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촬물

식물과 다이얼로그

シア 2020. 4. 25. 00:44

* 가면라이더 잔게츠 외전 무대의 스포가 있습니다. 무대 대사 역시 약간 인용했습니다. 타카토라를 만나고 포라스를 죽이기까지의 중간 시점, 아임에 대한 심리 묘사와 결말 스포는 물론 엔딩 이후 지하 도시조가 토르키아를 살아나가는 생활에 대해 담은 스토리입니다. 

* 일단 잔게츠 외전답게 타카토라가 주연이 되어 중심으로 흘러가는 이야기이나 과연 이때 아임의 기분이 어땠을지 생각하며 가이무 본편의 카즈라바 코우타와 같은 주인공급 포지션이기 때문에 아임의 마음이 되어서 상상하며 쓴 글입니다! 부디 아임의 마음이 제 글에 잘 녹아들었으면 하는 바람이군요.ㅋ 마지막에 목소리로만 등장하는 인물이 누구인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아실테니 밝히지 않겠습니다. 

* 토르키아의 지하 도시인 언더 그라운드 시티의 과거 날조 주의! 기본적으로 아임과 타카토라가 이 소설의 중심이 되어 흘러가지만 일부 글라샤와의 이야기도 함께 흘러가요. 글라샤로 말할 것 같으면 가이무 본편에서 코우타와 대립한 쿠몬 카이토의 포지션이죸ㅋㅋ 우리 치카라 덕후 글라샤의 이야기도 짧막하게나마 함께 담았는데 이거 진짜 멋대로 캐해석해도 괜찮을지 모르겠다..... 

아, 그리고 잔게츠 외전 연극 무대의 중요 요소라 할 수 있는 또 다른 핵심 인물인 마사히토와 코우타의 언급이 다소 있습니다. 아임과 글라샤, 지하 도시에 관한 캐해석과 약간의 동인 설정이 있어요. 

잘 생각해보니 잔게츠 무대 내내 타카토라가 기억 되찾고 본인 이름 알기 전 아임은 계속 아저씨라고 불렀는데 그래서 한번 계산해봄~ 어린 나이에 이그드라실 중책을 맡으면서 마사히토와의 만남은 이미 8년 전부터 시작되었지만 일단 잔게츠 기동 실험은 본편의 2년 전이기 때문에 거슬러 올라가면 가이무 본편이 시작된 2013년이 26살, 1년이 지나 결말 시점에서 2014년이 되었으니 27살, 이 기준에서 2년 전으로 올라가면 2011년 24살입니다. 

근데 이후 8년이 지나서 다시 토르키아를 찾았으니까 가이무 외전 극장판 중 너클 편이 1년 지났고 다시 거기서 소설판이 1년이 지나있는 시점이니까 확실히 현재 2019년 실시간 기준으로 32살이 되는군요. 그러니까 타카토라가 2005년 때 20살이었다는 거.... 정말 어린 나이에 중책을 맡아 회사 경영을 했네요. 사실 32살이면 아직 그렇게까지 아저씨라 불릴 정도는 아닌데 아마 아임에게 있어 타카토라 이미지가 워낙 진중하고 카리스마 넘쳐보여서 그런듯 같네요.ㅋ 

* 가면라이더 걸즈가 부른 가이무 진바 레몬 암즈 테마곡인 <시간의 꽃>에서 '밤바람도 가르고 머나먼 꿈을 꿰뚫어' 파트와 '시간의 꽃잎이 춤추듯이 지네' 가사를 인용했습니다. 정말 이 노래 너무 좋아ㅜㅠ 


-토르키아 공화국- 

이전 대국으로부터 독립한 소국이다. 전쟁으로 인해 피폐해진 곳, 독립 투쟁으로 빈곤과 기아들이 넘쳐났으며 그나마도 먹고 살기 괜찮은 일부 상위 귀족들은 나라를 방치한 채 거들떠 보지 않았다. 이곳에서 거대 기업 이그드라실 코퍼레이션은 눈독을 들었다. 나라 자체가 이그드라실이 행하는 실험장의 주 무대가 됨으로써 토르키아의 앞날은 여전히 보이지 않고 지하 도시의 청년들은 아머드 라이더로 변신하여 매일 하루하루 죽고 죽이는 싸움을 계속 이어가고 있었다. 

그 사람은 어느 날 갑자기 토르키아에 나타났다. 여기는 언더 그라운드 시티라고 하는 일명 지하 도시이다. 아마 무슨 이유로 총을 맞은 뒤 이쪽에 떨어진듯 하였다. 용케 운이 좋은 모양인지 다행히 죽지 않고 끝난 것 같았다. 한동안 잃었던 정신이 돌아오자, 그가 천천히 눈을 떴다. 이름도, 이전의 자신에 대한 것도 전부 단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 사람, 사실 가까이서 가만 지켜보면 과묵하고 진중한 이미지를 갖추고 있으면서 꽤 잘생긴 용모를 하고 있었다. 

