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촬물

그날의 데이터 로드

シア 2021. 3. 9. 04:59

* 특촬 드라마 & 영화 크오 합작 

* 가면라이더 에그제이드 X 블랙페앙 크오 

* 오리지널 캐릭터가 등장합니다! 

* 부제목은 크로니클 테마곡인 People Game의 후렴 파트의 2절 가사를 차용했습니다! 

* 블랙페앙 5화 이후, 닥터 팩맨 극장판과 에그제이드 본편 20화 이후 어느 시점 

* 배경 음악 / 마츠다 루카 - People Game 

https://youtu.be/XX9Xb3wF4CQ

 

          -네가 있는 배경도 스테이지로 바뀌어- 

 

STAGE 1 

"전뇌 구명 센터입니다!" 

에무의 활기찬 목소리가 이곳 세이토 대학 부속 병원의 지하, CR 내부에서 크게 울러퍼졌다. 동글동글 커다란 사슴 같은 눈망울을 하고서 에무는 오늘도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게다가 그는 평소보다 더욱 바빴던 모양인지 CR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은 이후 그는 이쪽으로 들어오지 못한 채 휴식을 쉬할 틈도 없이 바빴다. 아마 점심 시간이 되어서야 겨우 커피 한잔 마실 여유가 생길 것 같았다. 

오늘의 병원 내 분위기는 다른 날보다 여타 달랐다. 카가미 병원장도 히이로도 심지어 외과 소속 의사들은 매우 분주하게 움직였고 특히 외과 뿐만 아니라 전 부서의 몇몇 직책이 높은 과 사람들이 모두 시청각실에서 컨퍼런스를 하러 모였다. 회의라고 해도 말이지, 사실 오늘은 특별히 외부에서 타 병원의 의사들이 이 세이토대에 서로 협력 하러 온다는 터라 더욱 그랬다. 상대는 토죠 대학 병원이라고 해서 우리 쪽처럼 대학교의 부속 병원이라고 들었다. 

원래는 엄청 이름 없는 무명이었으나 사에키 세이코 교수가 개발해 본인 이름을 딴 사에키식이라는 아주 혁신적인 수술법이 학술지 논문에 실린 덕분에 이 일로 단숨에 유명한 브랜드가 되어버렸다고 한다. 지금은 사람의 손 기술이 뿐만 아닌 의학 기술이 담긴 기계를 도입해 함께 사용하고 있다는 중이라는듯 하였다. 어제 CR에서 에무도 들었다. 

당연히 병원장과 히이로에게서 전해들었고 거기에는 이번 협력자로 뽀삐 삐뽀 빠뽀, 아니 그러니까 평소의 버그스터가 아닌 간호사 카리노 아스나도 함께 도울 생각이며 또한 에무 자신도 아마 이번 오페를 담당하게 될 것으니 수술실에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으란 말을 들었다. 일단 지금 소아과 연수의이긴 하지만 그렇지 않아도 현재 유능한 히이로 밑에서 수련 과정을 배우고 있는 것도 역시 한몫했다. 

아니 평소에도 몇 번인가 오페룸에 들어간 적 있었으나 대부분 집도는 히이로 중심으로 에무는 조수가 되어 그를 서포트한 경험이 있었지만 의사라면서 아직까지도 대부분 엄청난 양의 피를 볼 때 마다 도중 빈혈을 일으키는 사태가 빈번했다. 그래서 히이로는 본인의 개인 사무실로 돌아가기 직전, 주머니에 두손을 넣은 채 에무에게 '연수의! 내일은 외부인들이 오니까 도중 빈혈이나 일으키지 마라'는 한소릴 한 뒤 CR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오늘 이 순간을 맞이하였다. 자꾸 긴장되서 마음이 두근두근 떨려왔다. 내가 과연 잘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어 몇 번이나 감정이 교차할 때쯤 서서히 문이 열리며 들어오는 토죠대 사람들이 보였다. 에무는 제 옆에 앉은 히이로를 한번 흘끔 쳐다보았다. 

그는 항상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도 역시 날카롭게 집중하는 모습을 하고 있었고 또 다른 옆에서는 아스나와 타이가의 모습도 보였다. 그와 동시에 히이로도 타이가를 넌지시 흘겨보았다. 세이토 의대에서 조금 멀리 떨어진 거리에 위치한 폐병원에서 거주 중인 타이가가 여기엔 어떻게 참여하게 되었나면 물론 과거에 세이토 대학 병원의 영상의학과의이었다는 점을 들어 특별히 도련님(히이로)를 지켜보러 온 것이다. 

보나마나 코웃음을 치며 조소를 가득 담은 표정을 한 채 도련님이 어디까지 가는지 지켜봐주겠다는 말을 하며 참여하였다. 그깟 쓸데없는 일에 질 수 없었기에 그때 히이로는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의사라면 조용히 오페로 선보일 뿐이다. 다시금 되내인 히이로가 다시 앞에 연설 중인 토죠대 의사들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사에키 교수와 다른 몇몇 의사 소개가 이어졌다. 차례대로 토카이 세이시로 선생, 타카시나 곤타 선생, 세라 마사시 연수의, 하나부사 미와 연수 간호사, 네코타 마리 간호사까지 이상 외과의라고 한다. 이 뒷 배경의 주 사건은 이번에 오페를 맡게 될 환자의 병의 수술 건으로 다른 병원에선 치료하기 힘들다는 판단을 내렸고 결국 이 오페를 가능한 사람은 세계에서도 오직 단 두명, 토카이와 히이로의 두 외과 처치 능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본격적인 세이토 의대과 토죠대의 자존심을 건 합동 수술, 즉 팀 의료가 한바탕 시작되었다. 

각자 전부 제 위치로 돌아가고 남은 건 카가미 병원장, 사에키 교수와 함께 팀 의료를 하기 위해 카가미 병원장이 호명한 의사들만이 남았다. 세이토 의대에선 당연히 히이로와 에무, 아스나, 그리고 어디까지나 타이가는 중간 협력자였다. 옆에선 어서 돌아가자고 그의 등을 한대 세게 때리는 사이바 니코도 있었다. 각 병원을 이끄는 리더 두 사람이 서로 예의 미소를 지으면서 악수를 하였고 나머지 의사도 한명씩 간단한 자기소개와 인사를 나눴다. 

"듣자하니 당신이 카가미 병원장의 아들로 한때 미국의 초 일류 병원에서도 엘리트로 활동했다던 그 히이로 선생이군요!" 

"네~ 만나서 반갑습니다. 타카시나 선생- 외과의 카가미 히이로입니다." 

"소아과의 연수의지만 지금 외과에서 수련하고 있는 호죠 에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이번에 서포트할 간호사 카리노 아스나입니다." 

"헤에- 외과의엔 어울리지 않는 소아과의군~ 뭐, 어차피 여긴 대학 병원이니까.. 아무튼 여기 잘 곳은?" 

"에??" 

에무는 토카이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해 되물었다. 하지만 그는 그 이상은 더 말하지 않았다. 옆에서 그런데, 그쪽은? 하고 타카시나의 물음에 그 자리에 모인 의사들이 일동 시선 한곳을 일제히 바라보았다. 머리에 마치 흰색 브릿지라도 한 것처럼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 극심한 외상적 사건 후에 나타나는 정신적인 증상)에 의해 머리카락이 하얗게 물든 타이가가 팔짱 낀 채 서 있었다. 그래도 나름 예의를 갖춰 백의를 입고 온듯 했다. 

