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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위터에서 동욱(@Dongwook_EXD)님의 맞연성 리퀘 드린 류소우쟈 나다 연성입니다!
* 32화에서 겨우 불행 이겨내고 아군화되서 이제 좀 행복해지나 했더니 바로 다음 33화에서 나다 죽여버리는 씬을 넣는 바람에 너무 슬퍼서 나다 중심 류소우쟈 이야기 한번 써봄
대체 어떻게 해서 가이소그의 갑옷을 얻었는지, 약간 류소우족 마을을 버리고 수행하러 떠난 시점의 나다의 일대기와 32화에서 전 동료였던 밤바와의 관계와 아주는 아니지만 슈퍼전대 최강 배틀 스포와 본편 대사가 조금 섞어있어요! 이때 나다의 심정이 어땠을지 그의 마음을 백일몽, 악몽 등과 같은 꿈으로 비유하여 표현했습니다!
* 작업곡으로 드림캐쳐 노래를 듣다가 그 다음 곡에 아라시 노래가 이어서 나왔는데 가사가 너무 나다 같아서 슬퍼서 저도 모르게 울컥했네요.... 나다야..... ㅜㅠ 두 곡 전부 노래 좋아요..ㅜㅠㅜㅜㅠ
드림캐쳐 Good Night 가사 중 하이라이트 파트인「벗어날 수 없을걸~ 더 발버둥 쳐도 oh- 끝없이 반복되는 악몽 속에서 이대로 갇혀 있어줘」
아라시 Find The Answer 3절 후렴 「단 하나의 답에 대신할 수 없는 것만을 끌어안고 살아가면 되- I'll seize the light 바람처럼 스쳐가는 계절 속에서」이 두 가사를 인용했습니다!
-폭풍같은 비가 그치고 나면-
처음엔 분명 아니라고 생각했다. 분명 말이지- 나다는 마스터 레드에게 섭섭한 마음을 억누를 길이 없었다. 지금도,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말이다. 솔직히 말하면 자신은 육지나 바다, 하늘의 류소우족 출신 사람들 중 실력은 ──특히 검을 다루는 실력이라면── 그 누구보다 못지 않다고 생각해왔었고 그리 자부해왔었다. 하지만 여전히 마스터 레드한테는 간단히 인정해주지 않았다. 나다는 그것에 대해 조금 답답하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하고 정말 섭섭하면서도 분한 마음을 애써 감추지 못했다.
그 기분에 한번 붉은 제 입술을 다소 살짝 이로 꽉 잘근 깨물었더니 그 끝에 남은 혀의 감촉은 씁쓸함이었다. 그리고 그 감정 밖에 남지 않은 나다는 결국 마을에서 나가 다시 처음부터 열심히 단련하여 반드시 강해져서 돌아와 마스터에게 꼭 인정받고 말겠다며 길을 떠났다. 언젠가 좀 더 자신이 강해지면 그땐 자신도 어엿한 류소우쟈가, 그 중심을 이끄는 리더인 류소우 레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또한 그런 기회가 오지 않을까, 분명 잘했다고 인정받고 칭찬받을 수 있지 않을까 나다는 생각했었다. 그래서 멀리 수행을 떠난 것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 내내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설령 바람이 불어도 수행하길 잊어본 적이 없는데다 지금보다 검 실력을 더 쌓기 위해 한시도 잊지 않고 꼬박 시간을 지켜가며 숲 속에서 검술을 연습한 적도 꽤 많았다. 근데 왜 나는 안 된다는 말인가? 어째서! 어째서! 나다는 천천히 손을 쥐었다. 꽈악 쥔 주먹이 조금씩 미세하게 떨려오기 시작하는 것이 느껴졌다. 왠지 그런 기분이 되는게 싫어서 나다는 속으로 분했다. 상대도 상대지만 자기자신에게 지기 싫었다. 그래서 그런걸까나.. 이 수행도 갑자기 별 볼일 없게 느껴져버려 나다는 매우 허탈감이 찾아와 아무것도 하기 싫어졌다.