비록 기억을 잃었으나 평소 자기 관리가 매우 철저한 편인듯 간단한 기본 로션은 바른 말끔한 피부에 살짝 펌이 들어간 잘 정돈된 헤어 스타일은 눈을 조금 덮을 정도의 머리 길이와 풍성한 흑발, 한눈에 봐도 알맞게 균형 잡힌 근육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잘 빠진 몸매, 원래 말할 때 마다 양 볼이 패이는 것이 수척하다는 느낌은 다소 있었지만 그와 반대로 절대 신념 따위 흔들리지 않는 눈빛, 은은히 퍼지는 향수는 깔끔하고 단정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토르키아 위에서 떨어질 때 충격으로 단기 기억 상실증이 온 남자는 자신의 이름조차 기억하지 않았다. 아무것도 기억이 없는 그와의 첫 만남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그리고 동시에 운명 역시 톱니바퀴가 맞물리는 것처럼 돌아가기 시작하였다. 

토르키아에서도 아주 무시무시하고 위험한 장소와 다름없는 땅인 이 언더 그라운드 시티엔 많은 다양한 조직의 팀들이 있었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팀이 아임과 파이몬, 구시온이 소속된 팀 오렌지 라이드와 팀 바로크 레드의 글라샤, 베리스, 오세, 팀 그린 돌즈의 포라스가 있었다. 

거기서 남자는 새로운 사건에 휘말려 아임이 꺼내든 자물쇠 모형의 물건을 보았다. 또한 초록빛의 새 하얀 라이더가 이쪽을 향해 공격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비록 기억을 잃었어도 본능만은 기억하는 것일까, 남자는 조용히 중후한 목소리를 내어 '아머드 라이더... 잔게츠....'라며 중얼거렸다. 

본래 아임은 천성이 유려했다. 왠만큼 잘 화를 내는 편도 아니거니와 무슨 일이 있으면 항상, 대부분 자신의 선에서 적당히 좋은 방안을 찾아 좋게 일을 해결하려는 성향이 있었다. 하지만 언제부터였던가? 조금씩 조금씩 아임은 예전의 나와는 달라지고 있다는 걸 느꼈다. 사소한 일에도 신경을 곤두섰고 예민 반응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깨달은 건 아임 뿐만이 아니었다. 글라샤도 그러했으며 파이몬도 구시온도, 베리스와 오세 역시 마찬가지였다. 

성격이나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등 모두 예전의 자기자신과 많이 변해져갔다고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불가학적으로 식물을 기피하게 된 것도 아마 지금으로부터 8년 전에 일어난 그 실험 때문이 원인이 아닐까 싶었다. 

그리 잘 사는 나라는 아니었지만, 여전히 전쟁의 불씨가 남았다. 쇠파이프 따위의 위험한 흉기를 들고서 팀을 만들고 또 하나의 조직이 된 토르키아의 거리는 아직까지 투쟁과 분쟁들이 심심치 않게 일어났지만 그래도 이전의 큰 전쟁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설령 그렇다고 해도 지금 이 생활이 만족하냐고? 누군가가 물으면 절대 '아니-'라고 대답할 것이다. 

나름 행복한 순간들은 분명 있었다. 하지만 이런 빛조차 보이지 않는 어둠과 같은 이런 암담한 일상이 전부 마음에 드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럴 바엔 차라리 그냥 죽으면 된다. 오히려 더 속 편하다 싶은 생각이 종종 들었다. 물론 예전에는 그렇게 생각해왔던 터다. 지금은 그리 생각하진 않지만.... 

그러니까 한마디로 말해 죽지 못해서 사는거다. 하루하루 억지로 목숨을 연명하며 살아가는게 얼마나 힘들고 괴로운 짓인지 모른다. 그런 고통을 전부 감내하면서 살아가고 싶은 마음은 없으나 곁에는 소중한 동료들도 있고 무엇보다 죽음의 공포가 무섭다. 죽는다는 느낌이 어떤 것인지 잘 몰라서 죽는게 두려웠다. 정말 고통 따윈 없이 아무 생각이 안 들 정도로 편안할까? 감각이라던가 아무 느낌을 못 느끼게 되는걸까? 알 수 없다. 그런 쪽은 무지해서 종교인이 아닌 이상 아임은 알지 못한다. 

언더 그라운드 시티가 처음부터 지하 도시였던 건 아니었다. 존재하지 않았던 장소가 어느 날 갑자기 이그드라실이라는 영문 모를 거대 기업이 들어오고나서 변했다. 헬헤임의 숲이라고 했던가, 이 땅에 포자를 퍼트려 점점 지구를 침식해서 세계 멸망까지 치닫게 만든다던 무서운 존재에게 대항하기 위한 프로토 센코쿠 드라이버 실험이라고 그랬다. 아주 자세히 아는 편은 아니지만 적어도 이그드라실 기업이 이 나라를 대상으로 어떤 실험을 했고 결국 실패해 나라를 불살랐다라는 건 그 정도는 아임을 포함한 지하 도시 사람들 모두 기본으로 꽤 알고 있는 지식이다. 어쨌든 나라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실험 무대가 되고 그 아래 실험은 계속 이어졌다. 

