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촬물

너와 나의 버디고!

シア 2020. 4. 27. 02:59

* 그냥 히로유키랑 버디 고하는 트레기아 보고 싶어서 쓴 소소한 개그 연성 

* 본편 중간 어느 시점으로 맞춰서 봐도 되고 본편과 무관한 내용으로 봐도 상관없음 

      -울트라맨은 울트라맨을 알아보는 법이거든- 

히로유키는 절대로 마주하고 싶지 않은 사람을 만났다. 적어도 절대 마주하고 싶지 않았는데 말이지- 그게 어떻게 된 거였냐 하면 불과 하루 전 이야기로 돌아간다. 오랜만에 일이 가득 한꺼번에 겹쳐서 들어온 바람에 제대로 잠도 못 자고 몇 날 며칠을 이지스에서 숙식 생활 아닌 숙식 생활한지도 벌써 이틀째가 되었다. 

민간 경비 조직인 이지스의 일이 이렇게까지 힘들었던가? 이 생활에 점점 익숙해지면 익숙해질수록 일이 더 힘들어지는 것은 왠지 기분 탓이겠지? 히로유키는 휴우, 하고 작게 한숨을 내뱉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자신의 어깨를 주먹으로 툭 쳐오는 호마레 선배가 웃으며 서 있었다. '어이, 뭘 그리 또 한숨을 내쉬고 난리냐? 땅 다 꺼지겠다. 히로유키- 이미 우리에겐 이런 건 익숙하잖아?' 그건 선배만이 그런 건 아니고요.. 그는 말끝을 흐린 채 뒷말에 아무것도 말하지 못했다. 

괜한 울상을 지었다가 환하게 웃는 선배의 웃음 뒤에 무서움을 본 뒤 일이 많다고 불평했던 걸 그만두었다. 아직 이지스 대원으로 들어온지 얼마 되지 않은 팀의 막내이기도 하고 아무리 우리가 가족같은 분위기라지만.. 그러고 있는 와중에 카나 사장님의 부름에 달려갔다가 결국 완전히 깨져버렸다. 평소에 사람 좋은 얼굴을 한 사람도 역시 비즈니스에 관련되면 확실해지는구나 싶었다. 

"히로유키 군- 보고서 작성 분명 했다고 하지 않았니? 문장을 전부 확실히 끝내지 않으면 어떻게 해? 보고서 서류는 완벽한 사실만을 기재해야 된다고 했잖아! 이건 일기가 아니야! 아무리 신입이지만 이 정도는 해야 되는 거 아냐?" 

"죄송합니다." 

"그리고, 피리카! 너도 마찬가지! 내가 이 부분은 몇 번이나 확실하게 가르쳐주라고 내가 말을 했잖아~ 근데 둘이 왜 싸우고 있어?" 

"에.. 그거야, 히로 군이 먼저..." 

"피리카 씨~ 전 피리카 씨가 가르쳐준 대로 한 것 밖에 죄가 없다구요!!" 

"뭐뭐, 너희들~ 변명하지마! 대체 사장을 앞에 두고 언제까지 싸울거야! 대신 벌로 오늘부터 내일까지 비번은 히로유키와 피리카가 담당하는 걸로-" 

"네?! 사장님!!" 

대충 여기까지가 여느 때처럼 그런 사소한 일들이었고 호마레는 여전히 이지스 브릿지의 한쪽 구석에 있는 운동 기구로 펀치 연습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히로유키도 이제 어엿한 이지스 대원이고 점점 경험을 쌓아갈수록 맡는 역할도 꽤나 다양해지고 있었다. '히로유키- 너 안 힘드냐? 엄청 피곤해보여~ 차라도 한잔 태워 마시지 그래?' 걱정해주는 타이가의 목소리와 타이타스, 후마 등 자신과 버디 고하는 3명의 울트라맨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 그래도 한창 더운 여름철이라 더더욱 날씨는 푹푹 찌고 있단 말이지- 이런데서 일이 손에 잡힐 리 만무하였다. 오늘도 아예 집에 돌아가지 못한 채 이지스에서 얇은 담요 비슷한 이불을 덥고 자야 할 필이다. 어쨌든 야간 근무가 더 될 것 같진 않았다. 

