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상 절정☆Imagination
* 꿈왕국에서 나왔던 [엘리멘탈 레인저] 이벤트의 스토리를 바탕으로 했지만 본 게임의 이벤 스토리를 담고 있는 내용과 전혀 무관합니다! 이벤트에서 나온 '엘리멘탈 레인저'라는 전대 컨셉을 반영하여 이벤트 본편 스토리의 스포는 없습니다!
* 배경음악 / 꿈왕국 게임 스타트 시 BGM
* 특촬 게임 크오 합작 주소는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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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하루는 그랬다. 그때도 레인보우 라인의 열차 안에서 그들은 각자 제 할 일을 하고 있었다. 스즈키 라이토는 니지노 아키라와 함께 치킨 마요가 든 도시락 2개를 보면서 아주 행복한 얼굴을 한 채 먹고 있었고 토가사키 하루는 안경을 척 올리고 무언가 골똘히 책을 보고 있었다.
나츠메 미오는 예쁜 옷의 브랜드들을 입은 모델들이 나오는 잡지를, 그리고 노노무라 히카리는 늘 손에서 갖고 놀던 켄다마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또 잊을 만하면 갑자기 열차의 불이 꺼지고 철커덩, 덜컹덜컹 소리를 내기 시작하며 끼익 정차한다. 그러면 이내 차장님과 손에 달린 원숭이 인형의 티켓 군이 섀도우 라인의 섀도우가 우리들보다 더 먼저 앞서 이 역을 어둠으로 물들여 지배하고 있다는 소식을 알리며 허겁지겁 뛰어들어온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서로 마주본 채 고개를 한번 끄덕이곤 곧장 역에 내린 토큐쟈가 언제나 하던 포즈를 잡고 변신을 시전하며 토큐 체인지를 외친다. 하루도 멀다 하고 역에 쳐들어와 어둠을 흩뿌리는 쿠라이너의 섀도우 녀석들 때문에 요즘은 일상이 아주 평화롭지 아니하였다. 그 중 이즈미 카구라는 핑크색의 토큐 5호다. 여느 때처럼 '이마지네이션', 즉 상상력을 한계치까지 끌어올려 싸우지만 힘은 너무나 턱없이 부족했다. 특히 카구라는 무서운 걸 싫어했다. 토큐쟈의 활동은 이제 어느 정도 꽤 익숙해졌지만 그와 별개로 사람들의 꿈과 희망, 이마지네이션을 악몽과 절망과 어둠으로 가득 점철시켜버리는 섀도우 자체는 아직도 상대하거나 직접 혼자서 나서기 무서웠다.
친구들과 떨어져 혼자가 되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았고 상상하는 힘은 누구보다 훨씬 강하지만 상상을 현실로 바꾼다거나 새로운 걸 추구하는 것도, 그 무엇이든 간에 아무튼 카구라에게는 매사 어떤 일을 할 때 마다 여전히 호기심만큼 두려움이라는 공포가 존재하였다. 그렇다고 조용한 성격은 아니지만 워낙 무서움을 잘 타는 편이라 섀도우를 상대할 때 마다 벅차는 건 어쩌면 정말 당연한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름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토큐쟈의 활약에 힘입어 섀도우는 잠시 물러났다. 하지만 카구라는 금방 침울해졌다. 아무리 이마지네이션으로 싸우는 우리들치곤 히카리는 워낙 현실주의자인 터라 레인보우 열차에 돌아와서도 현실적으로 생각해보라며 라이토한테 한마디 툭 던졌다. 게다가 특히 카구라에게 너만 아니었으면 전부 작전대로 이길 수 있었다며 온갖 돌직구와 요목조목 논리정연하게 따져 물었다. 카구라는 그런 히카리의 말에 최대한 참고 있었다. 참고 있었지만 그의 '카구라- 적어도 망상 폭주는 적당한 선에서 대입하란 말야!'라는 말을 들은 이상 그녀도 이제 가만히 참고 있을 수 없었다.
"내 상상이 어때서!"