허나, 실패되어버린 실험은 결국 잇따른 헬헤임의 감염자가 대량 발생했고 그 녀석들은, 귀족이란 놈들은 토르키아를 불살랐다. 정확히 뭔지 모르겠지만 대충 스칼라 시스템이라 하는 어려운 단어를 쓴 병기를 가동시켜 이 나라의 모든 걸 불태워버렸다. 

그 이후 시간이 좀 더 흘러 언더 그라운드 시티라는 이름 그대로 토르키아 내부에 지하 도시를 설립한 귀족들, 그리고 록시드와 센고쿠 드라이버를 지급하며 아머드 라이더로 변신하여 마지막까지 계속 싸워서 이기는 단 한 팀만이 밖으로 내보내준다던 말, 죽고 죽인 채 서로 항쟁하는 배틀 게임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이제 지하 도시의 청년들은 바깥 세상을 갈망한 채 그저 죽느냐, 죽이느냐 또는 죽느냐, 사느냐 이 두 가지 선택권 외엔 아무것도 주어지지 않았다. 

기억을 잃었다던 그 사람, 본인의 이름 마저 기억 못하길래 대강 아무렇게나 부를 호칭이 필요해 아저씨라고 표현을 하였다. 딱 봐도 그런 느낌이고.. 뭔가 남자는 한사코 그런 나이대까진 아니라며 부정하던데 솔직히 아저씨 말곤 달리 뭐라 지칭할 말도 없어서 그냥 편하게 제일 만만한 호칭을 이끌고 왔던 것이다. 

이후 아저씨라 불린 남자는 이곳에서 일어나는 사건과 마주하며 하나씩 기억해내더니 쿠레시마 타카토라라는 이름을 기억해내고 거기서 점점 더 기억해내더니 마침내 8년 전 사건까지 완전히 기억해냈다. 시즈미야 마사히토와 함께 이그드라실의 중심이 되어 행했던 실험, 결코 마주하고 싶지 않는 과거를 눈 앞에서 마주하고 아임도 타카토라의 말에 심히 부정해보았다. 

8년 전 그때처럼 실험은 또 은밀하게 이뤄지고 있었으며 미완성된 센고쿠 드라이버를 사용하는 피실험자로써 이용당한 중이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타카토라에게서 일말의 착잡함이 표정에 스쳤지만 그게 아임의 눈에선 무자비하다고 느껴졌다. 


- 어떻게 그리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거야? 


- 타카토라~ 대체 당신이 말하는 악의라는 건 뭔데? 뭐냐고!! 자, 그럼 당신도 이 나라의 귀족과 똑같은 인간이야? 그런거야? 


밝은 눈웃음을 짓는 모습이 특징인 아임의 얼굴이 점점 일그러져갔다. 이윽고 환멸에 가득찬 증오의 눈빛을 보냈다. 천천히 떨려온 목소리가 더욱 감정을 격하게 만들었다. 결국 참지 못한 채 덥석 타카토라의 멱살을 세게 쥔 아임이 언성을 높이며 호소하였다. 발악보다는 짙은, 반쯤 차가운 호소에 가까운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내뱉을수록 타카토라의 가슴에 비수로 날아들어와 꽂혔다. 

슬몃 멱살 잡은 옷깃을 놓은 뒤 허탈함이 담긴 자조적인 웃음을 짓는 아임을 본 타카토라는 마음이 무너졌다. 무엇 때문에 아무 죄 없는 자가 실험에 이용당하고 버려져야 하나, 도대체 어떤 말을 해야 조금 위로가 될지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머릿 속이 새 하얀 백지가 되었다. 

"있지, 타카토라- 우리들은 대체 뭐였던걸까? 벌레처럼 이용당하고.. 사는 의미가 있긴 해?" 

"의미는 있어~ 동료를 지키고 싶었던게 아니었..." 

"그래! 지키고 싶어!! 하지만 나는 동료를 죽였어! 이 손으로...." 

괴롭다. 다시금 떠오르기 싫은 기억이 떠올랐다. '네가 그 기분을 아냐고!!' 울며 소리치며 발악해본다. 외칠 때 마다 악에 받힌 문장들이 와르르 쏟아졌다. 팀 오렌지 라이드의 리더를 죽이고 말았다. 아머드 라이더로 변신하여 이 손으로 직접 칼(무쌍 세이버)을 들어 사살해버리고 말았다. 그 모습을 보면서 타카토라는 몇 번을 머릿 속으로 하고 싶은 말을 되내인 후 숨을 한번 들이쉬었다가 내뱉었다. 

