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촬물

비 갠 후에

シア 2020. 4. 27. 03:09

아침부터 시계점 쿠지고지당에서 한바탕 난리가 났다. 항상 있어야 할 쥰이치로 작은 할아버지는 없고 오늘은 워즈가 앞치마를 맨 채 요리한다고 난리를 쳤다. 어쩐지 저 윗층에서부터 뭔가 태워먹는 냄새가 나더니만 워즈가 또 무슨 일을 저지를려고 이러는건지 소고는 잠시 좀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어쩌다보니 요즘 매일같이 워즈가 가게에 출퇴근 도장을 찍는듯한 느낌인데.. 소고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계단을 내려왔다. '워즈, 쟤 왜 저러고 있어?' 묻는 말에 게이츠는 팔짱을 낀 채 낸들 아냐고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고 츠쿠요미도 비슷한 반응을 짓는다. 그리고 다시 한번 들려오는 저 비명소리- 더 이상 못 들어주겠는데? 소고는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그에게 다가갔다. 

"워즈- 대체 오늘 무슨 일이야?" 

"아, 아냐! 아무것도.." 

"그래? 그럼 난 학교 갔다올께" 

소고는 모두에게 '다녀오겠습니다!' 라는 인사를 한 뒤 부랴부랴 스쿨백을 든 채 가게 문을 나섰다. 어쩐지 오늘 게이츠도, 츠쿠요미도, 워즈도 다들 좀 이상하다. 게다가 항상 아침 마다 보이던 쥰이치로 작은 할아버지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확실히 뭔가 다른 날보다 좀 달랐지만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겼다. 그러고 보니까 어제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서 우연히 할아버지 방을 지나치면서 살짝 열린 문틈으로 할아버지의 목소리를 들은 적이 있었다. 

정확히 뭐라고 했는지 잘 못 알아들었지만 대충 들렸던 말에는 한숨을 쉬면서 이제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하고 혼자 중얼거렸던 것이 사실 좀 마음에 걸리긴 했다. 그 한가지 말곤 딱히 이상한 점이 없어서 소고는 정말 단순히 지나가는 말 정도로만 치부하고 넘겼다. 

요즘 가면라이더 지오의 활동을 하느라 언제 어나더 라이더가 쳐들어 올지 몰라 항상 불안해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가, 최근 들어 많이 신경을 쓰는 바람에 요즘 더 학교의 오전 수업에서 자는 일이 많았다. 하지만 라이더 활동을 함께하는 워즈나 츠쿠요미, 게이츠네들이 아니면 여전히 친구가 없는 것은 변함 없었다. 자신이 뜬끔없이 왕이 되겠다고 하는 꿈도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지오로 변신해서 타임잭커라던가, 악의 세력과 싸우면서 그 마음은 점점 더 강해졌다. 

어쨌든 학교 내에서는 친구는 별로 없지만 나름 착실한 모범생인 토키와 소고라 최대한 잠을 자지 않도록 노력하며 노트에다 필기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마음은 자꾸 딴 데 가 있었다. 잠이 오지 않으면 내내 히어로 활동에 대해서, 그 동료들에 대해서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일단 학교 일보다 세계를 구하는 일이 먼저 우선인데다가 그쪽 일을 더 전념하고 있으니까 결코 그럴 수 밖엔 없었다. 그건 오늘도 마찬가지면서 또 달랐다. 

워즈의 행동이 평소보다 달라서 의심 가지 않을 리 없었다. 이미 소고는 워즈를 믿는다. 그것도 아주 전적으로 믿고 있었다. 배신당하지 않는 한, 아니 설령 배신당하는 일이 있다 하여도 끝까지 그를 믿을 것이다. 그러기로 결심했다. 여전히 의미심장한 행동을 하거나 속을 알 수 없는 녀석이지만 그가 말하는 얼굴을 보면 알 수 있다. 

