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촬물

꿈꾸는 소녀는 우주를 가로질러 백마 탄 왕자님을 찾는다는데?!

シア 2021. 5. 23. 04:59

* 라임님의 비란키 연성을 보고 필 받아서 쓴 글의 프리퀄입니다! 

* 울트라맨 오브 초전집과 울트라맨 제트의 [척명의 디시전 하이트] 스트레이지 소설의 캐릭터와 내용에 대한 스포가 있습니다. 또한 비란키가 쟈그라를 닮은 헤비쿠라를 만나기 직전, 하루키와 만남 날조가 있어요. << 사실 모브를 누굴 넣을까 하다가 그냥 하루키로 정했네요.ㅋ 

* 비란키 이름이 이름인지라 왠지 판소 같은 느낌이 들어 라노벨풍 제목으로 지었습니다. 

* 라임님의 갓 연성은 아래 링크 참조 

https://twitter.com/mlot1234/status/1394503017236373506?s=19 

* 배경음악 / 플로우 뮤직 - 밤하늘 기차 

https://youtu.be/Q5o3-H5sfAg 


꿈꿨어요.

하얀 백마를 탄 왕자님을요!

그거 알아요? [행복한 프린세스]라는 즐겨봤던 책이 있어요. 동화책이라 아기자기하게 예쁜 느낌의 삽화와 말랑말랑한 마시멜로 같은 글귀들이 적혀 있는 책이예요! 어릴 때 본 동화책에서 아름다운 금발을 한 공주가 백마를 타고 저 멀리서 공주의 이름을 부르며 달려오는 멋진 왕자님이 나오거든요. 정말 그 책을 닳고 닳을 때까지 봤는데 지금은 어디에 있는지 잘 모르겠네요. 아마 잃어버렸을 가능성이 높을지도.. 


그래서, 제 왕자님이 누구냐고요? 

그거야 두 번 물어보면 입 아플 정도로 뻔하죠~ 제 왕자님은 바로 우주 최강의 검사, 저글러스 저글러님거든요! 

사심검이라 이름을 붙인 검을 막 휘릭 휘두르는데 그리 멋지지 않을 수 없다니까요? 게다가 잘생기기까지 했잖아요! 아아- 세상에서 버림받았다고 느껴졌을 때 아무도 믿지 못할 절망 끝에서 구원해준 내 왕자님.. 저글러님-!! 당신은 지금 어디에 있나요?! 


                                 ▷  ▷  ▷  ▷  


저글러를 찾아 떠난 지도 한참 됐다. 시간이 좀 많이 흘러도 어쨌든 꼭 찾고 싶은 왕자님이었다. 그날 폭발 이후 단 한번도 만난 적 없었다. 얼굴 보지 못한 안타까움이 가슴 속에서 요동친다. 마치 파도처럼 크게 일렁거리며 밀려오는 마음이 너무나 애절해서 애가 탔다. 빨리 만나고 싶은데 도무지 어디 가서 찾아야 할까, 통 감이 오질 않는다. 이리저리 주변을 다 헤집고 찾아다녀 보지만 여간해서 우연이라도 마주치는 일 없어 오늘도 그녀는 그저 이 황량한 우주를 무대로 그를 또 찾아나설 뿐이다. 

바보처럼 하나 밖에 몰라서 앞만 보고 일진선을 달려나가는 것 말곤 할 줄 아는 게 없기에 또 이렇게 다시 불타오르는 열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것은 이미 익숙해져버렸다. 가끔 힘들고 지쳐 이제 그만 단념해야 싶다가도 문득 떠오르는 그의 얼굴을 상상하면 그냥 기분이 좋아진다. 저에게 있어 저글러는 그런 존재였다. 설령 온 우주를 적으로 돌린다 하여도 은하 끝까지 그 사람을 믿고 따라다닐 수 있었다. 그거야 내 구원자니까.. 날 데리러 와준 왕자님이니까.. 

비란키는 혼자가 되기 싫었다. 인생을 홀로 살아온 그녀에게 또 다시 혼자가 되어란 말은 모욕이고 상처였다. 즐겨보던 동화책 속에 나오는 공주처럼 아름다운 금발을 하고 살짝 웨이브가 들어간 트윈테일이 움직일 때 마다 흔들렸다. 그렁그렁 맺힌 눈가의 투명한 액체가 떨어질 듯 말 듯 하더니 이내 토독, 한 방울 떨어졌다. 결국 눈물을 흘려버린 그녀가 눈을 비빈 채 주먹을 꽉 쥐었다. 입술을 앙 다문 채 절대 울지 않겠다고 다짐하듯이── 하지만 파르르 떨리는 붉은 입술은 결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걸 톡톡히 나타내주었다. 

"내 왕자님.. 저글러님- 대체 어디에 있나요? 이 비란키가 언제나 당신을 그리워 하고 있는데..." 