"아, 저 사람은 이전 세이토 대학 병원의 영상의학과의로 지금은 근처 폐병원에서 살고 있는 상황입니다." 

"에.. 그럼 현재 무면의라는건가요?" 

"흥- 내가 면허가 있든 없든 그쪽이 알 바냐! 도련님은 좋겠네? 역시 이곳 공기는 최악이다. 훗- 돌아가자" 

"그치? 그치? 천재 게이머 M! 다음 번엔 이 타이가랑 내가 꼭 쳐부숴줄테니까 말야!!" 

"
시끄러워!

니코는 에무에게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잔뜩 허세를 부린 얼굴을 하고서 주변 사람들이 다 들리도록 아주 크게 소리쳤다. 타이가는 귀찮은 표정을 역력히 지으면서 여전히 코웃음을 쳤다.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는 타이가의 뒤를 쫓아 팔짱을 낀 채 그대로 두 사람이 돌아갔다. 



STAGE 2 

대충 간단한 인사가 끝나고 자리가 파한 뒤 다들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다. 히이로는 오후 회진과 수술까지 엄청 타이트하게 스케줄이 꽉 차 있어 숨 돌릴 틈조차 없이 매우 바빴다. 이에 따라 에무도 함께 따라다니는 경우가 많아졌지만 반복된 실수에 툭 하면 화를 내는 히이로가 왠지 악마처럼 느껴진 기분이었다. 

서로의 실력도 확인할 겸 히이로와 토카이는 각각 제가 담당하는 연수의인 에무와 세라를 이끌고 곧바로 실습에 나섰다. 언제까지나 연수의로서 있을 수 없을테고 또 본인이 계속 지도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기본적인 봉합 수술 정도는 해야 하니까 두 천재 외과의가 시킨 일은 아무리 연수의라도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는 봉합 처치 지도를 맡았다. 더 이상 연습만 이대로 쭉 할 수 없다. 

"해라-" 

"에, 에에? 하지만 이렇게 갑자기.." 

"하라면 해라~ 네 지도의는 이 나다!" 

"어떡하죠.. 호죠 선생님-" 

"역시 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은데요.. 세라 선생님-" 

"뭐, 그렇겠죠" 

얼떨결에 실제 환자를 대상으로 드레싱과 봉합 처치를 하게 된 에무와 세라가 천천히 차분하게 환자의 드레싱에 이어 봉합 처치를 하였다. 그러나 타카시나까지 동행한 것과 달리 이를 가만히 지켜보던 두 지도의는 못마땅한 얼굴이었다. 그 모습에 괜히 무서워진 연수의들이 살짝 눈치를 보면서 어찌저찌 해낸 봉합 처치를 보다가 히이로가 제일 먼저 입을 연 것으로 이어서 토카이의 한심한듯한 눈빛을 한 채 다소 비이냥 섞인 독설 폭격이 어김없이 날라왔다. 

"연수의- 늦어! 0점이군~" 

"아무리 아직 연수의라지만 그 정도의 기본적인 응급 처치는 해낼 수 있어야 하지 않겠어? 아니면 그냥 의사를 관두던가~ 아무도 널 말리지 않아" 

"그것도 하나 못하나? 한심하군~ 이전의 시라카와 씨 일 이후로 조금이라도 기대한 내가 바보다. 연수의- 역시 네 녀석의 존재는 No thank you다. 돌아가지~ 괜히 쓸데없는 시간만 낭비했군" 

"뭐뭐, 아직 수련 단계니까 너무 무리하지마" 

"그게 모든 생명을 맡은 의사로서 네가 할 말이냐?" 

순간 히이로와 토카이의 말이 이구동성으로 튀어나와 서로 바라본 채 노려보았다. 아직 새파란 연수의들을 감싸주다 괜히 뭇매를 맞게 된 타카시나가 그만 어이가 없어져서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히이로는 매정하게 돌아서서 자리를 떠났다. 그렇지 않아도 엄청 스케줄이 타이트하게 짜여져 있어 정신없이 바빠 죽겠는데 정말 말 그대로 쓸데없는 시간만 허비했던 것 같아 짜증이 일었다. 역시 별 도움이 안 된다. 

시라카와 씨의 췌장암을 치료해 달라며, 환자에게 관여하지 않는 주의인 이 나에게 감히 의견을 내고 대들기까지 했으면서 조금 성장한걸까 싶었지만 결국 아직 연수의는 연수의다. 전혀 수련의 성과 따윈 보이지 않았다. 녀석이 할 줄 아는 건 게임 의료, 즉 게임병 수술의 실력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토카이는 늘 그랬듯 한쪽에 마련된 숙직실에서 영락없이 자러 들어가버렸으며 아스나는 CR에 들어오자마자 '코스튬 체인지!' 하고 발랄한 표정과 목소리를 하며 도레미파 비트 게임의 버그스터 뽀삐로 돌아왔다. 한참 히이로를 따라다니며 외과 수련을 하던 에무가 이제야 좀 여유가 생겨 잠시 자신의 개인 사무실로 ──당연하지만 여긴 외과가 아닌 소아과 병동이다── 들어왔다. 뭔가 잔소리 들은듯한 얼굴을 한 세라가 살짝 뾰루퉁한 얼굴로 들어섰다. 

"무슨 일이예요?" 

"호죠 선생도 저런 차가운 지도의 밑에 배우려면 힘들겠어요. 저도 방금 토카이 선생한테 한소리 가득 들어버렸네요." 

"괜찮아요! 편하게 에무라고 부르셔도 되요. 세라 선생이나 저나 저희 둘 다 참 고생이네요." 

"진짜 악마 같다니까요!" 

"그렇죠? 이번 환자의 수술이 본격 정해지는 날짜의 기간동안 엄청 힘든 일이 일어날 예상을 각오하고 있다구요!!" 

"저는 히이로 씨랑 같은 24살로 동갑인데 말이죠.. 하지만 히이로 씨의 실력은 정말 대단한 것 같다고 생각해요!" 

"에? 두 분이 동갑이예요?" 

"네~ 근데 저 나이에 벌써 여러 논문 및 수여받은 상도 장난 아니고 스펙도 굉장한 사람이라.. 역시 엄청 자괴감 들어버려서..." 

"저도요! 저희 진짜 비슷하네요. 토카이 선생은 '수술실의 악마'라고 불릴만큼 환자는 살리지만 의사는 죽인다는 말까지 있을 정도라니까요!!" 

마구 열을 띈 채 자신의 지도의에 대한 불평을 털어놓다가 어느 순간 에무와 세라는 서로 마주본 채 피식 웃었다. 두 사람 모두 딱딱하고 마음이 없는 차가운 성격의 악마 같은 지도의 아래에서 수련을 받고 있는 연수의라는 공통점 때문에 금방 쉽게 친해질 수 있었다. 

히이로와 토카이는 성격으로 보나 실력으로 보나 어느 의미론 정말 대단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세라가 토카이를 가리켜 마치 신 같다고 표현했을 때 에무는 히이로를 신이라고 말을 하려다 말았다. 대신 그의 태들 퀘스트 게임의 가샤트인 점을 들어서 마왕이라고 다른 표현을 빗대어 비유하였다. 그 이유인즉슨, 본인을 한사코 '신'이라고 스스로 미친듯이 외치고 다니는 어떤 데인저러스 좀비(= 단 쿠로토)가 생각나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참, 그건 그렇고 제가 아는 지인과 꽤 많이 비슷하게 생겼어요. 약간 도플갱어 느낌으로.." 