"상상할거면 좀 더 현실적으로 상상하던가, 상황을 봐가면서 해야지"
"히카리는 꿈이 없어? 나는 꿈이 많아서 이것저것 상상해버려서 자주 망상 폭발하곤 하지만 히카리는 아니잖아? 항상 그렇게 현실적인 관점으로 바라보니까 작전이 실패한 거 아니냐구!"
"뭐? 지금 내 탓으로 돌리는거야? 말이 지나치잖아!"
"먼저 시작한 건 히카리잖아~ 아냐?"
상황은 조금 심각하게 흘러갔다. 이윽고 점점 감정이 격해지는 두 사람의 행동에 라이토가 급히 말렸다. 미오 역시 단호하게 그만하라고 일렀다. 물론 옆에 있던 토캇치와 아키라도 히카리와 카구라 사이를 중재하였다.
"히카리- 카구라- 이제 적당히 여기서 끝내는 건 어때?"
"둘 다 그만해!"
"싸.. 싸움은 안 된다구-"
"지금 우리들끼리 싸워봤자 별로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카구라는 결국 더 참지 못 하고 열차에 내렸다. 마음 따라 걸었다. 하지만 순간 울컥하는 마음에 분해서 뛰쳐나오긴 했는데 정작 갈 곳이 딱히 없는 관계로 하는 수 없이 카구라는 계속 걷다가 어느 빈 놀이터 근처를 발견한 뒤 그네에 털석 앉았다. '히카리도 참- 너무해' 하고 중얼거리면서 혼잣말을 한 그녀가 곧 입을 삐죽 내민 채 후우, 하고 한숨을 폭 내뱉었다. 한동안 카구라가 양 옆의 그네 줄을 붙잡고 땅에 발돋움하며 약하게 흔들거릴 동안 한편, 잠잠했던 섀도우 쪽이 다시 움직이고 있었다. 사람들을 어둠에 빠트려 더욱 강하게 세뇌시키고 있는 중이었다. 미친듯이 기분 나쁜 웃음을 짓는 섀도우의 웃음소리가 왠지 레인보우 열차 안에도 들려온듯한 건 어디까지나 기분 탓일 것이다.
카구라는 이제 아까보다 살짝 세게 그네를 흔들거렸다. 좀 더 타면 탈수록, 좀 더 높이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뭔가 자신의 마음도 붕 뜨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조금 전에 히카리와 있었을 때보단 왠지 모르게 답답했던 가슴이 약간 풀린 것 같기도 하고 어느 정도 꽤 기분이 좋아지긴 하였다. 그리고 히카리에게 가서 사과할까 말까 좀 망설이고 있었으나 아직 사과하기엔 때는 아닌 것 같았다. 평소에는 차분하고 쿨하나 한번 화나면 히카리가 많이 무섭게 변해서, 아! 그래도 평상시보다 몇 배의 독설과 잔소리를 늘어놓기는 하지만 말이다. 겁이 많은 자신으로선 히카리가 본인도 모르는 새에 은근히 상대한테 상처가 되는 말을 해버리는 저 현실주의가 역시 조금 섭섭할 수 밖에 없었다.
카구라는 다시 한숨을 쉬며 고개를 들어올렸다. 이때 저 멀리 눈앞에서 무언가 반짝 빛이 났다. 저게 뭘까 싶어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그네에서 내려 반짝거리는 무언가를 향해 다가와 그 물건을 집어들었다. 집어든 손에 든 것은 다름 아닌 어떤 조그만 반지 하나였다. 다이아가 박혀있는 듯한 보석으로 이루어진 반지였다. 왜 이런데 반지가 있는걸까? 이걸 떨어뜨린 사람은 누구일까? 누가 실수로 떨어진 걸 모르고 잃어버린 걸까 싶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이 반지의 주인이 열심히 찾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미치자, 카구라는 곧바로 행동을 실현에 옮기기로 결정하였다. 아마 근처 분실물 센터에 가져다주면 그 사람도 계속 찾다가 안 되면 분명 분실물 신고를 하러 올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잠시 눈을 감았다. 바로 그때 반지를 애타게 찾는 자로 보이는듯한 존재가 서 있고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리고 여러 몇몇의 사람들이 모여있는 것 같은 풍경이 보였다. 어라, 이건 뭐지? 이 장면은 뭘까? 카구라는 얼굴을 사선 방향으로 갸우뚱거렸다. 눈을 떴을 땐 전혀 처음 보는 낯선 공간에 들어와 있었다.