바로 그때, 딱 이 시기 때 마을 너머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소문에 의하면 두가지가 있었는데 하나는 자신이 떠난 육지의 류소우족이 사는 마을에서 곧 마스터 레드의 뒤를 이을 새로운 자가 기사룡전대 류소우쟈의 직위를 물러받을 예정이란 소리였다. 그의 이름이 코우라고 했던가, 벌써 류소우 레드를 상징하는 빨간색 유니폼도 입은 모양이었다. 그 외에 멜토와 아스나라는 녀석들도 각각 차례대로 마스터 블루, 마스터 핑크의 자리를 이어받을거라는 말을 들었다. 원래 소문은 순식간에 퍼져나가는 법이다.
또 다른 하나는 옛날 옛적에 류소우쟈가 만든 가이소그에 대한 것이었다. 언젠가부터 스스로의 의지가 생긴 갑옷으로 좀 더 강한 상대를 찾아서 싸우며 전 우주를 떠돌고 있다는 가이소그의 이야기를 듣자마자 나다는 바로 흥미가 생겼다. 한번 일어나버린 호승심을 버리지 못한 채 그는 마음 속에서 자꾸만 스멀스멀 올라오는 어떤 감정을 알 수 없는 애매모호한 상태가 되어 조금씩 조금씩 어둠의 꽃을 피워내며 미로처럼 끝없는 꿈 속을 헤매고 있었다.
지금 가만히 생각해보면 아마 이 때부터 모든 것이 시작이 아니였을까, 그런건지도 몰랐다. 과연 이 앞에 다가올 미래의 결말이 어떤 것일지 모르면서 나다는 오직 자신이 류소우쟈로 인정 받지 못했단 자괴감과 얼굴을 알지 못하는 코우와 그 동료들을 향한 질투에 가득차 이 이상 수행하기를 멈추고 돌아갈 결심을 하였다. 그리고 또한 강해지기 위해서 가이소그의 갑옷을 손에 넣을 생각을 하며 새로운 여정을 시작할 계획을 다시 세운 뒤 우주이든 어디든 헤매고 다닐 각오를 다지면서 전 류소우족 출신인 나다는 그렇게 파멸을 향해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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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다는 조금 두려웠다. 잘 생각해보면 코우네들보다 나이차도 꽤 많이 나는 편인데다가 뭐, 여러가지로 불편하고 괴로워서 질투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나이 먹도록 아직도 마스터한테 잘 보이기 위해 마음조차 없는 온갖 아부까지 하면서 엄청 노력했었는데 돌아오는 건 아직 부족하다던가, 상냥한 마음이 없다던가, 그런 말을 들었으니 솔직히 기분이 상했다.나다는 열심히 가이소그를 찾아서 이리저리 전 우주를 떠돌아다녔다. 몇 번이나 계속 헤매이고 역경을 헤쳐가며 나다는 자신이 그 속에서부터 단단해져 마음이 강해졌다는 사실을 모르는 채 더 강해지기 위한 힘을 얻고자 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 마음은 오히려 반대로 비뚤어지고 비뚤어져 깊게 내부에서부터 서서히 썩어가고 있었다.
원래 오래된 고목일수록 위에서부터 썩는 법, 하지만 그 아래쪽에서 위쪽으로 다시 올라갈수록 썩은 것이 떨어져내려간 뒤 새로운 새싹이 돋아난다. 그 과정에서 비바람을 이기지 못한 채 포기하고 좌절하여 끌러가는대로 끌러가버리면 나무는 푸른 식물을 싹틔워 예쁜 꽃을 피우지 못할 것이다.사람도 똑같다. 나무와 별반 다를 바 없이 마찬가지라 할 수 있다. 방해하는 모든 역경을 잘 이겨내 꿈을 싹틔운 나무처럼 사람도 역시 그렇게 되지 못한다면 그저 한낱 백일몽 정도에 불과할 뿐이다. 결국 남는 것은 아무것도 이룬게 없이 끝나고 말 것임이 분명하다. 나다는 이미 그런 틀림없는 인생의 조언자라는 별 시덦잖은 소리 따위 이제 더 듣기 싫을만큼 질러버렀다.
류소우쟈가 되기 위해, 어엿하게 믿음을 받는 한명의 전사로 선택 받고 싶어서 정말 열심히 하루하루 매일 기술을 쌓거나 익히고 또 그것을 수련하고 누구보다 가장 노력했는데 잘 되지 않았다. 류소우쟈로 선택 받지 못했다.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된 꿈은 마치 한낮에 꾼 꿈처럼 백일몽이 악몽이 되어 절 쫒아다니며 마구 괴롭혔다.
