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촬물

答えはひとつ!

シア 2021. 3. 9. 05:54

* 울트라맨 루브 본편 완결 및 타장판 이후 시점~ 그냥 미나토 남매가 콰트로 M에서 평범히 야식 먹는 일상 이야기 

* 배경음악 / Tido kang - 밤하늘의 은하수 

https://youtu.be/OAxyWlshUT8

미나토 우시오가 운영하는 옷 가게 콰트로 M에서 오랜만에 미나토 가 삼남매가 모두 한자리에 모였다. 몇 달 사이 좀 못 봤다고 이제 얼굴을 보니 여러가지 일로 생각이 가득해 지쳐있던 몸과 마음이 마치 가벼운 듯이 기운이 났다. 하지만 금방 원래 자신의 위치로 되돌아 가야 하는 것이 그간의 일은 전부 잊어버리고 잠시 가족과 보내는 오붓한 시간이 못내 아쉬울 따름이다. 물론 울트라맨 롯소, 울트라맨 블루가 되어 활동할 땐 둘이서 하나인 울트라맨 루브인지라 미나토 이사미와는 우주에서 자주 붙어 다니곤 했으나 울트라우먼 그리죠로 활약 중인 미나토 아사히와 신기하게도 잘 마주친 경우가 없었다. 

서로 다른 우주에서, 게다가 임무도 자신들의 특성에 맞게 배정받는 편이라 어찌하다 보니까 좀처럼 여동생과 접촉이 없다시피 하였다. 그래도 이렇게 만나니까 미나토 카츠미는 남매의 첫째로서 동생들을 즐거운 시간을 보냈으면 하고 생각했다. 그러기 위해선 지금 내가 이들에게 무엇을 해주면 좋을지 고민에 빠졌다.

오늘이 마지막 밤을 보내는 날이다. 울트라맨 활동을 하느라 며칠을 꼬박 지새워 하루의 대부분을 우주에 나가 다양한 행성들을 돌아다니며 괴수나 나쁜 무리의 적과 싸워나가고 있는 바람에 3박 4일 휴가까지 내어가면서 공부를 쉬었다. 다음 날부턴 카츠미는 디자인 공부를 위해 이탈리아의 밀라노로, 우주 고고학 전공을 위해 유학을 떠났던 현역 대학생 이사미는 미국의 캘리포니아에서 다시 일상을 시작할 것이다. 

휴가 날짜는 정해져 있고 본인이 울트라맨이라고 대뜸 소개할 수도 없어서 하는 수 없이 울트라맨으로 변신하여 단숨에 날아가는 것을 선택했지만── 이사미는 비행기 타는 것보다 시간이 적게 걸린다며 좋아했다. 이젠 아사히가 아야카시 마을을 대신 지켜줄 테니 오빠로선 안심이랄까. 저마다 쉴 틈 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 꿈을 찾기 위한 미나토 삼남매의 여정은 계속 되었다. 

카츠미는 주위을 둘러보았다. 어둠이 짙게 깔린 가게 안은 고요한 적막감이 흘렀다. 떠들썩한 저녁 식사가 있었던가 싶을 만큼 조용했다. 방 안을 열어 보니 아버지와 어머니는 다음 날 일하기 위해 깊이 주무시고 계셨고 당연하게도 제 동생들은 각자 할 일을 한다며 늦은 시간이건만 아직까지 자고 있지 않은 상태다. 

하긴, 몸은 하난데 울트라맨과 공부 두 가지 일을 모두 양립하기 힘들다. 그럴 때 마다 카츠미는 종종 분신이 있었으면 하고 터무늬 없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특별한 힘을 갖고 변신해서 적과 싸워도 결국 어디에서나 있을 법한 평범한 사람이다. 하지만 절대 포기하지 못할 꿈이 있으니까 고민하고 갈등하고 부딪히면서 그냥 그렇게 앞을 향해 나아갈 뿐이다. 

"이사미, 지금 벌써 새벽 2시야~ 아직 안 자고 있었어? 내일이면 다시 공부하러 떠나야 되잖아" 

"응~ 이거 조금만 더 하고 자려고-" 

"너무 늦게까지 있지마" 

"알았어" 

카츠미는 이사미의 방을 나와 문을 닫았다. 휴우, 대체 저 녀석은 한번 무언가에 빠져버리면 다른 건 전혀 귀에 들리지 않으니까 뭐라 해도 어쩔 수 없었다. 가만히 내버려 둘 수 밖에- 그는 복도를 가로질러 이번엔 아사히의 방을 찾아 살짝 문을 두드린 채 노크한 뒤 방 안에서 들려온 들어오라는 말과 함께 조심스레 문을 열었다. 그랬더니 밝은 미소로 맞이하는 모습이 보였다. 

