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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정류장에는 항상 네가 기다리고 있었다특촬물 2021. 3. 9. 05:49
* 연성 속에 나오는 지명과 전개를 이끌어가기 위해 소재를 넣은 라노벨은 모두 가상으로 지은 이름입니다!
* 오브 & 제트 본편 완결 이후 시점, 우주 정류장이라는 소재가 생각나 쓰고 싶었음 << 가이와 쟈그라 둘만이 아는 만남의 장소 무언가.....
* 배경음악 / 아이즈원 - Spaceship
끝없이 넓고 어두운 우주 공간. 이 위험한 일들이 많이 일어나는 곳에서도 정류장은 있다. 물론 우주 정거장과는 비슷하면서도 개념이 다르다. 우주 정류장에는 우주여행을 하는 다양한 행성에서 온 성인들부터 시작해 수많은 울트라맨이 머물고 가는 기지이기도 하다. 울트라맨 오브, 쿠레나이 가이도 그 중 하나였다.
우주 정류장에는 공간 곳곳에 설치되어 있었다. 이 많은 정류장 중에서 딱 한 곳만이 가이가 자주 애용하는 곳이 있었는데 역시 다른 장소보다 이쪽이 꽤 마음에 들었다. 그거야 당연히 물어보나 마나 뻔한 거 아닌가? 답은 하나다. 처음부터 이미 정해져 있었다. 그 누군가 한명 때문이다. 저글러스 저글러, 그 녀석이다.
사실 말하면 이 우주 정류장은 울트라맨들이 사는 빛의 나라, M78 성운에서 임무를 받고 활동하기엔 적합하지 않다. 다른 정류장에 비하여 살짝 멀리 떨어진 터라 좀 많이 돌아가야 한다는 점이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이는 여기가 좋았다. 언제나 올 때 마다 저를 반기는 건 저글러가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저글러와 거의 만난 적도 없다. 그가 제 곁을 떠난 뒤 얼굴조차 본 일이 없었으며 지금은 이제 어느 정도 풀어질 갈등이 모두 해결되었다지만 각자 서로의 길을 걸은 이후에는 더 이상 그와 만나는 일은 잘 없었다. 그러나 나도 그 녀석도 생각하길, 그래도 살아있으면 어딘가에선가 또 만나겠지 같은 식일 뿐이다. 그것이 전부 쓸데없는 거라는 걸 누구보다 알면서 말이다. 그 오랜 시간만큼 서로 너무나 잘 알아서 무려 수천 년 동안 함께해온 세월을 무시할 수 없었다. 여기서 조금 멀리 떨어진 라크스 행성에서 괴수 소동이 벌어지고 있다는 타로의 말을 듣고 떠나기 직전, 가이는 잠시 제로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지금 가는 거야?"
"네, 제로 씨- 라크스 행성에서 괴수가 난리치는 모양이라.."
"귀찮구만- 하지만 그게 우리 울트라맨의 사명이니까!"
제로는 턱을 한번 쓸었다. 그리고는 관자놀이를 긁적이다가 손허리를 하더니 짐짓 모른 척 가이의 눈치를 살피면서 입을 열었다.
"그, 뭐냐~ 가이.. 아니, 오브- 저글러의 소식 들었나? 내 제자 놈이 간 차원의 지구에서 '스트레이지'라는 괴수 로봇 부대의 대장으로 활약한 거 벌써 온 우주 전역에 쫙 펴졌군"
"들었어요. 저글러 녀석, 헤비쿠라 쇼타라는 이름까지 바꿔가며 정의놀이한 것 같던데요."
"나츠카와 하루키와 일체화한 제트가 우주로 온다는 말을 들었다. 뭐, 2만 년 빠르지만 어쨌든 자칭이라 해도 나름 내 제자라고 떠들고 있으니까 혹시 보게 되면 이 스승이 찾고 있다고 전해줘"
"그럴게요. 그럼 제로 씨,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몸 조심하라고?!"
짧은 대화가 끝났다. 울트라맨 오브는 손을 흔들어 간단한 인사를 남긴 채 자리을 떠났다. 가이는 떠나면서 날카로운 사심검을 든 무환마인 저글러스 저글러의 모습을 떠올리곤 피식 웃었다. 예의 우주 정류장을 찾아서 힘껏 날아올랐다.
저를 반겨주는 이 하나 없었다. 언젠가부터 저글러는 그곳에 오지 않았다. 뭔가 아무도 없으니까 조금 쓸쓸했다. 여행하는 바람의 방랑자는 외로운 기분이 되었다. 아, 그러고 보니 불현듯 이전의 일이 기억났다. 특별히 그날 잠깐 일이 있어 지구에 들렀을 때 마침 의논할 일도 있고 하여 정말 오랜만의 울트라맨 지드의 아사쿠라 리쿠가 사는 성운장을 찾았다.