"여긴 어디지? 무서워-"
금방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며 울상을 진 카구라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확실히 처음 자신이 있던 곳과 분명 주변의 경치가 달라져 있었다. 이곳은 본인이 눈을 감았을 때 봤던 모습과 똑같은 풍경이었다. 때마침 그런 그녀를 발견한 몇 명의 사람들이 다가왔다. 전부 함께 다니는 일행으로 보였다. 그 중 포이아라는 자가 카구라에게 말을 걸었다.
"너는 누구야?"
"카구라- 이즈미 카구라-"
"헤에- 이쪽 세계의 사람이 아닌 것 같아 보이네"
"어? 저기에 제 반지가 있어요! 당신이 그걸 주워주셨군요!"
"반지? 이거 말이야?"
"네~ 저거예요. 실수로 어딘가 떨어뜨렸는데 어디에 있는지 전혀 몰라서 처음 있었던 장소부터 다시 하나하나 찾아 한참 돌아다녔거든요. 만약 정말 찾지 못하고 잃어버렸거나 다른 악한 자들의 손에 넘어갔다면 지금쯤 어떻게 됐을지.."
"나비- 그래도 찾아서 다행이야"
나비라고 이름이 불린 작고 귀여운 동물은 생각만 해도 매우 끔찍하고 소름이 돋는다는 말을 하였다. 그것은 하얀색의 작은 몸집에 맞지 않게 커다란 귀를 가지고 있어서인지 뭔가 토끼처럼 보이기도 하고 자세히 보면 또 아닌 것 같아 보이기도 하였다. 마을을 안내해주면서 그들은 각자 자신을 이렇게 소개했다. 우리들은 모두 정령의 나라 세쿤다티의 왕자이며 여긴 꿈의 세계라고 말해주었다. 여기서 말하는 꿈의 세계라는 의미가 정말 꿈이라서 그런게 아니라 사람들이 꾸는 꿈의 힘 자체로 '꿈'이 삶의 원동력이 되는 꿈 세계라는듯 하였다.
그 가운데 지금 나비가 들고 있는 이 반지를 가진 꿈왕국을 중심으로 다양한 나라들이 각각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러니까 이들에게 있어 반지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꿈왕의 가호를 받은 트로이메아의 공주인 히메와 나비가 수많은 나라를 여행하며 반지 속에 잠들어 있던 왕자들을 하나씩 깨워 드림이터와 싸워나가는 중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현재 정령의 나라 세쿤다티에 잠시 머무르고 있다는 것이었다.
카구라는 그 이야기 자체가 과연 정말 꿈의 세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주와 왕자들이라니.. 어쩌다 보니까 굉장한 사람들과 함께하게 되었다. 언젠가부터 갑자기 나타나 사람들의 꿈을 먹어치워 위협하는 드림이터라는 존재가 있었다. 자신의 세계에 있던 섀도우와 비슷한 녀석들일까, 어디에서나 이런 괴물이 있고 또 그것들을 물리칠 히어로가 이 세계에도 있는구나 싶었다.
"나도 있어~ 내가 사는 세계에도 지금 현재 섀도우 괴인에 습격 받고 있거든"
"섀도우?!"
"그거! 섀도우라면 그림자라는 뜻이지?"
"응~"
포이아의 말에 프뤼스가 검지 손가락을 치켜세우며 발랄한 목소리와 표정을 지은 채 말했다. 잔트는 시종일관 쿨한 표정을 하고 혼자만의 시간에 빠져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걷다가 카구라의 말에 아무 생각없이 마치 독백하듯 툭 하고 넌지시 던진 잔트에게 리츠가 활기찬 얼굴을 하고 말했다.
"꼭 드림이터 같네"
"잔트- 인상 좀 펴~ 표정이 없잖아"
"시끄러워~ 리츠- 옆에서 쫑알쫑알 떠들지마"
"하핫- 저 녀석들은 별로 신경 안 써도 되요. 원래 저런 편이니까- 그보단 원래 세계에 어떻게 돌아갈 방법은 아나요?"