한번 침을 꿀꺽 삼키고서 호흡을 고른 타카토라가 나름 위로한답시고 아임에게 말을 꺼내보지만 이미 옹송그린 채 눈물을 흘리며 고통스러워하는 녀석한테 귀에 들어오지 않는 모양이라 전해지지 못했다. 어떤 말조차 닿지 않았다. 차마 착잡한 마음을 숨긴 채 겨우 입 밖으로 꺼낸 말도 무색하게 전혀 좋은 위로가 되지 못했다. 

아임이 흐느껴 운다. 타카토라는 그 기분이 어떤 것인지 누구보다 아주 잘 안다. 지금 아임의 마음을 이해하고 있다. 어찌 잊을 수 있을까! 미츠자네의 일이, 코우타의 일이, 헬헤임에 대항해 세계의 멸망과 함께 맞서 싸웠던 자와메 시에서의 모든 일이 아직도 선명히 엊그제 같다. 

프로젝트 아크- 이에 휘말려 희생된 많은 사람들을 보면서 이건 인류의 미래를 위해서라며 애써 자기 합리화했던 것이 아직 자신이 저지른 과오가 엄청 커서 속죄할게 너무나도 많은데 지금 아임의 심정이 어떠할지 아는 타카토라로선 자기자신에게 치를 떨을 수 밖에 없었다. 겉으로는 담담한 척하지만 속에서는 자꾸만 올라오는 감정에 울컥 화가 났다. 그 많은 일을 겪으면서 변했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나는 새로운 나 자신으로 변신할 수 없었던걸까, 수많은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그리 생각하면서 그는 '귀족들에게 반기를 들어'라고 말했다. 참 모순투성이다. 귀족들한테 반기를 들어라 해도 말이지, 이렇게 갑자기-!! 목구멍 위로 차오른 말을 아임은 차마 굳이 입 밖으로 더 꺼내지 않은 채 꾹 감정을 삼켰다. 타카토라의 말을 더 듣기 힘든 아임이 급기야 자리를 박차고 떠났다. 

아임은 정처없이 거리를 걸었다. 주변을 걸어도 전부 폐허일 뿐인 거리이다. 그러고보니 베리알이 말했다. 이 이상 계속 센고쿠 드라이버를 쓰면 포라스 때처럼 정말 인베스가 되어버릴지도 모른다고 그랬다. 군인인 베리알은 예리하게 지하 도시의 사람들한테서 일어나는 변화를 누구보다도 빠르게 눈치채고 그것을 꿰뚫어 보았다. 그 엄청난 진실을, 이런 안 좋은 말을 했다간 분명 걱정하고 화를 낼게 뻔할 파이몬과 구시온에겐 말하지 말하지 않았지만 아임은 이전부터 자신의 몸이 변해가고 있다는 사실을 어느 정도 깨닫고 있었다. 

우리의 리더도 그랬고, 글라샤도 그렇고, 일단 아머드 라이더로 변신하는 자는 모두 드라이버를 사용할 때 마다 조금씩 몸에 무리가 간다. 금방 눈에 딱 들어오는 건 아니라 겉으론 파악하기 어려웠으나 그들의 공통점은 다들 하나같이 흉통이 있었다. 뭐, 괴물이 되기 전 어떤 징조같은거랄까.. 무리하게 계속 사용하면 가슴이 아파와 부여잡게 된다. 

어제, 아니 아까 전까지 단 1초 전만해도 평범한 사람이던 인간을 그렇게 간단히 쉽게 괴물로 만들어버리는 그 어마어마한 힘, 무시무시할만큼 두렵고 무서운 힘은 아임조차 한순간에 공포를 느끼도록 만들어버렸다. 몰아세워진 힘에 두려움을 느낀 나머지 아임은 머리칼을 마구 쥐어뜯은 채 아악, 비명을 질렀다. 

다시 옥죄어오는 목과 답답한 가슴이 아임으로 하여금 가슴 쪽으로 옷깃을 꾹 움켜쥔 그가 고통을 호소하기 시작하였다. 흉통이 저를 미치게 만들었다. 이대로 괴물이 되어서 미쳐 날뛰어버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까 더더욱 괴로워 죽을 지경이었다. 



어떡하면 좋아? 나는.. 나는.. 



나는 지금까지 뭘 위해서 싸워온거야..?? 정말로 이 싸움에 의미가 있긴 해? 어떡하면 좋지? 



어떡하면 좋을지 알려달라고!! 제발.... 



주변의 소음이 아무것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아임은 흐느껴 울었다. 이 기분을 어떻게하면 좋을지 모르겠다. 미칠 노릇이다. 


식물의 목소리- 


어디선가 식물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유혹하는 식물이 기분 나빴다. 그 고통을 해방시키라고 달콤하게 속삭인다. 귓가에서 웅웅 울리는 것이 왠지 무언가의 패배감에 젖은 아임이 소리쳤다. 누구한테 하는 말인지 모를 말을 냅다 지른 그가 고통을 삼킬 수 없음을 한탄하며 자신이 처한 이 현실을 저주했다. 

