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촬물

너만으로 가득 채워진 우주

シア 2020. 4. 28. 05:12

"그딴 점철된 세계는 무너져버리라지!" 

크게 소리친 트레기어는 타로를 향해 경멸 어린 시선을 보냈다. 전부 다 부질없다고 생각했다. 그가 무엇을 하든 상관없는 일이라 치부한 채 선을 그었다. 아아, 너도 결국 어리석은 부류 밖에 속하지 않는건가? 바보 같다. 훗- 코웃음을 친 그가 지금의 너와 나, 우리들은 서로 같은 편에 서 있지 않다는 말을 꺼냈다. 

타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가 자신에게 서슴없이 내뱉는, 이미 도덕적인 윤리의 범주를 넘어버린 트레기어를 가만히 응시하기만 할 뿐이다. 대체 뒷말에 무얼 더 토를 달아야 할지 알 수 없어서 마음이 애매모호한 상태로 타로는 그를 쳐다보았다. 

윤리를 가볍게 넘어서는 건 실로 매우 간단했다. 진정한 선악의 진리는 어디에 있지? 과연 흑백으로만 존재 증명을 할 수 있는가? 그렇게 정확히 반으로 선을 딱 그어버리면 너무 무가치하다고 생각이 들지 않나 싶어서 계속 답을 찾아왔다. 비윤리적인 사상에 빠져들었을 때부터 트레기어 자신은 한번 악에 발을 들인 순간 두번 다신 돌이킬 수 없다는 것쯤은 이미 알고 있다. 전 우주를 적으로 돌려 미움받을 각오 정돈 했었으니까 악에 물들여 타락하는 것이 자신에게 있어 오히려 훨씬 쉬운 일이었다. 

"별의 죽음 뒤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아!" 

"그렇지 않아! 비록 덧없을지언정, 그래도 새로운 별은 다시 태어난다고-" 

한없이 동경했던 자, 너무 찬란해서 눈이 부실만큼 무한한 빛을 품은 울트라맨 타로, 가까이 범접할 수 없는 태양과도 같아서 자신은 동경했다. 태양이란 말은 그를 한마디로 전부 표현하기엔 여간 부족하지 않았다. 그래, 이를테면 태양보다 몇 만배는 뜨겁게 타올라 밝게 비추는 안타레스라고나 할까- 

전갈자리의 α성인 이 항성은 고요한 칠흑같은 우주에서 선명하게 붉고 아름다운 별이다. 그 알 수 없는듯한 강렬한 오오라에 마치 블랙홀처럼 빠졌다. 꼭 트레기어 뿐만 아니라 M78 성운, 즉 빛의 나라 울트라맨 동료들은 모두 그런 타로의 오오라에 이끌렀다. 당연히 자신도 타로가 가진 빛에 사로잡혀 매료되었다. 

사실 태양은 별로 그렇게 밝은 것도 아니다. 하늘에 떠 있는 별이 몇 억개나 있는데 그 중에서 '우주에서 가장 밝은 별'이라는 별의 등급을 매긴 표의 하위 리스트에 속해있는 여러 수없는 별들 중 하나일 뿐이다. 이 우주 어딘가에는 분명 태양과 안타레스보다도 훨씬 더 크고 질량이 무거운 밝은 별들이 셀 수조차 없이 많이 존재할 것이지만 아무튼 그랬다. 

별이 밝다는 것은, 특히 붉은색을 띄는 건 수명이 길지 않아 오래 살지 못한다는 의미다. 게다가 질량이 무거울수록 그 크기의 무게만큼 빛을 발하는 데에 있어 에너지 소모를 많이 하기 때문이라 수천만 년 후 별 먼지가 되어 폭발해 죽을지도 모를 일이나 다름없었다. 

별의 죽음, 별이 사라는 건 그야말로 한순간이었다. 덧없다. 그리고 그 자리에 남는 것은 결국 빛도 어둠도 아닌 허무였다. 그런 별과 같이 타로는 저 밤하늘에 안타레스처럼 빛났다. 그럼 그도 별의 죽음이 그랬듯 결국 언젠가 빛을 잃어버리게 될까? 그런 생각을 하는게 조금 두렵지만 설령 그렇다고 해서 트레기어는 현실을 회피하거나 하지 않는다. 이럴수록 영원한 빛에 대한 갈망은 더욱 커져버렸다. 

타로가 전갈자리의 안타레스라면 나는 오리온자리의 베텔게우스다. 그 항성은 비교도 안 되게 질량이 크고 무거우며 엄청 밝은 별이니까 말이다. 그리스 로마 신화의 달의 여신인 아르테미스를 사랑한 연인이었던 오리온을 못마땅하게 여긴 그녀의 오빠, 태양의 신 아폴론이 전갈을 풀어 죽이려고 했던 신화처럼 마치 우리들도 이 사이와 같지 않은가! 