워즈의 눈은 진실되어 보였다. 분명 다른 이유가 있을거라 그리 생각했지만 자꾸만 이상한 생각이 드는 건 뭘까? 정말 나 몰래 뭘 꾸미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이 미치는 것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 아무것도 모르니까다. 답답해서 물어봐도 워즈는 일단 요 며칠 사이 어나더 라이더도 나타나지 않는 듯 하니까 어서 학교나 잘 갔다오라고 말했다. 더불어 혹시 그런 일이 일어나더라도 우리들한테 맡기란 소리만 하였다. 

소고는 잠시 워즈를 지그시 바라보다 다른 두 사람을 쳐다보았다. 팔짱을 낀 츠쿠요미가 글쎄, 같은 표정을 지었으며 게이츠는 꼭 잡아먹을 듯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 묘한 분위기를 파악한 워즈가 환하게 웃으면서 '나의 마왕~ 잘 다녀와' 라고 말한 뒤 손을 흔들어주었다. 뭔가 묘하게 저 녀석들의 기류에 끌러간 느낌이지만 고개를 한번 갸웃거린 소고가 그렇게 아침 등굣길을 나섰던 것이었다. 가만히 다시 생각해봐도 참 모르겠다. 쟤네들이 대체 왜 그랬을까? 소고는 한손으로 턱을 괸 채 조용히 수학 교과서에 샤프심을 톡톡거렸다. 

학교에서 소고가 수업을 들을 동안 쿠지고지당 안에선 워즈가 한창 청소하기 바빴다. 에이프런을 둘러매고 쟤 지금 뭐하는거야? 라며 게이츠가 츠쿠요미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녀 역시 휴우, 하고 한숨을 내뱉었다. 답이 안 나오는지 두 사람이 서로 응시하다가 옆을 돌려 시선을 바꿔 고개를 좌우로 흔든 뒤 다시 워즈를 쳐다보았다. 어쩌다가 저 녀석이 왜 이렇게 변했는지 결국 궁금함을 참지 못한 츠쿠요미가 그에게 약간의 타박(?)을 줄 겸, 팔짱을 푼 채 물었다. 

"워즈- 대체 무슨 일이야?" 

"야~ 너 뭐 어디 잘못 먹었냐? 왜 안 하던 짓거리를 해? 오늘 상태가 뭔가 좀 이상한걸" 

게이츠도 옆에서 한마디 거들었다. 워즈는 그런 그들을 능글맞은 행동과 태도로 대하며 말했다. '츠쿠요미 군- 게이츠 군- 나는 말야..' 하고 조금 뜸을 들이자 앞에서 대답을 기다리던 둘은 슬슬 성질이 올라오는 걸 느꼈다. 그 순간을 못 참은 게이츠가 먼저 반쯤 화 비슷한 무언가를 내면서 소리쳤다. 

"계속 그러고 서 있을거야? 뭔데? 빨리 말해라! 뜸 들이지 말고-" 

"알았어~ 알았다고.. 하여튼 성격 한번 급해선... 나는 말야, 나의 마왕을 위해서 움직이는 거라고~ 마왕을 섬기는 가신이 이런 것쯤 당연하잖아?!" 

워즈는 어제 있었던 일을 말해주었다. 그제서야 게이츠와 츠쿠요미가 고개를 주억거리며 납득하는 표정이었다. 이번에는 세 사람이 함께 힘을 합쳐 소고의 하루를 안정적으로 평범히 보낼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하였다. 그러던 중 그녀가 우연히 테이블 위를 바라보다가 크게 소리쳤다. '저거 소고의 도시락 아냐?' 시선이 일제히 그녀가 가리킨 방향을 쳐다보니 과연 파란색 보자기를 싼 소고의 점심 도시락이 보였다. 순간 당황한 워즈가 나는 가신 실격이라면서 어서 빨리 나의 마왕에게 도시락을 주러 가야 된다는 말만 계속 반복하며 되내였다. 