오늘 따라 공원은 한적해서 마치 음산한 기운을 내뿜었다. 희뿌연 밤안개처럼 짙은 폐색감이 만연하게 서려있었다. 그 무거운 공기가 주는 압박감이 참을 수 없었다. 아임은 울타리가 쳐진 공원 분수대의 난간을 짚었다. 그러다가 곧 고개를 숙여 허리에 찬 벨트를 쳐다보았다. 

검은 바탕의 센고쿠 드라이버, 그는 드라이버를 떼어내 확 던졌다. 정확히는 물에 집어던질 뻔 했던 걸 간신히 참으면서 미세하게 떨림이 계속된 채 천천히 팔을 내렸다. 반쯤 흐느끼면서 다시 센고쿠 드라이버를 허리에 찼다. 멍한 아임의 눈동자가 공허한 허공을 가득 담았다.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허무한 마음이 마주하면 마주할수록 더 버텨내기 힘들어서 그만 힘이 풀린 아임이 털석 자리에 주저앉았다. 

눈 앞이 아찔해진다. 0과 1의 두가지 숫자가 어지러이 마구 바뀌며 교차되는데 아임은 그것이 록시드와 센고쿠 드라이버를 사용할수록 마치 0과 1이 만든 디지털 안에서 맡긴 인격이 미친듯이 필사적, 반사적으로 날뛰는듯한 기분을 느꼈다. 왜 이렇게까지 사람은 발버둥치는걸까, 죽을만큼 괴로운데 어째서 죽을만큼 다시 발버둥치면서 나아가는걸까, 전부 헛된 일은 아닌가 생각한 아임이 문득 어떤 기억 하나를 떠올렸다. 이제 슬슬 지하 도시 생활이 익숙해질 무렵, 언젠가 글라샤가 말했다. 

"이봐! 그 식량은 우리꺼라고-!!" 

"흥! 그게 뭔 상관이냐~ 먼저 차지한 자가 가져가는거지" 

"글라샤!!" 

처음 지하 도시에 왔을 때, 이런 일을 당했을 때 아임과 지하 도시의 사람들은 모두 같은 반응이었다. 영문도 모른 채 납치되어 끌러온, 그 느낌인듯한 꼴이었다. 곳곳의 귀퉁이에는 CCTV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어서 감시한다. 감시되지 않은 사각지대까지 와야만 겨우 편하게 말을 주고 받을 정도였다. 귀족들은 마치 영화관에 앉아 팝콘을 씹으며 영화를 관람하듯 방치된 이들이 펼치는 서바이벌 게임을 재밌게 구경하였다. 아임네들에 있어 그들은 그저 단순히 유희를 즐기다가 쓸모 없으면 버릴 장난감에 불과했다. 

여기 지하 도시에서는 죽지 않을만큼 살아가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식량 자원이 토르키아 지상으로부터 공급되어 들어온다. 평범한 밥부터 시작해 혹시 모를 비상약까지 꽤 다양한 소수적인 물자 공급은 이루어졌으나 일부 군것질거리도 있었다. 보통 주로 빵이나 초콜렛같은 쪽이 거의 대부분의 지분을 차지하였다. 뭐, 어찌됐든 간에 뭐를 먹든 적당히 죽지 않게 하루 일상을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그다지 별로 상관은 없었다. 아마 그날도 먹을게 전부 떨어지던 차에 지하 도시에 공급되어 들어온 많은 양의 음식들을 갖고 동료들에게 서로 나누기 위해 물자 지원이 있던 때였다. 

"나는 싸우지 않아! 도대체 우리가 힘을 합치기도 모자를 판에 왜 그래야만 하는거야? 좀 더 좋게, 좋은 쪽으로 일을 해결할 수는 없는거야? 정말 이 방법 밖엔 없어? 뭐라고 말 좀 해봐!!" 

"말하면, 말하면 뭐가 달라지지? 고작 자신이 처한 현실이 싫다고 신세를 한탄하는 것 밖에 더 되나? 그러는 아임, 너는 어떻게 생각하지? 여기 이 지하 도시라는 건 말야.. 그런거다! 내가, 우리 팀이 살아남기 위해서라면 뭐든 한다." 

"하지만 귀족들에게 저항하고 싶지 않아? 지금보다도 훨씬 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어!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구! 이렇게 만든 귀족에게 대항하려면 역시 개인보단 모두의 힘이 있는게 더 좋잖아!" 

"그러니까! 그러니까 너도 조직의 사람이 되어 움직이고 있는 거 아닌가? 내 말이 틀렸으면 너희 팀 오렌지 라이드의 팀원들한테나 가서 물어보지 그래? 나보다 훨씬 더 자세히 상냥하게 말해줄텐데 뭐하러 나한테 묻는건가? 귀찮은 설교 따위라도 당하고 싶어서 온 거 아니면 가만 닥치고 빨리 너네 식량이나 가져가라~ 거슬리니까 지금 당장 내 눈 앞에서 사라져~ 여긴 우리 팀 바로크 레드의 구역이다!" 

