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촬물

우당탕탕 뉴제네 vs 다크니스 힐즈?!

シア 2020. 4. 27. 02:47

* 트위터에서 백곰님과 풀었던 썰을 바탕으로 썼습니다! 가이쟈그 중심의 오브 연성으로 본편과는 무관한 뉴제네와 닼힐즈 조의 소소한 개그 연성입니다! 

어느 날, 그날 모임은 그랬다. 지구에서 여러 가지 일이 있었고 이제 어느 정도 서로에 대한 갈등도 꽤 풀어진 상황에서 가이와 저글러는 각자 자신이 믿는 길을 향해 따로 행동하고 있었다. 다른 신념과 가치관을 믿고 미래를 향해서 나아가면서도 정작 꼭 필요한 일이나 위험한 일이 있을 때면 언제나 상대를 위해 달려왔다. 어떤 희생도 마다하지 않고 위험한 일에 뛰어드는, 서로에게 있어 그들은 그런 존재였다. 항상 틱틱대며 티격태격 싸워대도, 지겨운 듯 귀찮은 티를 다 내어도 전부 소중한 사람이 이렇게 바로 가까이 있기 때문이다. 

가이와 저글러는 각각 그걸 지긋지긋한 악연이라 표현하였다. 수천 년 동안 오랜 세월을 함께 해온 친구로서 믿는 신뢰감은 매우 깊었지만 O-50 행성에서, 행성 루린에서, 행성 카논에서, 다이아몬드 신성 폭발이라던가, 유메노 나오미 일행을 만난 지구에서라던가 여러 사건을 겪으면서 그들은 좀 더 많이 성장해 있었다. 

처음 자신의 고향별에서 큰 뜻을 품고 빛의 전사가 되기 위한 수련을 하러 다양한 행성들을 떠돌아다니며 수많은 별과 밤하늘을 넘어 우주를 떠돌아다녔다. 그때 마다 꿈과 희망에 절망하고 좌절하고 때론 포기할 때도 있었다. 그럴 때면 항상 옆에 내 편이 되줄 누군가가 곁에 손을 내밀어주는 것만으로도 그저 충분했다. 하지만 매번 그렇게 너무 의지했던 것이 오히려 독이 되었던 걸까? 타인에 대한 의존은 어느 새 치기 어린 어리광으로 변해 있었다. 

그 시절엔 미처 깨닫지 못했지만 지금 가만 생각해보면 그랬던 것 같다. 특히 가이한테 있어선 더욱 그랬다. 평소 뭐든 감정적으로만 해결하려는 그에게 저글러는 현실적인 조언을 해줘도 전부 무시해왔으니까 어떻게 보면 대가를 받은 셈일지도 모른다. 녀석이 내내 머리 끝까지 울컥 화가 치밀어오를 뻔한 걸 애써 삼킨 채 참고 참았다가 결국 한꺼번에 그동안 쌓인 감정이 터져 자신의 곁을 떠나가 버려도 사실 딱히 할 말이 없었다. 애초부터 모두 자신이 그를 그렇게 만든 책임이 있었으니까── 

그래도 마음을 부딪히면서 전부 알고 있을거라 생각했던 상대의 새로운 이면을 알 수 있었고 산전수전 여러 사건들을 겪으면서 한층 더 성장했다. 그러니 이제 여기서부턴 오직 나를 위한 여행을 시작할 것이다. 저글러가 가이 곁을 떠난 후부터 처음에는 전혀 적응되지 않은 것들이 지금은 두 사람 모두 혼자서 무엇을 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게 되었다. 괴로웠던 혼자만의 고독도 많이 나아졌다. 

그런 두 사람이 이번에는 각자의 생활에 바빠 거의 몇 달을 잘 만나지 못했다가 정말 오랜만에 다시 O-50 행성에서 조우하게 되었다. 저글러도 더 이상 자신의 마음에 얽매이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지난날을 회상하거나 추억 이야기를 꺼낼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이곳은 이제 잊을 만하면 찾는 둘의 어떤 특별한 장소가 되었다. 