실제로 두 별자리는 밤하늘에서 서로 질주하듯 뒤를 쫓아 떠오르지만 각각 따로 별이 지고 떠오르기 때문에 절대 영원히 만나진 않는다. 트레기어는 그 두 별이 어쩐지 자신들과 닮아있다고 느꼈다. 좌우지간 뭐든 어찌되었건 푸른빛의 울트라맨은 타로를 동경하였다. 동경은 마치 입에서 내뱉은 숨과도 같다. 그래서 울트라맨 트레기어는 그것을 부정하지 않았다. 또한 어떤 긍정도 하지 않았다. 


...... 너만으로 가득 채워진 우주 
오직 너만으로 이루어진 내 우주..... 



너를 끌어당기는 중력은 이내 자유로운 무중력으로 변했다. 빛을 잃어 폭발한 마음 속의 별은 더 이상 어떤 빛도 어둠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 대신 자리한 모든 것은 그저 공허한 허무감만이 남아있었다. 

우주가 아름다운 것은 아무도 모르는 신비감에 둘러싸여 위험하기 때문에 매력있는 것이다. 자신은 누구보다 아껴 마지 않았던 소중한 걸 잃어버렸는데, 이제 더 지켜야 할 존재가 사라지고 없는데 그런데도, 그런데도 그에게는 한치의 어둠조차 허락되지 않는 양 여전히 주변엔 지킬 이들이 있었고 좀 더 찬란하게 완벽한 빛을 흩뿌렸다. 그것이 못마땅했다. 물론 타로의 잘못은 없었다. 하지만 정말 믿었으니까, 진정 친구였다면 곁에 있어주는게 당연하잖아? 호기심? 그 까짓 거 한번에 빠져들면 그만이다. 

나는 뭐하는 존재지? 지금 왜 이러고 있는걸까? 이젠 자기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애매모호해져버렸다. 이 세계는 죄악감으로 가득 넘쳐흐른다. 일그러진 왜곡된 관심과 질시, 모두 같은 의미다. 어쩌면 나도 그런 같은 부류가 아닐까 이따금씩 생각이 들었다. 제 안의 무너진 이성에서 점점 미쳐가는 저를 억누를 길 없었다. 트레기어는 덧없이 하늘을 바라보았다. 이날은 특이하게도 황금빛 달이 아닌 붉은 달이었다. 살며시 다가가 톡 건들이면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달은 마치 마법이 걸린 밤하늘의 우주를 적시며 붉은 눈물을 흘렀다. 

간단히 눈만 감으면 그곳에서 일어난 일은 전부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거짓말이 되어 사라진다. 그렇지만 지나간 일을 아예 없던 일로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이 너무나 한탄스러울 뿐이다. 결국 아무도 지키지 못했다는 건 분노보다 먼저 허무함을 가져와 텅 빈 마음이 되었다. 우주에서 별들을 내려다 보면 사실 별 것도 없는데, 다 부질없는 조각의 잔해에 불과한데 그래도 스스로 자신을 태우면서 빛을 내다니 확실히 트레기어는 이 모든 것들이 모두 덧없어서 하찮다고 생각했다. 

저 멀리 떨어진 1600 광년 거리(실제 오리온자리의 M78 성운과 지구 사이의 거리)에 있는 태양계가 빙글빙글 돌아간다. 수성과 금성, 지구, 화성,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 명왕성 등 자전하는 태양을 중심으로 모인 태양계는 여전히 잘도 공전하였다. 이렇듯 우주가 소유한 행성들은 미처 열 손가락을 전부 다 헤아리지 못할 정도다. 트레기어의 눈에는 아스라이 은하가 심연 깊이 잠겨 있었다. 비록 닿고 있지만 닿을 것 같지 않을 이면에는 분명 미소 짓고 있었다. 하지만 변한 것은 전혀 아무것도 없었다. 

여기서 이제 더 변할조차 없는 그는 손을 들어 입가를 가리고선 광기 어린 호기심을 한 채 키들키들 웃었다. 처음에는 분명 의미없는 자조적인 웃음을 지은 그가 점차 흐느낌에 가까운 절규로 바뀌어져갔다. 불어오는 바람처럼 소멸된 별- 그건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걸까.. 없어진 희망? 유대? 없어진 나의 소중한 것? 아마 둘 다인 걸지도── 
 

별이 사라지고 희망이 사라지고 마지막으로 타로, 너도 사라졌어- 너는 어디에 있는거야?  
 

선명할 만큼 진한 붉은색을 띈 달이 흘린 붉은 눈물이 가득 넘치고 넘쳐 밤하늘을 물들어갔다. 트레기어는 가만히 뒷짐을 진 채 시를 읊듯 중얼거리며 외쳤다. 



- 붉게 스며들어라~ 붉게 물들어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