워즈를 중심으로 게이츠, 츠쿠요미도 함께 따라왔다. 이동 수단은 자전거 대신 시공을 워프할 수 있는 다이마진을 타고 가긴 했지만 학생들한테 들키지않았다는 것이 차라리 다행이었다. 한편, 다시 학교 안에서는 때마침 점심 시간을 알리는 챠임이 울려오기 시작하였다. 가방에서 도시락을 찾아 꺼내려는데 손에 잡히지 않아서 아무리 몇 번을 뒤져봐도 없었다. 도시락을 놔두고 왔나 싶어 오늘 점심은 아마 매점에서 그냥 빵 하나랑 우유 한팩 사먹어야겠구나 싶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 이시다라는 반 친구가 그의 어깨를 잡고 툭툭 쳤다. 

"이시다?" 

"저쪽에 누군가가 널 찾던데? 한번 가봐" 

"응? 으응~" 

교실 문을 향해 고개를 돌리니까 츠쿠요미와 게이츠가 손을 흔들며 서 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워즈도 같이 있었다. 손에 뭘 든 것 같은데? 소고는 이들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학교에는 왠일이야?' 하고 물은 소고에게 워즈가 도시락을 내밀었다. 

"도시락 완전히 잊어버렸어~ 나의 마왕-" 

"일부러 날 위해 가져다 준거야? 고마워! 워즈- 모두-" 

"천만에-" 

"아직 점심 안 먹었으면 우리 옥상 위로 올라가서 같이 도시락 먹을래?" 

소고의 말에 학교 옥상으로 따라올라온 그들이 한쪽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여기가 딱 좋겠다며 좋아라하는 츠쿠요미, 옆에서 게이츠와 워즈는 자꾸 뭐라고 티격태격거렸다. 그리고 그녀가 한심하다며 한소리하자 무안한듯 그만 입을 다물었다. 오늘도 역시 혼자 밥을 먹을 줄 알았던 점심 시간이 잠시나마 즐거운 시간이 된 것 같아 소고는 문어 모양 비엔나 소세지를 입에 밀어넣으며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그 후 일을 직감했어야 했다. 이 뒤에 워즈가 계속 쉬는 시간 마다 따라와 자신을 챙겨줄 줄 미처 몰랐다. 패닉이다. 마왕의 충실한 가신인지 뭔지는 제발 우리들끼리 있을 때만 하라고.. 소고는 중얼거리며 말끝을 흐렸다. 이건 오버다. 지나칠 정도로- 굳이 여기까지 와서 이것저것 안 챙겨줘도 되는데 왠지 창피함을 느끼는 것은 전부 자신의 몫이다. 그렇지 않아도 여긴 보는 눈이 많은 학교인데 왠지 창피한 기분이 들었지만 어쩔 방법이 없었다. 잊을 만 하면 나의 마왕, 나의 마왕거리는 바람에 워즈를 피하다 못해 결국 화가 난 소고가 그를 불레세운 뒤 다소 언성을 높인 채 화를 냈다. 

"워즈! 너 오늘 왜 그래? 대체 무슨 일이길래 그러는거야? 뭔 일 있어?" 

"아니, 난 그냥.." 

"아침에도 뭔가 좀 이상했어! 제발 학교에서까지 이러지 말란 말야~ 나는 싫어!" 

"나의 마왕.." 

"돌아가" 

"지오- 너무 한 거 아냐?" 

"돌아가라고 했잖아-!!" 

"......" 

도저히 보다 못한 츠쿠요미가 게이츠를 손으로 막아서며 말했다. 그는 뒤에 무어라 하다가 어쩔 수 없이 입을 다물었다. 

"소고- 사과 해! 물론 워즈가 좀 과장된 면이 없지않아 있지만 너도 잘한 건 없어~ 그래도 전부 소고를 위한 마음은 틀림없는 사실이니까.." 

"하지만!" 

물렁한 소고의 반응에 더 참지 못한 게이츠가 츠쿠요미의 어깨를 잡았다. 그녀는 옆에서 답답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한숨을 내뱉었다. 게이츠는 그를 향해 조금 언성을 높여 소리쳤다. 

"아직 모르겠냐? 지오- 쥰이치로 씨가 부탁하신 일이라고? 일부러 널 여느 때처럼 평범한 일상을 보낼 수 있도록 네 녀석을 배려해준 거라고! 바보-" 

"뭐라고? 그게 정말이야? 작은 할아버지가.." 

