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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누구를 위해서 무엇을 위한 꿈인가
    특촬물 2020. 4. 25. 01:23

    * 오마지오로 각성하기 위해 미래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결의를 다진 소고에게 시험하는 워즈 이야기 // 지오 극장판과 47화 이후 사이의 어느 시점, 지오 극장판에서 새롭게 풀린 워즈의 정체와 약간의 츠쿠요미 변신 씬에 대한 스포일링 있으니까 그 점 주의하고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 TMI : 저 지오에서 워즈랑 우르 최애입니다! 게다가 츠쿠요미의 변신은 진짜 너무 멋있었다고요!! 

    * 제목을 이렇게 지은 이유는 가면라이더 지오 OP의 2절 후렴에서「누구를 위해서 무엇을 위한 꿈인가」라는 가사가 너무 인상적이라 인용했습니다. 

    축복하라! 헤이세이 라이더 마지막 시대를 맞이해 영광스러운 날을 기념하며.. 

    꿈, 꿈을 꿨다. 어둡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공간이었다. 그 공간 속에서 소고는 서 있다. 그리고 자신의 눈앞을 바라본다. 그 시선의 끝에 언제나처럼 봉마강림역이라는 이름의 미래를 예지하는 힘이 담긴 신비한 책을 든 워즈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은 채 서 있었다. '축복하라!' 또는 소고를 '나의 마왕'이라 외치면서 정중한 몸짓과 뭐든 분부대로 따를 각오가 되어있단 자세를 취한 그가 살풋 웃은 뒤 게임을 하자고 제안하며 다가왔다. 갑자기 너무 가까이 훅 들어오는 바람에 놀라서 소고가 당황해서 한발짝 뒤로 물러서며 말했다. 

    "워즈- 무슨 게임인데?" 

    "아주 재밌는 게임! 아마 엄청 놀랄꺼야~ 나의 마왕-" 

    여전히 헤실거리지만 의미를 알 수 없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면서 워즈는 무언가의 검은 천을 건넸다. 왠지 워즈가 항상 매는 그 마법같은 머플러랑 좀 비슷한데- 같은 생각 따위 하면서 소고는 살짝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아무 생각없이 지금 눈앞에 워즈가 하자는대로 그저 따라주었다. 일단 건네준 손 위의 천을 받아든 소고를 향해 워즈는 늘 하던 것처럼 이런저런 설명을 늘어놓은 후 뜻을 알 수 없는 환한 웃음으로 끝이 났다. 

    게임 설명을 들은 뒤 소고가 천천히 조심스레 천을 들어 눈을 가렸다. 그 뒷말을 덧붙여 워즈는 '알았어? 나의 마왕? 어떤 일이 있어도 내가 천을 떼라고 말하기 전까진 절대 눈가리개를 풀면 안되! 내 말 따라줄 수 있지?'라며 절대, 무조건, 반드시 결코 천을 풀면 안 된다고 특히 몇 번이나 강조했다. 두번, 세번, 네번을 더 목소리를 높인 워즈의 행동이 다소 귀찮아져서 소고는 그때 마다 대충 알겠다는 말을 반복할 뿐이다. 제대로 눈을 가렸으니까 걱정마! 나 왕이 될 사람이잖아? 그러니까 부하를 걱정시키는 일은 안해- 라고 워즈를 안심시켰다. 

    "축복하라! 자- 이제부터 너와 나, 술래잡기를 하는거다!" 

    워즈가 제안한대로 천을 둘러싸고 본격적인 게임이 진행되었다. '하나!' 크게 숫자를 외치던 그가 갑자기 목소리를 바꾸어 둘부터는 음성을 낮게 깔아 나긋나긋하게 외쳤다. 봉마강림역을 든 그의 얼굴에선 아이처럼 천진난만한 웃음을 짓고 있지만 한편으론 그것이 마치 그 사람의 속을 알 수 없는듯한 미묘하고도 애매모호한 미소를 하였다. 현재 눈을 가린 천 때문에 시야가 가려져 전혀 보이지조차 아니한 소고는 일순간 두려움에 휩싸일 수 밖에 없었다. 시야가 완전 차단되니 빛은 커녕, 어둠 마저 잘 보이지 않았다. 그냥 단순한 어둠이 아니었다. 

