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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흑과 백, 빛과 어둠
    특촬물 2020. 4. 26. 05:13

    지금 이 순간에도 미래는 변한다. 역사는 끊임없이 부딪혀 변하고 변해 새로운 것이 창조되기도 하고 파괴되기도 하며 변화한다. 그리고 세계가 어떤 식으로 변하든 전혀 개의치 않는 워즈는 그것을, 그 '변화'를 즐겼다. 안정적인 걸 추구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 워즈는 꽤 안정적인 것을 추구하면서도 이 앞의 미래가 조금은 불안한 그런 아찔한 스릴감을 즐겼다. 

    그래, 모험은 언제나 즐겁다. 아직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무언가의 희미한 실낱같은 희망이라던가, 빛을 찾아 불안한 미래라는 것에 배팅하여 게임하는 정도로 그는 모험이란 이름의 도전을 즐기는 편이었다. 무모하다면 무모했다. 하지만 절대 그런 것 따위 의식하거나 신경 쓸 워즈가 아니었기에 그는 간단히 여유로움을 한껏 낼 수 있었다. 

    자신 역시 게이츠와 츠쿠요미처럼 2068년의 미래에서 왔지만 그들과 동기가 달랐다. 가면라이더 지오이자 최저, 최악의 마왕이 된 소고를 없애겠다고 온 그 두 사람과 달리 시간의 제왕인 토키와 소고를 오마지오로 이끌기 위해, 마왕으로서 일깨우고 각성시키기 위해 그저 나의 마왕을 위해서 살짝 도와줄 뿐이었다. 그럼 또 다른 워즈 쪽은 어떨까나? 

    시공을 뛰어넘어 다른 세계의 시간선에서 나타난 흰색 의상의 워즈, 진한 녹색 빛을 띄는 카키색 옷을 입은 기존의 워즈와 같은 얼굴을 하면서도 어딘가 행동하는 성격은 정말 판이하게 달랐다. 그건 둘째치고 워즈는 이번 이 일을 정말 상상조차 할 수 없을만큼 예상하지 못했다. 항상 본인이 주장하는 예언서, 책을 펼치면 멀든 가깝든 곧 일어날 미래를 알 수 있는 봉마강림역을 손에 놓지 않고 필수로 들고 다녀도 이런 일은 종이의 페이지에 적히지 않았다. 이처럼 전혀 자기가 생각해왔던 것과 달리 전혀 뜻밖에도 자신이 예상치 못한 전개였다. 이런 일이 일어날 줄 생각하지 못했으니까── 아무리 모든 미래를 예언하는 자도 갑자기 뒤바뀌어버린 시간의 흐름만은 전부 알 수는 없었던걸까? 

    봉마강림역의 책엔 적히지 않은 많은 이야기들이 역사가 조금씩 바꿔지면서 새롭게 쓰여졌다. 겉으로는 당황스러운 기색을 애써 감춘 채 담담한 척 하지만 사실 자신도 속으론 꽤 마음이 동요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둘 다 같은 얼굴을 하고 똑같은 이름의 워즈니까 그들의 구별하기 위한 소고의 정리에 의해 기존의 워즈는 쿠로워즈(흑워즈)가 되고 다른 시간선의 세계에서 온 워즈는 시로워즈(백워즈)가 되었다. '아아! 나의 마왕, 참 멋없기도 해라- 겨우 우리를 흑백으로 정의내려버리다니..' 이때 워즈는 이렇게 중얼거렸으나 굳이 크게 소리내진 않았다. 

    쿠지고지당 안에서 새로이 나타난 또 다른 나에 대해서 소고와 게이츠, 츠쿠요미, 워즈 이 네 사람이 서로 대화를 할 때 잠시 소고를 쳐다보다 그저 혼자만 알아들을 정도로 말을 흐릿하게 내뱉을 뿐이었다. 대담회가 끝난 뒤 모두 자리에서 일어설 즈음 소고가 아까 뭐라 중얼거리지 않았냐고, 뭔가 할말 있는 거 아니냐는 말을 했을 때 워즈는 여전히 소고한테 나의 마왕이란 칭호를 사용하며 아무것도 아니야- 나도 혼잣말 정돈 할 수 있잖아? 라는 말과 미미한 웃음을 지은 것 외엔 끝까지 입을 열지 않은 채 말하지 않았다. 

    워즈는 어느 한 건물의 옥상으로 올라가 서 있었다. 한손에는 언제나 그랬듯 봉마강림역을 들고 있는 채였다. 책을 펼쳐보려 했다가 그냥 말았다. 딱히 어떤 이유는 없었다. 눈을 감으니 살짝 미풍이 불어와 제 머리칼을 흩날리며 전신을 감쌌다. 늘 자신이 입버릇처럼 말하는 대사를 크게 읊조렸다. 

