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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주를 품은 소다수
    특촬물 2020. 4. 27. 02:39

    * 오브 오리진 사가 이후 가이 중심 시점 

    * 쟈그라가 그렇게 가이 곁을 떠난 뒤 어쩌면 두 사람 모두 우주의 행성들을 떠돌아다닐 때 마다 혹시나 이 행성엔 그가 오지 않았을까 싶은 마음에 괜히 서로의 흔적을 찾아다닐 것 같아서 쓴 글 

    * 뭔가 둘이 함께 지내온 시간이 너무 익숙해져버려서 오리진 사가 이후 한동안 상대가 자신 곁에 이제 없다는 사실을 종종 잊어버린 채 둘 다 서로 상대의 이름을 부르며 옆을 돌아보다가 분명 아차, 하고 자각했을듯..... 

                               -소다 맛의 기억- 

    가이는 우주를 떠돌아다니며 여행하다가 우연히 어느 한 행성에서 한동안 머물기로 하였다. 크레이터가 가득한 돌 전부인 행성이 아닌 다행히도 이번 행성은 지구와 조금 비슷한 곳이여서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는 별이었다. 그곳에서 그는 먼저 목욕탕으로 이동한 뒤 몇 달이나 쌓인 피로를 싹 씻어냈다. 게다가 역시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나와 사이다처럼 톡 쏘는 라무네 한병 시원하게 들이키면 최고다. 진짜 그것만큼 별미인 것이 없을 것이다. 뭐, 일단 돈이 없으니 적당히 근처 문구점에서 일해주고 그 안의 조그만 방 한칸 머물 장소를 받아 몇 개월 정도 지내게 되었지만 말이다. 

    알바 시간이 끝나고 방에 와서 티비를 켜보아도 별로 보고싶은 채널도 없었고 이리저리 리모콘을 돌려봐도 재밌는 것은 하지 않고 따분한 뉴스만이 화면에 흘러나올 뿐이다. 여기에도 종종 괴수가 나타나곤 해서 대충 괴수 사건의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잠시 채널 돌리길 멈췄지만 이내 금방 전원을 꺼버렸다. 가이는 대충 겉옷을 챙겨입은 채 밖을 나갔다. 

    거리에는 사람들이 빠르게 지나다녔으나 자신한텐 그저 지금 이 순간이 멈춰진 시간처럼 느린 슬모우 모션같이 느껴졌다. 오직 나 혼자만 거리 한가운데 덩그러니 남아있는듯 복잡한 마음이 되어 서 있었다. 그건 마치 온 세계의 시간이 멈춰버린 것 같았고 본인 역시 그날 이후로 시간이 멈춰버려 이제 잘 돌아가지 않는다. 지금 그 상태 그대로 변하지 않았다. 

    사실 예전에는 딱히 무언가 하지 않아도 꽤 편했다. 저글러가 옆에 있었으니까 왠만큼 이것저것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겉보기엔 매번 귀찮고 따분한 표정을 지어보여도 항상 무슨 일이 있으면 감정적으로 나서는 자신보다 그는 매우 현실적인 사람이라서 조금 더 상황을 냉철하게 분석할 줄 아는 녀석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는 자신의 곁에 없었다. 

    저글러가 떠나버린 후 줄곧 찾아 헤맸으나 그 어디조차 전혀 보이질 않아서 그만 포기할까 싶었지만 역시 아직 가이는 여전히 미련이 남았다. 지금 내 마음이 그래서, 그러니까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만약 여기서 그만두면 정말 두번 다시 볼 수 없을 것 같기에 계속 좌절하면서도 전력을 다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정말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가이는 이곳저곳 길을 걸으면서 돌아다녔다. 어떻게든 찾고 싶었다. 찾아내고 싶었다. 반드시─ 그에게 용서받고 싶었던걸까.. 잘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 알 수 있는 건 친구로서 그렇게 잘못된 점을 일러 충고해줬음에도 불구하고 감정적인 마음만이 앞서 휩쓸려 정작 중요한 것을 바라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거기다가 다른 동료들과 함께 오히려 그의 행동을 비난하고 냉정히 버리기까지 했으니 믿음의 배신감과 절망이 여간 이만저만 크지 않을 것이다. 그 죄책감이 가슴에 사무쳐 괴로워서 녀석을 찾아 사과를 하면, 그가 이런 날 다시 받아준다면 조금은 마음 편하지 않을까 싶었다. 어쩌면 그렇게 나 스스로 위안을 받으려했는지도 모르겠다고 가이는 생각하였다. 