"너어.. 글라샤-!!"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한다고?! 그딴 건 이제 어떻게 되도 좋다! 난 이곳에서 힘을 손에 넣는다. 누구에게라도 지지 않을 힘이 필요해~ 그래서 우리가 귀족들을 없애고 직접 개척해나가는 법! 우리들의 새로운 삶은 거기부터 시작된다. 너처럼 무능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가만히 한탄 섞인 한숨 짓는 것보단 훨씬 더 실리적인 행동이라 생각하지 않나? 이건 내가 지하 도시에 살아가며 스스로 터득한 방식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 싸움만이 전부 올바른 방식은 아니라고 생각해" 

그 말에 말문이 박힌 아임은 무엇 하나 제대로 글라샤의 말을 받아 반박조차 하지 못한 채 그저 잠자코 듣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식량을 들고 돌아오면서 아임은 분했다. 아머드 라이더가 되어도 말이지.. 어느 날 갑자기 히어로로 변신할 수 있게 되었는데 그땐 단순히 변신할 수 있게 되었다고 좋았다. 하지만 점차 센고쿠 드라이버의 사용이 늘어남에 따라 예전과 달리 새로운 나로 변하지 못했다. 
나 자신은 예나 지금이나 그대로 정체된 채 변신하지 못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게 너무나 분해서, 그 분한 마음이 화가 나 아임은 주먹을 쾅 내리쳤다. 허공을 가른 주먹에서 사락, 바람 소리가 들려왔다. 

그렇다. 모든 건 전부 글라샤의 말대로다. 다만 잘못된 이상을 향해 길을 걷고 있지만 사실 가만히 따져보면 그는 틀리지 않았다. 저와 같은 아머드 라이더이면서 주제에 맞는 말만 해대서 아임은 녀석의 앞에 설 때면 항상 자신에 대한 자괴감이 괜시리 느껴지곤 하였다. 그리고 그 때처럼 지금도 자신은 전혀 변신하지 못했다. 스스로 무언가 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나보다. 

아임은 주머니에서 오렌지 록시드를 꺼냈다. 홀린듯이 넋이 나간 것처럼 한참 하염없이 록시드를 바라본 그가 이윽고 무언가 결의에 가득찬 눈빛을 하였다. 그리고 이내 자리에서 일어섰다. 꽤 신경 써서 한 발언일텐데 나는 싸움을 그만뒀다고 화낸 것이 미안했다. 울컥하는 마음에 너무 화가 나 아까는 너무 심하게 대해버리고 말았다. 

타카토라도 과오를 저지르며 살아왔다. 인간이란 그렇다. 자신이 저지른 과오가 혹시 의도하지 않았든, 의도하였든, 또한 그것이 악의가 있었든, 아니든 따지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죄갚음을 위해 이번에도 또 멋대로 짐을 짊어지려하는 타카토라의 모습이 차마 그냥 가만히 앉아 손가락을 빨며 구경만 할 수는 없었다. 

자기자신을 위해서도, 소중한 동료들을 위해서도 아임은 아직 싸움을 멈출 수 없었다. 여기서 포기한 채 좌절하면 지금껏 싸워나간 인생이 정말 허무해질테니까 이때까지 죽어나간 다른 이들을 위해서라도 절대 그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았으면 한다. 방관자가 되어 후회하기 싫다. 

그럼 귀족이란 녀석들과 똑같이 다를 바 없는 사람이 될테니까 도와주러 가야겠다고 그는 담담하게 새로이 다짐을 했다. 어쩌면 인베스가 나타나 싸우고 있을지도 모를 저 녀석한테 돌아가면 반드시 타카토라에게 제대로 사과해야지- 잠시 주춤하던 도중 심장이 꽉 조일듯한 흉통도 어느 새 멈췄다. 휴우- 가슴을 한번 쓸어내린 아임이 탁탁 아스팔트를 박차고 뛰었다. 

과연 다시 돌아왔을 땐 인베스로 변한 팀 그린 돌즈의 포라스가 난입해 피이몬, 구시온과 함께 막고 있던 중이었다. 새롭게 다짐한 자신의 결의를 내보이면서 아머드 라이더로 변신하지 않은 대신 칼을 휘둘렸다.(수시로 마구 공격해오는 바람에 미처 변신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일단 막는게 우선이었기에) 그는 다소 슬픔과 뒤섞인 오묘한 표정을 한 채 일격을 날려 포라스를 죽인 아임이 헉헉, 거친 호흡을 하였다. 가쁜 숨을 내쉰 다음 불안정하게 마구 빨리 두근거리며 뛰는 호흡을 가다듬은 후 타카토라를 바라보았다. 
살아서 모두를 구해보겠다고 사과 대신이었지만 뭐, 대충 뭘 말하려하는지 알아들었을거다. 뭔가 타당한 근거는 없지만 어쨌든 자신이 믿는 그 타카토라니까... 이 상황을 먼저 겪어봤기에 누구보다 이 기분을 잘 아는, 그래서 그 마음을 이해하는 타카토라니까.... 