    "축복하라!" 

    하지만 이 목소리를 듣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오직 아까 불어온 바람만이 그의 말에 마치 고개를 끄덕이면서 반응이라도 한듯이 주변을 살랑거릴 뿐이었다. 단지 그곳에 남아있는 것은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후- 하고 숨을 들이킨 워즈가 이내 감았던 눈을 뜨면서 숨을 내뱉었다. 뜨거운 숨결이 바람에 섞여 입가 주위를 맴돌았다가 사라졌다. 왠지 기운이 빠지는듯한 기분이다. 

    한참 옥상 아래 경치를 감상하는동안 워즈의 시선이 끈 건 저 멀리서부터 그림자가 보이는 시로워즈였다. 봉마강림역을 든 저와는 달리 미래 노트라는 책을 가진 인물, 저 노트에 글씨를 적으면 적힌 미래대로 현실이 이루어지는 미래 조작 능력을 가진 자,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그건 쿠로워즈 본인인 저도 마찬가지였지만── 기묘한 사람였다. 알면 알수록 더욱 기묘하고 특이한 존재인 시로워즈는 한손엔 미래 노트를 든 채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어디론가 향해 계속 걷고 있었다. 그 모습이 어쩐지 경계 태세를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때때로 턱을 매만지기도 하거나 살짝 미간을 좁힌 채 조금 인상을 써가면서 걸었다. 

    쿠로워즈는 갑자기 자신의 마왕인 소고가 사는 이 세계로 나타난 시로워즈를 마음에 들지 않았다. 특히 자신의 얼굴을 한 녀석이라 더욱 그랬다. 물론 그건 필시 시로워즈 쪽도 쿠로워즈가 마음에 들지 않을 것은 피차일반이었지만 하여튼 마찬가지였다. 애시당초 이 워즈라는 이름부터 그랬는데 소고가 서로 구별하자는 목적으로 쓴 이름일 터, 그런데 그는 마왕에게 그런 이름으로 불러도 별 싫은 기색을 비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 즐기는 것 같았다고 워즈(쿠로워즈)는 생각했다. 

    가면라이더로 변신하는 히어로들은 셀 수 없이 많이 존재하기에 라이더 세계는 워낙 많으니까 하나쯤 평행 세계라던가 같은 것이 존재할지도 모른다. 과거와 미래, 그리고 현재 사이의 시공도 뛰어넘는 상황에 나와 얼굴이 똑같은, 하지만 성격이나 하는 행동이 완전 다른 별개의 인물이 또 다른 시간선에서 존재하는 것 따윈 딱히 놀라울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이런 일들이 꽤 익숙해서 문제인거지만── 

    워즈는 눈길로 시로워즈를 쫓으며 쿠지고지당에서 소고를 포함한 게이츠, 츠쿠요미와 함께 나눴던 대화를 다시 떠올렸다. 정리하자면 그는 오마지오가 존재하지 않는 미래, 즉 본래의 이쪽 역사라면 그런 역사는 없다. 하지만 시로워즈의 세계에선 원래 역사대로 사자자리 중 가장 밝게 빛나는 레굴루스 별이 뜨면 오마지오로 각성할 시간의 역사가 이루어져야 했을 오마의 날 때 게이츠가 소고를 없애 오마지오가 사라져 존재하지 않는 미래다. 그 미래에서 온 시로워즈는 여기서 이 세계의 미래를 파괴할 심산이었다. 

    이미 소고를 대하는 호칭부터 쿠로워즈는 '나의 마왕'이라 표현하는데 시로워즈는 그냥 '마왕'이라 칭한다. 게다가 게이츠한테 최저, 최악의 마왕인 오마지오로 각성할 소고를 없앨 존재라며 '나의 구세주'라고 표현하였다. 만약 그쪽 세계에서도 오마지오가 사라지지 않은 미래였다면 호칭도 달랐을까? 잠시 주제에 벗어난 일말의 생각은 다소 했지만 이내 워즈는 생각을 접었다. 별로 알고 싶지도 않고 아마 앞으로도 알 수 없을 것이다. 

    쿠로워즈에 비해 시로워즈의 목소리는 좀 더 높고 하이톤이며 거침없고 가벼운 행동과 말이 조금 더 빠르게 내뱉는 편이다. 반면 쿠로워즈는 그와 달리 꽤 낮은 목소리와 소고를 향해 항상 언제나 정중하고 예의바른 행동을 하는 차이점이 있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둘 다 두뇌파 타입의 사람이었지만 쿠로워즈는 이성파인데 반해 시로워즈는 의외로 행동파라는 것이었다. 