    온 행성이란 행성은 거의 다 둘러보았다. 물론 여기서도 마찬가지였다. 혹시 여기엔, 이 행성엔 한번쯤 저글러가 오지 않았을까 싶어서 괜히 주변 거리를 스윽 돌아본다거나 했지만 그는 없었다. 저글러가 이곳에 왔었다는 무언가 단서가 될만한 어떤 흔적들도 나름 열심히 찾아보았으나 이번에도 역시 보기좋게 대실패였다. 흔적조차 남지 않을 리 없을텐데.. 가이는 속으로 중얼거리며 몇 번이나 머릿 속에 되내었다. 

    천천히 아무 생각없이 걷고 있는데 갑자기 지면이 막 흔들리는게 느껴졌다. 순간 지진인 줄 알았으나 굉장한 폭팔을 일으키면서 굉음이 일어난 쪽을 향해 보니 괴수가 나타났다. 갤럭트론이라면 전에 이미 다른 곳에서 전부 없앴을 터, 헌데 왜 또 나타난거지? 자세히 잘 확인해보니 전의 갤럭트론과 조금 비슷한듯 다른 디자인이었다. 

    아무튼 인연의 힘을 빌러 울트라맨 오브로 변신한 가이가 빛의 거인이 되어 괴수와 싸웠다. 하지만 뭐가 잘못됐는지 필살기 공격이 전혀 통하지 않아 그냥 당하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어쩐지 뭔가 자신이 공격하려고하면 할수록 점점 더 강해지는 것이 마치 힘을 흡수해 반사 능력을 사용하는듯 했다. 

    "어이- 저글러! 이럴 땐 어떻게 해야 되더라?!" 

    정신없는 난리통에 갤럭트론에겐 당하고 있지, 오브의 공격은 모조리 통하지도 않지, 가이는 저글러의 이름을 불렀다가 순간적으로 '아차!' 했다. 현재 내 옆엔 그가 없는데 너무 익숙하게 녀석을 찾고 말다니 후후, 가이가 한번 쓴 웃음을 지었다. 그때 오브의 가슴 정중앙에 위치한 곳에서 시간이 다 됐다는 컬러 타이머의 리미트 표시가 떴다. 붉은 빛이 계속 깜빡였다. 이제 곧 변신이 풀려버리고 말 것이다.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어 그는 다시 일어나 괴수를 공격했다. 하지만 워낙 강한 탓에 그만 반대로 자신이 부상을 입은데다 괴수가 도망쳐 놓쳐버렸다. 

    이대로 끝을 내지 못해 아쉬울 따름이다. 씁쓸하게 돌아서서 문구점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왠지 무거웠다. 알바 시간은 아니지만 그냥 도와주기로 한 가이가 잠시 일에 집중하였다. 히어로 활동은 자신의 전부였고 그렇기 때문에 한번 멈춰서 생각할 틈이 필요하다고 깨달은 그가 종종 오는 사람들의 물건을 받아서 묵묵히 계산만 하였다. 확실히 아까보단 많이 마음이 안정되었다. 그런데도 알 수 없는 기묘한 기분이 자꾸만 드는 것은 왜일까? 그는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쓸데없는 잡생각 따위 하지 않도록 마음을 먹은 뒤 다시 손님들의 물건을 계산하였다. 