    이건 사람을 상대로 하여금 불안하고 공포를 주도록 하여 마침내 사람을 미치게 만들었다. 앞이 안 보인다는 것은 이런 것일까? 시각이 차단되니까 지금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청각과 촉각을 의존하게 되는 것 말곤 없었다. 가만히 두팔을 벌려 축복한다는 말을 되풀이한 평소의 워즈를 상상하니 꼭 어떤 신을 믿는 누군가가 생각나지만 그만두었다. 

    사실 그걸 떠올리는 것만으로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다. 그저 자신과 가까이 지내는 친숙한 존재를 떠올려 사람의 마음을 조금 안정을 조금 되찾을 아주 일시적인 효과일 뿐이었다. 시야가 차단된 상황에선 어떤 것도 자신을 만족시킬 수 없었다. 

    "나의 마왕- 날 찾아내봐~ 그럼 내가 축복을 내려주지" 

    "워즈? 워즈? 대답해봐! 어디야? 워즈?!" 

    조금 전 들렸던 워즈의 목소리도 이젠 들리지 않았다. 두려운 마음을 끌어안은 채 몇 번이나 손을 뻗어 워즈를 불렀지만 끝끝내 그 특유의 목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 자신들만의 새로운 왕을 만들겠다고 어나더 라이더를 만들어 방해 해오는 타임재커로부터 가면라이더 지오로 변신해 이 세계의 역사에 존재하는 다른 라이더의 힘을 쓰던 그동안의 일이 머릿 속을 빠르게 스쳐지나갔다. 

    매번 그들의 라이더 워치를 받아 새로운 아머의 체인지 폼을 변신할 때 마다 역사의 탄생을 축복해주던 워즈의 나레이션과 같은 말도, 본인의 협력자라며 위기에 처할 때 저를 도와주거나 하는 사람이다. 은근히 어나더 라이더를 쓰러뜨릴 힌트를 슬쩍 투척해준다거나 아니면 그냥 일반 평소에도 나의 마왕, 나의 마왕이라며 한없이 찬양 일색인데다 자신의 앞에선 항상 정중하고 예의바른 행동과 조금은 어른스럽지만 어딘가 속을 알 수 없는듯 미묘한 웃음을 흘린 채 소고가 원하는 그대로 전부 의사를 따라주던 그, 지금 워즈가 없다. 

    확실하진 않지만 왠지 느낌상 그랬다. 시야가 얼마나 차단 되어도, 귀에 목소리가 들려오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결코 잡힐 리 없는 허공을 휘젓는 손짓까지 모두 워즈가 여기 이곳에 없다는 상황을 인지하도록 만들었으니까── 그냥 이대로 천을 훅 풀어도 되건만 소고는 그러지 않았다. 약속이니까.. 절대 그가 말하기 전까진 이 천을 풀지 않겠다고 워즈랑 약속했으니까 말이다. 

    그딴 약속쯤 조금 어겨도 되지 않나 생각은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 왜냐하면 한번 한 약속이니까 어떻게든 끝까지 지킬 것이다. 설령 배신당한다 해도 소고는 워즈와의 약속을 반드시 지킬 것이다. 그게 최저, 최악의 마왕이 아닌 최고, 최선의 마왕이 되는 일 중 하나라고 생각하기에 소고는 약속을 깨뜨리지 않고 천을 풀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소고는 바닥에 털석 주저앉았다. 슬슬 그동안 자신에게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을 하나씩 떠올려본다. 지금은 해가 바뀌어 2019년 19살이 되었지만 1년 전 당시 평범한 18살 고등학생 토키와 소고, 아직 그때까지만 해도 너무나 평범했던 보통 사람에 불과한 자신이 어느 날 갑자기 2068년의 미래에서 마왕으로 군림한 오마지오를 없애러 2018년으로 온 가면라이더 게이츠의 장착자, 묘코인 게이츠와 츠쿠요미를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그들과 오래 알고 지낸 사이인 모양이지만 그가 어디 소속인지, 또 누구의 편인지──후에 그가 자칭 역사의 관리자 집단인 쿼쳐 소속인게 드러났지만 첫 만남 당시는 모든 것이 의문투성이었으니까── 전혀 속뜻을 알지 못하는 의미 불명인 워즈와 만남이 있었다. 