"아니, 아직.. 하지만 꼭 찾을거야~ 내 소중한 친구들이 있으니까-"
"걱정마! 무슨 일이 생기면 카구라는 우리가 지켜줄께"
"뭐, 포이아는 믿지만 너무 열정적이라 이따금씩 과해지는 것이 문제이지만요."
"너무해! 샤오-"
"우리 팀 모두 개성적이라서 튀는 것 같아"
무표정하면서도 특유의 나른한 얼굴을 하고서 포인트적인 부분만 건드려 핵심적인 말을 하는 칼트의 발언에 모두 그만 할 말을 잃은 채 잔트를 제외한 그 자리에 있던 일행은 괜히 아하핫, 하고 ──심지어 포이아는 뒷머리를 긁적이고 나비는 어떤 반응을 해줘야 할지 몰라 곤란해 하고 있었으며 히메는 그저 살풋 웃기만 했다── 어색한 웃음을 지으면서 잠시 말 없이 꽤 오랫동안 침묵을 유지한 채 걷기만 할 뿐이었다.
때마침 그런 이들을 마치 환영이라도 해주듯 마을 사람들의 비명이 여기저기 들려왔다. 아무래도 드림이터가 또 다시 나타나 공격하는 모양이었다.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따라 급히 뛰어온 포이아네들 앞에서 보랏빛이 섞인 검은 안개로 다크 오오라를 스스슥 내뿜는 드림이터들이 여러 개 있었다. 그것들은 모두 사람들의 꿈을 먹은 후 악한 기운을 마구 흩뿌리면서 점점 더 크게 자라났다. 샤오는 본능적으로 손을 뻗어 히메와 나비를 지켰다.
"드림이터.. 히메를 다치게 하면 용서하지 않겠어요!"
"얘들아~ 가자!"
포이아가 어쩔 수 없이 엘리멘탈렌쟈로 변신하기 위해 흰색 바탕의 휴대폰처럼 비슷하게 생긴 변신 아이템인 엘리멘탈 타이저를 꺼냈다. 나머지도 아무 말 없이 서로 고개를 끄덕이며 눈빛 교환을 한 채 엘리멘탈 타이저를 휙 꺼내들었다. 그것과 동시에 카구라도 토큐 렛샤를 들어 토큐 체인지에 넣은 뒤 변신을 시전하였다. 그리고 포이아가 중심이 되어 샤오와 프뤼스, 리츠, 잔트와 칼트까지 모두 마음이 하나가 되어 일렬로 쭉 늘어선 엘리멘탈렌쟈가 '장착- 엘리멘탈 타이저!'라고 크게 소리치며 무릇 슈퍼전대라면 꼭 빠질 수 없는 저마다 자신의 담당 포즈와 함께 변신 구호를 외쳤다.
"새빨갛게 불타는 정의의 불꽃! 엘리멘탈 레드-"
"악을 삼키는 푸른 물결! 엘리멘탈 블루-"
"마음을 치유하는 자유로운 바람! 엘리멘탈 그린-"
"반짝반짝 금색으로 하늘에서 빛나는 사랑의 번개! 엘리멘탈 옐로우-"
"생명을 키우는 풍요로운 대지! 엘리멘탈 블랙-"
"모두를 지키는 새 하얀 얼음! 엘리멘탈 화이트-"
「사랑하는 나라를 비추는 빛~ 우리는 프린스전대 엘리멘탈렌쟈-!!」
현재 토큐쟈는 카구라 한명 밖에 없지만 그녀는 토큐 체인지- 하고 외친 다음 토큐 렛사를 장착한 후 레버를 내리자 곧이어 [토큐 5호- 토큐 5호-]하는 효과음이 나타나 이내 토큐 5호로 변했다. 이에 따라 카구라는 손날을 이마에 갖다대곤 활기찬 목소리로 '네!'라는 말을 이어 '승리의 이마지네이션! 열차전대 토큐쟈'라고 외쳤다.
"으에? 너, 너도 전대인거야?"
"응~ 나는 열차전대 토큐쟈의 토큐 5호!"
"좋아~ 가보자구!!"