"아, 진짜요? 누구인가요? 이거이거 궁금해지는걸요?!" 

"나중에 꼭 한번 소개시켜 드리죠" 

에무는 잠시 휴대폰의 시간을 확인하다 걸려온 전화에 세라와 함께 사무실을 나섰다. 병원에서 지급되는 목걸이식 무선 전화에 카가미 병원장으로부터 걸려왔는데 지금 당장 환자의 상태와 오페 날짜 및 스태프를 정하기 위한 회의실로 모여달라는 명령이었다. 이제 곧 운명의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STAGE 3 

모두 회의실에 모인 뒤 차차 앞으로의 계획과 설명이 이어졌다. 이번 환자의 이름은 나카지마 유리나 쨩, 8세 여성이며 치료가 좀 다루기 어려운 편이었다. 아마 꽤 힘든 수술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바다. 몸집이 작은 아이라서 더욱 그런 문제에 직면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외과도 외과지만 이럴 때 필요한 건 역시 원래 소아과의 전문인 에무야말로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해 주치의가 되었다. 

이렇게 해서 세이토 의대의 에무, 히이로, 아스나, 히이로의 전담 간호사인 미즈키와 사츠키가 수술 스태프이며 토죠대에선 당연히 토카이와 타카시나, 세라와 미와, 그리고 네코까지 이상, 이번 환자의 수술을 진행할 스태프였다. 덧붙여서 집도의는 히이로와 토카이, 조수는 타카시나와 그 외 에무, 세라였다. 

유리나는 선천적 심장 질환을 가지고 있는데 최근 많이 악화 되어 지금 당장 수술을 받지 않으면 위험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가장 문제인 것은 그 악화됨에 따라 심장 판막증이 생겨버린 것이다. 무슨 병이냐 하면 우리 심장에는 보통 피가 꺼꾸로 역류하는 걸 방지하기 위해 막아주는 문이 있는데 그것을 판막이라 한다. 이 판막에 염증이 생기는 경우 판막이 손상되어 피의 흐름이 막히거나 피가 거꾸로 흘러갈 수 있어서 자칫 잘못하면 환자의 사망까지 이어지는 아주 위험한 상황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성인이 아닌 이런 어린아이라면 위험은 100배 더 커진다는 것을 감수해야만 한다. 성인도 수술하기 힘든 작업인데 이런 몸집이 작은 아이가 긴 수술 시간 동안 견딜 수 있을 리 만무하였다. 그렇지만 불평할 시간 없었다. 여기 있는 의사 전원이 반드시 해야할 사명이라는 걸 알고 있다. 누구나 생명은 하나 뿐이기에 단 한치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으며 함부로 목숨을 게임처럼 몇 번이나 컨티뉴 하지 못한다. 그리고 환자의 목숨과 미소를 되찾기 위해 의사들은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여기가 이번에 유리나의 주치의를 맡게 된 호죠 에무 선생이다." 

"안녕~ 유리나 쨩- 오늘부터 잘 부탁해!" 

"응-" 

에무는 약간 자세를 낮춰서 유리나의 눈높이에 맞춰 말을 걸며 활짝 웃었다. 그 미소에 조금 안심한듯한 유리나가 그에게 웃어보였다. 왜 외과에서 많고 많은 외과의들 나누고 하필 에무냐고? 그야 더 물어보면 입 앞을 정도로 에무는 외과 수련을 받고 있는 상황이기 이전에 소아과의다. 

주로 아이들의 병을 다루는 쪽이라서, 그리고 에무의 정의 가득한 성격이라면 수술 당일 전까지 유리나를 돌볼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물론 유리나는 제멋대로 말을 듣지 않고 행동하는 아이는 아닌 순한 편에 속하는게 그나마 다행이었지만 정말 아이를 대하는 일은 어른보다 더 까다롭고 힘든 일임엔 기정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아직 저렇게 어린데 심장 판막증이라니.. 힘든 싸움이 되겠군요." 

"카가미 선생님- 일단 CT 사진이 방금 도착했다고 합니다. 여기-" 

"수고했다. 미즈키- 사츠키- 나는 이만 사무실로 돌아갈테니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해라" 

"네!" 

히이로가 떠난 모습을 보며 타카시나가 말했다. '그야말로 제 스나이프를 사용하기 딱 적합자네요.' 에무는 무슨 영문인지 몰라 '에?' 하고 눈동자를 크게 떴다. 옆에서 그 말을 들은 토카이는 시종일관 무관심한 표정을 지은 채 아무렇게나 한마디 툭 내뱉었다. 

"타카시나- 너는 정말 여기까지 와서도 스나이프, 스나이프거리고 있냐? 뭐, 환자에 대해서 내 알 바는 아니지만 훗- 수술 당일 날 죽이지나 마라?!" 

스나이프라는 말에 어쩐지 폐병원에서 조용히 니코와 팝콘을 먹던 타이가가 그만 재채기를 했다. 팝콘은 여기저기 쏟아지고 그걸 본 니코가 기겁한 채 팝콘이 아깝잖아! 라고 소리치며 타이가의 머리를 마구 세게 때리는 바람에 한바탕 또 티격태격이었지만 말이다. 

어쨌든 에무는 토카이의 다소 빈정대는 말에 심히 기분이 상한 나머지 주먹을 꽉 쥐었다. 감히 환자의 목숨을 그렇게 죽니 마니 하는데다 왈가왈부 하다니 자신으로선 상상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환자에 대해 절대 관여 안 하겠단 저 말투와 행동, 대체 누가봐도 히이로가 생각나 조금 화가 난 에무는 그를 똑바로 바라본 채 말했다. 

"토카이 씨! 한 사람의 생명을 갖고 죽는다니 뭐니 말 함부로 하지 마시죠~ 유리나 쨩의 미소는 제가 반드시 되찾을겁니다!" 

"세라 같은 소릴 하긴.. 어차피 너도 카가미 선생한테 휘둘릴 뿐이잖아? 어차피 내가 메스를 들면 전부 완벽하게 실수 없이 끝날텐데 말이지" 

"뭐라고?!" 

"방해 되-" 

"수술 일정이니만큼 그 기간동안 예민하다는 건 알겠어~ 하지만 싸움은 그쯤 하고 지금은 다 같이 힘을 합쳐서 시뮬레이션 중이니까 모두 협력하는게 좋을거야" 

보다 못한 타카시나가 일이 더 커지기 전에 얼른 두 사람 사이를 중재하였다. 아스나도 '그래, 에무- 기분은 알겠지만 지금은 유리나 쨩의 일만 생각해' 라고 말을 했다. 토카이는 숙직실에 자러 가버리고 타카시나도 곧 자리를 떴다. 하는 수 없이 에무는 휴우, 한숨을 쉬며 CR에 돌아왔다. 간호사 아스나에서 버그스터로 변신한 뽀삐가 활기찬 소리를 냈다. 

뽀삐는 뽀삐 나름대로 신경 써서 에무를 배려한 행동이었다. 에무는 머그컵에 커피를 태워 테이블로 이동해 의자에 앉았다. 그러던 중 사건이 터졌다. 백의 위로 목에 걸친 스코프에서 소리가 울리더니 응급 제보가 들어왔다는 정보다. 어째 게임병 환자의 소식이 없다 싶더니만 이제 슬슬 버그스터가 나타날 타이밍인듯 하였다. 