    일이 끝나고 나니까 어느 새 오후 시간이 훌쩍 넘어 저녁 시간이 다 됐다. 어스름이 지기 시작하는 찰나, 문구점 주인 아저씨와 함께 저녁밥을 먹으려는 때 주변이 마구 흔들리먼서 커다란 굉음이 났다. 당장 창문을 열어보니 괴수가 또 움직이기 시작한 모양이라 가이는 어쩔 수 없이 급히 겉옷을 챙겨입은 다음 문구점 밖을 뛰쳐나갔다. 아니, 정확히는 뛰쳐나갈 뻔하다가 멈춰 돌아섰다. 

    젓가락을 들어 오늘 저녁 반찬으로 나온 해물 완자 하나를 집어먹은 뒤 갤럭트론이 있는 현장으로 달려나갔다. 주인 아저씨는 가이의 이름을 부른 채 잠시 어리둥절한 모양이지만 미처 그것까지 신경 쓰고 뒤돌아볼 여유 따윈 없었다. 악의 세력과 싸워나가는 운명을 짊어진 울트라맨을 하는 그는 한시라도 빨리 괴수를 무찌르는 것이 더 우선이었으니까 어쩔 수 없었다. 

    사람들은 도망치기 급급하는 상황이고 가이는 그들이 없는 한적한 곳에서 오브 링을 든 채 변신을 시전하였다. 다시 울트라맨 오브로 변신한 후 갤렉트론과 대치하며 싸웠다. 대체 괴수의 힘이 참 어마어마하게 장난이 아닌데 이거 뭐 좀 어떻게 할 수 없나 고민이었다. 

    무찌를 방법이 아예 없는건가- 스킬을 날리는 와중에도 오브인 가이는 어떤 식으로 하면 좋을지 생각하면서 이리저리 머리를 열심히 굴렀으나 달리 딱 좋은 방도가 떠오르지 않았다. 공격하면 모두 그대로 흡수해서 점점 더 강해지니까 뭘 어떤 기술을 써야할지도 몰라 그만 눈을 감아버렸다. 그순간 어떤 것이 뇌리에 스쳐지가나며 기억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가이- 내가 팁을 하나 알려줄께" 

    "아, 대체 뭔 팁이야.. 필요 없어" 

    "너 정말 자꾸 내 충고 무시할래? 이야기 들어서 나쁠 건 없잖아! 이게 다 나중에 너한테 도움이 되는거라고-" 

    "알았어~ 뭔데 말해봐" 

    "그러니까 보통 상대가 물리적인 공격을 할 땐 조용히 그 힘을 키우고 있거나 반사 능력을 가하기 위해서다. 무모하게 행동하지마~ 너처럼 대책없이 되는대로 막 나서는게 아니라고- 그건 괴수도 마찬가지야" 

    "그래? 그럼 어떻게 하면 좋은데?"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야! 우선 상대의 행동 패턴을 잘 읽은 뒤 틈을 주지 말고 빠르게 공격하는게 좋아~ 절대 멈춰있지마~ 그럼 반대로 당하는 건 너니까-" 

    가이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나름대로 우주를 떠돌아다니면서 지금까지 수많은 여행을 해온 경험이 있어서 자신한테는 꼭 필요한 조언이었다. 가이처럼 이렇게 쉽게 이성에 흔들리는 감정주의자에겐 때론 저글러처럼 냉정한 현실주의자의 충고가 필요한 법이다. 서로 정반대의 성격을 가진 두 사람이 잘도 여기까지 함께 수련하며 여행해왔구나 싶었다. 잘 생각해보면 사실 저글러 쪽에서 꽤나 감정적인 생각만 앞서서 행동하는 그를 백만번 양보해서 많이 참고 봐준 것이었다. 만약 다른 사람이었다면 아마 벌써 일치감치 절교 선언하고 가이 곁을 떠났을지도 모른다. 

    설령 싸운 적이 있어도 고작 멱살 잡은 채 말다툼에 몸싸움 몇 번 한 것 말고는 딱히 아무렇지 않게 지내왔었다. 말만 '나 오늘부터 너랑 절교 해!'라고 대놓고 앞에서 직접 말하지 않았을 뿐이지, 사실 가이가 저글러한테 일방적인 절교 선언을 당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왜 일방적이냐고? 그야 자신은 아직 녀석의 절교를 인정하지 않았으니까.. 더군다나 특히 울트라맨 오브는 인연의 힘을 무엇보다 가장 중요시하는 존재니까.. 가이는 절대 그의 일방적인 절교는 커녕, 내 곁을 떠난 사실조차 전혀 믿지 않았다. 어차피 저렇게 툴툴거린 뒤 또 다시 돌아올 걸 아니까 그리 믿고 싶은거다. 