토큐 5호와 엘리멘탈렌쟈는 어찌저찌 각자 무기를 들고 싸우기 시작했다. 하지만 드림이터의 공격에 맥도 못 추리고 그저 당하기만 할 뿐,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이 없었다. 도저히 평소 자신들이 상대하던 드림이터와 여타 달랐다. 폼 체인지를 한다거나 무기나 스킬을 바꿔 공격해보아도 저희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상상 이상으로 드림이터는 강했다. 게다가 어쩐지 공격을 날릴 때 마다 자꾸 더 강해지는 것 같았다. 토큐 5호도 마찬가지였다. 다른 토큐 멤버들이라도 있으면 서로 토큐 렛샤를 교환하여 색을 바꾸는 것으로 환승 시스템이라도 사용했을텐데 말이다.
"엘리멘탈 스플래시-!!"
"나는 강해! 나는 강해! 슈퍼 걸-!!"
엘리멘탈렌쟈의 스플래시 필살기도 토큐 5호의 이마지네이션도 전혀 먹혀들지 않았다. 그만큼 강한 드림이터가 다크 오오라로 주변을 에워싸는 바람에 도통 제대로 싸울 수조차 없었다. '불꽃이여 날뛰어라~ 플레임 너클!!' 포이아가 새로운 주문을 외워 드림이터를 향해 공격을 날렸으나 반대로 튕겨나가 되레 자신이 당하고 말았다. 모두 크윽- 하는 신음소리를 내면서 땅바닥에 한번 크게 나뒹굴었다. 지켜보던 히메와 나비도 초조한 마음인 건 매한가지였으나 변신을 할 수 없는 그들은 이를 지켜보고만 있어야 한다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이번에는 칼트가 필살기를 발동해 얼음 공격을 했지만 속수무책 당한 뒤 쓰러지며 변신이 풀렸다.
바람의 정령답게 프뤼스가 쓴 바람 능력도 전혀 먹혀들지 않고 튕겨나가면서 드림이터는 나비와 함께 서 있던 히메를 공격하기 시작하였다. 히메를 구하기 위해 카구라는 비틀거리며 겨우 일어서서 상상의 힘을 최대한 끌어모아 싸웠다. 토큐 블래스터에서 휙휙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나 가볍게 공격을 피한 드림이터가 직후 모습을 감췄다.
하여튼 꼭 이럴 땐 도망친다니까- 하고 리츠가 투덜댔다. 잔트는 어떤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 쿨한 표정에는 분한 감정이 다분히 드러나 있었다. 잠시 변신을 해제한 후 그들은 엘리멘탈렌쟈가 활동하는 비밀 기지인 아지트로 돌아왔다. 그곳에는 연금술의 나라, 알케미아의 왕자인 룰루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서로 부상을 치료하면서 현재 일어난 일을 하나하나씩 되짚어가며 돌아보았다. 룰루스가 테이블 위에 새로운 힘을 가진 무기를 내려놓으면서 서로 6명의 마음이 하나가 되지 않으면 힘을 사용할 수 없단 설명을 하였다. 그 상황에서 다들 마음이 제각각이라 좀처럼 의견이 맞지 않는지 타인의 탓을 돌리고 힐난하기만 계속 무한 반복할 뿐이다. 카구라 역시 그만하라며 어떻게든 막아보려 애썼지만 무용지물이었다.
"지금 우리들끼리 싸울 때가 아니잖아! 히메가 다쳤어~ 그런데 왜 다들 남 탓 하고 있는거야?"
"카구라는 이 상황에서 화가 안 나게 생겼어?"
포이아가 오히려 반문하였다. 순간, 카구라는 그만 말문이 턱 막혔다. 뒤에 뭐라고 반박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꿈 세계에 오기 전, 이미 토큐쟈 멤버들과 ──정확히는 히카리와 둘이서── 열차 안에서 다소 말다툼을 하고 나와버린 터다. 아직 사과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반지의 힘에 의해 이 꿈 세계로 오게 되어버렸다. 왠지 지금 이 현재의 모습이 자신과 너무나 닮아 있어서 그런 포이아의 말에 어떤 식으로 대답해줘야 하는가의 생각이 든 카구라가 고민에 빠졌다.
"봐! 너도 아무 말 못하잖아~ 내가 틀린게 아니라구-"
"그러니까.."