"카츠 오빠, 무슨 일이예요?" 

"아사히- 뭐하고 있었어?" 

"그냥 이것저것이요. 교수님이 내어주신 과제랄까.." 

"힘들지 않아?" 

"전혀요! 전부 다 내가 하고 싶은 것들만 가득이라서 매일 즐거워요!" 

"그래? 그럼 다행이네" 

"카츠 오빠, 배고파요. 뭐 먹을 거 없어요? 음.. 컵라면! 야식으로 컵라면 먹는 거 어때요?!" 

"지금 컵라면을 먹겠다고? 너무 늦었잖아~ 새벽 2시라고-" 

"치, 그러지 말고요. 이사 오빠도 같이 불러서 저희 삼남매의 야식 타임 어떤가요!" 

"좋아! 그렇다면 그냥 컵라면으로 때우지 말고 내가 직접 야식 만들어 줄께" 

"와아~ 신난다! 정말이죠?" 

"진짜라니까- 먼저 요리하러 갈 테니까 이사미 불러서 같이 부엌으로 나와" 

"네!" 

그렇게 원한다니 차마 아사히의 제안을 거절하지 못하고 야식을 해주기로 하였다. 이전에도 밤에 뭐 먹는 거 안 좋다고 몇 번 말해주었지만 별 신경쓰지 않는 것인지 듣지 않아서 그만뒀다. 자꾸만 배고프다며 뭐 먹을 거 없냐, 혹시 간식 만들어 줄 거냐고 재잘거리자 왠지 저도 배고파진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카츠미는 또 승낙해버리고 말았다. 아사히가 이사미를 부르러 갈 동안 그 사이 카츠미는 손을 씼은 후 부엌에서 냉장고에 요리 재료 및 도구들을 꺼내 본격적인 야식 만들 준비를 시작하였다. 

무엇을 만들까 하다가 부드럽고 촉촉한 도너츠를 만들 생각이었다. 아마 모두 좋아하겠지. 샌드위치라던가, 간단한 토스트 같은 것도 좋았지만 마침 재료가 있으니 한번 해볼까 싶다. 음, 한 입 크기로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도너츠와 따뜻한 블랙커피 정도면 꽤 괜찮을 것 같았다. 그런 상상을 하다 말고 괜히 저도 모르게 입맛을 다신 카츠미가 커다란 스테인리스 볼 안에 계란과 우유를 ──우유가 없으면 그냥 물을 넣어도 된다── 붓고 거품기를 사용해 젓는다. 

그런 다음, 박력분과 베이킹 파우더를 넣어 이리저리 잘 섞은 뒤 반죽한다. 꽤 반죽한 모양인데 찰기를 보아하니 이쯤 끝내면 되겠다 싶어서 그는 비닐 랩을 씌워 10분쯤 냉장고에 숙성시켰다. 때마침 이사미와 아사히가 부엌으로 들어왔다. 각자 식탁 의자에 자리 잡고 앉은 채 남매의 그렇고 그런 몇 마디를 주고 받다가 아사히가 큰 목소리로 '해피!'라고 외쳤다가 어머니와 아버지가 깰지도 모른다며 그녀의 입을 틀어막았다. 

이후 카츠미가 다시 숙성시킨 반죽을 꺼내 도마 위에다 도넛 틀을 이용하여 한가운데에 동그랗게 작은 구멍을 냈다. 그러고 나서 이 다음 할 일은 제일 먼저 프라이팬에 불을 올린 후 찬장에서 버터를 꺼냈다. 금방 치이익 소리를 내며 서서히 녹아가는 버터에서 적당한 기름이 둘러졌다. 이윽고 고소한 버터 향이 풍겨오자 뒤에서 냄새가 좋다는 말이 기분 좋게 들린다. 

"우와~ 벌써부터 맛있는 느낌! 해피예요!" 

"도너츠, 기대 되는 걸" 

"너 또 혼자 많이 먹겠다고 욕심 부리지마" 

"싫어요. 먼저 먹는 사람이 임자라구요!" 

"아사히!" 

카츠미는 살짝 불을 더 세게 올려 160도 정도의 온도를 맞췄다. 빵 반죽이 기름에 튀겨지면서 타닥타닥 기세 좋게 타올라 바삭하게 구워졌다. 순간적으로 튀어오른 기름 때문에 하마터면 조금 데일 뻔한 것은 일종의 덤이다. 