"가이- 역시 여기 올 줄 알았어" 

"너도-" 

"훗, 시시하군~ 우리가 길은 달라도 결국 같은 곳을 바라보고 같은 꿈을 꾸고 있다는게.." 

"......" 

"어이, 오랜만인데 어디 적당한데 가서 회포나 좀 풀자" 

저글러는 은근슬쩍 가까이 다가와 슥 어깨동무를 했다. 하지만 가이는 그의 팔을 들어내리면서 단호하게 말했다. 

"안 돼!" 

"왜??" 

"나 오늘 뉴네제 모임 있어~ 그쪽에 얼굴 비칠거야~ 너와의 약속은 다음에-" 

"야~ 그렇게 해서 맨날 입으로만 다음에, 다음에 그런게 지금 벌써 도대체 몇 번째냐!" 

"에.. 그래도 우린 서로 다른..." 

"그럴거면 그냥 나도 뉴제네 모임에 같이 가" 

그 말에 가이는 눈을 크게 치켜뜨며 휘둥그레졌다. 어지간히도 그의 말에 놀란 눈치다. ‘뭐라고? 다크니스 힐즈 모임이나 가던가.. 빌런들끼리도 그런게 있구나! 참, 누가 지었는지 이름도 참 정말 멋지게 잘 지었네~ 울트라맨도 아닌 네가 거길 왜 가?’ 하고 숨도 쉬지 않고 다소 빠른 어조로 이어 말했다. 순간 당황해서 말조차 제대로 안 나오는 것 같은 얼굴을 하였다. 저글러는 그런 악연 같은 제 친구의 반응을 보자, 그만 어이가 없다는 듯 코웃음을 친 뒤 살짝 입꼬리를 올려 해탈한 웃음을 지었다. 

아무리 그래도 좋든 싫든 지금까지 수천 년 동안 함께 해온 세월이 무색한 듯 저 태도를 지어보이니까 조금 섭섭한 마음이 들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끼리 어디 가서 맛있는 음식이나 먹으면서 이런저런 회포 한번 못 푸냐.. 다른 사람들은 잘만 그런다더만! 그는 대답 대신 얘 이거 봐라- 하는 표정을 지어보인 저글러가 뒷머리를 긁적이며 한번 헝클어뜨렸다. 그런 다음 똑바른 자세로 서서 정면을 바라본 채 가이에게 소리쳤다. 

"어이, 어이, 너 나한테 너무 한 거 아냐?" 

"그럼 여기서 뭘 어떻게 해줘야 되? 내가 다크니스 팀에 놀러갈까? 그건 아니잖아" 

"어- 와라~ 나도 너 따라 뉴제네 모임에 가고 다음에 한번 너도 우리 다크니스 힐즈 모임에 끼여라" 

"하아?!" 

다시 한번 어이가 저 안드로메다로 날아가버린 가이가 너무 황당해서 넋놓은 채 저글러를 쳐다보았다. 그는 '뭘 그리 쳐다봐? 내가 뭐, 못할 말이라도 했어?' 라고 퉁명스럽게 말했는데 혼자 괜히 삐져서 입을 삐죽 내민 채 샐쭉한 표정을 지었다. 물론 평소에는 각자 따로 행동하다가 서로 무슨 일 있으면 도와주러 달려가곤 하는 편이다. 

그야 일단 친구니까- 그렇지만 울트라맨 뉴제네 모임에는 가이는 항상 저글러를 제외했고 반대로 다크니스 힐즈 모임이 있을 땐 저글러 쪽이 그를 제외시켰기 때문에 섭섭하고 서러운 마음이 울컥 차올라 기어코 두 사람이 크게 불만을 터뜨려댔다. 특히 저글러가 먼저 그리 불만을 털어놓는 것으로 일의 시작이었다. 아니 대체 무슨 랩 배틀 하는 것도 아닌데 빠르게 속사포처럼 볼멘소리를 내뱉었다. 뭐, 억눌러 담은 것들을 밖으로 꺼내니 속이야 다 시원했지만── 

"그럼 같이 갈래? 나 지금 리쿠가 사는 지구에서 지드의 성운장으로 갈거니까 오고 싶으면 따라오던가, 말던가-" 

가이는 가볍게 말을 툭 던진 뒤 워프하여 이동하였다. 훗, 하고 실없는 웃음을 흘린 저글러가 아까보다 기분이 조금 풀린 채 그를 따라 단숨에 워프하였다. 