이지스 예산이 많이 없어서 에어컨 대신 선풍기 몇 대만으로 근근히 살아가고 있는데 여기서 더 최악이 될 수는 없었기에 히로유키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냉장고를 확인하던 그가 금방 아이스크림 몇 개를 가져왔다. '카나 사장님~ 너무 더운데요? 잠시 쉬어가면서 하는 거 어때요? 여기 아이스크림도 있으니까..' 그의 말에 '오~ 그거 좋네! 그럼 우리 10분간만 쉬는 걸로 할까?' 이지스의 사장인 사사키 카나의 말에 그제서야 다들 각자 하던 일을 손에서 멈추고 하나둘 모여들었다. 

한여름 밤이기도 하고 오퍼레이터 담당의 아사히카와 피리카가 꺼낸 괴담 이야기로 시작해 그녀가 어젯밤에 봤다던 악마와의 로맨스 어쩌고 하는 애니를 봤다니 뭐니 해서 어쩌다가 그쪽으로 화제가 굴러갔다. 

"정말 악마가 나오면 어떻게 해?" 

"에에? 혹시 호마레 선배~ 문어에 이어 악마도 무서워하는 건가요? 에이, 이래 봐도 일단 이지스 대원인데.. 보기보다 잘 무서워 하시네" 

"뭐냐, 그 발언은? 나 약점 잡으려고 작정했구나? 나도 무서운 건 무서운거거든! 좋아! 너, 나랑 승부하자! 히로유키- 우리 둘이 내기해서 만약 네가 이기면 오늘 비번 내가 담당하고 지면 네가 아이스크림 사오는 걸로 내기 어때?" 

"좋아요! 호마레 선배~ 각오해두시죠! 저, 절대 안 질 겁니다?!" 

"오오~ 이 녀석 봐라? 지금 자신 있다 이거지?" 

카나에 이어 피리카 다음으로 호마레의 차례가 되었다. 요즘 유행한다는 괴담 놀이에 꽤 여러 가지가 있어서 인터넷 괴담 사이트에 떠돌아다니는 마법의 주술이라던가, 뭐 그런 것이다. 어차피 그거 전부 거짓말일텐데, 실재로 마법진 그려서 진짜 악마를 소환한다거나 이 세계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히로유키는 그리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의외로 호마레는 그걸 꽤 믿는 듯한 눈치이다. 일단 외계인으로서 여러 가지 일을 겪어온 사람이라 온갖 신기한 일들은 다 경험해봤기에 그런 건가 싶기도 했고 말이다. 이 사람, 진짜 또 이상한 데서 열 올린다니까.. 한숨을 폭 내뱉은 그가 아무리 선배라도 절대 지지 않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옆에서 타이가가 애초에 이 세계(지구)에 울트라맨이 정의를 위해 싸워나가고 있다는 시점에서 이미 도시전설 아니냐고 반쯤 츳코미를 걸었으나 히로유키는 전혀 말을 듣지 않았다. '너와 나의 버디 고한 울트라맨 타이가는 대체 뭐가 되냐' 울컥한 타이가 옆에서 타이타스와 후마가 그의 팔을 붙잡으며 제지하였다. 은근 둔한 녀석이라며 씩씩대는 타이가의 표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제 생각에 빠져있는 히로유키가 호마레 앞에서 애써 담담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조금 기가 흐트려져 있었다. 뭐, 그것도 결국 장난에 불과한 거니까, 그래- 그러니까 이른바 괴담이라던가, 도시전설이라 불리는 것이다. 

실제로 일어나는 것도 아니고 조금 정도는 괜찮겠지? 하는 마음으로 마지막 차례의 히로유키 자기자신의 순서가 되어 했을 땐 그가 실행한 후 침을 한번 꿀꺽 삼킨 히로유키가 인터넷에 본대로 주문을 외웠다. 그는 속으로 정말 이걸로 악마가 오겠냐라며 반신반의하고 있었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괴담 놀이라는 것에 불과하다. 정말 잘 될까, 히로유키도 긴장하는 와중에 갑자기 이상한 일이 일어나기 시작하였다. 뭔가, 푸른빛과 붉은빛이 가득 섞어 하나로 빛이 나더니 무언가 알 수 없는 검은 형체가 종이 마법진 위에서 휙휙 움직였다. 그가 묻고 싶은 말을 꺼내 물었다. 

"저기, 정말 악마인가요?" 