"아, 난 결코 이 악몽 속에서 벗어날 수 없는건가"
많은, 여러 의미가 담긴 깊은 한숨을 길게 내뱉은 나다가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었다. 목검을 꽉 쥐어진 손에는 힘이 실렸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도 있다 아이가..' 나다 특유의 억양이 깃든 사투리를 잔뜩 써가면서 그는 화가 나 목검을 한번 땅에 세게 쾅 내리쳤다. 순간 무언가의 화기가 울컥 치솟아오름을 느낀 그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그때 든 생각은 눈에 띄면 닥치는대로 주변에 있는 물건들을 모두 상관없이 신경쓰지 않고 때려부수고 싶다는 것이었다. 왜였는진 모른다.
그냥, 그냥 저도 모르게 자꾸 눈 앞에 보이는 모든 걸 파괴하고 싶은 마음이 일었을 뿐이다. 며칠 전에도 그랬던 것 같다. 뭔가 확실히 잘 기억나진 않지만 뭔가, 지금처럼 가끔 마음 속에서 이 같은 파괴 충동이 일어날 때 마다 무언가 또 다른 자아의 어떤 의지에 의해 휘둘러져 전부 파괴하고 다닌듯한 모양이다. 문득 정신을 차렸을 땐 ──무의식에서 의식이 돌아오면── 보라색을 띈 투구와 갑옷을 입고서 가이소켄(가이소그가 쓰는 검)을 든 채 땀에 흠뻑 젖은 상태가 된 자신의 모습이 있었다.
본모습으로 돌아오면 그제서야 다시금 깨닫곤 했다. 아니, 자신이 가이소그의 갑옷을 손에 넣은 후 소원대로 강해졌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자각하고는 했다. 인지하기 싫어도 인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다소 씁쓸하게 만들었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이제 더 강해져서 류소우족 마을에 나타나 모두를 놀래킬 생각이다.
리스크 따윈 없냐고? 훗- 당연히 알고 있다. 자아를 가진 갑옷인 가이소그가 가진 의지한테 점점 마음 속에 든 약한 부분을 파고들어 지배당하게 된다. 게다가 갑옷을 입고 있으면 역대 이 갑옷을 입은 착용자들의 기억을 엿볼 수 있다. 눈을 감으면 어디선가 마음 속에서 가이소그의 조소하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너도 결국 같은 녀석이잖아~ 류소우쟈의 전사로서 제 한몫한다는 인정받고 싶어서 강해지고 싶으니까 현실을 회피하고 도망쳐서 그 마음 속의 약함에 이리저리 휘둘러 결국 진짜 내가 누구인지 자신을 잃어버리고 마는 약한 녀석이지"
"아냐! 내는 약하지 안타! 절대로.."
"흥! 자기가 아무리 약하지 않다고 부정해봤지~ 지금까지 계속 잘 되지 않는 현실에서 도망치기만 했잖아? 발버둥쳐볼 생각하지 않은 채 한번도 제대로 확실하게 무언가를 마주한 적이 없는 주제에-"
"아냐! 아냐! 아냐! 아니라카이! 내도 있제, 그저 조금 힘들었을 뿐이다. 가슴 한구석이 쿡 아려오는 기분이 싫었데이-!!"
"후후- 뭐, 아마 넌 여길 벗어날 수 없을걸~ 더 발버둥쳐도 끝없이 반복되는 악몽 속에서 이대로 갇혀있어라"
가이소그에게 마음을 지배당한 채 휘둘러지면 언젠가 진짜 내가 누구인지조차 잊어버리고 자아도 잃어버리고 말겠지.. '그딴 건 이미 알고 있데이! 파멸을 자초한 일은 내가 직접 그 운명을 정한거고, 처음부터 언젠가 곧 이렇게 되리라는 것쯤은 알고 있다고!' 또 다시 울컥 차오른 분노에 나다는 주먹을 들어 옆에 있는 벽을 한대 쳤다. 괜히 주먹을 쥔 손의 손가락 뼈마디가 아려왔다. 하지만 그 아픔이 나쁘진 않았다. 살아있다는 느낌을 증명해주는 것 같은 기분에 나는 아직 더 살아도 된다고 말해주는 것 같아서, 아직 포기하지 말라고 그렇게 말해주는 것 같아서 나다는 그만 피식, 옅은 헛웃음을 지었다.