"쥰이치로 씨, 오늘 병원 가셨거든~ 나이도 나이인지라 건강검진 때문에 어제 저녁부터 거의 아무것도 드시지 않고 가셨으니까- 게다가 나의 마왕이 걱정할까봐 일부러 말하지 않고 나한테 맡기고 가신거야~ 이제 알았어? 나의 마왕?!" 

"그런.." 

"나의 마왕이 그렇게까지 질색하며 싫다고 하니 뭐 우린 이만 가야지~ 츠쿠요미 군- 게이츠 군-" 

"자, 잠깐만- 워즈! 츠쿠요미! 게이츠!" 

오해에서 오해가 일어나는 건 역시 무서운 일이다. 하지만 워즈도 처음부터 솔직했으면 좋았을텐데, 작은 할아버지가 건강검진으로 하루종일 병원에 있다는 말은 못 들었다. 아, 그래서 어제 식탁 분위기와 오늘 아침 분위기가 이상했던게 그 때문이었구나 싶었다. 그후 소고는 오후 수업 내내 좀처럼 집중할 수 없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영어 교사가 시킨 영어 지문의 짤막한 문장을 읽어보라는 말에 몇 번 더듬거리다가 쉬는 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려서 그렇게 끝나버렸다. 

하교를 하자마자 소고는 곧장 근처 카페로 이동했다. 적당히 워즈가 좋아할 만한 쿠키 세트를 산 그는 이윽고 쿠지고지당을 들어섰다. '저, 워즈..?!'하고 그의 이름을 불러댔으나 들려오는 대답이 없었다. 분명 삐졌구나 싶었다. 에이, 그래도 나름 사과하려고 쿠키까지 사왔는데..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말끝을 흐린 소고가 입을 뾰죽 내밀었다. 지켜보던 게이츠와 츠쿠요미가 서로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한숨을 내뱉었다. 

"워즈- 정말 내 사과 안 받아줄 거야?" 

"누가 먼저 시작했는데-" 

"미안-" 

워즈의 눈매가 살짝 샐쭉해졌다. 참 어지간히도 단단히 삐진 모양인지 이내 2층 방으로 이어지는 계단을 올랐다. 눈치를 보던 츠쿠요미도 게이츠도 각자 한마디씩 했다. 

"그 정도로 사과가 되겠냐?" 

"2068년의 오마지오의 젊은 모습은 이런 때도 있었구나 싶네" 

"그거, 칭찬이야? 욕이야?" 

"바보- 이게 지금 널 칭찬하는 걸로 보여?" 

츠쿠요미와 게이츠가 동시에 입을 모아 소리쳤다. 설마 두 사람 입에서 아주 같은 말이 나오지 않을 거라곤 여간 예상하진 않았지만 어쨌든 둘 다 모두 같은 생각이었다. 우리들만으로는 일이 해결되지는 않을 뿐더러 결국 자신이 직접 나설 수 밖엔 없다고 말을 들은 소고가 응, 하고 샐쭉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적어도 작은 할아버지가 오기 전엔 화해를 해야되지 않을까 싶다. 여기서 더 걱정을 끼치는 것보단 낫겠지 싶어서 그는 이리저리 좋은 방법을 찾아 머리를 굴린 채 워즈와 다시 화해할 궁리를 하였다. 

한동안 부엌에 들어가 뭘 하는지 통 나오질 않던 소고가 거의 저녁시간이 다 되어갈 때쯤 부엌에서 나왔다. 그리고는 이름을 크게 불러대길래 각자 자신의 할 일을 하고 있던 츠쿠요미와 게이츠가 대체 무슨 일인가 하고 다들 식탁으로 모여들었다. 이거, 이거! 하고 보여준 판에는 그가 직접 구운듯한 쿠키가 있었다. 꽤 많이 만든 것 같은데 생각보다 잘 만든 모양인지 조금 서투르지만 그래도 맛있는 냄새가 난다. 하트 모양, 별 모양 등 다양하게 있었다. 