서로 인사를 나누다가 우연히 테이블 위로 펼쳐진, 보다 만 페이지의 책 한 권이 놓여 있는 것을 발견하곤 아무 생각없이 무심하게 책을 들어 내용을 보았다. 그러니까 옆에서 리쿠가 슬쩍 다가와 어느 유명 인기 작가가 쓴 라노벨이라고 말해주었다. '네 시간의 정류장 앞' 이 책의 제목이다. 전체적인 스토리의 줄거리는 약간의 판타지가 가미된 흔한 청춘 학원물이었다.
책의 표지라던가, 제목이나 그림체 등 묘하게 자신의 흥미가 일어서 가이는 저도 모르게 책을 읽었다. 심지어 리쿠가 재밌다며 추천해주는 바람에 분위기를 타고 휩쓸린 것도 한몫했다. 페가와 라이하도 편안하게 볼 수 있는 힐링용이라면서 권유하는 터라 스토리가 궁금해진 가이는 조금 읽어보기로 하였다. 그런 다음 어느 순간 등장인물들에게 엄청 대입한 채 미친 듯이 집중하고 있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을 땐 늘 그랬듯 익숙하게 라무네 한 모금을 시원하게 벌컥벌컥 들이켰다.
투명한 병 속에서 탄산이 보글보글 거품이 일어난 라무네가 마치 사이다처럼 톡 쏘아대며 입 안을 적시는 소다 맛의 상큼함이 책 속의 캐릭터에 마구 몰입하는 중인 가이의 마음을 아려오게 만들었다.
"우리들이 만나는 시간은 한정되어 있다고!"
"설령 엇갈려도 너의 시간의 정류장 앞에는 항상 내가 기다리고 있을께"
가장 명장면이라 할 수 있는 두 사람의 대화다. 아마 모든 독자들이 작품의 메인 주인공인 하루가 치리한테 내뱉는 명대사로 제일 두근두근 설레는 최고의 씬일 것이다. 이 외에도 학년이 다른 고등학생 캐릭터들이 몇몇 더 등장한다. 작품을 주요 소재로서 이끌어나가는 장소, 그리고 총 세 쌍의 커플링이 이루어지는 장소의 배경이 되는 것이 바로 이 통학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가야 할 무대가 이 정류장이다.
아침 등굣길의 전철 안에서 소녀와 소년은 우연히 만나 서로 한번씩 도움을 받은 일로 호감이 생겨나며 조금씩 가까워지는 내용이다. 그런데 전개가 점점 절정을 향해 갈수록 밝혀지는 진실에 대해 이유가 드러난다. 그들은 저마다 다른 시공의 시간선에서 존재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원래라면 둘이 전혀 만날 경우의 수조차 없었으나 특별하게 다른 차원의 세계와 잇는 교차점에서 두 사람 모두 같은 정류장에서, 같은 전철을 탔다는 것이 밝혀지고 말하는 갈등 해소 부분의 장면이다.
책을 덮으면서 가이는 다소 긴 한숨을 쉬었다. 어쩐지 지금 우리 모습 같지 않은가 싶어서 결국 또 저글러를 떠올리는 것으로 끝이 났다. 자신과 저글러의 사이는 정말 수천 년 동안 이어져온 지겨운 악연의 고리일 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인연의 끝을 맺고 싶은 것은 아니다. 그저 이제 와서 함께한 유대를 끊으려 해도 끊지 못할 그런 사이의──
이런저런 기억을 떠올릴 때쯤 우주 정류장에 도착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을 담아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저글러는 어디에도 없었다. 문득 깨닫게 된 것은 내가 그를 의지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어쩌면 얼마나 떨어져 있어도 금방 제 곁을 서포트해줄 거란 믿음이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일단 지금은 싸움에 집중하자. 가이는 까만 밤하늘 별이 은은하게 빛나는 우주의 정적 속에서 한번 눈을 감았다 뜨곤 그리 생각한 후 조용히 경계 태세를 취하며 움직였다. 한 손에는 오브 칼리버를 든 채 행성 라크스에서 난동을 부리는 괴수와 싸웠다. 하지만 꽤 만만치 않은 편이라서 처음엔 분명 울트라맨 오브 쪽이 우세했던게 점점 밀려나고 밀려나 상황이 역전되었다. 이번 괴수는 그냥 단순한 괴수가 아니라 인공지능과 결합하여 변이된 것이었다. 어째 길바리스 사건 때와 비슷한 느낌인데.. 아무튼 수세로 몰리게 되자 당연히 전투에 있어 오브가 매우 불리한 위치에 놓여졌다.