이때 에무의 무선 전화기에서도 전화가 걸려와 조심스레 받았더니 이번에는 타카시나의 다급한 목소리였다. 약물 치료 때문에 병실을 찾은 유리나가 치료를 거부한 채 뛰쳐나갔다는 것이다. 하지만 에무는 지금 그럴 여유가 없었다. 유리나 쪽도 중요하나 현재 게임병 수술을 하기 위한 CR 의사들의 팀 의료인 가면라이더 활동이 우선이었다. 조금 갈등하다가 타카시나에게 유리나를 찾아달라고 맡긴 후 전화를 끊었다. 다시 아스나로 변신한 뽀삐와 함께 제보를 받고 간 현장에는 에무를 포함한 히이로와 타이가, 니코까지 모여있었다. 그럴동안 타카시나의 행동을 눈치챈 세라와 미와가 그와 함께 서둘러 유리나를 찾으러 밖을 나섰다. 



STAGE 4 

의사들은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은 생명을 구하기 위해 오늘도 여기저기 뛰어다녔다. 특히 CR 의사를 병행하게 된 의사들은 가면라이더로 변신하여 버그스터와 싸워나가고 있는 중이었다. 그들의 노력이, 그리고 그 결실이 배신하진 않았던 모양인지 다행히 이제껏 버그스터 절제 수술은 별 탈 없이(몇 번의 위기가 있었지만) 무사히 잘 끝내왔던 것 같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뭔가 달랐다. 현장에 도착했을 땐 이미 세라와 미와, 타카시나가 모여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 달려온 CR 의사들은 경악하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지금 일이 대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도 모를만큼 조금 꼬여버렸다. 그러니까 현장에서 긴급 제보를 받고 찾아간 환자는 다름 아닌 유리나와 보호자인 그녀의 어머니였다. 당장 에무가 스코프로 확인해보니 확실히 게임병 증상이 맞았다. 아직 버그스터 바이러스의 잠복기인듯 해보였다. 전부 요약하자면 유리나는 선천적 심장병 악화로 인한 심장 판막증에 심지어 게임병까지 걸린 것이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면역력이 떨어지고 그럼 병에 걸리기 쉽다. 에무는 생각했다. 아까 아침까지만 해도 괜찮았는데, 약물 치료 잘 받고 자신과 즐겁게 게임하고 놀 정도로 밝았던 유리나가 치료 거부를 하다니 분명 뭔가 있을 것이다. 과연 유리나를 게임병에 걸리게 만든 스트레스의 원인이 무엇일까? 

"싫어! 치료 안 받을거야!" 

"CR에 옮기도록 하지" 

히이로의 한마디에 모두 흐트러짐 없이 일사천리로 움직였다. 여전히 토죠대 의사들은 그들이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게다가 CR은 세이토 대학 병원의 지하에 배치되어 있고 외부라 할 만한 존재는 히나타 쿄타로가 심의관으로 있는 위생청 뿐이기에 라이더 활동을 병행하는 것은 병원 내 극비로 이루어진 비밀 소속이었다. 

병원 사람들 중 유일하게 이를 아는 사람은 거의 고문 격이나 다름없는 히이로의 아버지인 하이마 병원장 뿐이다. 그런데 토죠대 의사들이 있는 이런 가운데서 제대로 된 수술이 가능할까 싶었다. 하여튼 일단 눈앞의 불을 끄는게 더 시급하니까 급히 유리나를 이송 침대에 눕혀 CR로 이동했다. 

"병원 내에 이런 곳도 있었군요!" 

"여긴 어딘가요?" 

"저기, 게임병이라던가, 버그스터 바이러스라는게 뭐죠? 대체 유리나한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까?" 

"죄송하지만 외부인은 여기에서 대기해주세요." 

병원 안의 시설 치곤 조금 특이한 공간으로 이루어진 곳이었다. 세라와 미와는 신기했던지 눈을 동그랗게 떴다. 타카시나는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물었으나 돌아오는 답변은 아스나한테서 외부인은 여기에 나가 대기해달라는 소리였다. '헤에- 세이토 의대는 극비 활동을 하는 모양인가?!' 언제 와 있었던건지 백의 주머니에 손을 푹 찔러넣은 토카이가 서 있었다. 아마도 미행했을테지- 에무는 병원장을 힐끔 쳐다보았다. '안 되는 건 안 되는거다!' 단호하게 말하는 하이마 병원장의 어깨를 히이로가 툭 얹었다. 

이번 유리나의 수술을 함께 협력하는 팀 의료이기도 하고 다들 말리지 않았다. 일단 그들에게도 대강 알 권리는 있겠지 싶어서 아스나는 모두의 의견을 동의한 채 고개를 끄덕였다. 유리나를 CR 내의 침대에 옮기면서 원인 모를 미지의 바이러스인 게임병과 게임 속의 바이러스에서 태어난 버그스터에 대한 사실을 일러주었다. 또한 게이머 드라이버와 가샤트를 사용해 변신하는 가면라이더 에그제이드, 브레이브, 스나이프 등에 대한 히어로까지도 전부- 버그스터에게 완전히 몸을 뺏겨 완전체가 되면 환자는 소멸하게 된다는 말에 다들 적잖이 놀란 눈치다. 물론 당연히 뽀삐로 변한 모습을 보고 토죠대 사람 누구나 놀라버렸지만── 

다른 사람들이 CR 공용룸에 올라간 뒤 에무와 세라, 타카시나, 세 사람은 환자를 문진하였다. 소아과의는 뭔가 달라도 다르구나 느꼈던게 에무는 아이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방법을 잘 알고 있었다. 우선 웃는 얼굴로 다가가 유리나의 눈높이에 맞춰 이것저것 열심히 말을 걸자 그제서야 조금 경계했던 유리나도 서서히 마음이 풀어지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야? 선생님이 전부 들어줄께" 

세라도 가만히 보고만 있지 않았다. 어린 환자를 대할 때 부드러운 말투에 미소 풀 장착은 기본이다. 그렇지 않으면 무서워 하니까 간단한 치료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 

"나, 죽어?" 

"아니 누가 그런 소리를 해? 아니야~ 안 죽어~ 무슨 일 있었던거야? 유리나 쨩?!" 

타카시나가 유리나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사람 좋은 얼굴로 말했다. 

"아까 전에 들어온 의사 선생님이 그렇게 말했단 말야~ 나 보고 수술 해도 오래 못 산다고.. 죽는대" 

"그거 너무 토카이 선생님 아냐?" 

"에, 토카이 씨가 그런 말을 했다고요? 하긴.. 히이로 씨가 그런 말을 할 리 없을거야~ 그 사람은 분명 환자의 개인적 사정이나 감정 따윈 관여하지 않는 주의니까-" 

세라의 말을 들은 에무가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세라는 에무를 쳐다보다가 이 사람들이 정말- 하고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옆에 있던 타카시나가 하핫, 하고 호탕한 웃음을 짓더니 이내 두 팔을 뻗어 세라와 에무의 어깨를 탁 얹었다. 

"얼른 정규 의사가 되어야겠는데? 둘 다 악마 같은 지도의가 담당이라 연수의는 꽤나 고생이군 그래~ 뭐, 나도 한땐 그랬지~ 봐! 지금도 토카이 선생의 페이스에 이렇게 휘둘리고 있는걸" 

세 사람은 아무 말 없이 눈웃음을 흘렀다. 에무는 유리나에게 다가와 조그만 손을 꼭 붙잡으며 말했다. 