쉴 새 없이 울기 바쁘던 비란키가 눈물을 슥 닦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이 행성도 굿바이다. 이곳에도 없다는 걸 알았으니 새로운 행성을 찾아 한시 바삐 떠나야 한다. 조금이라도 더 좋으니까.. 만약 될 수만 있다면 정말 우연하게라도 갑자기 저글러가 툭 튀어나와 마주할 수 있었으면 좋겠단 생각을 하였다. 


신이시여- 비록 소녀가 그 사람에게 많이 부족하나, 단 한번이라도 좋으니 미력하게나마 비란키의 소원을 들어주시지 않겠어요..?! 


하긴, 들어줄 리가 없겠지. 그랬다면 벌써 진작에 저글러를 만났을 것이다. 무정하게도 나쁜 신님- 


비란키는 행성에서 이동하려 준비를 하려는데 이 별의 성인인듯 보이는 몇몇 무리의 외계인이 웅성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가만히 귀를 기울어 들어보건대 그들은 어떤 자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었다. 비란키가 그토록 애타게 찾고 있는 저글러스 저글러 말이다. 이 우주에서 저글러라 하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어린아이부터 늙은 노인 마저 전부 알 만큼 모를 리가 없는 유명인사였기에 사람들의 입가에 좋은 화젯거리가 되어 자주 오르내리기 일쑤다. 

그가 실행한 행동들은 모두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악명 높은 우주 최강 검사로서 이름을 떨쳤다. 한 외계인이 '요즘 들었냐?' 같은 말로 시작하여 다른 녀석들 역시 대화를 주고 받았다. 데빌 스프린터 뭔가의 사건을 말하기도 하고 제 연적인 울트라맨 오브로 변신하는 쿠레나이 가이에 관한 이야기도 하는 모양이다. 비란키는 살짝 쓴맛을 다시면서 미간을 좁혀 인상을 확 찡그리곤 가이의 이름을 중얼거렸다. 치, 마음에 들지 않아- 같은 말을 여러 번 반복해 되내이면서 입을 삐죽 내밀었다. 

"그러니까 요즘 저글러가 지구에 있다는 말이지?" 

"아, 그렇대도?!" 

"지구라는 별은 어떤 곳인데?" 

"글쎄- 나도 몰라~ 안 가봤으니까.." 

"에이, 그게 뭐야" 

"그렇지만 이거 하나만은 알아~ 태양 가까이 자전하는 행성이라 해서 근처의 행성들을 태양계라고 불린대~ 그 중에서 태양과의 거리가 적당한 공간에 떨어져서 도는 별이라 수많은 별 중에 가장 아름다운 별이래!" 

"그래?" 

지구라는 행성인가. 비란키도 얼핏 들어본 적 있었다. 전에 한번 다른 별에 사는 성인들도 그런 말을 언급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오호라- 그 지구에 가면 분명 왕자님을 만날 수 있다는 거지? 좋았어!' 생각만 해도 가슴이 두근거렸다. 심장이 쿵쿵 마구 빠르게 심박수가 뛴다. 떨리는 마음을 애써 감춘 채 비란키는 지구로 향할 계획을 세웠다. 

물 좋고 산 좋고 공기 좋은 곳. 드넓게 펼쳐진 절경이 장관이라 들었다. 아마 왕자님은 거기서 활동하는듯 했다. 하여튼 그러니까 이렇게 넓은 우주의 밤을 헤치고 뛰어넘는데 이제껏 그를 찾을 수 없었던 것도 쉬이 납득이 되었다. 답은 간단했다. 바로 자신이 저글러를 만나러 달려가면 된다. 직접 저글러의 얼굴을 보면 무슨 말을 할지 머릿 속에는 벌써 여러 다양한 질문들을 쏟아냈다. 

"후후- 이렇게나 간단한 것을.." 

순식간에 영롱하게 빛나며 붉은빛이 반짝 일더니 워프를 하여 사라진 자리엔 얇은 핑크색 리본 실이 떨어졌다. 그 위로 하얀 달이 은은하게 조명 삼아 비춰주었다. 비란키는 이번에야말로 기필코 저글러를 만나리라 다짐하며 결의를 다졌다. 어떻게든 보고 싶었다. 그날 폭발 속에서 헤어진 후 지금 이때껏 계속 간절히 바라왔던 소망이고 꿈 같은 시간과 나날이었다. 조금 갑작스럽지만 이렇게 돌연히 찾아온 기회를 절대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이다. 비란키는 엄청 벅차올라 기쁨의 탄성을 지른 채 나의 왕자님, 하고 소리쳤다. 

설명을 듣고 제 상상 속 이미지를 그리기만 했던 지구에 도착하였다. 지구가 하나 뿐만 아니라 평행 세계의 지구가 많다는 것을 알고 고민하다 주변의 정보를 가진 녀석을 한 명 붙잡아 물어본 뒤 저글러가 간 지구를 선택했다. 우선 당도하자마자 순간 쓰러질 것 같아 배를 움켜쥐었다. 배가 고팠다. 이동하면서 아무것도 먹질 않았으니 더욱 그랬다. 그만큼 열심히 워프를 한 거라 생각하며 만족할 뿐이다. 