그러나 최후의 순간에 아임은 또 다시 한번 망설이지 않을 수 밖엔 없었다. 타카토라의 말대로 귀족들에게 반기를 들기 위해 겨우 현재 지하 도시에 남아있는 모든 팀들을 모았더니 이번엔 강한 힘을 손에 넣고 싶어하는 글라샤가 이를 부정했다. 
같은 팀 바로크 레드의 멤버인 베리스와 오세가 아임의 말에 함께 힘을 합칠 때라고 화를 냈으나 그의 흔들리지 않는 의지는 고고하게 표명되었다. 그래, 하늘 아래 같은 태양은 필요없다. 아임은 울먹인 채 고개를 끄덕인 자신이 정말 한심하다고 생각였으나 수긍을 하지 않고선 어쩔 도리가 없었다. 이윽고 각자 록시드를 들었다. 

하늘의 크랙으로부터 오렌지가 내려와 갑옷이 된 아임은 아머드 라이더 프로토 가이무로, 글라샤는 바나나 록시드를 끼워 아머드 라이더 프로토 바론으로 변신하였다. 이 과정에서 처절한 전투 끝에 강한 일격을 받은 글라샤가 패배하였다. 다시 멘탈이 나갈 뻔한 아임이 글라샤의 입에서 죽기 전, 그에게 너는 정말 강하다라고 인정한 말이 나오고서야 겨우 마음을 추스릴 수 있었다. 

타카토라는 떠났다. 그 역시 지금은 적이라는 시즈미야 마사히토와 치른 최후의 결전에서 아머드 라이더 잔게츠(카치도키 암즈)로 변신한 타카토라가 담담히 과거를 마주한 채 오늘날까지의 죄를 씻어냈다. 오버로드가 된 그를 끝낸 것으로 토르키아에서의 할일을 다한 후 타카토라는 토르키아 공화국을 훌쩍 떠났다. 이 나라의 부흥을 맡기고서 무슨 일이 있으면 자신을 찾으라는 말만을 전한 뒤 그렇게 떠나버렸다. 

타카토라를 만나서, 그를 만날 수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하였다. 그를 만나면서 시종일관 진지하고 근엄한 모습들만 내내 보다가 지금보니 저렇게나 제대로 웃는 모습은 처음 봤다. 진중한 이미지에 맞게 좀 더 다가가기 무섭고 말 걸기 어려운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예상은 조금 빗나갔다. '당신도 꽤나 미소 지어 웃을 줄 아는 사람이구나.. 타카토라-' 아임이 낮게 중얼거렸다. 

좀 더 한걸음 내딛을 용기가 생겼는데, 고맙다는 인사론 턱없이 부족한데 나는 앞으로 뭘 해야 좋은걸까? 대답없는 질문을 자꾸만 쏟아냈다. 이날 이후 타카토라의 신념과 정신을 이어받아 책임을 맡게 된 아임은 서로 너나 할 것 없이 모든 팀들의 동료들과 함께 귀족들에게 맞서 토르카아의 부흥과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푸른 언덕에 두팔을 머리 뒤로 벤 채 드러누운 아임이 토르키아의 미래에 대하여 이런저런 생각을 거듭하였다. 이내 다시 어디선가 식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에코 섞인 말이 부메랑처럼 돌아와 메아리친다. 크건 작건 지속된 센고쿠 드라이버의 영향 탓에 그 안에도 인베스화가 계속 점진적 진행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앞으로 인간으로서 남은 시간을 얼마나 더 살 수 있을까? 잇따른 고통이 밀려온다. 

시즈미야 마사히토라고 했던가, 타카토라한테서 사건의 전말을 들었을 때 얼핏 그 사람에 대해서 들었다. 그도 오버로드가 되기 전엔 이랬을까? 현재의 저와 같이 엄청난 고통을 모두 혼자서 감당하며 견뎌왔던걸까나? 왜 그가 타카토라에게 자신의 고통을 말하지 않았는지 지금이라면 알 수 있다. 

만약 같은 상황이었다면 당연히 나라도 분명 그럴 것이라며 아임은 몇 번이나 되뇌었다. 정말 소중한 사람이 나 자신으로 인해 걱정하는 건 싫다. 함께 나란히 짐을 지고 싶었으니까 그런 동정 따위 바라지 않는다.

감히 멋대로 판단의 오류에 빠져 정의내리는게 아닌가 싶지만 어쨌든 마사히토란 사람도 분명 그런 비슷한 마음이었을거라 성 싶었다. 그 모든 순백의 고고한 사상과 가치관이 모두 바꿔질만큼 얼마나 괴롭고 고통스러운 날의 연속이었을거란 것도 아임이 타카토라를 만난 순간부터 조금은 공감할 수 있게 되었다. 

여러모로 그 사람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하나 뿐인 시야를 넓혔고 더 나아가 싸워나갈 이유, 그리고 살아가야 할 의미를 찾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여기서부터는 나의 스테이지다!' 라고 하늘 위로 외쳐본다. 필사적이 되어서 있는 힘껏 부딪혀 발버둥 쳐볼 것이다. 