가이소그를 얻는 건 생각보다 의외로 간단했다. 지구가 아닌 우주로 가는 것은 뭐, 류소우족의 인간으로 태어났으면 보통 일반인들보단 우주에 쉽게 접근할 수 있었다. 류소울이라던가 같은 특별한 능력이 가진 물건 몇가지만 가지고 있어도 당장 우주로 갈 수 있었다. 마을을 떠날 때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류소울 몇 개와 목검만 챙겼기 때문에 나다에게 딱히 다양한 류소울이 있지 않았다. 어차피 정식 기사룡전대 류소우쟈의 멤버로 인정받은 상황도 아니었지만 하여튼 그랬다.
과거, 드루이든을 격파하기 위해 죽었다던 마스터 그린이 갑옷을 입은 채 드루이든을 물리쳤지만 갑옷 내의 파괴 충동에 휩싸여 본인이 마을을 파괴한 뒤 우주 어딘가로 떠나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죽었다는 소식을 나다는 이미 들어서 알고 있었다. 아마 가이소그는 몇 백년동안 계속 강한 상대를 찾아 싸우며 떠돌아다녔을 것이다. 그리고 이후 스스로 말도 하고 생각이나 움직일 수 있는 자아를 가진 전설의 갑옷, 가이소그를 마침내 우주(슈퍼전대 최강 배틀)의 어느 행성에서 갑옷을 찾아내 시착하고야 말았다. 두번 다시 저 끝없는 무의식을 향해 달려나가기로 한(돌이킬 수 없는 길) 나다는 이렇게 영원한 악몽 속으로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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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소그에게 거의 완전히 주도권을 빼앗겼을 때 나다는 오히려 더 낫다고 생각했다. 매번 싸울 때 마다 갑옷의 의지에 자아를 지배당해 고통스러워 할 바에야 차라리 이게 더 나은 것일지도 몰랐다. 가이소그의 모습을 한 채 돌아온 나다는 코우와 그의 동료들인 류소우쟈를 몇 번이나 만났다.정체를 숨기고 어떤 때는 가이소그의 모습으로, 또 어떤 때는 전 류소우족 출신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평범한 나다라는 사람 그 자체로 현재 류소우쟈 녀석들이 아지트 삼아 거주하고 있는 곳, 류소우족이 아닌 평범한 일반인 타츠이 우이가 사는 집에 놀러오는 척 했던 경우도 있었다. 나름 그들의 정세와 대체 현 류소우쟈 상황의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분위기를 파악한다고 한 계책이었지만──
지금까지 몇 달 함께 생활하면서 느낀 것은 확실히 다들 사이가 꽤 좋아보였다. 예전의 나라면 절대 상상조차 하지 못할 팀의 부드러운 분위기, 그리고 마스터 레드가 인정한 류소우 레드, 코우만이 가진 상냥함, 머리가 뛰어나 항상 뒤에서 차분하게 조용히 번뜩이는 멋진 작전을 세우는 류소우 블루의 멜토, 귀여운 이면엔 조금 괴력이지만 누구보다 의지되는 류소우 핑크 아스나, 침착함과 빠른 스피드를 보유하고 있어 늘 선두에 나서는 류소우 그린 토와, 나다가 한창 류소우족 마을에 있었을 때의 전 동료인 밤바가 류소우 블랙, 분하지만 저보단 훨씬 강하고 결단력도 빠른 그가 후방에서 뒤를 받쳐주고 선방에서 코우가, 그 옆에서 다른 동료들이 서로 앞뒤의 부족함을 채워나가면 정말 완벽하다.
진심으로 하는 말이지만 정말 완벽한 팀이 아닐 수 없을 정도로 보고 있자니 절로 감탄이 나온다. 그 광경을 경배하며 박수를 치고 싶을 심정이다. 거기다 이제 이 중 유일하게 바다의 류소우족이라는 류소우 골드인 카나로도 같은 한 팀인데다가 그의 여동생 오토와 타츠이 가에 신세지는 우이와 그녀의 아버지 타츠이 나오히사 부녀가 이들을 서포트해줄 조력자로서 나름대로 각자 위치에서 멋지게 활동 중이고─참나, 이거 뭐, 완벽해도 너무 완벽한 조합으로 이루어진 최강의 팀이라 내가 끼어들 필요도 없구마이- 그쟈? 류소우쟈 녀석들을 볼 때 마다, 특히 코우와 관련될 때면 괜히 드는 자괴감과 열등감이 느껴진 나다의 가슴 안에선 어둠의 꽃이 마음과 영혼을 갉아먹으면서 한층 더 성장했다.