긴장에 목이 탔다. 뭣하면, 상대가 괴수 비슷한 거라면 우리에겐 트라이 스쿼드가 있으니까, 내가 울트라맨 타이가니까 괜찮다. 여전히 경계 태세를 놓지 않은 채 눈앞에 악마인지 모를 녀석에게 말을 걸었다. 호마레와 피리카, 카나 사장의 얼굴을 한번 쳐다본 뒤 히로유키는 다시 말을 이었다. 

"저어, 그럼 악마라는 증명 해줄 수 있을까요? 뭔가, 손이라던가.. 아무거나 좋아요!" 

그때, 히로유키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어둠 사이에서 무언가 알 수 없는 푸른빛의 손이 훅 튀어나왔다. 어? 어랏? 뭐지? 어디서 많이 본 듯한 기분인데 저 익숙함은 뭐지? 히로유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타이가가 그의 옆에서 불안한 듯 말했다. 

"히로유키- 아무래도 위험해! 정말 상상 외로 엄청난 악마가 붙어버린 거 아냐?" 

"그러게.." 

그 순간 히로유키가 허공에 잠시 검은 눈동자를 깜빡깜빡하다가 대체 무엇을 봤는지 충격과 공포에 휩싸여 하얗게 질린 채 그만 기절을 했다. 호마레가 상태를 살펴보다 아무 이상이 없는 걸 알고 그대로 담요를 덮어 방치해뒀더니 그렇게 다음날이 되었다. 이지스 안에서 잠을 자고 일어난 히로유키가 모닝 커피라도 한잔 태워먹으려고 머그컵을 들었을 때였다. 테이블 위에 예쁜 손거울이 놓여져 있었다. 디자인으로 보아 카나 사장님은 아닌 것 같고 아마 피리카 씨 것으로 추정된다. 

그녀가 평소 사용하는 업무 책상에 놓으려다가 그만 놀라 비명을 지를 뻔 하였다. 검은 형체의 인영이 구름처럼 스멀스멀거렸다. 트라이 스쿼드도 왠지 위험한 느낌이 든다며 한마디씩 하였다. 어제 악마를 불러낸다나 뭐라나, 그딴 놀이 따윈 하지 않았어야 했다. 그게 설령 단순 도시전설일 뿐이라 해도 이토록 기분 나쁘긴 처음이라 히로유키는 조금 불쾌함을 여간 감출 수 없었다. 다시 거울 쪽을 향해 돌아봤을 땐 스멀거리던 인영 무언가는 사라져 없었다. 다소 멍한 얼굴로 거울 저편을 쳐다보고 있으니까 뒤이어 소야 호마레부터 시작해 속속들이 출근하기 시작하였다. 

"지난 밤은 어때? 너 아주 기절해 있던데 오늘은 괜찮아? 임무 하러 나갈 수 있겠어?" 

"그럼요! 사장님-" 

"그럼 다행히고-" 

"히로 군, 어제 뭘 보고 그리 놀란 거야?" 

"글쎄.. 아무것도 기억이 없네요." 

이지스 멤버들이 이렇게 아침 대화를 나누고 있을 동안 때마침 끼익 문이 열린다. 경시청 외사 X 소속의 사쿠라 경부다. 반가운 얼굴을 하고 들어서는 그가 인사를 하자마자 어떤 소식을 알렸다. 

"이번에 내 아는 친구가 놀이공원 운영진인데 급히 알바생 한명 찾는다고 해서 왔다. 그냥 유원지 입구에서 작업복 맞춰 입고 풍선 나눠주면 되거든~ 일은 간단해! 제발 누구 좀 도와주라~ 물론, 우리 경찰의 정보에 의하면 괴수 관련 건도 있다고 하니 알바비도 벌고 서로 윈윈 관계 아닌가" 

"안 된다니까 그러네~ 뭐, 괴수가 관련 되어 있다니까 어쩔 수 없지.. 하는 수 밖에-" 

"고마워! 정말 고맙네! 덕분에 살았다구.." 

"자, 누구 없으면 내가 지정한다? 히로유키 군!" 

"에에?? 제가 하라고요?!" 

히로유키가 예상치 못했다는 듯 크게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손가락으로 저를 가리켰다. 그러면서 제 앞에 모여있는 사람들을 향해 두리번 둘러보았다. 호마레가 그에게 '네가 여기서 제일 막내잖아!' 라고 했으며 피리카 역시 '수고해! 후배 군-'이라며 벌써 손을 흔들고 있었다. 이거이거, 어째 좀 무서운데? 왜 다들 나만 바라보고 기대하는 눈빛인거야? 히로유키는 어색하게 웃으면서 벗어놨던 이지스 대원복 겉옷을 주섬주섬 챙겨입었다. 알겠다며 괜히 낮게 볼멘소리를 냈다. 모자를 쓴 뒤 그가 경례 포즈를 취한 후 호마레와 함께 이지스 전용 차를 타고 본격 현장으로 향했다. 