    지오 대신 자기네들의 새로운 왕을 만들기 위해 라이드 워치를 이용해 어나더 라이더를 만들어내는 타임재커의 간부 우르와 오라, 스월츠의 계획, 또 다른 세계에서 온 하얀 의상의 워즈 때문에 한동안 쿠로(흑)워즈, 시로(백)워즈로 구분해서 지내던 일도 있었다. 뭐, 시로워즈는 소고의 굳은 의지를 확인한 뒤 감화되어 결국 이 시간대에서 소멸해버렸지만── 

    소고는 한쪽 무릎을 세운 채 턱을 괴었다. 그러다가 이내 연신 마른세수를 하였다. 게이츠와 츠쿠요미, 워즈의 환한 미소가 차례차례 주마등처럼 스윽 스쳐지나갔다. 빛보다 더 빨리 지나간 느낌이다. 왠지 태어날 때부터 왕이 될 것 같단 생각을 늘 했지만 그렇다고 이 운명이 이렇게 돌아가는 건 역시 운명이라는건가, 모르겠다. 옛날 전국시대도 아니고 무슨 지금 문명과 과학이 훨씬 더 발달한 이 시대에 왕이 되겠다니 누가 보면 참 뜬금 없고 한심한 짓으로 보일지 몰라도 소고는 그 꿈을 지금까지 계속 가슴 속에 간직해왔다. 

    이렇듯 그런 근거 없는 자신감은 도대체 어디서 오는건지 너무 당당히 터무늬 없는 소릴 하는 소고를 받아준 토키와 쥰이치로, 쿠지고지당이란 이름의 작은 시계 가게를 운영하는 작은 할아버지는 어린 시절부터 쭉 커서 왕이 되겠다고 외치는 자신의 유일한 이해자였다. '훗- 갑자기 작은 할아버지한테 감사해지네' 소고가 두손으로 마른세수를 했다. 제 얼굴을 한번 스윽 쓸어내린 후 뒷머리를 긁어 헝클어뜨리며 잘게 쓴웃음을 지었다. 입가에 깊게 패이는 볼우물, 즉 보조개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스월츠에 의해 드러난 어릴 적 버스 사고의 진실, 소고가 항상 꿈에서 본 광경이라 치부하던 그 진실을 알았을 땐 꽤 충격이었다. 이 시간선에서 스월츠가 나타나 시공을 넘어 과거와 미래를 지배할 시간의 제왕의 자질이 있는 아이를 찾아 죽음이 걸린 시련을 받아야겠다며 버스를 폭주시키고 항의하는 부모들을 시간정지 능력을 걸었다. 기억 파편에 감춰진 장면 중 소고를 구하려는 츠쿠요미를 제지하는 스월츠와 이후 어린 소고가 기억하는 장면은 이미 폭주한 버스가 터널과 충돌해 폭팔하는 씬과 다이마진이 도시를 파괴하는 곳으로 옮겨지면서 바라봤던 그 눈앞의 모습, 그것이 소고가 꾼 꿈의 광경과 똑같은 장면이었다. 

    부모님도 모두 죽어버려 그래서 현재 자신을 거둬들인 작은 할아버지와 쿠지고지당에서 함께 살게 된 것이고.. 극히 기억 일부분 조각 파편 외엔 알지 못했던 이 버스 사고 진실을 완전히 알게 되고 나니 충격은 잠시, 조금은 어지러이 복잡했던 마음 속이 좀 후련해진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깊은 심호흡을 한 뒤 생각을 정리하면서 소고는 문득 이런 의문이 들었다. 

    나는 과연 잘하고 있는걸까? 제대로 최고, 최선의 마왕의 길을 걷고 있는걸까? 게이츠한테도 츠쿠요미한테도 워즈한테도 아, 물론 작은 할아버지한테도 항상 강조하던 것이지만 내가 정말 올바른 일을 하고 있는 것일까, 혹여 지금 최저, 최악의 마왕이 되는 길로 들어서고 있는 것은 아닐까 좀 노심초사하고 불안 초조해졌다. 