"괜찮아! 걱정하지마~ 유리나 쨩은 내가 꼭 낫게 해줄께~ 무사히 수술도 잘 받고 다 나으면 선생님이랑 같이 마이티 액션 게임하고 놀자" 

"응~ 에무 선생님- 약속이야!" 

에무네들이 나선형 계단을 밟고 CR 공용룸으로 올라왔다. 그리고 누가 뭐라 하기도 전에 마치 기다리기 한 것처럼 에무와 세라는 서로 입을 모아 테이블을 쾅 치며 토카이에게 외쳤다. 

"토카이 선생님- 대체 애한테 무슨 말을 하신겁니까? 왜 유리나 쨩 앞에서 수술을 받아도 죽는다는 그딴 소릴 한거냐고요!" 

"생각이 있는겁니까, 없는겁니까?" 

"방해 되~ 비켜" 

"토카이 선생님-!!" 

"내 알 바인가- 어차피 힘든 수술이 될테니까 미리 사실을 언급해준거야~ 뭐, 걱정마~ 어차피 내가 있으면 완벽하게 수술 성공인데- 아, 너희들이 몰라서 그러나 본데 연수의는 그렇다 치고 어이, 타카시나- 넌 제대로 환자 CT 안 봤냐?" 

"무슨 의미인가요? 환자 CT는 제가 완벽히 다 훑어봤습니다만 뭔가 문제라도?" 

"있지~ 카가미 선생?!" 

"이것 봐라" 

히이로는 들고 있던 무언가의 방대한 자료를 그들 앞에 툭 밀어 던졌다. 천천히 CT를 살펴보던 세 사람은 깜짝 놀랐다. 

"이대로 수술이 정말 가능하다고 생각하나? 훗- 그럼 의사 실격이군~ 의학 공부를 어떻게 한거냐? 오페 시뮬레이션은 다시 세운다. 그리 알아라" 

"사람 한명 죽일 뻔 했네..?!" 

여전히 감정 없는 얼굴을 하고 사람을 깔보는듯한 태도에 이게 정말 약 올리는건지 아닌지 화가 났다. 듣자듣자 하니까 속에서 올라오는 분노의 불꽃이 타올라 정말 더 참고 있지 못했다. 

아니 사람의 생명은 타인이 마음대로 할 수 없을 터인데 애초에 이렇게 비윤리적인 발언을 해대는 당신이 더 최악 아닌가! 타카시나는 침묵했고 세라가 울컥하여 뭐라 할 말을 하려는데 팔을 뻗어 앞을 가로막아선 에무가 대신 주먹을 꽈악 쥔 채 직접 나섰다. 그의 몸이 차차 떨려왔다. 울컥한 기분이 한데 섞어 제 감정을 있는대로 마구 토해냈다. 

"당신이 뭔데 사람 목숨에 대해서 함부로 떠드는거야? 당신이 뭘 안다고!" 

"......" 

"말씀해 보시죠! VR 시스템 시뮬레이션에도 나오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의 생명에 대해서 멋대로 말하지 말아줄래요?" 

"그러니까 에무- 기계 따위 난 안 한다고? 사람의 손 기술이 있는데 굳이 왜 일부러.." 

"자신의 생명이 걸린 일이라도 그럴건가요? 저나 다른 의사들도 모두 하나 밖에 없는 목숨을 가지고 필사적으로 싸우고 있어요. 그러니까 컨티뉴 할 수 없는 생명을 게임의 감각처럼 갖고 노는 건 절대 용서할 수 없어요!!" 

"아, 게임처럼 환자를 대한다는 말은 안 했다?" 

그때 메스, 아니 나이프와 포크로 정확히 반을 나눠 생크림이 든 슈크림 빵을 우물우물 먹고 있던 히이로가 스위츠를 먹던 걸 중지했다. 나이프와 포크를 놓은 히이로가 앞에 있던 냅킨을 들어 입을 닦은 후 말했다. 

"흥- 말도 안 되는 소릴 하는군~ 환자가 치료를 거부했다. 그럼 거기서 끝이다. 말했을텐데? 환자에게 관여하지 않는게 내 주의다." 

"히이로 선생님까지! 이건 팀 의료라고요? 서로 협력 플레이를 해야 된다구요!!" 

"어이, 토죠대의- 한마디 하지~ 오페 전 시뮬레이션으로 이미지 트레이닝 하는 건 중요한 일이다. 사람이 할 수 없는 기계를 사용하면 현대 의학으로 어려운 병도 고칠 수 있어! 뭐, 설령 그렇다고 해서 상관없이 나는 메스로도 완벽하게 절제할 수 있다." 

"히이로 씨! 지금 우리끼리 서로 다투고 있을 때가 아니잖아요! 환자의 생명이 걸려있다구요! 몸이 고쳐져도 유리나 쨩이 미소 짓지 않으면 나았다고 할 수 없어요! 그러고도 당신이 의사입니까?!" 

"난 세계 제일의 의사다! 연수의- 토죠대 연수의- 대체 어디까지 환자의 사정에 일일이 다 관여할거냐~ 게다가 연수의, 너는 할 수 있는 건 고작 게임병 수술 뿐이잖아? 의사가 오페 도중에 피를 보고 빈혈을 일으키다니 이 일에 맞지 않아~ 오페든 수련이든 지금 당장 관둬라"

".... 네! 잘 알겠어요. 역시 히이로 씨나 토카이 선생님께 환자를 맡길 수 없을 것 같아요. 노 컨티뉴로 유리나 쨩의, 환자의 운명은 제가 바꾸겠습니다." 

"멋대로 해라" 

히이로는 에무와 세라를 노려보다가 정장 바지에 손을 넣은 채 그대로 CR을 나가버렸다. 타카시나는 결국 또 일이 이렇게 되는거냐며 미묘한 표정을 지었고 토카이는 한쪽 입꼬리를 살짝 옅게 올렸지만 얼굴은 웃고 있지 않았다. 그리고는 자리에서 일어서서 히이로 뒤를 따라나섰다. 

히이로는 조금 화가 났다. 그는 다소 미간을 좁혀 인상을 쓰며 최악이군, 하고 중얼거렸다. 분명 피로 회복을 위해 방금 단 걸 먹었을 터인데 누구 때문에 그만 갑자기 기분 나빠져버려 스위츠를 먹은 보람조차 없었다. CR의 자동문이 열리고 복도에서 토카이는 '카가미 선생-' 하고 히이로의 이름을 불렀다. 그 말에 걸음을 멈춘 히이로가 토카이가 서 있는 쪽으로 방향을 틀어 뒤돌아본 채 '뭐냐'라며 짧게 단답형식으로 대답했다. 

"헤에- 꽤나 냉정한 도련님이군 그래" 

"닥쳐라~ 너도 알텐데? 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맡은 의사는 언제 어느 때든 항상 냉정하게 행동한다. 아닌가?" 

"뭐,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러다간 진짜 의사를 죽일 기세네~ 카가미 선생님-" 

"내가 베지 못하는 건 없다. 유능한 의사는 무슨 짓을 해도 용서 받지~ 이것도 멘탈 싸움이다. 실력이 없는 의사는 필요 없어" 

"의외네~ 메스를 잡는 천재 외과의가 설마 의료 기계에도 호의적일 줄 몰랐는데-" 

"사람의 손이든 기계든 어느 쪽의 기술도 필요하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이건 의사로서의 판단이다." 