유원지로 놀러간 사람들이 많이 붐볐다. 가족, 친구, 커플 등 너나 할 것 없이 다양한 사람들이 놀이동원 거리에 가득 메워졌다. 곳곳에 뛰어노는 어린아이들도 많았다. 여기서 오늘 히로유키에게 주어진 임무는 호마레와 함께 괴수가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모르니 잠입 작전을 펼치면서 사쿠라 경부가 부탁한 일로 놀이공원에서 풍선 나눠주기 일일 알바를 하게 되었다. 

다행히 인형 탈을 쓰지는 않았지만 이건 이거 나름대로 힘들었다. 더운데다가 물 한모금조차 제대로 마시지 못한 채 쓰읍, 마른 침만 계속 삼켰다. 대체 언제까지 해야 되나, 자꾸만 어깨가 축 늘어졌다. 안 그래도 한여름 낮에 강렬한 햇살을 받으면서 이지스 일과 병행해야 할 상황이다 보니 이만저만 지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분명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지친 기색이라던가, 아무런 느낌이 들지 않아 이상하게 여긴 히로유키가 잠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히로유키? 어이, 히로유키! 히로유키!" 

".... 에? 선배?! 무슨 일이예요??" 

"왜 멍 때리고 있어? 난 저쪽 가서 조사해보고 있을테니까 넌 여기에 풍선 나눠주고 있어라" 

"네" 

호마레가 다른 방향으로 뛰어갔다. 그가 정보를 모으기 위해 조사하러 다니고 있을동안 한편, 히로유키는 다시 저를 향해 ──정확히 풍선을 보고── 몰려든 아이들에게 풍선을 나눠주었다. 빨간색, 노란색, 파란색, 흰색, 각양각색의 색깔들이 있는 풍선들을 손에 꼭 쥔 채 예의 그 미소를 예쁘게 지었다. 그런데 또 다시 자꾸 몽게몽게 피어오르는 것 같은 이 기분은 뭘까? 사선으로 고개를 갸웃거린 그가 으악, 하고 소리없는 비명을 질러버린 것은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정신을 차렸을 땐 어딘가 아이 울음소리가 들려와 소리가 나는 곳을 쳐다본 히로유키 옆에 절대로 마주하고 싶지 않은 사람을 만났기 때문이다. 그래, 흑백 반반 셔츠를 입고서 머리 뒤쪽 끄트머리에 파란 브릿지를 한 익숙한 존재가 지금 자신 옆에 태연자약한 표정을 한 채 서 있었다. 엇, 그러고 보니 풍선은 언제 가져간거야? 히로유키 손에 들린 파란 풍선만 다 가져간 키리사키가 애들한테 나눠준 뒤 톡톡 풍선을 터뜨려 울려댔다. 

"키리사키! 네가 여기에 왜 있는거야? 그리고 그걸로 애들 울리지마!" 

"환영받지 못할 녀석이 왔군" 

히로유키와 타이가가 각각 키리사키를 향하여 크게 소리쳤다. 

"이런이런, 어젯밤의 일이 생각나지 않는거야? 크큭-" 

"무슨 소리냐?" 

"넌 지금 빙의 당한거다. 이 나에게 말이지"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으며 히로유키 앞으로 가까이 스윽 다가왔다. 

"빙의, 라고?" 

"악마를 부른 건 너잖아? 쿠도 히로유키 군-" 

아차! 그제서야 불현듯 어제의 일이 떠오른다. 마치 필름처럼 주마등이 머릿 속에 스쳐지나간다. 그래, 그 푸른 손은 바로 트레기어 저 녀석이었나! 왜 그땐 깨닫지 못했지? 히로유키는 가만히 그를 노려보았다. 그럼 이지스 팀원들한테 들었던 자신의 평소와 같지 않은 이상한 행동도 역시 저 녀석이 빙의해서 나를 조종했다는 말이 성립된다. 

타이가와 타이타스, 후마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뭔가 위험한 느낌이 계속 든다고 했던 건 바로 트레기어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저 녀석이 제 안을 빙의해 있으면서도 기척을 지웠지? 여러 가지 의문이 든다. 차라리 그냥 악마나 오는게 훨씬 나을 뻔 했다. 