    대부분 평소 그는 꽤나 거만한 성격인데다.. 아, 몰라- 아무튼 그의 모든 것이 탐탁치 않다는 것은 더 말할 여지없이 분명한 사실이다. 그래도 쿠로워즈는 나름 상냥하고 부드럽다, 라기보단 저 혼자 꽤 참고 그냥 봐주는 척 문제 삼지 않고 그 특유의 의미심장한 웃음을 흘린 채 능글맞게 넘어가지만 시로워즈는 절대 아니다. 저 역시 또 다른 나의 거침없는 언변과 오만방자한 행동에 최근 요 며칠 사이, 몇 번이나 당한 적이 있어 더욱 더 좋은 감정을 가질래야 가질 수 없었다. 

    "뭐야? 아까부터 날 감시하는 이유는?!" 

    "눈치챘던거야? 역시 또 하나의 나이네- 시로워즈-" 

    "훗- 그 정도도 내가 눈치 못 챌 것 같아?" 

    워즈는 옥상 위에서 탁, 점프하여 목에 두른 머플러를 이용해 쫘악 펼친 뒤 시로워즈를 ──포박했다라는 것이 더 가까운── 감쌌다. '대체 무슨 목적인거야? 적어도 나의 마왕을 다치게 하는 것은 절대 용서 못해!' 또 하나의 워즈가 눈앞에 씩씩대는 (이미지 체면상 날뛰진 못하고) 그를 여전히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은 채 능글스러운 태도를 유지하며 한번 가볍게 탁 머플러를 쳐낸 뒤 말했다. 

    "또 하나의 나, 아니 쿠로워즈라고 해둘까?! 후훗- 너는 마왕에게 정말 헌신적인걸~" 

    "당연하지! 난 어서 속히 나의 마왕이 오마지오로 각성하는 것을 원하고 있으니까 네가 소고를 없애려하는 것과 전혀 다르거든" 

    "그래? 으음.. 그럼 한가지만 묻겠어" 

    "뭐지?" 

    "쿠로워즈는 필사적이지? 허나, 그게 진정 토키와 소고를 위한 축복인지 잘 모르겠어~ 어차피 미래는 언제나 바뀌기 마련인 법이잖아? 뜻대로 되지도 않는 미래에 벌써부터 필사적일 필요 있어? 그럴 바에야 차라리 존재하지 않는게 더 낫지 않아? 잘 생각해봐~ 또 하나의 나-" 

    시로워즈는 그리 말한 후 유유히 뒤돌아 걸음을 뗐다.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져 보이지 않을동안 한참을 멍하니 쳐다본 워즈가 이내 정색한 표정을 지었다. 겉으로는 그랬지만 지금 워즈는 엄청 동요하고 있었던 것을 티내지 않았다. 다만 이번에도 억지로 속의 감정을 삼킨 채 능청스러운 척 할 뿐이다. 어쩌면 이런 감정을 숨기고 감추는 것이 익숙한 쪽은 나의 마왕이 아닌 자신일지도 몰랐다. '쿠로워즈는 필사적이지?' 아까 그가 한 말이 떠오른다. 


    - 어차피 미래는 언제나 바뀌기 마련인 법이잖아? 


    - 뜻대로 되지도 않는 미래에 벌써부터 필사적일 필요 있어? 


    그건 대체 무슨 뜻일까.. 그가 말한 의미를 모르겠다. 과연 문장 안에 담긴 것이 뭐였는지, 어떤 뜻으로 한 말인지 알 수 없었다. 이후로도 내내 그 생각에 고민하고 또 생각하느라 옆에서 소고가 무어라 말하는 것 따윈 들리지조차 아니하였다. 평소와 조금 다른 워즈의 모습에 게이츠도 츠쿠요미도 다소 의아하게 쳐다보았으나 정작 그 당사자인 워즈는 쿠지고지당에서의 저녁 식사가 어떻게 돌아갔는지 알아채지 못했다. 다만 이날 이후로 시로워즈와 제대로 일대일 대화를 나눌 일은 없었다. 