"훗- 우리 같은 의사들 때문에 죽어나는 건 연수의겠군" 

"토죠대의- 네 존재는 No thank you다." 

"방해 되" 

토카이는 귀찮은 얼굴을 하며 방해된다며 늘 말버릇처럼 말하던 말을 꺼내며 히이로 옆을 휘적휘적 지나쳐갔다. 이내 히이로도 스케줄에 또 하나 잡혀있는 수술을 준비하러 수술 대기실로 향했다. 두 천재 외과의가 그렇게 되고 하는 수 없이 에무와 세라가 유리나를 만나러 갔다. 

특별할 거 없는 평범한 일상 대화를 나눈 후 환자 문진을 다녀오면서 둘이 나란히 이러저런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의과는 다르지만 아무튼 서로 악마 같은 지도의 밑에서 연수를 받으며 일에 치이고 그의 페이스에 휘둘러 병원 생활을 하고 있는 수련의라는 점이 매우 공감이 되었다. 

"에무- 여어!" 

"어? 토마리 씨! 여긴 어쩐 일인가요?" 

"에엑? 당신은? 나와 닮았어.." 

 "뭐야.. 도, 도플갱어..?!" 

자신과 닮은 얼굴을 한 사람을 본 토마리와 세라가 그만 놀라 비명을 지를 뻔 했다. 

"아, 그게 지금 우리 수사 1과에서 담당하고 있는 사건의 범인이 아무래도 세이토 대학 병원에 온 적이 있다는 알리바이가 있어서 말이야~ 확인하러 왔거든" 

"그런가요? 참, 여긴 이번에 토죠대와 협업하기로 해서 이쪽은 토죠대의 의사인 세라 선생님이예요. 이쪽이 전에 제가 말한 토마리 형사예요!"  

 "그런가" 

"깜짝 놀랐어~ 그건 그렇고 지금 수사 중이라서- 에무, 나중에 기회 되면 밥 한끼 먹으러 가자" 

"네~ 토마리 씨- 수사 열심히 하세요!" 

토마리는 에무와 간단한 안부를 주고 받은 뒤 곧바로 알리바이를 확인하기 위해 자리를 떴다. 그냥 얼굴이 같은 다른 사람이라니 아무리 이 세상에는 자신과 닮은 사람이 존재한다지만 하마터면 세라는 진짜 도플갱어로 착각할 뻔 했다. 에무가 옆에서 소개를 해주지 않았더라면 도플갱어 봤으니까 설마 나 죽는건가 혼자 막 호들갑 떨며 생각하다가 기어코 토카이에게 사람 생명을 다루는 병원에서 잡생각 하지 말라며 혼났을지도 모른다. 



STAGE 5 

그날 이후 토카이도 히이로도 환자를 문진하러 오는 일은 없었다. 둘 다 환자의 사정에 관여하지 않는 주의라서 그들의 마음을 얻어 팀 의료를 하기엔 너무 무리한 일이었다고 에무와 세라는 생각했다. 한숨 밖에 더 나오지 않았다. 타카시나 역시 그저 연수의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단순한 위로 뿐, 어떤 것도 하지 못했다. 

환자의 몸이 고쳐져도 마음까지 건강하게 미소 짓지 않으면 그건 정말 몸이 나은 거라고 할 수 없는데 어떻게 생명이 아슬아슬한 위험 순간에도, 1초의 찰나에도 고치고 싶다고 생각하는 환자만 수술한다니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고- 보통 의사라면 아마 그런 생각조차 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충분히 그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서슴없이 마구 내뱉는 사람이었다. 

심지어 에무는 할 줄 아는 거라곤 겨우 게임 의료 뿐이라는 말을 들었으니까 화를 내지 않는게 오히려 더 이상할 정도다. 차라리 아예 처음부터 기대 안 하고 마음 편히 비워버리는 것이 속시원할듯 했다. 이제 와서야 새삼 그의 인격이 얼마나 매정한 사람이었는지 다시 한번 깨달은 에무는 세라, 타카시나와 함께 유리나의 심장 판막증 수술에 대한 VR 시스템 시뮬레이션을 ──CR 의사는 당연히 가면라이더로 변신해 직접 스테이지 셀렉트 해서 전송된 게임 에리어에 들어가 싸우는 시뮬레이션 게임을 병행했다── 계속 이어나갔다. 유리나의 몸에서 발증한 버그스터는 없앤 줄 알았으나 불리할 때 마다 숙주의 몸에 숨는 바람에 제대로 절제하지 못했다. 아직 소멸되지 않은게 다행으로 삼아야 했다. 

유리나의 스트레스는 죽는다는 두려움이다. 사람은 누구나 죽음을 두려워한다. 그건 유리나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환자의 앞에서 스트레스를 주다니 이 사람들이 정말 환자에 대해선 요만큼의 관심도 없는건가 싶다. 그 와중에도 여전히 에무와 세라는 히이로, 토카이에게 빡빡한 외과 수련을 지도 받고 있었지만 잡생각을 한다거나 손이 느리다며 혼날 뿐이었다. 천재 외과의들은 유리나의 수술에서 제외됐다. 둘 다 환자가 수술을 거부했으니 의사인 본인이 관여할 권한은 없다며 수술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따라 자연히 다른 의사로 바꿔졌다. 그리고 그 후 시간이 얼마나 흘러 수술 당일 날이 찾아왔다. 

CR 병실을 찾아온 에무와 뽀삐가 소리에 놀라 급히 뛰어들어오니 벌써 유리나의 몸에서 분리된 버그스터가 주변을 마구 때려부수고 있었다. 이대로 안 되겠다 싶어서 백의 주머니에서 가샤트와 게이머 드라이버를 꺼냈다. 허리에 게이머 드라이버를 찬 뒤 가샤트를 기동시키려는데 시간을 확인하니까 어느 새 오페 시간이 다가왔다. 어떻게 하지, 안절부절하던 에무가 결국 가샤트의 버튼을 눌렀다. 곧 '마이티 액션 X-!!' 하고 호쾌한 음성이 흘러나왔으며 동시에 변신을 시전한 히이로의 태들 퀘스트의 음성과 효과음도 흘러나왔다. 때마침 타이가와 니코가 이쪽을 향해 걸어왔다. 

"에그제이드- 너는 오페나 들어가라~ 대신 가샤트는 내가 가져가지" 

"그래 그래~ 버그스터는 타이가가 없앨거니까-" 

"네! 타이가 씨- 그럼 부탁드립니다!" 

에무는 게임병 수술을 타이가한테 맡긴 뒤 CR을 뛰어나가는 도중 잠시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는 뒤돌아 히이로에게 소리쳤다. 옆에서는 '뱅뱅 슈팅-!!' 하고 타이가의 가샤트가 기동되며 [변신]을 외쳤다. 

"히이로 씨- 하나만 말하겠습니다. 눈앞에 있는 환자를 살린다. 그게 히이로 씨의 신념 아닌가요? 기다리겠습니다. 부디 유리나 쨩의 오페를 부탁드립니다!" 

"......" 

