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C

영원의 찰나에

シア 2021. 9. 24. 21:29

* 첫 야샤히메 연성 

* 셋쇼마루 시점 중심 

* 셋쇼마루가 야샤히메들을 몰래 멀리서 지켜본 적 있을 거라 생각해서 쓴 글 

오늘도 평소대로였다. 일상은 변하지 않는다. 변했다면 요괴 주변에 인간 몇 명이 더 생기게 되었다는 점이다. 일전에도 한번 셋쇼마루는 인간 여자아이를 데리고 다닌 적 있었다. 당시에는 누구보다도 냉혹하고 무자비 했으며 고고한 개요괴. 개대장의 피를 물려받은 순혈로 개요괴 집안의 장남이었다. 그런 그가 심지어 인간 남자아이까지 둘을 데리고 다니던 시절이 있었을 줄은 몰랐다. 만약 링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아마 그땐 상상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링과 코하쿠. 인정하기 싫은 반요 이누야샤와의 싸움으로 부상을 입은 채 어느 숲속의 나무등걸에 기대 쉬고 있을 무렵 만나게 된 링과 우연한 기회에 산고의 동생인 코하쿠가 일행에 들어오면서 쟈켄과 단 둘이던 시절보다 분위기의 흐름이 바뀌어졌다. 이 뿐만 아니라 다른 것들도 하나씩 일상이 달라지기 시작하였다. 타인과 타협하지 않고 인정하지 않고 받아들이기 않은 채 혼자서 고고한 척, 강한 척 하는 것은 이제 버렸다. 적어도 링의 곁에서라면 살짝 약한 모습을 보여줘도 괜찮겠지. 차가웠던 그의 마음에 기쁨도 슬픔도 웃음도 대화도 감정도 늘었다. 언제부턴가 줄어든 것보다 늘어난 것들이 훨씬 더 많아짐을 느꼈다. 

그토록 인정하기 싫던 이복 동생이 조금 달라 보였다. 아버지는 이자요이라는 인간 여자를 사랑해 이누야샤를 낳았고 그 녀석은 요괴와 인간 사이에서 태어난 반요였기에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철쇄아부터 시작해 동생만 더 아끼는 듯한 모습까지 느껴지니 더 자격지심이 들었다. 하지만 그것이 틀렸다는 걸 깨달았을 땐 지금의 나는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충분히.. 

"세츠나! 나랑 함께 꿈 나비를 찾으려 가자고-" 

"쓸데없는 소릴.. 필요없다고 하지 않나" 

"에에- 그런.. 그러지 말고 모로하랑 셋이라면 가능해! 난 꼭 세츠나의 기억을 찾아주겠어!" 

"그러니까 무르다는 거다!" 

"분명 그 잔혹한 셋쇼마루의 딸인데, 그것도 쌍둥이 자매인데 둘 성격이 너무 달라" 

"얼굴도 모르는 아버지를 이제 와서 셋쇼마루의 딸이라 해도 말이지" 

무표정하면서도 어딘가 무심한듯 내뱉는 세츠나. 그리고 그녀의 저런 표정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아우라는 분명 틀림없는 셋쇼마루의 것이었다. 누가 봐도 그 대요괴 셋쇼마루의 딸, 반요 야샤히메라는 모습을 입증시켜 주었다. 물론 얼굴도 본 적 없지만 개요괴 집안 삼대를 모시고 있는 중인 묘가의 말이니까 맞겠지. 여전히 토와는 아버지의 성격은 닮지 않은 것 같았지만. 어쩌면 묘가 할아범의 말에 따르면 오히려 어머니인 링의 성격을 더 닮은 것 같단 언급을 했었다. 

그럼 나는 누굴 좀 더 닮았는데? 라는 모로하의 질문에 묘가는 앞뒤 물불 가리지 않고 뛰어들거나 대범한 성격과 말투는 둘 다 골고루 받았다고, 특히 눈매가 카고메를 많이 닮았다는 말을 자주 들었기에 거울을 볼 때면 항상 부모님이 누구인지, 어떻게 생겼는지 자신의 외모에 상기하곤 했다. 

"에헤헷- 우리들 전부 반요잖아~ 아, 정확히 나는 사반요지만-" 

"모로하가 이누야샤랑 카고메의 딸이랬나?" 