    시간이 흘러 쿠로워즈와 시로워즈 두 사람이 다시 조우하여 이야기를 나누게 된 것은 몇 달 후였다. 그 사이 돌이켜보면 꽤 많은 시간이 흘러가 있었다. 타임재커에 의해 생겨난 어나더 블레이드가 나타나 처리하던 때다. 사자자리는 보통 4월에 볼 수 있는 별자리로 이 중 가장 밝은 별의 이름이 레굴루스이다. 일반 다른 별들 중에서도 밤하늘에서 꽤 빛나는 별에 속한 이 레굴루스의 별이 빛날 때 시간의 제왕이자 마왕인 오마지오가 각성하는 의식 날이기도 하다. 하지만 역사 개변으로 인해 예정보다 앞당겨져 버렸고 그 결과, 오늘 밤에 오마의 날이 찾아와버리고 말았다. 

    새로운 오마의 날, 아마 누구도 모르는 역사가 시작될 것이다. 거기다 이 시대에 워즈가 두명이 되어버려 둘 중 한명은 사라지게 된다. 선택받지 못한 어느 한쪽이 시간 속에 소멸되어 영원히 존재가 사라지게 될테지만 시로워즈는 쿠로워즈가 이 시대에 남는 것으로 선택하였다. 즉, 자기자신이 소멸되기로 결심한 것이다. 

    시로워즈는 그의 질문에 하나하나씩 답하고 있었으나 결코 돌아보지는 않았다. 그저 가만히 레굴루스가 빛나는 밤하늘의 절경만을 올려다 볼 뿐이다. 자신이 시간 속에 소멸된다는 것은 결국 죽음이란 뜻이다. 본인이 직접 그 운명의 결말을 선택한 시로워즈는 이 결정을 내리기까지 얼마나 고민했는지 모른다. 최대한 정말 많이 생각한 후 내린 결정이었다. 결코 쉽지만은 않았다. 

    "시로워즈는 있잖아, 시로워즈가 바라던 미래로 만들려고 했던 거 아니었어?" 

    마왕이 한 말을 떠올렸다. 그 말에 시로워즈는 어떤 미래도 자신이 바라는대로 오지 않으니까 그럼 오히려 세계를 파괴시켜버리는 것이 차라리 낫다고 말했다. 이때 잠시 생각했다. 만약 같은 상황으로 쿠로워즈였다면 이야기가 좀 달랐으려나.. 뭐, 상황은 조금 타개할 수 있을지 모르나 시간의 강제력은 너무나 커서 시간의 지배에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이곳과 다르게 내가 원래 시간선에 있던 세계에선 이대로 가면 안 된다고 판단하고 그냥 포기해버리고 말았던걸까? 마왕이 나보고 멋대로 미래를 정하지 말라는데? 

    "그러니까 마지막까지, 마지막까지 발버둥쳐서 우리들을 괴롭히면 되잖아? 나는, 우리는 시로워즈에게 지지않을 정도로 싸울테니까-" 

    그때 그는 분명 그렇게 말했다. 웃으면서, 상냥함을 드러내면서, 소고는 왕의 대담함과 따스한 포용력을 보여주었다. 그 말을 들으면서 시로워즈는 자신이 뭔가의 저력이 많이 약한 것 같다고 느꼈다. 짧은 찰나의 순간동안 여러가지 생각들이 머릿 속에 하나의 장면처럼 어지러이 교차하였다. 지금 가면라이더 워즈의 힘은 쿠로워즈한테 가 있다. 더 이상 본인이 라이더는 아니지만 그나마 아직 제 안에 남아있는 워즈의 힘을 그에게 넘겨준다면 쿠로워즈의 소멸은 없을테고 소고는 새로운 강화폼을 얻어 이전보다 훨씬 더 강해질 것이며 또한 이 시대에서 사라지는 것은 자신일 것이다. 

    모든 운명을 알면서도 시로워즈는 기꺼이 소고에게 새로운 지오의 강화폼을 내어주었다. 그리고 멀리서 소고와 게이츠, 워즈가 셋이 하나로 트리니티 폼을 쓴 것까지 전부 지켜보았다. 그때 왜 주었을까? 대체 무슨 마음이 들었던 것일까? 이유는 알 수 없었다. 인생은 역시 뜻대로 되지 않는다니까- 피식 웃으며 그는 오직 혼지만 알아들을 수 있도록 낮게 중얼거렸다. 뭐, 미래는 항상 불안한 법이니까 조금은 기대해봐도 괜찮지 않을까나─ 찰나의 순간에 참 많이도 여러가질 최종 결론을 용케 여기까지 도출했구나 싶었다. 

    소고가 뒷말에 살을 덧붙여 말했던 것처럼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발버둥 쳐서 앞으로 나아가는 저력이 없이 그저 눈앞에서 자신이 바라는 미래대로 되지 않으면 포기하고 파괴한다라고만 여지껏 생각하고 행동해와서 '이거 아니면 이거다'와 같은 흑백 논리의 오류에 빠져 살았던 거 아닐까 싶었다. 스스로 그런 자괴감이 들게 만들다니 다시 픽 웃어버린 시로워즈가 이번에는 몸을 돌려 쿠로워즈와 마주했다. 비록 자신은 이제 곧 소멸되지만 마왕과 그들이 만드는 새로운 미래를 보고 싶어졌다. 