이거 어떠냐고 맛을 봐달라는 그의 말에 둘은 쿠키를 하나 집어들어 와그작 깨물어 먹었다. 뭐, 또 반은 태워먹었거나 덜 바삭하게 구워졌겠지 싶은 생각을 하면서 정말 아무 생각없이 집어먹었던건데 의외로 맛있었다. 그러니까 지금 워즈에게 사과의 의미로 수제 쿠키를 만들었다 이 말인거지- 맛있다는 말에 소고는 살짝 뒷머리를 긁적인 채 쑥스러운듯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금방 환하게 웃었다. 

예쁘게 포장을 한 그가 두 사람한테도 쿠키를 나눠주었다. 포장지의 아기자기한 귀여운 디자인이 마음에 든 츠쿠요미가 기분 좋은 얼굴을 하였다. 물론 게이츠도 썩 나쁘지 않아하는 표정이었다. 은근 센스 있는 것이 역시 미래의 오마지오가 될 사람이라는 건가── 

쿠키를 포장한 그들이 이윽고 2층 계단을 올라섰다. 그리곤 어느 한 곳에서 똑똑, 하고 노크를 했다. 바로 워즈가 머물고 있는 방이다. 한참 소리가 들려오지 않길래 몇 번인가 더 문을 두드리니 그제서야 마지 못해 방문을 열어준 워즈가 서 있었다. '무슨 일이야? 나의 마왕-' 별 팀탁지 않은 반응이었다. 평소라면 그의 전용 대사나 다름없는 '축복하라!' 말과 함께 나의 마왕의 덕질(?)로 가득 이야기를 펼쳐놨을듯한 축복 덕후가 오늘따라 영 조용한 것은 역시 아까 전, 조금 귀찮아했던 소고의 행동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모르고 그랬던건데 좀 봐주지.. 미안~ 워즈- 아직도 화 많이 났어?" 

"......" 

"그, 역시 학교에서는 좀 창피하니까.. 그래서 말인데 내가 사과의 표시로 쿠키 구웠는데 괜찮다면 받아줄래?" 

처음에는 물론 거절했다. 하지만 여기서 그냥 멈츼고 포기할 소고라면 절대 2068년의 오마지오 따위 같은 건 애초에 되지도 않았을거다. 역시 결국 이래나 저래나 마왕은 마왕인 것이다. 어느 쪽도 어떤 모습도 모두 토키와 소고다. 그래도 진심을 전하는 나의 마왕이 아주 싫지는 않았다. 게이츠, 츠쿠요미 두 사람도 이제 그만 서로 화해하는게 낫지 않냐고 말했다. 워즈는 조금 뜸을 들인 후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 

"..... 내가 나의 마왕을 싫어할 리 없잖아?!" 

"그럼.. 나 사과 받아주는거야?" 

"이 쿠키, 내가 받아도 되는거지?" 

"응~ 워즈를 위해서 만든거니까-" 

"음- 맛있네~ 역시 나의 마왕이야" 

어느 새 워즈는 포장지를 풀어 소고가 직접 만든 쿠키를 집어먹었다. 이제 좀 원래 자신이 알던 그 워즈의 모습으로 되돌아온 것 같다. 그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까 기분이 좋아진 소고는 저도 모르게 따라 웃었다가 그만 다시 패닉에 빠져버리고 말았다. 쿠키를 만드느라 부엌 주변 상태가 꽤나 어질러져 있을텐데 어쩌지 싶었다. 너무 어질러져 있어서 아무래도 작은 할아버지가 오기 전엔 전부 깨끗하게 치워나야 될 것 같았다. 

소고, 게이츠, 츠쿠요미 세 사람은 서둘러 뒷정리를 하러 1층 가게 아래로 급히 내려갔다. 그 뒤에서 조용히 봉마강림역을 든 워즈가 혼자 중얼거린 뒤 책을 덮고 그들을 뒤따라 내려갔다. 뭐, 비 온 뒤에 땅이 더 단단하게 굳는다나 뭐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