    뭐, 착각이나 상상은 자유랬으니까 멋대로 착각할 것이다. 하지만 그만큼 그런 소중한 친구를 잃어버렸으니 미안한 마음이 아니 들 수 없었다. 바로 그때, 그 순간 가이는 저글러가 일러준 말이 생각났다. 다만 이럴 땐 어떻게 행동해야 되는지 일일이 자세하게 리액션을 펼쳐가며 말하던 그가 표정이 어땠는지, 어떤 얼굴을 하고 있었는진 미처 기억나지 않았다. 아까부터 계속 갤럭트론의 공격에 쓰러져 짓밟히던 오브가 다시 일어섰다. 이와 동시에 함께 울트라하여 오브 안에 있는 가이 역시 결심을 선 채 그를 따라 움직였다. 

    곧이어 반격하기 시작한 후 천천히 저글러가 충고했던 말을 이미지 트레이닝하듯 머릿 속에 그리면서 필살기 스킬을 날리며 반격을 가했다. 이윽고 마지막으로 울트라맨 티가의 힘이 깃든 스페리온 광선을 사용해 최종 결정타를 날렸다. 그러자 직격을 맞은 갤럭트론이 커다란 굉음을 내며 폭팔과 함께 엄청난 불꽃이 일었다가 이내 사그라진다. 

    거친 호흡을 내뱉으며 가이는 그제서야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높이 점프하여 하늘을 박치고 날아올라 오브의 변신을 해제한 뒤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가이가 '역시 그때, 네 말을 들어둘 걸 그랬어~ 저글러-' 하고 뒤돌아보다가 순간적으로 다시 아차- 했다. 

    "아, 또 이러네- 이제 내 곁에 저글러가 없다는 걸 자꾸 잊어버려.. 그만 익숙해질 법할텐데..." 

    뒷머리를 살짝 긁적인 그가 급 무안해진 괜히 입술을 앙 다문 채 입을 꾹꾹했다. 가까운 편의점에서 라무네를 산 뒤 사람들이 모두 집으로 가고 없는 한적한 공원의 풍경을 바라보면서 구슬을 콕 밀어넣는다. 그리고 시원하게 콸콸 들이켰다. 역시 라무네의 톡 쏘는 소다 맛이 강렬한게 최고다. 멍하니 바라본 하늘은 온 사방이 붉게 저녁 노을이 물들어졌다. 

    문득 가이는 가만히 먹고 있던 라무네를 쳐다보았다. 그냥, 그냥 주변 풍경을 보면서 감상에 젖어들다보니 아무 이유없이 뭔가 모든 것이 덧없이 느껴졌을 뿐이다. 라무네를 조금 세게 흔들었더니 금방 탄산이 올라와 뽀글뽀글 새 하얀 작은 거품이 일었다. 

    "이제 널 찾는 건 그만두어야 하나.."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린 가이가 다시 라무네를 마셨다. 사이다처럼 상큼하게 톡 쏘는 맛이 덩달아 제 기분도 안타까워서 애절함이 톡톡 틔어오른다. 소다수를 머금고 지나간 혀의 감촉에는 씁쓸함이 남아 가슴이 쿡 아려왔다. 

    살짝 흔들려져 작은 거품이 남은 우주를 품은 소다수가 여전히 투명한 푸른 구슬과 물방울이 별이 되어 반짝 빛나고 있었다. 이후 쿠레나이 가이는 현재 머물고 있는 행성을 떠나 저글러스 저글러를 찾는다는 명분 하에 다시 우주를 떠돌아녔다. 가이는 지금도 여전히 그날에 잃어버린 저글러의 실루엣을 찾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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