오브가 광선을 모으려 할 찰나, 괴수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격렬한 공격을 퍼부었다. 손에 모으던 푸른빛의 광선이 힘없이 사라졌다. 이럴 때 하필 괴수가 공격해올 게 뭐람? 그만 허무해져버린 가이가 허, 하고 혀를 내두른 뒤 다시 연타 공격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이대로 버티다간 체력이 바닥날 듯 성 싶었다. 오브의 가슴 한가운데에 오브 링을 닮은 듯한 영롱한 푸른색 컬러 타이머가 시간이 다 됐다는 표시를 하는지 반짝반짝 빛났다. 곧 변신이 풀려버릴 것 같았다.
오브는 하는 수 없이 빨리 싸움을 끝내기 위해 몇 번 괴수를 때린 뒤 힘을 약화시켰다. 이어 다시 광선을 모아 오브 칼리버에 힘을 싣고 마지막 결정타를 날렸다. 그랬더니 괴수는 끼이익- 괴상한 소리를 낸 채 쿵, 둔탁한 굉음이 들리며 쓰러졌다. 쓰러지면서 엄청난 불꽃과 함께 주변의 흙먼지가 휘날리면서 돌 조각 파편들이 여기저기 튀었다.
어떻게든 무사히 괴수를 무찌른 모양이다. 그제서야 오브 안의 가이는 겨우 안도의 한숨을 내뱉으면서 가슴을 쓸어내렸다. 슬슬 빛의 나라에 돌아가 타로한테 보고를 해야 될 것 같았기에 지체없이 행성 라크스를 떠났다. 그 사이 벌써 시간이 많이 흐른듯 했다. 가이는 다시 자주 가는 그 우주 정류장을 찾았다. 이곳에 도착한 뒤에야 울트라맨 오브는 변신을 풀고 변신 전의 모습으로 되돌아왔다. 어느 새 가이의 손에는 그가 즐겨 마시는 라무네가 들러져 있었다. 한번 콸콸 들이킨 뒤 주위를 살펴보았으나 저글러는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
사건이 터지지 않을 때도 종종 정류장을 찾고는 했지만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또 그 다음 날도 저글러의 존재는 달빛에 비친 무환마인의 그림자조차 검은 눈동자 속에 담겨지지 않았다. 그리고 오늘도 역시 그 녀석은 없었다. 가이가 조금 실망한 감을 감추지 못했다. 다만 한가지 마음에 드는 것은 창이 넓은 고동빛 가죽 모자는 얼굴에 드러난 그 표정과 감정을 감출 수 있어서 참 좋았다. 그는 이내 우주 정류장을 벗어나려 할 즈음이다. 저 멀리서 저벅저벅 구둣소리가 귀에 들려왔다. 왠지 많이 들어본 듯한 낯익은 소리였다.
"이 소리는?"
"아, 뭐냐? 가이였나"
주머니 속에 푸욱 찔러넣은 손을 쏙 빼면서 머리를 살짝 흐트러뜨린 저글러가 걸어왔다. 말끔히 차려입은 잘 다려진 까만 정장차림 안에는 그의 상징과도 같은 붉은 와이셔츠를 입은 채 한쪽 귀에는 뱀 디자인 형태의 이어커프가 끼워져 있는 그가 입꼬리를 올린 채 빙글거렸다. 가이는 어디로 보나 확실히 제가 아는 저글러 그 자체라 마음 속 어딘가에선 그렇게 안심했다.
"역시 너였군"
"왜? 그래서 또 나라서 불만이냐?"
"아니, 꼭 그런 건 아니고-"
"꼭 그런 건 아니라면 어느 정도는 반쯤 불만이라는 거네?!"
"아냐~ 그런 거 아니라니까!"
가이가 벌겋게 성을 냈다. 내심 좋으면서도 굳이 저글러 앞에선 완전히 모든 걸 내색하지 않는다. 그는 이 같은 가이를 보며 큭큭 웃었다.
"됐어~ 넌 여기 뭐하러 왔는데?"
"행성 라크스에서 괴수 소동 때문에 처리하고 오는 길이야"
"그러셔? 오브도 참 바쁘다. 바빠~ 그렇지?"
