았다. 

    "나다." 

    대강 서류들을 정리한 그가 자세를 고쳐잡았다. 

    "뭐? 그곳에서 이변이 일어났다고? 토르키아는 이미 8년 전에 모든 실험을 전부 끝냈을텐데, 어째서-" 

    전화기 너머 들려오는 목소리를 들은 타카토라가 놀라서 토끼눈이 되었다. 혹시 몰라 이그드라실 사원 한명에게 조사해달랬더니 금방 알아내 전화가 걸려온 것이다. 그는 꽤 놀란 모양인지 벌써 뭐라고? 소리만 몇 번째 반복하였다. '알겠다. 서둘러 준비하지' 전화를 끊은 타카토라가 휴우- 짙은 한숨을 뱉었다. 많은 것들이 담긴 함축적인 한숨이다. 타카토라가 급히 전화번호를 꾹 눌러 오우렌 알폰조에게 연락을 취했다. 

    수화기 너머 나의 메론 왕자님─ 으로 시작한 타카토라 찬양을 하는 오우렌의 호들갑 떠는 오바스러운 목소리가 귓가에 가득 맴돈다. '지금 바로 비트 라이더즈 일행을 데리고 공항으로 와줬으면 한다.' 짧은 한마디를 남긴 채 전화를 끊었다. 그런 다음 그는 다시 짐을 풀려했던 캐리어를 끌었다. 그러다가 곧 캐리어를 내려놓았다. 이번에는 금방 갔다올거라 간단한 짐과 몸만 함께 가면 되겠지 싶어서 그냥 캐리어를 내려놓았다. 미츠자네에겐 또 미안한 일이 늘었다. 

    넥타이를 고쳐잡고 정장 겉옷을 챙겨입은 그가 저택을 나섰다. 계단으로 내려오니 사용인들이 묻는다. 이에 타카토라는 적어도 한 일주일이나 이주일 정도 비워질지도 모르겠다며 미츠자네를 잘 봐달라는 말을 남긴 후 대문을 열고 밖을 나섰다. 근처 택시를 잡아 탄 뒤 공항으로 향했다. 
    잠시후 공항에 도착하여 급히 비행기 출국 시간을 알아본 그가 남은 비즈니스석을 확인하여 체크 인을 찍었다. 도착하고 10분쯤 지나니 저 앞에서부터 잭이 크게 손을 흔드는 모습을 보았다. 미츠자네, 페코, 처키와 리카, 랫트, 죠노우치 등을 포함한 비트 라이더즈와 오우렌까지 한자리에 모였다. 

    "어머! 메론 왕자님~ 오자마자 바로 출국한다니 이게 무슨 소리야?! 나, 이런 소리 못 들었어!!" 

    "미안하게 됐다. 하지만 갑자기 일이 생겼어" 

    "형.. 벌써 가는거야?" 

    "미안하다. 미츠자네- 또 너 혼자 남겨놓는구나"

    "아니, 난 괜찮아! 괜찮은데.. 역시 미완성 센고쿠 드라이버 때문인거지?" 
    타카토라는 잠시 침묵을 지켰다. 이번에는 미츠자네의 시선을 결코 피하지 않는다. 제대로 고개를 들어 동생의 얼굴을 마주하였다. 그리고 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토르키아 사건으로부터 벌써 8년이나 지나 있었고 이쯤 되면 거의 알려줘도 무관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어차피 최근 자와메 시 안팎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거의 미츠자네와 정보를 공유하는 편이었고 아머드 라이더라던가, 헬헤임으로 관련된 나머지 비트 라이더즈와 오우렌 정도면 그냥 간단히 알려줘도 상관없을듯 싶었다.