"그럼 그럼! 뭐, 사실 묘가 할아범한테 들은 거지만 말이야~ 우리 아버지가 셋쇼마루의 동생이고 그 유명한 키쿄우의 환생인 대무녀 카코메가 나의 엄마래! 분명 성이 무슨무슨 뭐였는데.. 토와처럼 현대와 전국시대를 왔다갔다 했었다고 했거든" 

"확실히 카고메 무녀님이 소우타 아빠의 누나였지.. 나한텐 고모가 되는 건가.. 나 만나보고 싶어" 

"어이, 잠깐- 요기가 느껴지는군" 

"요기라니.. 아앗! 근처에서 무언가 느껴져! 이번 현상금은 얼마나 되려나" 

"또 요괴인가" 

세 사람은 자연스레 각자의 무기를 들어 기술을 펼치기 시작했다. 별로 어렵지 않은 것처럼 멋지게 제 역량을 소화해내는 야샤히메들을 보면서 셋쇼마루는 겉으로 드러난 얼굴은 표정 변화 하나 없었으나 미세하게 올린 옅은 미소는 감추지 않았다. 언뜻 보면 정말 웃고 있는 게 맞는가 의심의 여지가 있었지만. 요괴 퇴치사다운 능력을 보여주는 세츠나와 요괴 현상금 사냥꾼으로서의 면모가 보이는 모로하 사이에서 토와는 처음엔 잘 적응되지 않아 이런저런 곤란한 일이 많았다. 

전국시대에서 태어났지만 어쨌든 시간이동 능력으로 인해 현대로 오게 된 터라 14살이 될 동안 히구라시 신사의 소우타 아빠한테 입양되어 살아와 현대 문물에 더 익숙해진 상태다. 당연하게도 일행에게 한 소리 들은 경우도 허다했다. 얼마나 세츠나, 세츠나 하고 불러도 본인은 어릴 때의 기억이 없다면서 태클만 걸고 모로하 역시 우리들은 인간도 요괴도 아닌 반요라 차별 받지 않으려면 내가 좀 더 강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할 뿐이다. 

갑자기 반요라던가, 요괴라던가 해도 아직 전부 다 이해되는 건 아니지만 다른 사람과 다소 다르다고 해서 차별하는 점은 전국시대나 현대나 다를 바 없다는 거다. 그런 작위적이고 위선적인 사람은 어딜 가나 꼭 존재하는구나 싶었다. 어쨌거나 현대의 교복 비슷한 무언가 같아 보이는 하얀 옷을 입은 토와도 함께 지금은 꽤나 여러 요괴들을 하나씩 퇴치해 나가는 중이었다. 

"세츠나! 모로하! 내가 앞에서 먼저 저 요괴를 검으로 맞출 테니 뒤를 부탁해!" 

"바라던 바다!" 

"오호- 이거이거 엄청 크게 돈을 벌 것 같은 걸~ 좋아! 베니야샤로 상대해주겠어!!" 

셋쇼마루는 알고 있다. 이들의 운명에 대하여, 그녀들의 부모의 존재에 대해서 어느 정도는 자신의 책임도 있는 건가. 못 본 사이에 훌쩍 컸다는 느낌은 아니다. 이누야샤 입장에선 그리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좋으나 싫으나 본인의 입장에선 생각보다도 꽤 자주── 멀리서 세 사람의 성장을 지켜보게 된 ──반쯤 보호자 비슷한 무언가── 증인 아닌 증인인 셈이다. 

모로하가 자란 요랑족의 기지는 어쩌다 몇 번인가 들려본 기억은 있었다. 그것도 아주 멀찍이 떨어져서 잠깐 본 게 다였다. 동생 부부는 이 내가 직접 이승과 저승의 경계에 있는 아버지의 무덤으로 보냈으니까 당연히 부모가 누구인지조차 모르겠지. 그럼에도 그녀는 제법 이누야샤와 카고메의 딸이란 느낌을 주는 인상으로 자랐다. 

"욧차- 이 정도면 수입이 짭잘하게 받을 수 있겠어" 

"이걸로 된 건가" 

"요괴들은 더 못 설치겠지" 

"토와! 세츠나! 얼른 쥬베에 씨한테 현상금 받으러 가자구-!!" 

이 아이들이 곧 키린마루를 상대할 날이 올 것이다. 사흉들을 퇴치해 나가는 걸 보아서 얼마 지나지 않아 빠르게 찾아올듯 하다. 툭 하면 전쟁이 일어나고 요괴들이 나타나는 어지러운 전국시대에 딸들의 성장은 기뻤다. 토와와 세츠나는 이른바 자질 시험에서 누가 더 강한 실력을 보여줄지 조금 기대되는 바다. 그것은 개요괴로서의 자각일까? 아니면 한 가정의 아버지로서의 마음인 걸까? 

셋쇼마루는 아이들에게서 시선을 뗐다. 문득 바라본 하늘은 덧없게 느껴졌다. 크게 호선을 그린 채 하늘 위를 향해 날아올랐다. 어느 순간 영원의 찰나에 불어오던 바람의 냄새는 그때처럼 아득할 만큼 따스함이 스며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