                          ▷  ▷  ▷  ▷ 



지드의 성운장은 언제나 활기차다. 그러고 보니 요즘 들어 뉴제네 모임이 자주 있었다. 이렇게라도 서로 얼굴 보고 지내자는 뉴제네의 리더 긴가, 라이도 히카루와 빅토리로 변신하는 쇼의 발언이 몇 번씩인가 나왔고 오브인 쿠레나이 가이의 의견도 꽤 여러 번 있었다. 엑스 쪽의 오오조라 다이치도 그 말에 언제 한번 만날 약속을 정하지 않을래? 하고 찬성한 적 있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제로도 역시 그랬다. 

기왕 이런 의견들이 나왔으니까 미래를 잇는 유대를 위해서라도 앞으로 자주 모임을 가진 채 같은 울트라맨들끼리의 사이를 더욱 돈독히 하는 것이 어떨까라고 말했다. 뭐, 덕분에 좋은 쪽은 제로로 변신하는 이가구리 레이토 씨──빙의 당하는 건 결코 좋지 않지만 뭐, 나름 윈윈 관계랄까── 이지만, 하여튼 그랬다. 자연히 적당한 장소로 하기엔 가장 아지트같은 느낌으론 역시 지드로 변신하는 아사쿠라 리쿠가 사는 성운장만한 것이 없어서 으레 거기서 만남의 광장처럼 모이곤 하였다.

다음에는 롯소, 블루, 그리죠, 미나토 카츠미와 미나토 이사미, 미나토 아사히, 마나토 가 남매의 가족이 운영하는 옷 가게인 콰트로 M에도 한번 놀러오는 거 어떠냐고 말이 나와서 다음 뉴제네 모임은 정말 콰트로 M에서 만나기로 벌써부터 약속 잡았다. 그 뒤로 저글러는 딱히 자기네들끼리만 아는 이야기에 낄만한 대화거리도 없었거니와 나서지 않았다. 죽을만큼 지긋지긋한 제 파트너 혼자만 엄청 열심히 떠들고 있었다. 

가이가 저렇게 환히 웃는 모습은 거의 처음 본다. 그러고 보면 의외로 가이도 저글러도 서도 상대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것 같다고 생각하였다. 그냥 단순한 10년 지기 친구도 아니고 무려 수 천년 세월을 함께 해온 녀석이다. 그러니까 당연히 지겨울 법 할만하다. 그런데도 그도 자신도 그닥 아무 말 하지 않는 것은 타인의 기분을 배려해서다. 그렇지 않고선 정말 진작에 인연 끊어버린 채 두 번 다신 만나지 않았을텐데, 그런 엄청난 일련의 사건들이 있고나서도 적당히 연을 끊을 수가 없어서 악연만이 남은 채 두 사람의 유대는 이어졌다.

지금도 서로 상대가 위험에 처해 있으면 다른 건 둘째 친 뒤 일단 위험을 무릎 쓰고 먼저 달려가서 도와줄 정도니까 어지간히 우리 사이가 참 많이 평행선이 아닌 관계구나, 정말 무모하다 싶었다. ‘시시하군’ 바보 같다. 나참, 틀린 그림 찾기하는 것도 아니고, 퍼즐 조각 맞추는 직소퍼즐 게임도 아닌데 대체 이 무슨 웃지 못할 아이러니함인걸까─

피식 실소를 터뜨린 저글러가 빙글빙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탐색하다 옆에 있던 커피포트에서 커피를 한잔 따라 마셨다. 그동안 괴로운 일들이 많았으니까 웃을 일도 잘 없었다. 웃어도 제대로 기분 좋게 환히 웃는 것은 아니겠지, 나름 힘든 일을 이겨내 보려 노력한 억지미소에 가까운 웃음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전보다 마음이 훨씬 여유로워 진 것 같았다.