    왈칵 눈물이 차올랐다. 나는 이제 뭘 하면 되는거야? 난 대체 어떤 선택을 하면 좋은거야? 헝클어진 갈색 머리칼 따위 아랑곳 하지 않은 채 소고는 머리를 짚고 괴로워하였다. 모두 오마지오가 되는 나 때문에 지금 이런 사단이라면 역시 처음부터 이 시공 드라이버를 가지지 말았어야 했다. 그럼 미래의 최저, 최악의 마왕인 오마지오가 되는 일 따윈 없을테고 츠쿠요미나 게이츠도 레지스탕스가 되어 맞서 싸울 리 없이 평화롭게 지냈을 터다. 

    워즈도 마찬가지겠지- 그렇지 않아도 지금 현재 시야가 차단되어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인데 그 괴로움에 공포감이 한층 더 조성되어서 미쳐버리기 일쑤였다. 이성의 끈을 놓을 정도로 울부짖으며 크게 땅을 쳤다. 하울링과 섞어져 우는 소고 앞에 드디어 사라졌던 워즈가 나타났다. 

    가면라이더 워즈, 비욘 드라이버를 찬 채 모습을 드러낸 그가 갑자기 소고를 공격했다. 당황하여 워즈라고 이름을 부를 새도 없이 소고는 천을 스륵 풀었다. 곧 시공 드라이버에 지오 워치를 넣은 뒤 벨트를 한바퀴 빙글 돌렸다. 그러자 뒷쪽으로 시계 형상이 나타나며 소고가 시계의 시침과 분침을 표현하는듯한 자세를 취했다. '변신!' 이윽고 가면라이더 지오로 변신한 그가 소드를 든 다음 워즈와 맞서 싸웠다. 마침 강화폼도 얻었겠다, 계속 산전수전, 이런저런 일을 다 겪은 탓이라 어느 정도 강해진 소고였지만 역시 호각을 다툴만큼 워즈는 상상 이상으로 강했다. 

    괜히 자기 마왕한테 어나더 라이더를 쓰러뜨릴 힌트를 은근 던져주고, 함께 협력하는 동료에 새로운 라이더의 힘을 받아 아머로 변신할 때 마다 축복해주는 자가 아니라는 걸 다시 한번 그와 싸우면서 깨달았다. 그가 스스로 자신을 오마지오를 섬기는 충실한 신하라 표현할 정도니 말 다 한 셈이다. '왜 그래? 무슨 일이 있었던거야? 어째서 날 공격하는건데?' 워즈는 아무 말 없이 소고에게 펀치 일격을 날린 후 변신을 풀었다. 

    "그냥- 그냥 말이지.. 단지 나의 마왕을 확인하고 싶었거든~ 설마 내가 나의 마왕을 다치게 만들겠어? 조금 시험한 것 뿐이야" 

    "뭐가?" 

    소고가 변신을 해제했다. 워즈는 급 진지한 표정인 양 굳은 얼굴을 한 채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아주 잠깐동안 일각 말이 없다가 소고는 다시 워즈에게 되물었다. 

    "워즈- 워즈는 대체 뭘 하고 싶었던거야? 나는 최고, 최선의 마왕이 되고 싶어했는데 일이 왜 이렇게 되어버린걸까 모르겠어~ 어릴 때 있었던 버스 사고의 진실도 알았고, 내가 과연 옳은 선택을 하는건지도 이젠 알 수 없게 되버렸어~ 저기, 나 정말 잘하고 있는 거 맞을까나? 워즈라면 알잖아!" 

    "물론! 난 네가 어떤 사람인지 아주 잘 알지~ 후후- 나의 마왕- 내가 어째서 마왕한테 천을 써서 술래잡기를 하자 했을까, 아직 모르겠어? 오- 이런이런! 나의 마왕이라면 이미 답을 알고 있을 줄 알았는데 그저 내 착각이었나보네~ 실망했어~ 나의 마왕-" 

    "에..?!" 

    소고는 괜시리 머리를 긁적거렸다. 항상 이리 말을 돌려서 비유적인 표현을 쓰니 당장 알아들을 수 있어야 말이지- 소고는 한참 이리저리 열심히 머리를 굴렸다. 눈알도 함께 굴리는 모습을 보다 말고 휴우, 한숨을 내뱉은 워즈가 자세를 낮춰 쭈그려 앉았다. 한손에는 책을 펼치면 미래를 알 수 있는 힘을 가진 물건, 봉마강림역이라 불린 기묘한 책을 든 채 말이다. 