"그건 그렇고 난 널 처음 봤을 때부터 네가 울트라맨인 걸 알았어~ 어떻게 알았을까- 궁금하지 않아? 쿠도 히로유키 군-" 

순간, 키리사키의 눈동자가 일시적으로 빨갛게 변했다가 사라졌다. 그것은 역시 그가 타락한 울트라맨 트레기어라는 걸 의미하는건가- 히로유키는 말을 하지 않았다. 다만 조용히 경계 태세를 갖추며 그를 노려보았을 뿐이다. 키리사키가 한발짝 더 가까이 다가와 의미심장한 웃음을 흘린 채 히로유키 앞으로 가까이 스윽 다가왔다. 

"그거 알아? 울트라맨은 울트라맨을 알아보는 법이거든" 

"......!!" 

악마를 불렀더니 트레기어가 올 줄은 꿈조차 상상하지 못했기에 그저 축구공에 맞아 머리를 세게 강타한 듯 그 자리에서 멍해졌을 뿐이다. 완전 대패닉이 되어버린 히로유키 앞에 뒷짐을 진 채 빙글거리며 웃는 키리사키가 어느 순간 괴수를 불렀다. 유원지 괴수 소동은 그가 벌인 짓이라는 걸 깨달은 히로유키가 타이가의 이름을 공중에 외친 후 곧 울트라맨 타이가로 울트라하여 변신을 시전하였다. 하지만 괴수가 워낙 강한 탓에 기껏 버디 고를 한지도 얼마 안 되어 모두 헛수고가 되어버렸다. 

변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려주는 컬러 타이머에서 불이 반짝반짝 깜빡였다. 크하핫- 미친 듯이 웃어젖힌 키리사키가 트레기어 아이를 들었다. 눈에 가져다 대고 버튼을 꾹 누르자 타락한 울트라맨 트레기어로 변신한다. 

"이대로라면 타이가는 끝이겠네? 영원히-" 

"뭐라고?" 

"그러니까, 히로유키 군- 변신하자는거야~ 나와 함께~ 후훗-" 

"크윽, 트레기어, 너의 도움을 받을 바에야.." 
 
"지금 여기서 변신하지 않으면 타이가는 정말 죽는다고?" 

신음을 흘리고 있는 타이가 대신 후마와 타이타스가 대신 울컥하여 소리쳤다. 하지만 트레기어는 여전히 여유롭게 행동하고 있을 뿐이다. 울트라한 타이가와 히로유키의 목소리가 하나로 겹쳐져 뭐라 말했으나 트레기어는 무시한 채 곧 히로유키의 몸 속에 빙의했다. 그리고는 조용히 나긋나긋한 음성으로 귓가에다 속삭였다. 


「어디 한번 해보자고? 히로유키 군~ 너와 나의 버디 고-」



                               ▷  ▷  ▷  ▷ 



"트레기어! 대체 너 때문에 이게 뭐야!!" 

"그 정도의 트릭은 적당히 알아서 거르고 넘겼어야지~ 애초에 장단 맞춰준 건 너잖아! 타이가-" 

오후가 지나자 놀이공원에는 사람들이 아까보다 더 많아졌다. 트레기어라고 외쳐도 일단 현재 그는 인간체 키리사키의 모습으로 변한 상태다. 되게 뻔뻔스러운 저 여유 넘치는 모습을 보자 최저였던 기분이 더 최악이 되었다. 정말 교활한만큼 너무 치밀하고 교묘해서 지금껏 당해온 일들을 생각하니까 타이가는 그만 울컥해 소리쳤다. 
 
"이거 어째, 괜히 나까지 불똥이 튀어버렸는데.." 

"어떻게 책임질거야?!" 
 
"키리사키- 나머지 저녁 시간동안은 나에게 좀 어울려 줘야겠어~ 당신이 멋대로 풍선 날려먹은 탓에 이쪽은 꽤 곤란해졌거든" 

타이타스와 후마가 각각 한마디 했다. 적당히 그들 사이를 중재한 히로유키가 키리사키한테 풍선들을 건넸다. 중간중간에는 그를 상징하는듯한 파란 풍선도 몇 개 섞여있었다. 

"자, 이제부터 울트라맨 타이가가 아닌 본격 울트라맨 트레기어의 활약이...." 

"그러니까, 적당히 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