결국 화를 참지 못한 잔트가 먼저 아지트 밖을 나가버리고 이렇게 싸움은 대강 일단락 되었다. 프뤼스가 뒤쫓아가려던 걸 카구라가 막아서곤 자신이 대신 말을 해보겠다고 말하면서 곧 잔트를 찾아나섰다. 먼저 자리를 박차고 나간 그를 찾아 한참 돌아다녔지만 어디에 있는지 찾을 수 없었다. 그러다 우연히 지나치던 마을 광장의 중심지에서 조금 멀리 떨어져 외곽진 곳에서야 겨우 그를 발견할 수 있었다.
"잔트.."
"아, 카쿠라- 무슨 일이야?"
"아니 그냥.. 그렇게 뛰쳐나갔으니까 정말 무슨 일 있나 해서-"
"무슨 일은.. 아무것도 아냐~ 단지 답답해서 말이지~ 복잡한 머리를 좀 식히고 싶었을 뿐인걸"
카구라는 분명 하고 싶은 말은 있었지만 어떻게 하면 확실히 전하고 싶은 것을 전할 수 있을까 망설었다. 마음 속에서 끊임없이 생각을 정리할 동안 두 사람은 다시 말이 없어지며 급 조용해졌다. 그러다가 잠깐 침묵을 유지하던 카구라가 조심스레 뜸을 들이며 입을 열었다.
"실은 나도 동료들과 싸우고 아직 사과하지 않은 채야"
"카구라도?!"
그 말에 잔트는 고개를 옆으로 돌려 카구라를 바라보았다. 혼자 싸우는 것이 아닌 여러 개성 있는 사람이 모인 팀이다 보니까 더욱 그랬다. 뜻이 안 맞아서 투닥거리게 된다거나 마음을 부딪히는 일이 종종 있는 편이었다. 전대 활동을 하는 특정상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응~ 우리도 6명인데 한명은 원래 섀도우였다가 토큐쟈가 되었고 나머지 5명은 사실 모두 어릴 때부터 함께 지내온 소꿉친구 사이거든"
"소꿉친구끼리 토큐쟈를 하는거야?"
"그게 좀 이런저런 사정이 있어서 말야.. 아무튼 우리들은 소꿉친구 사이니까 모든 걸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토큐쟈를 하면서 아직도 서로 모르는 면이 많구나 싶어~ 잔트도 그렇지 않아?"
"포이아는 정말 무모하니까-"
"괜찮아! 나도 한번씩 무모해지는걸~ 있지- 토큐쟈는 이마지네이션, 그러니까 상상력을 이용해서 싸우는데 난 다른 동료들보다 상상의 힘이 너무 커서 폭주해버리거든~ 한번 망상 절정에 빠지면 앞뒤 보지 않고 무모해져버리까 어느 의미론 꿈 세계라던가, 포이아나 조금 비슷할지도.."
"그런가~ 이마지네이션- 상상하는 힘이라.."
"나도 빨리 히카리한테 사과 해야 되는데.. 아마 라이토들이 기다리고 있을거야"
"분명 원래 세계로 돌아갈 방법이 있을거야~ 그래- 룰루스한테 가면 혹시 알 수 있을지도 몰라!"
바로 그때 엘리멘탈 타이저에서 웅웅 챠임이 울렸다. 잔트는 그것을 손에 꺼내들었다. 룰루스의 다급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다시 드림이터가 나타났다는 보고를 받은 잔트와 카구라가 서로 한번 쳐다보았다. 겁이 많은 카구라도 드림이터와 맞서 싸우는 두려움을 뒤로 하고 이번엔 꽤 적극적으로 나섰다.
언제나 하던 것처럼 엘리멘탈 타이저를 들고 자세를 취한 뒤 변신 대사를 외쳤다. 카구라 역시 토큐 렛샤와 토큐 체인지를 들어 토큐 5호로 변신을 시전하였다. 순식간에 뿅뿅, 게임 같은 효과음이 지나가고 변신한 그들이 본격 무기를 든 채 드림이터와 싸웠다. 여기까진 아까와 똑같았다. 아니, 이전에 비해 좀 더 힘이 세진 것 같았다. 어째 싸우면 싸울수록 드림이터는 한층 강해져버려 기껏 발동한 필살기 마저 어느 하나 먹히지 않았다. 몇 번이나 계속 땅바닥을 데구르르 구르기만 할 뿐이었다. 바닥에 쓰러진 엘리멘탈렌쟈가 거의 반쯤 안 될거라 포기할 때 카구라가 토큐 블래스터를 땅에 짚은 채 일어섰다.