항상 고독을 갖고 살던 그가 이제는 사람들과 어울려 지내고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자신의 편인 함께 해줄 존재가 곁에 많았고 특별한 일이 없어도 확실히 제대로 웃을 줄 알게 되었다. 저글러는 그런 녀석의 성장이 내심 기쁘면서도 내심 다소 시원섭섭하였다. 알 수 없는 묘한 씁쓸함에 그는 다시 커피만 몇 번이나 호로록 들이켰다. 오늘은 왠지 가이에 대해서 새로운 이면의 모습을 알게 된 것 같아서 나쁘진 않은 날이었다. 그때, 히카루의 한마디에 의해 갑자기 뉴제네의 분위가가 한순간에 차갑게 변했다.

스파크 돌즈할 괴수 인형 하나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하얀 색깔의 검은 점박이 무늬가 여러 개 있는 귀여운 에레킹이다. 즐겁게 떠들던 자리가 갑자기 착 가라앉은 분위기로 변했다. 게다가 모임에서 무슨 일 생기면 전부 게스트인 자신에게 ‘네가 그랬지?’ 하고 범인으로 몰고 간다던가 그래서 저글러는 순간 확 짜증이 일었다. 그것도 믿었던 친구가 그러니 더더욱 최악의 기분이 되었다.

"아니, 또 뭔 일이 있으면 무조건 나야? 가이- 그런 못 되 쳐먹은 성격 좀 고치라고 했지?"

"가이- 왜 아무 죄 없는 생사람 잡고 그래?"

"에.. 즐겁자고 모인 자린데 분위기가 이게 뭐냐~ 이게-"

옆에서 히카루의 어깨를 툭 얹진 쇼와 제로가 각각 한마디씩 하였다. 엑스 디바이저를 들고 에레킹을 찾던 다이치도 한마디 했다.

"뭐뭐, 그래도 아직 확실히 범인인지 아닌지 모르니까 다들 너무 그렇게 몰아세우지 마요!"

"정말 저글러, 네가 한 거 아니지?"

"아, 내가 안 했다니까 자꾸 그러네~ 진짜!!"

“무조건 의심부터 하는 건 안 좋은거야~ 가이- 2만년은 이르다고?!” 

글쎄, 아니라 해도 일단 제 친우인 가이부터 전혀 믿어주질 않으니까 결국 폭팔한 저글러가 그만 울컥해서 사심검을 빼들었다. 이럴려고 내가 모임에 따라왔나 싶어 괜히 자격지심이 들었다. 그 순간에는 정말 화가 나서 이 사심검에 전부 다 베어버릴까 등등 오만가지 별의 별 생각이 다 들었다. '사람의 본성은 절대 변하지 않는 법이라더니.. 이럴 땐 나는 여전히 악역 취급이잖아?! 어차피 너희들도 모두 결국 다 똑같아' 그 말 뒤에 렘에게 크게 소리친 뒤 이내 저글러는 휙 몸을 뒤돌아 밖으로 이어지는 자동 엘리베이터 문을 타고 그대로 성운장을 빠져나가버렸다. 

때마침 리쿠가 찾았다고 외쳤다. 어디 있었냐는 카츠미의 말에 페가가 리쿠 대신 말했다. 알고보니 소파 밑에 떨어져 있었다고 한다. 그제서야 다들 저글러를 의심했던 것이 새삼 미안해졌다. 특히 가이가 가장 미안했다. 그도 그럴게 한번은 악역으로 조우했었으니까 이젠 앞으로 무슨 일이 있으면 자연스레 저 녀석 짓이야, 하고 으레 생각해버리는 버릇이 생겨버렸다. 아, 그러니까 그 놈의 빌런 짓도 어지간히 작작 좀 해야지! 가이는 가만히 제 머리를 한번 헝클어뜨린 후 얼른 렘에게 부탁하여 성운장의 비밀 엘리베이터를 타고 쫓아가 저글러가 갈만한 곳을 찾아냈다. 

한적한 공원 벤치에 있는 것 말곤 어디 갈 데도 없을테니까 그를 잠시 지긋이 쳐다본 가이는 어디론가 갔다오더니 이내 조그만 캔 음료수를 하나 건낸 채 옆에 앉았다. 아직도 샐쭉한 표정을 짓는 걸 보아 여전히 삐져있는 것 같아서 가이는 이런저런 말을 꺼내며 열심히 그를 달래주었다. 그 덕분일까, 그래도 저글러가 아까 전보단 많이 기분이 풀린 것 같았다. 