넝쿨이 온 전신을 뒤덮는 자신의 모습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눈 앞이 아찔한 기분이었다. 바로 그때 동료들이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다. 서로 각자 본인이 칭하는 호칭으로 아임의 이름을 부르면서 가까이 다가왔다. 파이몬, 구시온, 베리스, 오세, 베리알, 하나하나 그들의 이름을 불러보았다. 이제 죽고 없는 리더와 포라스, 글라샤의 이름은 물론 마지막으로 쿠레시마 타카토라의 이름까지 중얼거리며 혼자 독백하였다. 제 눈 앞의 소중한 사람들을 보니 울컥 눈물이 차오르는 것을 기꺼이 참았다. 파이몬네들을 향해 밝게 웃었다. 

눈웃음이 참 예쁜 아임의 미소를 보자 동료들이 그제서야 안심하다는듯 웃어보인 채 저마다 떠들기 시작하였다. '미안! 괜히 모두 걱정하게 만들어서.. 하지만 이제 괜찮아~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되!' 그 말에 '아임! 곤란한 일 있으면 우리한테 말해!' 파이몬이 어깨를 툭 쳤다. 

또 구시온이 '아임 씨, 정말 괜찮은거죠?'라며 한번 더 되물었다. '어이- 동료를 뭐라고 생각하는거야?' 오세의 말에 '들었지? 아임~ 뭐, 잘생긴 우리 타카토라가 없어지니 베리알, 엄청! 엄청! 천만 배, 백만 배, 아니 아니, 억만 배는 외로운걸.. 베리알 시무룩-' 아임은 그만 훗, 하고 피식 웃어젖혔다. 

"어때? 저런 녀석들도 있어~ 아, 베리알 씨 제외! 우린 아임 너처럼 아머드 라이더가 아니라서 영 도움이 안되~ 하지만 진짜 필요할 때 언제나 힘이 되어줄 수 있어~ 그렇지? 타카토라가 맡긴 짐이 무겁다고 생각하는거지?" 

"그렇네~ 베리스-" 

잠시 살짝 뜸을 들인 아임이 말했다. 

"베리스- 파이몬- 모두.. 돌아가자~ 돌아가서 할일 많거든~ 나 새롭게 다짐할께! 앞으로 더 힘든 일이 생길지 몰라! 그래도 빛나는 미래를 위해서 모두 날 따라와줬으면 좋겠어" 

"우선 저녁밥부터 먹으러 가야겠는걸~ 배고파.." 

가만, 베리알 씨가 언제부터 우리 편이 되었더라? 깨달아보니까 어제 피 터지게 싸웠던 적이 오늘의 든든한 동료가 되어있었다. 아, 그 헬헤임과 계속 미완성인 프로토 타입의 센고쿠 드라이버를 사용해서 아머드 라이더로 변신한다면 모두 인베스가 되어간다는 사실을 안 이후부터였던듯 하다. 이제는 함께 이 세계의 그릇된 정의와 맞서 싸우는 소중한 아군이다. 타카토라가 그랬던 것처럼.... 

그들의 뒤를 따라 가던 도중 아임의 귀에 또 다시 어떤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까와는 전혀 형태가 달랐다. 온몸이 식물로 감싼 악마가 속삭이듯한 말이 아니었다. 이것은 분명 환청이 아니었다. 뭔가 조금 에코가 섞어서 들려왔지만 확실하게 알아들을 수 있었다. 


드디어 타카토라처럼 한 계단 오른 너도 변신할 수 있게 되었구나! 아임- 


지금 그 마음 변치 않고 나아가~ 어둠의 끝은 아직 안 보이더라도 분명 빛이 있어! 울며 웃으며 누구보다 강하게.. 그러니까 변신이야~ 


아임이 활짝 웃었다. 상대가 누군지는 비록 알 수 없었지만 한번 더 앞을 향해 나아가려는 자신에게 응원해준 사람이다. 아니, 정확히 어쩌면 신같은 무언가의 존재일까? 타카토라를 알고 있는 것으로 보아 어쩌면 그의 동료 중 한명인걸까? 

이름이라도 알고 싶어서 물어보려던 찰나, 그의 주변에 강한 바람이 휘이잉 불어왔다. 그리고 바람이 멈췄을 때 그의 목소리는 사라져 더 이상 들려오지 않았다. 매우 아쉽고 유감스러웠지만 살아있으면 언제 어딘가에서 다시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이름 모를 핑크빛 꽃잎이 바람을 타고 팔랑팔랑 흩날린다. 

마치 밤바람도 가르고 머나먼 꿈을 꿰뚫는 화살처럼 흐드러지게 핀 시간의 꽃잎이 춤추듯이 덧없는 소망을 안고 질 뿐이었다. 



"당신을 만날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고마워! 다시, 또 만나! 타카토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