"나다! 이대로 괜찮은거냐! 이걸로 좋은거냐고!"
갑옷이 벗겨진 후 잠시 쓰러져 기절한 나다를 가이소그에 지배당한 사념으로부터 해방시키 위해 갑옷에 깃든 사념이 코우 쪽으로 옮겨붙으려는 갑옷의 의지를 어떻게든 튕겨내며 겨우 막고있던 밤바가 옛 동료로서 크게 소리쳤다. 힘이 차는지 가이소그 갑옷의 의지에 밀려 숨을 조금 헐떡이고 있었지만 아랑곳하지 않은 채 밤바는 다소 호흡을 고른 후 다시 큰 목소리로 외치며 말을 이었다.
"넌 항상 도망쳤었지~ 우리 동료들한테서도, 류소우족의 사명에서도 넌 항상 도망쳤어! 또 도망치는거야? 넌! 크아악- 크윽-"
오래 버티고 말하기 힘들었다. 자아가 깃들어버린 가이소그의 갑옷은 새로운 강한 자의 육체를 찾아 옮겨붙기 위하여 발버둥쳤다. 류소우켄(류소우 검)으로 어떻게든지 막아보려 애쓰고 있지만 점점 밀려나갔다. 시간이 없다. 자칫 더 지체하다간 나다도 구하지 못하고 우리들도 당할 것 같았다. 밤바는 마지막 힘을 다해 다시 나다한테 소리쳤다. 이 목소리가 전해지길, 제발 닿아지길, 나다가 다시 혼자의 힘으로 일어날 수 있었으면 좋겠으니까──
이내 지금 완전히 갑옷에게 자아 주도권을 빼앗겨버린 가이소그가 된 나다의 공격에 여러 번 당한 채 엉망진창에 불안정한 호흡만 내뱉고 있는 류소우쟈 전원이 모두 밤바와 같은 한 마음일 것이다. 그의 등뒤로 동료들이 저마다 자신의 손을 얹었다. 가장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그리고 가장 소중한 것을 잃지 않기 위해 밤바의 어깨를 밀어주며 가이소그의 자아, 곧 그것의 사념체가 깃든 의지에 서로 힘을 합쳐 대항하였다. 그 앞에서 밤바의 목소리가 다시 사방에 울려퍼진다.
"한번이라도 좋으니까 자신과 정면으로 마주해봐! 싸우라고! 나다-!!"
정신을 잃은 상태에서도 언뜻 희미하게 밤바의 목소리가 들려왔던듯 하다. 왠지 꼭 그런 느낌이다. 이어서 반쯤 갑옷이 입혀져 가이소그화가 된 코우의 목소리도 들려왔다.
"지금 이 갑옷에서 나다의 기억이 흘러왔어~ 누구보다도 류소우쟈가 되고 싶어했고, 류소우족으로서의 긍지를 누구보다도 소중히 생각한.... 그 고상한 혼.. 우리들의 소울은 하나... 나다도 류소우쟈다."
정신을 잃은 상태에서 나다는 또 다른 새로운 목소리를 들었다. ──그것은 매우 익숙한, 자주 들어왔던 목소리── 어쩌면 자신을 나타내는 말로 왠지 꼭 본인이 외쳐야 될 것 같은 대사, 의지를 가진 갑옷을 손에 넣은 후부터 정말 지겨울만큼 자주 들었던, 너무나 귀에 익숙한 가이소그의 말버릇 대사가 들려왔다.「가장 강한 건 누구냐!」나다는 갑자기 머릿 속이 매우 혼란스러워졌다. 그리고 순간 미친듯이 느껴지는 고통과 아픔에 손으로 머리를 세게 꽉 부여잡았다.