    "앞이 안 보이니까 괴롭지? 힘들지? 죽을 것 같지? 시야가 차단되면 어떠한 빛조차 들어오지 않아~ 그저 어둠이 있을 뿐, 나의 마왕이 천을 가린 채 볼 수 있는 건 극히 한정되어 있어~ 오직 어두운 공간만이 이 주변을 지배하려 들지~ 그러니까 무언가를 볼 시각이 없으면 여유 따윈 없는거야" 

    워즈는 손을 들어 소고의 코앞에서 제 얼굴 가까이 손가락을 한번 빙그르르 돌리더니 다시 조곤조곤하게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어나갔다. 소고는 가만히 그의 모습을 응시할 뿐이다. 

    "시야가 차단되니 전혀 보이지 않지? 우리들의 미래도 마찬가지다. 그거랑 똑같아- 어둠 속에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앞이 어떤지 가늠할 수 없어서 불안하고 두렵고 공포감에 휩싸인 채 하루를 살아가~ 이래보여도 나도 엄청 꽤 동요한 상태거든?!" 

    "그, 그래??"

    "지금 이 순간에도 그래- 매일 초조한 시간의 날을 보내고 있어~ 눈을 가려 시야가 차단되어 빛이 들어오지 않는 것처럼 내 미래도 아직 보이지 않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이 시대의 지오, 미래의 오마지오로 강림할 토키와 소고, 너에게 내 미래를 맡긴거야~ 그래- 지금은 앞이 안 보여서 괴로울지 몰라~ 하지만 계속 믿는다면 언젠가 반드시 미래가 보일거라고 생각해! 결의를 다져 여기까지 성장해 강해진 널 보면서 새로운 역사의 탄생을 조금 지켜보고 싶어졌어" 
    "응! 난 워즈를 믿어~ 그야, 지금도 계속 믿고 있는걸" 
    "축복하라! 나의 마왕- 네가 오마지오가 되어도 모든 세계를 구하겠단 그 마음, 지금도 변함 없다면 난 나의 마왕의 뜻을 따르고 싶어~ 뭐, 괜히 에둘러 표현했나? 훗- 나의 마왕이라면 악마와도 함께 할 자신이 있다는 뜻인걸~ 후후- 이제 좀 알아들었으려나?!" 

    "워즈.... 응! 뭔가 할 수 있을 것 같아! 난 역시 왕이 될거야~ 그러기로 정했어! 단, 최저 최악이 아닌 최고 최선의 왕이 될래! 사람의 시간은 마음대로 앞뒤로 당기거나 멈출 수 없으니까, 그게 오마지오로 향하는 운명이라면 방해하는 그 모든 걸 넘어서 마지막 단 1초까지라도 가속해 시간의 비를 뛰어넘어 보이겠어" 

    "과연, 역시나 나의 마왕! 이해가 빠르군~ 좋아! 그 각오, 잘 들었어~ 토키와 소고- 네 명령이라면 난 이미 충실히 따를 각오가 되 있어~ 분부대로 따르지~ 나의 마왕이여.." 
    워즈는 한쪽 무릎을 꿇어 소고에게 예를 다했다. [누구를 위해서 무엇을 위한 꿈인가!] 워즈가 중얼거렸다. 소고는 그런 그를 직시했다. 그 녀석에게 마왕이라 불리는 거, 역시 싫지 않다. 항상 상냥하게 '나의 마왕'이라고 부드러운 어조를 담아 저를 부르는 워즈를 잠시 바라보다가 이내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가 입꼬리를 올려 예쁜 웃음을 지으면서 말했다. 워즈도 소고를 따라 한쪽 무릎을 꿇었던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마왕을 마주보았다. 

    "부탁해! 워즈-" 

    "Yes, my lord-" 

    문득 빛이 들어 눈을 떴을 땐 이미 아침이었다. 왠지 지난 밤의 꿈이 굉장히 생생한데 말이야, 속으로 중얼거린 소고 앞에 익숙한 인영이 보였다. 한손에는 봉마강림역 책을 든 워즈가 소고 쪽으로 시선을 향해 쳐다보았다. '좋은 아침!'이라 말하는 그한테 별 위화감은 없었다. 뭔가 꿈이라기엔 너무나 현실적이라 생생한 느낌이 들었다. 