이후 다음 날 저녁, 저글러의 초대를 받아 간 다크니스 힐즈 모임에서 가이는 저글러 때와 마찬가지로 어떤 대화에도 끼지 못한 채 그저 앉아서 그들만 멍하니 바라보았다. 이따금씩 크고 검은 눈동자를 동글동글 굴리면서 라무네만을 콸콸 들이켰을 뿐이다. 어딜 가나 평소 자신들끼리 무리 짓던 자와 다른 자가 있으면 울트라맨 뉴제네도, 빌런들의 다크니스 힐즈도 모두 경계하는구나 싶었다. 여기서 가이는 저와 있을 때의 모습과 다른 저글러의 새로운 얼굴을 알게 되었다. 



                          ▷  ▷  ▷  ▷ 

 

며칠 후 어느 날, 울트라맨 뉴제네는 환한 미소를 지으면서 모두에게 사이좋게 하나씩 사탕을 나눠주며 벚꽃 구경을 가지 않겠냐는 아사히의 말에 이번에는 벛꽃놀이를 하러 공원에 왔다. 지구는 또 다른 평행세계의 미나토 남매들이 사는 지구로 왔다. 콰트로 M에서 챙겨준 맛있는 음식이 가득 채워진 점심 도시락과 아사히가 가장 아끼는 하얀 토끼 캐릭터가 그려진 귀여운 돗자리를 양손 한가득 들고서 말이다. 

돗자리는 그래도 생각보다 퍽 큰 편이었지만 혹시 몰라 여분의 하나를 더 챙겨갔다. 두개를 하나로 이어붙이니 11명의 뉴제네 멤버가 모두 앉을 수 있을 크기만큼은 되었다는 것이 다행이면 다행이었다. 제로는 우리 울트라맨의 후배들이 이렇게나 많았구나 싶어서 왠지 새삼슬럽게 어른의 표정을 짓는 듯 했었지만 말이다. 물론 이번에는 레이토 씨가 참여하지 못했다. 

히카루와 쇼도, 다이치도, 가이도, 리쿠도 울트라맨으로서 히어로 활동을 하기 전에 먼저 원래 일상에서 본인의 일이 있었다. 게다가 심지어 카츠미와 이사미는 아직 유학생으로서 각각 밀라노와 캘리포니아에서 자신의 꿈을 위해 공부를 하고 있는 상황이었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아사히도 대학교를 다니며 자신의 꿈에 한발짝 더 다가가기 위해 공부하는 중이었다. 

우주 아이돌 제로 역시 우주에서 온갖 악의 세력과 맞서 싸우는 일이 많아서 시간적 여유가 잘 나지 않았던 것도 있는데다 레이토 역시 엄연히 아내와 딸이 있는 가장이었다. 평일에는 회사원으로서 업무와 주말에는 종종 출장 연수도 잡혀있어서 최대한 주말로 잡았긴 했었지만 바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히어로는 평소에도 바쁘게 사는구나, 제로가 짐짓 특유의 어른스러운 얼굴을 하였다. 

뉴제네의 리더는 가장 첫 시작을 알렸던 긴가로 변신하는 히카루였으나 어쨌든 일단 제로가 가장 먼저 활동한, 실질적인 뉴제네의 대선배는 맞다. 하여튼 저 앞에서 아사히가 봄 소풍이 즐거운 모양인지 들떠 있었다. 다른 뉴제네들도 일에 치인 일상에서 벗어나 이런 벚꽃놀이가 매우 신나보였다. 

"자! 여기- 이건 제가 나눠주는 사탕이예요! 이걸 먹으면 언제나 마음이 해피해진다구요! 일단, 카츠 오빠. 이사 오빠 먼저-" 

"어, 아사히- 고마워" 

“고마워" 

"잘 먹을께" 

아사히는 카츠미와 이사미, 제 친오빠들한테 하나씩 사탕을 울트라맨 뉴제네 모두들에게 각자 하나씩 주머니에서 사탕을 꺼내 나눠주었다. 다들 즐거워하는 표정을 짓는 걸 보니까 괜시리 기분이 좋아졌다. 해피한 기분이 든다. 역시 다 같이 함께 하는 것은 언제나 즐겁다. 