히이로는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에무 쪽에서 버그스터를 향해 몸을 돌린 그가 두손을 들었다. 한손에는 가샤콘 소드를 든 채 '지금부터 버그스터 절제 수술을 시작하지'라는 말만 했을 뿐이다. 그런 히이로의 얼굴에는 잠시 고뇌하는듯 눈빛이 조금 흔들렸나 이내 다시 무표정하게 냉정한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CR 의사들이 한참 버그스터와 맞서 싸울동안 한편 숨이 차도록 오페룸이 있는 곳으로 달려온 에무가 급히 수술복을 환복한 후 수술실 안에 들어섰다. 이미 세라와 타카시나, 히이로의 전담 간호사인 미즈키와 사츠키가 와 있었으며 미와, 네코타까지 모두 수술 준비에 한창이었다. 늦었다고 한소리 듣고 시작한 에무가 멸균을 위해 손을 씼으면서 의료용 라텍스 장갑을 끼고선 작업을 서둘렀다. 히이로는 물론 토카이 마저 집도하지 않겠다고 나선 덕분에 대신 집도를 하게 된 세이토 의대의 사토 료타라는 의사가 새롭게 집도의가 된 사람이다. 

이미 VR 시스템을 이용한 시뮬레이션은 모두 끝이 났다. 이젠 정말 실전이었다. 긴장된 순간이라 그런지 에무는 살을 갈라 메스에 그어진 피가 울컥 흘러나오는 걸 보고 또 다시 빈혈을 일으키기 시작하였다. 머릿 속이 막 어지럽고 가슴이 답답해져서 속이 울렁거렸다. 지금 이 상황에서 괜찮냐고 물어보는 세라의 말은 귀에 들려오지 않았다. 최대한 마음을 가다듬은 다음 어떻게든 다시 오페를 이어나갔다. 

어려운 의학 용어가 난무하지만 원래 전문 분야는 소아과의인 에무인 터라 솔직히 아직까지도 저에게 있어 외과 수련은 좀 많이 힘들었다. 수술은 장장 2시간이 가볍게 넘어갔다. 세이토 의대와 토죠대가 초 협력 플레이로 팀 의료를 하고 있을 동안 스테이지 셀렉트를 하여 게임 무대를 바꾼 CR 의사들도 게임병 수술에 한창이었다. 환자의 몸을 고치기 위해서 양쪽 모두 매우 힘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집도의 사토가 중심이 되어 집도한 오페가 드디어 끝이 보였다. 마지막으로 봉합을 한 뒤 오페를 끝내려는 때 갑자기 터져버린 피가 흥건하게 솟아올라 급한 마음에 바삐 움직인 손이 무색하게 혈압이 낮아지며 바이탈 사인(TPRBP : 활력징후/체온, 맥박, 호흡, 혈압)은 최악의 상태에 이르렀다. 

다들 어찌해야 될지 몰라 당황할 때 타카시나가 상태를 확인하곤 이건 역시 천재 외과의가 있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에무와 세라는 타카시나의 말을 듣고 얼마만큼이나 히이로와 토카이의 실력이 절실히 필요함을 느꼈다. 두 사람이 서로 마주보더니 진지한 눈빛이 되어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리고 나서 라텍스 장갑과 마스크를 벗은 후 그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각자 자신의 지도의인 천재 외과의를 찾아 나섰다. 처음에는 분명 그랬는데 히이로를 찾아 나선 에무가 우연히 병원 복도에서 만난 것은 다름 아닌 토카이였다. 반대로 세라는 병원 내 이곳저곳 다 찾아 돌아다니다가 버그스터와 싸우는 히이로를 발견했다. 

"카가미 선생님-!!" 

"뭐냐? 오페를 권유 하러 온 거라면 거절이다. 돌아가~ 방해 된다!" 

"제발 들어주세요!" 

"토죠대 연수의가 감히 이 나에게 의견을 내는건가" 

"카가미 선생님은 환자에게 관여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저는 절대 그럴 수 없어요! 환자를 내버린다니.. 멘탈이 약하다던가, 상냥하다던가,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아요! 지금은 눈앞에 있는 환자의 목숨을 구하고 싶다는 마음 뿐입니다. 그건 카가미 선생님도 마찬가지잖아요! 그러니까.. 그러니까 유리나 쨩의 오페를 부탁드립니다! 카가미 선생님!!" 

"눈앞에 있는 환자의 목숨을 구한다라.." 

세라의 그 같은 외침에 히이로는 천천히 게이머 드라이버에서 가샤트를 뺐다. 그러자 변신이 해제된 히이로가 겉으로는 냉정한 척 하지만 사실 속은 그렇지 못한 모습을 하고 서 있었다. 그는 살짝 마음이 흔들렸다. 세라를 보면 왠지 자꾸 에무가 생각나버렸다. 정말이지, 둘이 참 많이 닮았다고 생각했다. 

세라가 히이로를 설득할 때 한편 병원 복도의 에무 쪽에서도 다를 바 없었다. 한사코 열을 띄며 유리나 쨩의 오페를 해달라고 고개를 숙여 설득하는 에무를 보자 토카이는 순간 머릿 속에 누군가를 떠올렸다. 불현듯 떠오른 그 사람은 그저 자신의 신념을 믿고 올바른 정의만을 향하는 세라가 그랬다. 에무를 볼 때 마다 세라 녀석과 비슷하게 겹쳐져 보이는 것처럼 느껴졌다. 천재 외과의의 페이스에 휘둘러 갖은 고생을 하는 연수의를 보니까 이리저리 굴러지고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르는듯한 반응이 좀 재밌어서 일부러 더 그랬던 것도 있었다. 토카이는 훗, 하고 피식 웃었다. 어딜가나 병원에 나처럼 저런 악마는 꼭 한명씩 있구나 싶었다. 

"당신이 어떻게 생각하든 저는 반드시 유리나 쨩을 미소 짓게 만들고 싶어요! 오직 그거 뿐입니다. 그러니까 유리나 쨩이 다시 웃을 수 있도록 저는 돕고 싶어요. 그럴려면 심장외과 외에 외과 자격증을 몇 개 갖고 있는 히이로 씨나 수술실의 악마라고 불리는 토카이 씨의 실력이 필요합니다! 토카이 씨도 천재 외과의잖아요! 그러니까 유리나 쨩의 오페를 부탁드릴 수 없을까요?!" 

"..... 진심으로 하는 소리냐?" 

"에?" 

"따라와~ 두번 말하게 하지마라" 

"네!" 

고개를 든 에무가 금방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정말 알기 쉬운 녀석이라니까- 토카이는 수술을 하러 성큼성큼 걸어가며 혼자 중얼거렸다. 뒤따라 가는 에무와 오페룸 앞에서 만난 히이로와 세라도 도착하였다. 집도의는 사토가 밀려나고 이제 다시 히이로와 토카이가 되었다. 

빠르면서도 침착한 행동으로 수술복을 갈아입으면서 두 사람은 서로 눈빛으로 이야기 했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무엇을 말하고 싶은건진 전부 알아들었을 것이다. 토카이는 사토 앞으로 다가와 특유의 나지막한 어조를 담아 말했다. 

"방해다." 

"네 녀석들의 도움을 받을 바에야 차라리 내가 의사를 그만두겠어!" 

"자, 그럼 사표 써~ 어때? 1천만으로 해결해주지" 

"뭐, 뭐라고?!" 

"환자가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다는거냐? 그게 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맡은 의사라는건가? 그럼 의사 실격이군~ 오페에 방해 된다. 비켜라-" 

"하지만 이미 피를 너무 많이 흘러 심정지 상태야~ 환부가 보이지 않아서 불가능 하다고!" 