"요즘 네가 정의놀이 한답시고 아주 신났군"
"닥쳐~ 그거 갖고 내 약점 잡을 생각이면 꿈 깨라~ 그냥 단순한 변덕일 뿐이거든"
"그런가"
"넌 어느 쪽으로 가? 난 이쪽-"
"난 저쪽 방향-"
"우리 다시 만난 것도 꽤 됐지? 한동안 못 만났으니까 말이지~ 라무네 그만 마시고 밥이나 먹으러 가자!"
"으응~ 빛의 나라에 보고를 해야 해"
가이는 덤덤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 O-50 행성에도 들러야 한다는 말도 이었다. 하긴, 빛의 고리에 선택받은 울트라맨 오브는 원래 그쪽 출신이니까.. 저글러는 '빛의 나라'라는 단어에 여전히 별로 좋은 감흥을 얻지 못하겠다는 듯이 인상을 쓰며 말했다.
"그럼 오늘 저녁 7시, 내가 자주 가는 칵테일 바 알지? 그쪽으로 와"
"라무네도 있던가?"
"그래 그래~ 석양의 라무네 씨, 실컷 마셔도 된다."
"석양의 라무네는 또 뭐야.."
"네 별명인 석양의 떠돌이 플러스 라무네를 합친 말~ 어때? 노을 품은 라무네라.. 나 지금 괜찮은 별명 지었지?!"
"저글러가 지어준 별명이라면 뭐든 좋아"
"헷- 뭐, 하여튼 난 먼저 가서 기다릴테니 천천히 관광이나 하면서 오라고-"
"알았어"
시간과 장소를 알려줬으니까 딱히 문제 없을 거다. 가이와 저글러는 각자 자신이 갈 방향을 향해 엇갈린 길을 걸었다. 우주로 날아가기 위해선 다시 울트라맨 오브로 변신해야만 하기에 가이는 오브 링을 든 채 변신 자세를 취했다. 그러다가 불현듯 생각나는 것이 있어 휙 뒤돌아 보았다. 아직 저글러가 제 시야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상황이다.
무언가 말을 해야 하는데,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어떻게 전하면 좋을지 몰라 망설였다. 보통 이런 쑥스러운 말을 잘 하는 편이 아니었으니까 조금 진지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정말 그 말을 꺼내도 괜찮을까 싶어서 내면의 나와 열심히 갈등하는 와중 저글러가 대체 무엇을 말하려고 뜸을 들이는 거냐며 한마디 하였다.
"저글러!"
"왜?"
"설령 엇갈려도 너의 시간의 정류장 앞에는 항상 내가 기다리고 있을께"
"하아? 가이, 너 미쳤냐? 이 인간이 이번에는 무슨 헛소리 하나 했더니만.. 이런 낯간지러운 대사 따위 절대 네가 생각했을 리는 없고- 어디서 주워들었어?"
"실은 며칠 전에 본 라노벨의 주인공이 하는 대사인 걸"
"그럴 줄 알았다."
"......."
"어이, 저기 미안한데.. 나 지금 너무 어이가 없어서 그런데 이거 태클 걸어도 되지?"
"응?"
"야~ 우주 정류장에 기다리는 건 네가 아니라 오히려 나거든!"
"아니 진짜 뭐라 말도 못해~ ..... 에? 네가? 언제부터?"
"하아.. 그냥 말을 말자"
"무슨 말을 하다가 말아"
"너 진짜 약속 시간 정확히 정각 되서 안 오면 죽을 줄 알아라"
"정말 제멋대로라니까.."
"동감이다. 바보, 약속 늦지 마"
"금방 다시 볼 거지만 어쨌든 잘 가"
"너도-"
두 사람은 시선을 마주 본 채 웃어버렸다. 가이는 오브로 변신한 후 다른 뉴 제너레이션즈 울트라맨들이 임무를 마치고 기다리고 있을 빛의 나라를 향해 힘차게 날아올랐다. 그와 교차하는 반대 방향에선 이미 무환마인으로 변한 저글러가 단숨에 워프하여 어느 새 시야에서 사라지고 없었다. 다만 그 아래 어디서 왔는지 모를 녹빛 환상을 품은 분재 이파리가 떨어졌다.
한편, 가이는 기분 좋은 얼굴을 하였다. 한동안 얼굴을 보지 못했다고 계속 널 그리던 마음이 이제 가벼운 느낌이 되어 조금 있다 만날 그와의 약속을 상기하자 괜시리 기대감으로 가득 흘러왔다. 분명 저글러도 같은 마음이었으리라. 가이는 한시 바삐 속도를 내어 재촉하며 돌아가는 길을 더욱 서둘렀다. 예전에는 미처 그땐 깨닫지 못했지만 우주 정류장에는 항상 네가 기다리고 있었다.'특촬물'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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