    그저 기분 탓이라고 치부하려던 소고에게 나의 마왕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따위 읽을 수 있다는듯이 여유만만한 표정을 지으면서 워즈가 먼저 입을 열었다. 가만 보면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대부분 흔히 소고보다 워즈가 나의 마왕이라고 칭하며 말을 꺼내는 것이 다반사였지만 뭐, 그건 넘어가기로 하고 하여튼 소고는 이번엔 또 어떤 당혹스러운 말을 꺼낼지 몰라 침을 꿀꺽 삼켰다. 

    "나의 마왕- 어젯밤의 꿈은 어땠어?" 

    그 질문에 소고는 그만 피식 웃고 말았다. 볼우물이 깊게 패인다. 쏙 들어가는 보조개가 매력적이었다. 지금까지 함께 싸워온 시간들이 얼마인데 그 정도 하나 못 알아차릴 리 만무하다. 워즈가 뒤에 뭐라 말하려는 것을 '나라면-'이라고 그의 대답을 끊었다. 

    "나라면 직접 나의 마왕의 꿈 속에 들어가는 것 정도는 가능한 능력이잖아? 라고 말하려 했지?!" 

    "...... 이거 정곡을 찔렸군~ 이야- 역시 나의 마왕인걸" 

    "헤헤" 

    잠시 뜸을 들인 소고가 천천히 워즈를 향해서 고맙다는 말을 하였다. 다소 어색하긴 했으나 그래도 꼭 이 말을 전해주고 싶었다. 나한테 일부러 꿈 속에 나타나 날 일깨워준거지? 라는 말은 차마 하지 않았다. 그건 조금 더 나중에, 좀 더 시간이 지난 후에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아직 이 말을 아껴두고 싶었기에 소고는 그저 머릿 속에서만 되내었다. 

    오랜만에 다시 전원 한자리에 모인 쿠지고지당은 게이츠와 츠쿠요미가 아침을 먹기 위해 자리에 앉은 그들 뒤로 부산스럽게 바삐 아침 밥을 준비해 나르는 작은 할아버지 쥰이치로의 모습이 보였다. 워즈가 의자를 빼어 앉았다. 우리 쿠지고지당의 풍경이 원래 이러했던가? 언젠가부터 생긴 동료들과 함께 식사하는 풍경이 이젠 너무 당연해질만큼 익숙해졌다. 

    그리고 지금 현재, 어나더 라이더가 또 다시 날뛰는 현장에서 소고는 직접 2068년의 미래가 있는 시간으로 날아갔다 돌아왔다. 다시 현재의 2019년, 시공간을 뛰어넘은 그들 일행 앞에 고전을 면치 못하던 순간 츠쿠요미가 서 있다. 또한 멀리서 츠쿠요미를 부르며 달려오는 소고와 그저 지켜보는 게이츠, 역시 저 멀리서부터 숨 차게 달려와 대체 어디서 가져왔는지 모를 시공 드라이버를 휙 던져주는 워즈가 있었다. 

    여전히 그는 속을 알 수 없고 묘하게 신사적이며 뜻을 알듯 말듯한 모든 것이 전부 신비스러운 의미심장한 미소를 흘린 채 '축복하라!'란 말을 외쳤다. 이번에는 소고가 아닌 츠쿠요미한테로── 토끼눈이 된 츠쿠요미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내 그녀는 워즈에게 받은 시공 드라이버로 워치를 넣은 다음 변신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역사는 끊임없이 새롭게 변화하여 쓰여진다. 전설은 곧 신화가 된다. 은은하면서도 아름다운 달, 미치 이클립스를 연상케하는듯한 황금빛 달과 시계 형상이 나타나더니 라이더로서 영광스러운 첫 변신을 시전한다. 그러자 엄청난 빛이 쏟아져나와 주변을 찬란하게 비췄다. 그리고 소고와 게이츠, 워즈는 그 화려하고 우아한 몸짓과 동작으로 변신하는 가면라이더 츠쿠요미의 모습을 가만히 숨 죽인 채 지켜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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