왕자님한테라면 뭐든지 전부 받칠 각오가 되어 있다는 일념 하나 갖고 여기에 이르렀다. 저글러가 싫어하는 행동 말고 좋아할 만한 행동을 하고, 그의 취향적인 것들을 ──커피라던가, 자주 애용하는 뱀 디자인의 이어커프라던가,  그 외 기타 등등──  가득 사줄 것이며 마음에 들 수 있도록 변화된 모습을 보여줄 자신도 있다. 

멋도 모르고 눈앞에 보인 사탕 가게에 들어가 사탕을 집었다. 다양한 색깔과 맛과 향이 저로 하여금 기분 좋게 만들었다. 그러나 막상 계산하려 하니까 지구에서 사용하는 돈은 우주에서 쓰는 공용 화폐 단위조차 달랐다. 긴 한숨을 뱉어낸 그녀가 곧 우울감이 역력한 표정으로 울상을 지으며 어쩌지 하고 있을 무렵, 누군가가 나타나 현금을 내밀어 계산을 해주었다. 가게 알바생은 조용히 돈을 받아들 다음 탁탁 계산기를 두드려 거스름돈을 넘겨주었다. 


"여기엔 처음이라.. 감사합니다." 

"처음이요?" 

"아, 아무것도 아니예요! 이렇게 무언가를 사는 것은 처음이거든요." 

"보아하니 귀하게 자란 부잣집 아가씨군요! 아가씨의 이름은 뭐죠?" 

"비란키요. 당신은?" 

"하루키, 나츠카와 하루키입니다!" 

"하루키.. 멋진 이름이네요. 허나, 내 왕자님 만큼은 아니예요. 전 항상 말투는 험하거나 태클 걸지만 완벽하고 잘생긴 나의 왕자님을 만나러 왔거든요." 

"우오- 왕자님? 에에, 그거 엄청 멋진 일이잖아요!" 

"그렇죠? 그럼 저는 왕자님을 찾으러 이만 가볼께요. 사탕 감사해요!" 

사탕 가게를 나온 비란키는 검은 양산을 촤악 펼쳐 들었다. 하루키와 간단한 인사를 하고 헤어져 거리를 걸은 그녀는 혹여 놓칠 세라 손을 꼭 붙잡은 양산 아래, 빨려들어갈 듯한 푸르게 빛나는 눈동자와 양갈래 머리를 묶은 금발을 흐트러뜨리며 환한 햇살을 그대로 머금은 머리카락이 찰랑거렸다. 고스로리 패션의 고딕풍의 검은 드레스는 보는 이의 시각에 따라 화려하게 보이기도 하고 왠지 묘하게 특유의 심플한 느낌을 주기도 하였다. 오늘 어째서일까,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씨이건만 바람이 평소보다 조금 강하게 불었다가 금방 사그라든다. 그래봤자 미풍 정도의 세기에 지나지 않지만은── 

문득 하늘을 바라본다. 구름이 없어 어디를 응시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으나 그저 저글러의 얼굴을 떠올렸다. 코웃음을 치며 능글맞으면서도 의외로 상냥함 한 방울 담아내주던.. 아, 그러고 보니까 마치 톡톡 튀는듯이 제 손에 들린 젤리빈즈처럼 느껴졌다. 비란키는 조심스레 젤리빈즈 통 안에서 캔디젤리 한 알을 꺼내 먹었다. 달콤한 사랑이 전신으로 깊이 퍼져가는 것 같았다. 아직 어디에서부터 저글러를 찾으면 좋은 것인가 생각하지 않았지만 괜찮았다. 모든 곳을 돌아다니며 꼭 만날 수 있길 희망한 채 다시 가벼운 발걸음을 떼어 길을 걸었다. 

한편, 비란키와 불과 몇 미터 거리가 떨어지지 않은 장소에서 헤비쿠라 쇼타는 병원을 빠져나와 가만히 푸른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대괴수 로봇 부대 스트레이지는 그야말로 꿈 같은 곳이면서도 위험이 많이 따랐다. 클로에가 죽고 특공기 개발 시험이 중단된 후 누군가가 다치는 일에 대해 바코 씨도 예민해져 있었고 저도 최대한 죽음까지 이를 정도로 무리하게 나서지 않겠다고 해놓고선 그만 다치고 말았다. 

제 마음대로 편하게 거동을 움직일 수 없었다. 부상을 고정시키기 위해 칭칭 감은 붕대 때문에 깁스를 해놓은 한쪽 팔이 영 불편하기 짝이 없다. 발목 염좌에 이어 손목 골절이란 명목으로 올해 들어 두번째 병원 신세를 지게 되었다며 중얼거린 그가 죽은 클로에를 마음 속으로 그렸다. 그리고 저글러의 얼굴과 닮은 헤비쿠라와 비란키의 만남은 이제 앞으로 약 5분 남짓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