선명한 가이소그의 목소리에 아로새겨진 나다에게는 희미한 동료들의 목소리가 자꾸 멀어진다. 괴롭다. 지금 괴로워서 미칠 것 같은 기분이다. '아, 대체 이 흘러오는 감정은 뭐라 설명해야 되노?' 사투리가 가득 섞어진 나다의 목소리가 공중에 내뱉어진다. 덧없이 허공에 공명하며 울렸다가 이내 사라졌다. 뭔가 마치 빛 입자처럼 흩어진 목소리가 덧없음을 느끼면서 나다는 어두운 공간 속에 계속 그렇게 한없이, 하릴없이 홀로 서 있었다. 그가 입은 검은색 옷이 더욱 주변의 공간을 어둡게 만들었다.
"...... 선배한테 설교 따위하다니 배짱이 두둑하구만~ 내는 니들의 그런 점이 진짜로 싫데이-"
천천히 눈을 뜬 나다가 가이소켄을 붙잡아 갑옷의 의지를 저지하며 힘겹게 일어섰다. 나다는 다른 류소우쟈들에겐 들리지 않을 정도로 낮게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너는 모르제? 내가 얼마나 너를 질투했는지.. 밤바- 똑같이 자신의 마스터한테 가르침 받는 동료로서 네 옆에 서면 내가 더 비참해진다고-' 빛나는 사람 옆에 있으면, 그 말을 듣는 것만으로 한없이 작아지고 초라지는 내 모습이 싫어서 변해보겠다고 손을 뻗은 곳은 빛이 아닌 어둠이었다. 그렇게 해서라도 나다는 자신이 동경하는 최강의 존재가 되고 싶었다. 단지 그 뿐이다.처음에는 밤바가, 다음에는 코우가, 그리고 자신의 실력과 능력을 인정해주지 않는 마스터에게 괜한 대항심으로 인해 질투나고 시기해서 결코 돌이킬 수 없는 과오를 저지른 채 그 짓거리를 한 이런 한심한 나라도 아직 동료들이 저를 붙잡아주는구나 싶어서 나다는 그 점만은 류소우쟈 녀석들의 따뜻한 마음이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정말 질색이다. 하여튼── 나다는 어이가 없어서 의미없는 헛웃음을 흘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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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후, 나다는 이제 류소우쟈의 새로운 동료가 되어 함께 탁구를 하며 시간을 보낼 정도로 완전히 마음을 연 그의 행복이 하루하루 지속되는 날을 보내고 있던 어느 날이었다. 류소우쟈, 타츠이 부녀와 함께 단체로 탁구를 하던 때 나다는 의자에 앉아 그들을 지켜보며 혼자 조용히 생각했다. 이제 겨우 불행에서 벗어나 행복해진 것 같은데, 좀 인생이 즐거워진듯한데 새롭게 마음을 다시 고쳐먹고 처음부터 시작하려니까 이 꼴인거가.. 훗, 내는 정말 바보구만-
"너무 행복해서 오히려 불안해지노"
사실 나다는 이 행복이 어디까지 계속될지 몰라 불안했다. 얼마나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도 오랜 시간 끝에 겨우 자신에게도 찾아온 손 안의 작고 평범한 소망들이 마치 환상처럼 와르르 깨뜨려져 무너질까봐 두려웠다. 하지만 그만큼 절대 잃고 싶지 않았다. 그의 얼굴에선 왠지 불안하다는듯한 말을 한 것과 달리 나다는 이번엔 조금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류소우쟈의 동료 비슷한 것이 된 이후 아마 처음으로 제대로 억눌린 감정 무언가를 내려놓고 진정 마음이 우러나서 짓는 웃음이 아닐까 싶다. 고작해봐야 와이즐, 가치레우스, 크레온, 그리고 몇 천, 아니 적어도 몇 만은 될듯한 하급 드룬병들을 포함해 이 세 간부 밖에 없던 드루이든 쪽에서도 새로운 간부인 프리셔스와 휘하의 우덴이란 드루이든이 나타나면서 류소우쟈의 상황은 조금 달라졌다.
워낙 강한 상대라 현 시점에선 아무리 최강의 팀인 류소우쟈들이라도 당해내지 못할 거라는 걸 아는 터라 나다는 조금 행동이 조심스러울 밖에 없었다. 절대 만나고 싶지 않은 상대를 만나버린 코우 일행은 전부 각각 우덴이 쓴 능력에 의해 갇혀버렸다. 기술을 쓰면 쓸수록 힘이 빠져나가는 능력 때문에 제대로 싸울 수조차 할 수 없는 상황, 이제 오로지 남은 건 아직 갇히지 않은 나다 뿐이었다.
