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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침과 밤의 미묘한 거리
    특촬물 2020. 4. 26. 06:04

    * 루팡패트 본편 이후 카이리가 운전 면허를 땄다는 설정 

    오랜만에 국제경찰 지부 내에서도 잠시 숨 돌릴 틈이 생겼다. 갑자기 한꺼번에 너무 많은 일이 생겨버려서 힘들어 죽는 줄 알았는데 다행히 모처럼 휴일을 받게 되었고 나쁘지 않았다. 아사카 케이치로는 사쿠야, 츠카사와 함께 쾌도들이 일하는 식당 쥬레를 향해 서를 빠져나왔다. 이번 일주일 내내 일이 많다고 불평하고 그렇게 막 투덜거리더니 우미카를 만날 생각을 하던 히카와 사쿠야는 벌써 이미 저만치 입꼬리가 씨익 올라가 내려오지도 않는다. 옆에서 묘진 츠카사는 핸드백에서 조그만 귀여운 곰인형 하나를 꺼내 귀여워하며 마구 볼에 부비적거린다. 

    "나참, 내가 경찰이란 걸 자각하는거야? 마는거야? 뭐, 오늘은 오프니까 상관없으려나-" 

    케이치로는 가만히 주머니에서 사토루의 물건이었던 이어폰을 꺼내어 귀에 꽂았다. 잔잔한 경음악이 스피커를 타고 흘러나와 귓 속을 살짝 간질였다. 케이치로의 개인 차를 타고서 전부 한창 자기 환상에 빠져있던 국제경찰들이 이윽고 비스트로 쥬레로 도착했다. 

    도착해서 문을 열면 언제나 그렇듯 속마음을 알 수 없는 금발머리를 한 야노 카이리가 빙글 웃으면서 여성 손님들한테 장난을 치고 있다거나 사쿠야가 그리 좋아서 안달하는 중인 하야미 우미카가 서빙을 하는 내내 지금 그 녀석을 상대하고 있다. 요이마치 토오마는 한쪽에서 손님들에게 나갈 메뉴의 요리를 만들고 있었다. 

    "카이리- 오늘도 땡땡인거야? 장난만 치지 말고 여기 와서 좀 도와" 

    "하고 있잖아! 손님들 상대- 이것도 나름 일종의 서비스적인 일이거든" 

    "아오- 토오마! 쟤 좀 어떻게 해봐~ 나 바쁘다구-!!" 

    "냅둬~ 일일이 귀찮은 일 상대하지마" 

    우미카가 혼자 열심히 토오마가 만든 요리를 나르고 있을 때 카이리는 벌써 앞치마를 접고 있었다. 정신없이 바빠서 가게 일로 벅찬 두 사람은 이젠 뭐라 말할 기색도 없었다. 아니 그 전에 카이리를 나무란 적 있었나 싶지만 넘어가자- 하여튼 그것보다 좀 더 뭔가 즐거운 일이 있다는듯 마냥 얼굴에 빙긋 웃으며 '케이쨩- 케이쨩-' 하고 불러댄 녀석이 케이치로의 손목을 끌고 나간다. 

    잠시 나갔다 온다는 말은 그래도 예의상 했으니까 뭐, 괜찮을거란 생각을 하면서 쾌도다운 빠른 스피드를 자랑하며 카이리는 눈앞의 순식간적인 상황에 지금 넋 놓은 채 얼 빠져있는 케이치로를 이끌고 쥬레를 나왔다. 

    "케이쨩- 우리 드라이브하자!" 

    "하아?!" 

    케이치로가 뒷말에 뭐라고 말하기 도 전, 카이리가 문을 열어 그를 조수석으로 밀어넣은 뒤 운전석에 올라탔다. 어어? 차키는? 순간 어리둥절하긴 했지만 곧 뒤늦게 눈치채고 만다. 케이치로는 잠시 저 녀석이 쾌도라는 걸 잊고 있었다. 정의로운 의적 뭐시기하지만 어쨌든 쾌도도 결국 도둑은 도둑이니까.. 게다가 특히 눈치 빠른 카이리 앞에서 저 정도는 못 당해낸다는 것을 본인도 잘 알고 있던 터다. 생각하기 싫어도 말이지── 

    "어? 근데 카이리- 너 운전할 줄 알아? 면허 있어?" 

    "푸흡- 어이, 어이, 잊고 있겠지만 나도 성인이야! 당연히 면허증 있지" 

    카이리가 한번 엑셀러레이터를 밟았다. 부아앙, 소리가 나며 점점 가속도를 올라가는 케이치로의 차 안이 괜한 열기로 후끈해졌다. 얘 정말 면허증 있는 거 맞아? 속으로 그리 생각하던 그때, 카이리가 다시 환번 화끈하게 엑셀을 밟더니 그대로 속도를 확 올린 채 도로를 주행하였다. 

