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촬물

시공을 뛰어넘은 시간의 마음

シア 2020. 4. 26. 04:39

* 2019.10.31(10PM) 

https://collaboration0h.wixsite.com/t-s-halloween/3-4 

https://collaboration0h.wixsite.com/t-s-halloween 

특촬 할로윈 합작에 제출한 글, 가면라이더 지오 본편의 12화~17화 사이의 스포가 있습니다. 방영 리스트 날짜를 보면 할로윈 데이는 어나더 오즈 편 이후 시점입니다. 

* 그저 워즈가 할로윈 코스프레로 사제복 입고 이와에!(축복하라!) 하는 거 보고 싶었음 

 

 


"오! 소고, 일어났냐? 게이츠도, 츠쿠요미도 어서 와서 아침밥 먹어라" 

난간을 짚은 채 2층 계단을 타고 내려오던 소고에게 작은 할아버지 쥰이치로가 그렇게 말했다. 그런데 말이지, 쿠지고지당 시계점 안이 왠지 좀 분위기가 많이 다른데 싶어서 주변을 둘러보니 확실히 여느 때보다 분명 다른 것이 있었다. 이게 뭐냐고 묻는 소고의 물음을 츠쿠요미가 대신 받았다. '오늘 할로윈 데이잖아? 그래서 쥰이치로 씨가 가게 안을 좀 꾸며본거래' 아, 분위기 전환용이구나- 소고는 아무 생각이나 별 느낌 따위 없이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잘 때 항상 입던 파란 잠옷을 입은 그가 잠시 손을 들어 눈을 살짝 비볐다. 정말 꿈은 아닌가 싶었다. 

오늘은 소고에게 있어서 매우 기쁜 날과 마찬가지였다. 그도 그럴게 사실 소고는 지금까지 친구가 단 한명도 없었기에 그랬다. 아니, 사실 버스 사고로 인해 휘말려 가족이 죽은 뒤 쿠지고지당으로 와서 살게 되기 이전에는 아주 아니었지만 조금의 친구는 있긴 있었다. 그래도 여전히 친구가 많이 없었던 것은 사실이었으며 좀 더 커서는 본인이 왕이 되겠다고 말해 시대착오적인 오류의 발언을 해대는 덕분에 더더욱 친구를 잘 사귀지 못했다. 소고가 낯가림이 있는 편은 아니었지만, 오히려 활발하다면 활발한 녀석이 어쩐지 대인 관계에 있어선 처음 보는 낯선 사람한테도 '난 커서 왕이 될거야!'라고 말하는데 과연 어느 누가 그를 좋다고 할까── 

오직 작은 할아버지 쥰이치로만이 터무늬 없는 소릴 하는 그를 꽤 이해하고 있어주어서 그나마 소고는 지금까지 무사히 선한 성격으로 잘 성장하는 중이다. 현재 나이 18살, 고등학교 3학년, 곧 많은 고등학생들이 이것저것 자신의 꿈을 위한 진로가 정해지는 센터 시험(수능)을 앞둔 여느 평범한 교복을 입은 고등학생이다. 어차피 소고는 그 와중에도 열심히 왕이 되겠단 소리를 듣는 주변 사람이 지칠만큼 외치고 다닐테지만 말이다. 

그 전에 기말 테스트도 봐야 되고 전국 모의고사도 있어서 여럿 수험이 끼어있는데다 어느 날 갑자기 게이츠와 츠쿠요미가 나타나고, 워즈와 타임재커, 어나더 라이더라던가 등 나타나 소고의 평범한 일상이 변했다. 마음이 맞는듯 맞지 않는듯 묘하게 맞는듯한 동료들과 함께 어나더 라이더를 해치우기 위해 가면라이더 지오가 되어버려 학교 공부와 라이더 활동 두 가지를 해내야 하였다. 그러다보니까 이제 전보다 2배, 3배, 아니 4배 정도 훨씬 더 힘들어져버렸다. 

왕도를 걸을 일부터 이리 벅찬데 공부에, 변신에, 히어로 활동도 체력과 머리를 굴릴 에너지가 필요했기 때문에 엄청 힘들었다. 이렇게 최근 꽤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는 소고가 오늘같은 전세계적인 기념일을 이번 올해엔 소중한 누군가와 함께 축제라던가 무언가를 같이 즐기고 또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생각을 하자, 여간 기쁘지 아니했다. 

매번 소고는 그랬다. 자신은 언제나 혼자였으니까- 겉으론 그리 말했지만 사실 속으로는 절대 그렇지 않았다. 외롭고 쓸쓸해서,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고는 혹시 작은 할아버지가 괜히 저를 걱정하게 될까봐, 그리고 그 차오른 자신의 감정을 내보이기 싫어 굳이 말로 표현하지 않았다. 그저 평소처럼 다를 바 없이 익숙하게 미미한 웃음을 날린 채 여태 강한 척 해왔다. 어떻게든 억지로 미소라도 내보려 입꼬리를 올리고 특유의 볼우물이 깊게 패이지만 속은 전혀 그렇지 못했다. 그 반복되는 일상은 오늘도 다름없었다. 