그가 마지막으로 설탕도 좀 뿌리고, 어떤 것은 초코 맛과 딸기 맛의 글레이즈로 코팅한 후 달달함을 더해줄 스프링클(쿠키나 케익 등의 디저트에 뿌려 먹는 가루)을 색감 좋게 데코해주면 완성이다. 스위츠를 만드느라 어질러진 주변을 정리하고 나니까 시간이 훌쩍 지났다. 

"자, 먹어봐" 

커피포트에다 커피콩을 넣고 추출한 블랙커피가 든 머그컵 세 잔을 식탁에 내려놓았다. 좋아하는 취향이나 성향이 다른 세 사람이 모두 자신의 전용 컵이라면서 디자인이 전부 다른 컵들이 줄 지어 나란히 놓여진 모습이 왠지 아기자기해 보였다. 

"와~ 도너츠예요! 분명 맛있을 거야" 

"형, 수고했어" 

"이 정도면 됐지? 얼른 먹고 그만 야식 타령하라고-" 

"난 야식 타령 하지 않았거든~ 보나마나 아사히가 그랬겠지" 

"이사 오빠도 참- 어쨌든 맛있게 먹으면 됐잖아요." 

아사히가 샐쭉하게 입을 삐죽 내민 채 한 입 베어물었다. 이어 이사미도 도너츠 하나를 집어 들었다. 

"맛있어!" 

"맛있어서 해피예요! 역시 도너츠는 최고라니까요. 이 초코 맛도 맛있는데 딸기 맛은 엄청, 엄청 맛있어서 너무 행복해요!!" 

"너희들이 맛있다면 됐어" 

따뜻한 블랙커피를 한 모금 마신 뒤 머그컵을 내려놓은 카츠미가 아직 열기가 남아있는 손으로 초코 도너츠를 집어 조금 베어물었다. 곧 입 안에서 퍼져나가는 달콤한 초코와 겉은 바삭, 속은 촉촉하면서 부드러운 식감이 혀의 감촉에 느껴졌다. 붉은 혀는 마치 황홀경을 표현하듯 진한 풍미에 녹아들었다. 뭐, 비록 내가 했지만 맛있네- 그는 다른 한 손을 뻗어 다시 커피를 홀짝 마시곤 동생들에게 말했다. 

"아, 맞아~ 아사히, 요즘 대학 생활은 어때? 괜찮아?" 

"매일 매일 즐거운 일 가득인 걸요! 힘든 일이 있어도 해피만 외치면 슬픈 것도 지나가버려요. 아, 그리고 학식 시간이 제일 좋아요!!" 

"그런가~ 이사미는?" 

"그런대로- 뭐, 우리가 어린애도 아니고 다 컸잖아~ 알아서 잘 하니까 걱정 마" 

"나는 걱정이 된다고- 한번씩 너의 천연스러운 행동 볼 때면-" 

"이럴 때 보면 항상 첫째 노릇하려는 버릇 있다니까-" 

"어이 어이, 이봐~ 내가 언제? 나 그렇게까진 아니거든~ 그나저나 너도 뭔가 대학교 이야기 좀 해줘" 

"뭐 어떤 거?" 

"음.. 난 말이야~ 얼마 전에 상 받았다. 학교에서 주최하는 자유 디자인 공모전 같은 건데 그것 때문에 며칠 밤 새서 엄청 작업했거든" 

"그래서요?" 

저를 바라보는 아사히의 검은 눈동자가 반짝반짝 빛을 냈다. 정말 궁금한 것처럼 접시에 놓인 도너츠를 집어 앙, 하고 야무지게 뜯어먹으며 눈을 깜빡였다. 그 옆에서 이사미는 무심한듯 카츠미의 말을 듣고 있었다. 

"디자인 작업하고 나서 조금 쉴 생각이었어~ 30분간 잠을 자려 했는데 어느 나라든 다 똑같아서 마치 그곳에 괴수가 나타났다는 거야~ 서둘러 울트라맨 롯소로 변신해 갔지! 아무튼 그날 하루는 정말 잊을 수 없어" 

"그거, 그거! 완전 공감- 나도 비슷한 일 있었어! 한창 전공 수업 듣고 있었는데 갑자기 캠퍼스 근처에서 괴수가 출현했다는 거야~ 진짜 울트라맨 블루 활동하랴, 공부하랴, 이리저리 바쁜 하루였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면 부하가 걸리지 않아요? 꿈을 쫓는다는 건 역시 쉬운 일이 아닌 것 같아요." 

"정말 과부하가 걸린 로봇 마냥.." 

"하지만 어느 쪽도 포기한 채 후회하고 싶지 않으니까 열심히 한다, 아닌가?" 

"그렇지" 

"포기할 수 없는 것이라.." 