    "나는 동료를 만들지 못했어~ 지금의 너처럼은.." 

    "내게 동료가..?!" 

    "마음에 들었어~ 그 마왕- 그라면 재미있는 미래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아! 소중하게 간직해야 될거야"

    워즈는, 쿠로워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대신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그와 만난 후 처음 짓는 웃음이었다. 이제 어느 정도 두 사람 사이의 벽이 와해된 느낌이었다. 그 전에는 서로 날이 선 모습 밖엔 대치한 적이 없어서 지금처럼 이렇게 단 둘이 함께 있으니 조금은 어색한 느낌이 들었다. 어찌됐거나 시로워즈와 대면하고 이렇게 진심을 터놓은 채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한 것은, 둘이 제대로 마주한 채 대화 나눈 것은 ──여러 명 일행이 있을 때 말고 개인적으로 두 사람이 서로 함께 마주한 건── 가장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동료들과 유대를 이어나간 쿠로워즈, 하지만 시로워즈는 그렇지 못했다. 동료는 커녕 오히려 주변의 적만 더 만들어버렸다. 시로워즈는 다시 그에게서 시선을 거두어 밤하늘을 가만히 응시하였다. 뭔가 홀가분한 느낌에 마음이 가벼운듯한 기분이다. 시로워즈는 살풋 웃었다. 

    자신이 보고 싶은 미래를, 마왕이 만드는 미래를 기대해보며 쿠로워즈에게 소고의 빛이 어둠에 물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미심장한 말과 특유의 미소를 지은 채 서서히 소멸되었다. 마치 데이터 입자처럼 완전히 빛이 되어 흩날렸다. 워즈는 한동안 그가 사라진 방향을 그저 하릴없이 계속 바라보았다. 

    "응~ 시로워즈- 확실히 나의 마왕이 걷는 미래, 나도 보고 싶어졌으니까-" 

    모두 마왕으로 한마음 한뜻이 된 두 사람 사이엔 어딘가 좀 아슬아슬한 흑백의 경계선에 서서 서로 대치하던 흑과 백, 빛과 어둠같은 두명의 워즈가 소고로 인해 전혀 인간미조차 아예 없던 것치고 많이 인간적으로 변했다. 미래가 불완전하니까, 그래서 좀 더 새로운 꿈을 꾸며 나아갈 수 있는 것처럼, 인간이란 미래와 같았다. 아직 아득히 깊은 심연의 어둠 밖에 없는 미래일지라도 새롭게 바꿔나갈 수 있듯이 사람도 변할 수 있었다. 워즈는 스스로도 자신은 변했다고 생각했다. 그건 시로워즈도 마찬가지였을까? 좀 더 이야기하고 싶었는데 아쉬울 따름이다. 

    그러면서 그는 여태 이해할 수 없던 어떤 것에 대해서 그렇게 정의를 내렸다. 워즈는 주머니에서 라이드 워치를 꺼냈다. 가면라이더 워즈로 변신할 수 있는 워즈 워치다. 그는 여전히 필사적으로 싸워나갈 것이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 앞에 이어질 역사가 따분한 미래라면 재미없잖아? 미래는 정해진 방정식이 아니다. 

    문득 워즈는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축복하라! 나의 마왕- 토키와 소고가 걸어갈 앞으로의 미래를 기대하며..' 중얼거린 말이 공중에 옅어져 이내 곧 덧없이 허공에 흩어졌다. 그 사이 칠흑같던 깊은 밤이 아까보다 더욱 진하게 물들어갔다. 그날 따라 레굴루스의 별이 유난히 반짝 빛났다. 

     

     

     

     

                                Black & White 二つの顔 
                                (Black & White 두 얼굴) 

                                  貴方にはどちらが見える 
                                       (너에겐 누가 보여?) 

                    例え 傷付いても 本当の答え探す筈 
               (설령 상처받아도 진짜 답을 찾을거야) 

                                Black & White 二つの道 
                            (Black & White 두 개의 길) 

                                      貴方ならどちらを選ぶ 
                        (너라면 어느 쪽을 선택할거야?) 

                  例え 迷ったとしても 答えは貴方の中 
               (설령 망설어져도 답은 너의 안에 있어) 

                     Black & White  Black & White 
                   (Black & White  Black & White) 

                                         ー Black & Wh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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