    "어- 개인적인 문제다. 극히 사적인 문제라 전부 말해줄 순 없지만 하나 말해줄 수 있는 것은 8년 전 시즈미야 마사히토와 함께 이그드라실의 프로젝트 아크를 맡은 공동 책임자로서 토르키아 공화국에서 센고쿠 드라이버 관련을 진행했다가 실패되버린 실험 중 하나였지~ 지금은 스칼라 시스템을 가동시켜 불살라진 폐허 상태일텐데 이변이 일어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제 내가 결착을 낼 때가 온 것 같군~ 내가 없을 동안 잘 부탁하네~ 오우렌-" 

    "부디 걱정마시길-!! 몸 조심해서 잘 다녀오는게 우리들의 바람이야~ 메론 왕자님~" 

    "고맙다. 그럼 잭, 부탁하지-" 

    "걱정마! 적어도 자와메 시는 우리가 확실하게 지킬테니까 안심하라고-" 

    "그래" 

    타카토라가 떠났다. 아니 떠나기 직전, 그는 잠시 발걸음을 돌린 채 미츠자네를 지그시 응시하였다. 저를 쳐다보고 있다는 걸 본인도 아는 미츠자네가 '형..?'이라며 갸웃거렸다. 예전이라면 이런 아이컨택 따윈 정말 상상조차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분명 그랬을 터인데 그런 그가 최근 몇 년 사이에 이렇게나 자신의 행동이 변해있었다니 스스로도 놀라웠다. 

    이게 전부 다 코우타를 만난 덕분인지도 모르겠다. 다시금 그와의 바닷가 씬을 떠올리다가 타카토라는 문득 제 손에 차여진 까만 손목 스마트 워치를 본다. 시간을 확인한 뒤 까만 정장을 한번 옷매무새를 가다듬은 그가 말을 꺼냈다. 

    "미츠자네~ 잭한테서 화분 하나를 건네받았다. 사용인에게 말해놨으니 돌아오면 둘이서 함께 식물을 키우자" 

    "응! 형이 무사하길 기다릴께" 

    미츠자네가 예쁘게 웃는다. 이제야 안심한 표정을 지은 타카토라가 상냥함을 가득 머금은 미미한 웃음을 자아냈다. 이내 그 말을 끝으로 그가 비행기로 돌아섰다. 이제 정말 떠났다. 

    예약된 번호를 찾아 비즈니스석을 탄 그가 휴대폰을 확인한 후 비행기 모드로 전환시켜 주머니에 넣었다. 타카토라는 턱을 괸 채 투명한 유리창을 바라보았다. 비행기가 가속해 박차를 가한다. 곧 흰 구름이 둥실 떠나니는 위로 하늘을 날아올랐다.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았던 긴장이 한순간에 풀리니까 다시 불안감이 스며들어왔다. 왠지 두렵다. 이미 토르키아에서 끝냈을 실험의 폐해가 다시 마주하게 된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고 아찔한 사건이다. 

    대체 누가 정보를 흘렸을까 그로선 전혀 알 길이 없었다. 정말 오랜만이다. 드디어 8년만에 다시 방문하는 토르키아를 향해 비행기는 저마다의 마음을 싣고서 푸른 하늘을 가로질러 날았다. 마사히토, 카게마사, 그들의 이름을 낮게 읇조렸다. 그곳에 도착하면 아마 이들 시즈미야 형제를 조우하게 될지 모른다. 어쩌면 새로운 인물과 만남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자꾸 다가오는 일말의 불안함을 감출 수 없었다. 타카토라는 왠지 모를 답답함과 폐색적인 불길함이 느껴졌다. 

    오묘한 기분이 되어 그는 복잡 미묘한 마음을 끌어안은 채 눈을 감았다. 또 다시 배경이 아른거리는 것이 바닷가 씬의 심상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그러니까 변신이야-' 눈웃음을 짓는 코우타의 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토르키아에서 무엇인가 시작될듯한 예감이 들었다. 그 어떤 진실일지언정 타카토라는 사람도, 자신의 과거도 전부 제대로 확실하게 마주하기로 결의를 다졌다. 그리고 그 두려운 마음을 안고 타카토라가 잠에 빠져들 동안 비행기가 계속 저 끝없는 하늘을 가속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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