그 말이 있은 직후 이사미는 조금 뜸을 들였다. 관자를 긁적이면서 머리를 살짝 흐트러뜨렸다. 계속 눈동자만 데구르르 굴리던 그가 커피를 마신 뒤 머뭇거린 채 식탁 위를 손가락을 톡톡 치며 입을 열었다. 

"카츠 형- 그, 나 사실은 팀플 과제를 하다가 친구랑 의견이 맞지 않아서 싸우고 나왔거든~ 심지어 같은 룸메이트라.. 어떻게 얼굴을 봐야 할지도 모르겠고, 내가 먼저 사과하기엔 괜히 어색해서 말이지" 

"어색하고 자시고가 뭐 있어? 어차피 누군가는 말해야 되잖아~ 서로 대화로 풀고 잘못한 거 있으면 사과해" 

"응~ 그럴께" 

"늦었다. 지금 3시 30분이야~ 거의 다 먹은 것 같으니까 슬슬 정리하고 들어가자~ 누가 설거지 할래?" 

"글쎄-" 

"가위 바위 보로 정해요!" 

"단판 승부다. 이긴 사람 딱 한명 제외하고 나머지 진 사람 둘이 뒷정리 하기- 본인이 걸려놓고 나중에 딴소리 하지 말라고?! 특히 아사히!" 

"당연하죠~ 카츠 오빠도, 이사 오빠도 각오하는게 좋을 거예요. 절대 안 질 거라구요." 

"나도 안 져!" 


- 안 내면 진 거, 가위 바위 보! 

- 다시 한번 더! 

- 이번엔 진짜야 

- 안 내면 진 거, 가위 바위 보! 


처음에는 서로 전부 다르게 내서 비기고 두번째도 모두 같은 가위를 내어 비겼다. 그리고 이제 마지막 세번째로 가위 바위 보를 냈을 땐 드디어 승부가 갈렸다. 보를 낸 카츠미가 이기고 이사미와 아사히가 주먹을 냈다. 

꼭 자기가 먼저 내기하자고 한 사람이 항상 걸리더라, 라고 아사히가 태클을 걸었다. 이사미는 입술을 뾰죽 내밀고 샐쭉한 표정이 되어 뭐라 중얼거리면서 투덜거렸다. 

"한판 더 해! 분명 아사히가 늦게 냈어" 

"싫어요. 이사 오빠도 졌으니까 그냥 정리해요." 

"형, 한번 더 하자고-" 

"그럼 여긴 두 사람한테 맡겨도 되지? 알아서 정리 잘 끝내고 방에 들어가" 

"네!" 

"알았어~ 알았다구.. 하면 되잖아!" 

"부탁해" 

째깍째깍 시곗 바늘 소리가 들려온다. 모두가 조용히 잠든 늦은 시간까지 동생들과 야식을 먹으며 일상을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눈 것이 좋았으니까 이 이상 긴 말 하지 않겠다. 일단 그 녀석들한텐 그렇게 말했지만 무언가 꿈에 대하여 이거다, 하고 정의를 내리거나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지 알 수 없다. 자신도 아직 원하는 걸 목표를 향해 꿈을 쫓아가는 도중이니까─ 하지만 눈 앞의 일을 하나씩 있는 힘껏 해나가다 보면 언젠가 반드시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 믿기에 카츠미는 그리 생각했다. 우주에서 괴수와 싸울 때 뉴제네의 리더인 긴가의 라이도 히카루 씨도 아마 그렇게 조언해주었다.  

이따금씩 심장의 고동이 뛰는 것이 느껴지는 방 안에서도 가만히 귀를 기울이면 부엌에서 투닥거리는 이사미와 아사히의 목소리, 설거지를 한다고 틀어놓은 물소리가 한데 섞어져 들려왔다. 아무 생각없이 주머니를 넣으니까 손에서 아사히가 준 레몬 맛 사탕이 잡혔다. 

몇 번 바스락거리며 사탕을 만지다가 도로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침대 옆의 책상 위에 놓여진 디자인 노트를 펼쳐보았다가 이내 다시 노트를 덮었다. 입가에는 왠지 모르게 옅은 미소가 띄어져 있었다. 밖에선 겨우 정리가 끝난 모양인지 시끄럽던 물소리와 그릇이 달그락 부딪히는 소리가 잠잠해졌다. 

역시 미나토 남매는 셋 중 단 한명이라도 빠지면 안 된다. 답은 하나였다. 카츠미는 '내일도 열심히 하자!'라며 자기자신에게 주문을 외우고는 침대에 누웠다. 책상 위에는 디자인 노트와 함께 울트라맨 롯소가 사용하는 루브 크리스탈과 루브 자이로가 반짝하고 유대의 빛이 빛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