    "야! 잠시만-!! 이봐~ 카이리- 뭐가 이렇게 난폭운전이다냐" 

    "왜~ 나 케이쨩 때문에 기껏 운전 면허까지 땄는데-" 

    "어이- 너 지금 그게 말이라고 하냐! 경찰을, 그것도 국제경찰을 옆에 두고 난폭운전인거야? 내 안주머니에 보면 수갑 있다? 언제든 국제경찰의 권한으로 널 당장 서로 연행할 수 있거든" 

    "하여튼, 딱딱해가지곤.." 

    분명 빨간불인데, 아직 파란불로 신호가 바뀌려면 약 2~3분 정도 꽤 시간이 걸릴 터인데 운전 면허 좀 땄다고 지금 대놓고 자랑하겠다는 것인지 카이리는 정말 경찰을 옆에 둔 채 거칠게 운전을 하였다. 어이가 없어서 그만 말문이 막혀버린 케이치로가 눈을 감고 고개를 끄덕인 후 다시 눈을 떴다. 그래, 어디 한번 될대로 되란 식으로 행동하며 가만히 팔짱을 꼈다. 그리고는 이내 무언가를 읊조렸다. 

    도로법 제 36조, 도로법 제 117조, 신호 위반 좀 했다고 옆에서 자꾸 도로법과 헌법 내용을 읊는 바람에 카이리는 다소 당황해 마지 않았다. 이 사람이 진짜 어디까지 융통성 없고 둔해빠져서 고지식한 경찰이긴 했지만 설마 보통 이렇게까지 하냐고! 내가 뭣 때문에 운전 면허 따길 결심했는데 축하는 못햐줄 망정, 케이쨩 참 둔해빠졌다니깐- 카이리는 볼멘소리로 혼자 중얼거리며 계속 난폭운전을 했다. 

    그런 케이치로의 모습을 보니까 괜히 더 약올리고 싶어진 마음이 들어서 일부러 속도를 최대한 올려버렸다. 그런 녀석을 옆에 두고 결국 참다 못해 인내심 한계가 와 폭팔해버리고야 만 케이치로가 기어이 화를 내며 특별히 국제경찰만이 사용 가능한 총을 꺼내들어 조금 카이리를 위협해보았다. 이러면 제 알아서 수그러지겠지 싶어서 말이다. 

    "정말 서로 연행되고 싶지 않으면 속도 줄여! 브레이크 밟아봐! 천천히 서행해라" 

    "에.. 싫어~" 

    "카이리! 좋은 말 할 때 멈춰! 저 앞에 교통기동대 있는 거 안 보여?! 으아, 차, 차 흔들려.. 으아아아아- 멈추라고-!!" 

    너무 급행하고 있어서 차도 흔들리고 몸도 같이 들썩들썩거려서 안전바를 맸는데도 불구하고 별 소용이 없었다. 그러나 매우 정신없는 그 와중에 카이리가 케이치로의 이름을 불렀다. 

    "케이쨩-" 

    "왜?" 

    "나 사실, 서에만 틀어박혀있는 케이쨩 때문에 내가 케이쨩 언제든지 보려고 일부러 면허 딴거란 말야~ 아직도 모르겠어? 그, 내가 케이쨩을 좋아한다고...." 

    "뭐?!" 

    일순간 케이치로의 얼굴이 당황함으로 바꼈다. 급박한 순간에 용케 이 생각했구나, 아니 저거 처음부터 미리 작전을 짜놓은 거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쾌도인 그의 성격으로 본다면 확실히 전자보단 후자가 더 맞는 것 같다. 때마침 누군가 이쪽으로 다가와 똑똑, 유리창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카이리가 창문을 여니 뜻밖에도 그곳에 서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타카오 노엘이다. 

    "노엘- 여기서 뭐하고 있어?" 

    "어이, 너 지금 교통기동대에서 뭐하고 있냐?" 

    "오! 카이리 군- 케이치로 군- 여기서 다 보게되는걸~ 나? 나는 오늘 일손이 부족해서 말야.. 흐음- 교통기동대 인재들을 좀 더 뽑을 필요가 있겠는걸~ 아, 그나저나 이거 케이치로 군의 차 아냐? 낮과 밤이 어디로 이동하시나-" 

    "그러니까 아침과 밤이라고 하지마-!!" 

    "Oh la la-" 

    카이리와 케이치로가 동시에 이구동성으로 노엘을 향해 소리쳤다. 프랑스식 발음으로 혀를 굴리며 일본어 중간중간에 프랑스어와 노엘 특유의 말과 행동을 하던 그가 짐짓 과장된 동작과 손짓을 표현하며 알 수 없군- 같은 표정을 지었다. 그가 두 사람을 아침과 밤이라고 비유한 이유는 각각 카이리의 성인 야노에서 밤을 뜻하는 한자 '夜(밤 야)', 또한 케이치로의 성인 아사카가 아침을 뜻하는 한자 '朝(아침 조)'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노엘의 그 같은 발언에 왜 두 사람이 발끈했는지 모른다. 루팡렌쟈, 패트렌쟈로 변신해 완전히 갱글러를 물리친 이후에도 카이리와 케이치로, 두 사람의 마음은 좀처럼 잘 좁혀지지 않고 평행선을 유지했다. 아침과 밤 사이의 거리는 여전히 미묘한 거리가 남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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