"에.. 그리고 저글러 씨라고 했죠? 저글러 씨도 줘야 하는 건가요?!" 

일제히 시선이 저글러 쪽으로 모여졌다. 가이가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저글러- 네가 여긴 왜 와?" 

"왜? 난 여기 오면 안 되냐?" 

"그런 건 아니지만.." 

"그래서 사탕 줄까요? 말까요?" 

아사히가 고개를 살짝 사선으로 틀어 갸웃거리며 그에게 물었다. 노란 봉지의 사탕을 들고서 예쁘게 웃는 표정이 귀여웠다. 

"줘라~ 안 주면 쟤 삐진다." 

"어이, 가이- 삐진다니.. 말이 너무 심하잖아!" 

"맞는 말인데, 뭘-" 

무심한 듯 툭 내뱉는 가이의 말에 저글러는 조금 샐쭉해졌다. 어쩌다가 그와 여기서 마주쳤나 하면 다크니스 힐즈의 모임이란다. 

현재 다크니스 힐즈는 저글러가 소속되어 총 5명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나머지 4명은 울트라맨 베리알, 다크 쟈기, 이블 티가, 애증전사 카미라 이렇게 한 팀이었다. 빌런들도 벚꽃 구경은 하는구나 싶어 가이는 아무도 모르게 시선을 피해서 고개를 숙인 채 피식, 작은 웃음을 지었다. 

"아버지가 왜 여기 있어?" 

"아들아~ 기쁘지 않느냐? 이 아버지와 함께 할 기회다!" 

"글쎄-" 

리쿠가 베리알을 향해 어색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페가는 여전히 옆에서 기분 나쁘다고 그의 옷깃을 꽉 붙잡았다. 거참, 같은 외계인 주제에 겁이 많다니까 페가는- 리쿠가 괜찮다며 조용히 달랬다. 

처음에는 서로 신경 쓰지 않고 뉴제네는 뉴제네끼리, 다크니스 힐즈는 다크니스 힐즈끼리 모여 따로 따로 벚꽃놀이를 했다. 굳이 더 엮어봐야 좋을 것도 없다. 히카루를 중심으로 모인 그들은 미나토 남매의 아버지, 우시오가 챙겨준 도시락을 간단히 먹으면서 떠들었다. 그 후 한참 시간이 흘러갔다. 슬슬 지루해질 뻔할 했던 것을 분위기 전환시킨 것은 다름 아닌 저글러였다. 

먼저 말을 꺼낸 당사자의 말에 따라 어쩌다가 우당탕탕 울트라맨 뉴제네 VS 다크니스 힐즈(?!) 수건돌리기 놀이가 시작되었다. 사실 어지간히 가이 옆에 끼여 함께 하고 싶었던 거 아니고? 제로가 정곡을 찌르는 발언을 하자마자 울컥해서 사심검을 빼어들 뻔 했지만 다행히 가이가 그런 최악의 일이 일어나기 전에 재빨리 막았다. 

첫 스타트를 누굴 먼저 할까 하다가 모두 선뜻 양보해줘서 뉴제네 중 가장 마지막으로 합류한 팀의 막내, 타이가로 변신하는 쿠도 히로유키였다. 모두들 커다란 원을 둥글게 만들어 앉았다. 아사히한테서 귀여운 고양이 그림이 그려져 있는 조그만 손수건을 건네받은 그가 조용히 눈알을 이리저리 굴렸다. 어떻게 하면 될까, 그저 멋쩍은 웃음만 어색하게 지은 채 히로유키는 타이가의 아버지인 타로와도 깊은 연관이 있는 긴가의 히카루를 선택했다. 그는 당연히 빅토리의 쇼를 선택했고 쇼는 다시 제로를 선택했다. 