어찌저찌 다양한 시련 끝에서 가이소그의 갑옷을 자유롭게 다룰 수 있게 됐고 기사룡전대 류소우쟈의 동료가 됐으니까 이번에는 정말 잘해봐야지 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딱 적당한 타이밍에 죗값을 치르라는 운명의 뜻인걸까, 나다는 우덴의 빈틈을 노려 코우를 구한 뒤 그만 힘이 빠져버려 그 자리서 쓰러졌다. 그렇지 않아도 벌써 아까 전에 우덴의 검에 당한 직후라서 더더욱 그랬다. 호흡을 채 가다듬기도 전에 나다는 쓰러져선 두번 다시 일어서지 못했다. 거의 심장 쪽을 직격으로 공격을 받아 가이소그의 얼굴 갑주도 부숴져 파편이 조각조각 틔었고 게다가 엄청 심한 중상을 입어버렸으니까 어쩔 수 없었다.
나는 이제 여기서 끝이구나, 죽는구나 싶어서 조금 억울하다면 억울했다. 하지만 반대로 그와 달리 한편으론 사실은 내심 홀가분했다. 거짓말로 자신을 둘러쌓던 가면을 벗을 수 있으니까 오히려 편한 기분이 든다. 코우의 울음 섞인 외침이 들려오지만 조금씩 조금씩 나다는 의식은 가물가물하게 희뿌연 안개처럼 시야가 흐릿해졌다. 가이소울과 가이소켄을 코우한테 맡긴 뒤 나다는 낮게 중얼거렸다. 코우는 예상치 못한 순간적인 상황을 인지하려 필사적으로 지금 이 현실을 부정하며 울면서 소리치느라 그것을 잘 알아듣지 못했다.
"내는 류소우쟈... 불굴의 기사 가이소그..."
사람은 누구나 변한다. 코우와 나다가 조금 다른 것이 있다면 코우는 자신이 스스로 변화하는 사람이었고 나다는 변화하지 않은 사람이었다. 직진 밖에 몰랐던 코우 역시 이면에는 한번 화나기 시작하면 저도 모르는 앞뒤 보이지 않는 성향이 있었고 설령 아스나가 그를 변하게 만들었다고 해도 본인의 의지가 없으면 사람은 부족함을 채워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그런 점에서 코우는 자기 안의 약함을 찾아 동료와 함께 나누며 강함을 채워나감으로써 변했다. 그리고 그 변화를 받아들이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나다는 그렇지 못한 채 자신에게 족쇄를 채워서 얽매여 깨닫지 못하고 타인과 비교하며 앞을 향해 나아가길 두려워 도망치기만 했던 것이 마스터 레드가 보기엔 상냥함이 없다고 판단했던게 아니었을까- 그러나 마지막의 마지막에는 나다 자신도 분명 그런 상냥함을 가진 변화하는 사람이 되었다고 믿고 싶었다.
맥스 류소울로 변신한 코우가 우덴을 격파하면서 녀석의 능력에 갇혔다가 빠져나온 나머지 류소우쟈들도 아무 말 없이 가득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코우의 표정에서 뒤늦게 나다가 어떻게 됐는지 대강 짐작할 수 있었다. 모두 어떤 말도 하지 않고 그저 눈물을 흘린 채 한동안 슬픔에 잠겨있었을 뿐이었다. 때마침 우이가 허겁지겁 숨 가쁘게 달려와 나다가 죽기 전 마지막으로 남긴 저 태블릿 PC 너머에서 재생되는 영상이 그나마 조금은 류소우쟈와 우이를 위로해주었다.
원래 미리 이 영상을 찍어놓은 뒤 아무도 모르게 다시 수행을 떠날 생각이었던듯 하였다. '정말이지.. 진짜 예측하지 못할 사람이야.. 나다- 너도 엄연한 우리들의 동료, 류소우쟈야....' 코우가 애써 눈물을 삼킨 채 미미한 웃음을 지으며 조용히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되돌릴 수 없는 처음의 빛 속에서 폭풍같은 비가 그치고 나면 단 하나의 답에 대신할 수 없는 것만을 끌어안고 살아가면 되- 바람처럼 스쳐가는 계절 속에서 나다는 잠시동안 아주 조금은 긴, 영원한 백일몽에 빠져있었을 뿐이다.'특촬물'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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