"그러니까 평소에 이미지 트레이닝을 계속 해왔으면 그런 실수 따윈 하지 않겠지~ 나라면 할 수 있다. 내가 베지 못하는 건 없다!" 

"그렇다네? 카가미 선생님이 말야" 

"닥쳐라" 

"크윽- 알겠다. 부탁하지" 

토카이에 말에 히이로가 이어 받았다. 세라가 눈물로 고백하는 진심에 게임병 수술까지 타이가에게 맡기고 온 만큼 대충할 생각 따윈 없었다. 어디까지나 환자에겐 관여하지 않는 주의지만, 물론 애초부터 자신이 지금까지 대충 수술에 임했던 적은 없었으나 오늘은 특히나 그 여느 때보다도 가장 진심이었다. 그건 토카이도 마찬가지였다. 그때 에무가 자신의 마음을 돌리지 않았더라면, 어쩌면 정말 이번 수술에 나서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저에게 마음을 부딪혀 대드는 저 연수의도 하는데 이 내가 못할 리 없다. 그들은 서로 비슷한 생각을 하면서 곧 수술에 들어갔다. 

"지금부터 스나이프를 사용한 심장 판막증 수술을 시작하겠다. 메스-" 

히이로의 말 한마디가 떨어지기 무섭게 양 옆에서 사츠키와 미즈키가 마치 그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것처럼 메스와 겸자를 준비했다. 수술실 안은 모두 일사천리로 움직였다. 과연 천재 외과의라고, 그 명성대로 실력은 대단했다. 너무나 뛰어난 실력을 본 다른 의사와 간호사들은 그들의 빠른 속도에 연신 감탄을 자아냈다. 

세이토 의대 천재 외과의와 토죠대 천재 외과의가 만난 두 콤비의 호흡은 그야말로 정말 완벽하게 짜여진 판타지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신속하고 정확한 손놀림에 에무도 세라도 타카시나까지 넋 놓고 바라보았다. 이 얼마나 신들린 수술인가! 그 사이 둘은 차례차례 부위를 완료해 나갔다. 별로 시간이 오래 걸리지도 않았다. 잠시 후 이윽고
 1시간도 채 안 되어 약 40~50분 만에 거의 수술을 끝낸 히이로와 토카이가 뜬금없이 두 연수의를 불렀다. 

"연수의- 왠일로 오페 도중에 빈혈을 일으키진 않는군" 

"최대한 그렇게 단련하고 있으니까요." 

"마지막이다. 봉합하고 페앙을 빼는 것까지 네가 해라" 

"뭐해? 세라, 너도 도와" 

"네!" 

이구동성으로 외친 연수의들이 마무리 작업을 하기 시작하였다. 말 그대로 간단히 봉합하고 페앙을 빼는 정도이기 때문에 딱히 크게 어려운 건 없었다. 평소에 연습하던 것처럼 하면 되었다. 혹시 또 봉합된 것이 풀려 피가 터져나오는 건 아닐까, 하는 사람도 지켜보던 사람도 모두 조마조마했다. 그래도 나름 수련의 성과가 보이는지 어찌저찌 잘 해결된듯 하여 그제서야 겨우 마음 놓고 안심할 수 있었다. 

긴 수술 시간 동안 힘들었던 것 만큼 이제 정말 모든 수술을 마쳤다. 봉합 수술이 완료했다는 소리를 들은 후 두 천재 외과의는 이내 마스크와 라텍스 장갑을 벗고 수술실을 나섰다. 앞에서 초조한 마음으로 대기하던 뽀삐, 아니 아스나가 조심스레 물었다. 

"히이로- 토카이 선생님- 수술 결과는?!" 

곧이어 에무와 세라, 타카시나도 수술실에서 나왔다. 때마침 복도 저 멀리서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은 채 긴 백의를 펄럭이며 니코와 함께 걸어오는 타이가의 모습이 보였다. 

"게임 클리어다. 버그스터는 내가 쳐부쉈다." 

"타이가의 활약은 완전 장난 아니었다고?!" 

게임병 수술도 무사히 완료했으니까 두 차례에 걸쳐 동시에 진행된 수술은 이로써 막을 내렸다. 그들을 쳐다보지 않은 자세를 취하고선 잠시 뜸을 들이며 조용히 호흡을 고른 히이로가 양손을 든 채 말했다. 수술실에 들어가기 전 단정했던 밝은 브라운 헤어는 거의 한쪽 눈을 반쯤 덮었다. 

"내가 베지 못하는 건 없다." 

언제나처럼 자주 사용하는 히이로의 말버릇 대사다. 그 말인즉슨,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났다는 걸 의미한다. 히이로의 말을 듣자 아스나는 이제 마음 놓고 웃을 수 있었다. 에무는 살짝 빈혈이 일어났지만 조금은 참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손으로 가슴을 쓸어내린 뒤 그들을 향해 말했다. 

"히이로 씨- 토카이 씨- 그리고 타카시나 씨- 유리나 쨩의 수술을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저도 감사합니다! 이번 수련, 정말 많은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그 정도는 누구나 해~ 의사라면 당연히 말이지" 

"그럴 줄 알았다. 왜 오페 도중에 빈혈을 안 일으키나 싶었다. 그렇게 멘탈이 약해서야 네가 더 죽을 것 같은 표정이군" 

네 사람은 수술복에서 백의로 다시 환복하기 위해 자리를 떠났다. 아스나랑 니코가 먼저 CR을 향하여 걸어가고 히이로-에무, 토카이-세라의 뒷모습을 보면서 타카시나와 타이가가 각각 입을 열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결국 그 지도의에 그 연수의라는건가" 

"저 녀석들의 의사 놀이도 제법 모양이 갖춰졌다는거겠지" 

이후 백의로 환복하고 나온 에무는 CR 병실에서 스코프를 들어 유리나의 상태를 확인했다. 증상이 완전히 깨끗이 사라졌다. 심장 판막증 수술과 게임병 수술 전부 무사히 잘 끝난 것 같아서 에무는 안심하고 유리나에게 환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몸이 조금 더 회복되면 같이 게임하자는 약속을 다시 상기시키며 웃는 얼굴에 유리나도 에무를 따라 함께 웃었다. 유리나의 미소를 되찾을 수 있어 다행이었다. 

에무와 세라는 환자의 문진을 마치고 CR의 공용룸으로 올라오니 '삐뿌뻬뿌 패닉이야!'를 시전하는 뽀삐와 니코, 타이가, 타카시나가 모여 있었다. 어째 더 소란스러워진 느낌이라며 히이로는 질색하며 나이프와 포크로 생크림 가득한 크레이프를 먹고 있었고 토카이는 밥솥이 없는 아쉬움 대신 햇반으로 계란밥을 먹고 있었다. 

처음에는 전혀 의견이 맞지 않아 제각각이었던 세이토 의대와 토죠대 의사들이 조금씩 마음을 부딪히며 팀 의료를 하게 되는 이 경이적인 광경에 두 연수의는 천재 외과의들을 바라보며 살풋 미소를 지었다. 히이로 씨도 토카이 씨도 상냥한 사람이야, 라고 중얼거린 에무가 항상 그랬던 것처럼 제 발에 걸려 넘어졌다. 나름 유대가 이어진 의사들의 가슴 속에 뜨겁게 고조되는 유전자 선율이 뛰노며 사고 회로가 이어진다. 그날을 데이터 로드 해 네가 있는 배경도 스테이지로 바뀌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