"위험해! 카구라-!!"
"그래도 난 끝까지 포기 안 해! 드림이터는 지금 이 순간에도 사람들의 꿈을 먹고 강해지고 있어~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이길 수 있다고 강하게 상상하는거야~ 마음을 하나로 모아 서로 힘을 합쳐 이겨나갈거야"
"마음을 하나로 모아 서로 힘을 합쳐 이겨나간다고..?!"
"때론 엄청난 상상력으로 망상 폭발한다라던가,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아! 믿고 의지하는 사람이 있어서 좀 더 강해질 수 있어! 상냥해질 수 있어! 그게 동료라는거야~ 그러니까 난 절대 포기하지 않아! 절대로!!"
"카구라.."
"나는 강해! 나는 강해! 나는 슈퍼 걸-!!"
자기 암시를 걸어 상상한 카구라의 힘이 엄청나게 강해졌다. 그러면서 전에는 미처 몰랐던, 새삼 새로운 걸 하나 깨달았다. 자신이 이렇게까지 상상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것은 전부 소중한 친구들이 있어서 그들을 믿으니까, 신뢰하니까, 별로 말 하지 않아도 알 정도로 토큐쟈는 늘 곁에서 함께였다. 그렇기 때문에 마음 놓고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가 있었다.
카구라는 괜히 히카리에게 미안해졌다. 돌아가면 반드시 사과해야지, 라는 생각을 하면서 드림이터를 때려눕히기 시작하였다. 그녀의 말을 들으며 무언가 깨달은 바가 있었는지 잔트가 먼저 일어나 포이아에게 사과했다. 그리고는 손을 뻗었다. 포이아는 한쪽 입꼬리를 올려 씨익 올린 채 웃었다. 뭐, 그깟 일을 오래 담아두고 있을 리 없다며 본인도 잘한 것은 없다고 사과한 포이아가 천천히 잔트가 내민 손을 탁 잡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뒤이어 다른 엘리멘탈렌쟈들도 차례차례 일어섰다.
"어? 룰루스가 준 엘리멘탈 바주카에서 빛이 나는군요."
"정말이잖아? 아깐 그렇게 해도 작동 안 되더니 이제 되나봐"
"좋았어~ 어디 한번 해보자구!"
6명이서 마음이 하나 될 때 드디어 번쩍하고 눈부신 빛을 낸 엘리멘탈 바주카가 합체되었다. 카구라의 이마지네이션과 엘리멘탈 바주카의 방아쇠를 잡아당기자 동시에 합체 공격으로 인해 드림이터를 격파한다. 그렇게나 강했던 드림이터들은 크헉- 크윽- 켁켁- 괴상한 소리를 내며 이내 스멀스멀 사라졌다. 드림이터에 꿈을 먹혀 일시적인 어둠에서 잠식 당한 사람들이 하나 둘 세뇌에서 풀어짐에 따라 조금씩 회복되고 있었다.
사건은 종결되었다. 완전히 드림이터가 사라지는 걸 본 후 그제서야 변신 해제를 한 7명이 모두 한자리에 모였다. 오늘은 그 어느 날보다도 매우 정신없는 하루였다. 좋았다가 나빴다가 기뻤다가 슬펐다가 또 분했다가 등 하루종일 감정에 휘둘렀던 것 같다. 이는 카구라도 다를 바 없어서 다른 세계의 전대와 같이 전투를 할 수 있어서 여러모로 즐거운 시간이었다고 생각했다. 아쉽지만 이젠 원래 세계로 돌아가야만 하였다. 그 대신 카구라는 엘리멘탈렌쟈와 함께 나란히 서서 아주 오랫동안 푸른 하늘을 붉게 물들인 노을을 가만히 바라보았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