그 다음으로 등 뒤에 수건을 받은 사람은(아니, 외계인은..) 오랜 숙적, 베리알이었다. 더 물어보나마나 그는 아들 지드, 그러니까 리쿠에게 수건을 놓았다. 뭐, 어차피 리쿠가 잡으려 해도 베리알은 절대 잡히지 않았지만─ 애초에 순간이동 해서 제 자리로 오는 것은 반칙이잖아? 그가 잔뜩 불만을 표현한 채 다음 타깃을 페가에게 넘겼다. 

이후 수건돌리기는 계속 이어서 반복되었다. 아직 한번도 안 걸린 사람들도 있었다. 그리고 엑스의 다이치를 시작으로 이번에는 오브의 가이가 지목 당했다. 저글러 등 뒤에 몰래 수건 놓고 간 것을 스타트였는데 어쩌다보니 어느 순간 둘이 너무 진심이 되어버린 나머지 수건돌리기에서 아예 종목을 바꿔 술래잡기 놀이가 되어버렸다. 

처음엔 아무 생각 없이 가볍게 시작했다가 이것이 벌써 몇 번이나 지속되자 나머지 사람들은 편하니 쉬며 무슨 체육대회 마냥 뉴제네와 다크니스 힐즈가 서로 어깨를 나란히 한 채 그들을 응원하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전력을 다해서 상대에게 수건을 놓은 뒤 빠르게 피하던 것이 어쩌다 이상하게 변질되어 저글러가 기어이 사심검을 빼들었다. 가이 역시 지지 않고 오브 칼리버를 빼어들었다. 타이밍 좋게 연한 핑크빛 벚꽃이 바람에 팔랑팔랑 흩날려 한바탕 사랑과 전쟁을 찍어댔다. 

뉴제네와 다크니스 힐즈는 이미 편을 갈라 누가 이길지 투표해서 저녁을 사자는 내기를 걸고 있었다. 물론, 가이와 저글러는 그것도 모른 채 열심히 상대를 이기기 위해 전력을 다해 달리는 중이다. 그 뒤 한참 더 달렸다가 이내 서로 그만 지쳐버려서 게임이 끝나버리고 말았다. 이제 놀이가 끝나고 나니 또 한바탕 내가 이겼니, 네가 이겼니 하며 싸워댄 것을 아사히가 앞으로 나와 환한 미소를 가득 지으면서 싸움을 말렸다. 

"가이 씨- 저글러 씨- 모두 싸움은 안돼요! 그럼 해피해지지 않잖아요? 자, 여기~ 제가 사탕 드릴테니 이제 싸움은 하지 않는 걸로 약속해요! 달콤한 걸 먹고 전부 해피해지는 거예요!!" 

아사히가 건네준 사탕에 가이와 저글러가 싸움을 멈췄다. 그녀를 응시하다가 문득 서로 마주보았다. 갑자기 무안해져서 시선을 다른 데로 피하면서 조용히 칼을 거뒀다. 무슨 말을 해야 될지 몰라 연신 헛기침만 할 뿐이다. 가이는 라무네 맛 사탕을, 저글러는 커피 맛 사탕 봉지를 까서 입에 쏙 넣었다. 사탕.. 뭐, 달콤하기는 하네- 저글러가 혼자 중얼거렸다. 

"우리, 저녁 먹으러 가는 거 어때? 근처에 우리 가족이 잘 가는 카레 맛집이 있거든~ 그치, 카츠 형?!" 

"응~ 이사미 말대로야~ 거기 카레, 완전 맛있거든" 

"오! 좋은데~" 

"그럼 그렇게 하자!" 

히카루가 씨익 웃으며 찬성하고 쇼가 말을 딱 하나로 모아 정리하였다. 오늘 저녁은 카레다. 가끔은 이런 것도 좋지 않을까 싶어서 가이와 저글러는 다시 마주 보았다가 결국 실없는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정말이지, 솔직하지 못해선- 그건 내가 할 말이거든?

"어이! 빨리 안 와? 안 오면 놔두고 간다?!" 

저 멀리서 2만년은 이른 녀석들이라며 소리치는 제로와 다른 울트라맨 뉴제네와 다크니스 힐즈의 모습이 보인다. 두 사람은 한번 얼굴을 힐끗 쳐다본 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달려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