이미 토키와 소고는 어릴 때부터 자신의 감정을 삼킨 채 속마음을 내비치지 않는 일이 익숙한 터라 할로윈 데이 당일 날까지 지금 속으로는 무척 기뻤지만 굳이 이를 드러내 티를 내거나 하지 않았다. 전혀 아무런 내색조차 없이 보통 평상시처럼 파란 잠옷 차림으로 2층 계단을 내려와 의자에 앉아 기도하는 자세로 두손을 모은 채 '잘 먹겠습니다!' 말한 후 한손은 밥그릇, 다른 한손으론 젓가락을 집어 하얀 쌀밥을 조금 떠 입 안을 넣었을 뿐이다. 

요 몇 주 전, 게이츠와 츠쿠요미가 새로이 쿠지고지당에 세 들어사는 입주자가 되었다. 게다가 같이 살고 있진 않으나 워즈가 종종 이곳을 찾아오는 편이다. 워즈를 포함해 그들 셋이 2068년에서 현재의 2018년으로 시공간을 뛰어넘어 온 미래인이라는 걸 전혀 모르는 쥰이치로는 그저 18년 동안 친구 하나 없이 혼자 외롭게 살아온 소고에게 드디어 새로운 친구가 생겼다면서 매우 좋아했다. 

패도의 길을 걷는 것을 찬성하는 워즈를 제외하고 게이츠와 츠쿠요미는 애시당초 미래에 최저, 최악의 마왕인 오마지오가 되는 걸 막기 위해 감시하러 쿠지고지당에 온 목적이었던 것이지만 ──어느 순간 소고의 성품에 점점 끌리는 중인 두 사람이다── 하여튼 게이츠는 여전히 의심스러운 눈빛을 거두지 않았다. 지금은 다소 츤츤거리고 있지만 만약 조금이라도 오마지오가 될 조짐을 보인다면 그날로 당장 바로 결판을 내 소고를 없앨 생각 만만이다. 

언제왔는지 워즈도 두손을 모은 채 식전의 말을 낮게 읊조리며 아침을 먹기 시작하였다. 언제 왔냐고 깜짝 놀라 묻는 소고에게 워즈는 '뭐 그리 놀라? 나의 마왕?! 내가 못 올 데라도 왔어?'라고 말한 뒤 계속 식사를 이어갔다. 한참 아무 말 없이 밥을 먹는데 집중했다. 잠시 후 아침 식사를 끝낸 그들을 향해 쥰이치로가 오늘은 할로윈이니까 어디 좀 나가서 친구들끼리 놀러가보는 거 어떠냐고 말을 건넸다. 

뭐, 일단 학교부터 가고 말이지- 소고가 쓴웃음을 지은 채 말했다. 최근에 여러 사건들이 잇따라 일어나면서 타임재커가 자기네 방식으로 왕을 세우려 어나더 라이더를 만들어내자 그걸 처리하느라 학교에 잘 나가지 않았다. (않았다기보단 그렇지 못했다에 더 가깝지만) 아침부터 어나더 라이더가 나타나면 또 그 사건 하나로 오후 내내 저녁까지 사건을 해결하기 위하여 지오로 변신해야 했으니까 말이다. 

"안돼! 나의 마왕- 난 오늘 좀 할일이 있는걸" 

"나도- 따로 약속이 있어" 

"나도 안 되니까 기대 따위 버려라~ 애초에 우리가 여기 놀러온 거 아니잖아?" 

워즈와 츠쿠요미가 단호하게 말을 못박아버렸다. 특히 게이츠가 강하게 부정하며 눈알을 부릅 떴다. 치- 입을 삐죽 내민 소고가 낮게 볼멘소리를 냈다. 쥰이치로는 뭔 상황인지 모르지만 그냥 넘겼다. 저희들끼리 일이니까 알아서 잘 풀겠지 싶어서다. 그가 그릇을 정리할 동안 소고는 2층 방으로 씻으러 올라간 다음 곧 주섬주섬 교복을 입고 다시 1층에 내려왔다. '다녀오겠습니다!' 활기찬 말을 남긴 소고가 도시락을 챙겨넣은 가방을 들고 신발을 신은 후 가게 문을 열었다. 자전거를 끌어 곧 그 위를 휙 올라탄 그가 빠르게 바퀴의 페달을 밟기 시작하였다. 

뭔가 친구라기엔 다소 애매하지만 학교에서 그나마 대화 상대인 오와다를 만나 교실 안을 들어섰다. 때마침 요 며칠 사이 어나더 라이더도 보이지 않고 타임재커의 별 다른 수상한 행동도 아직 보이지 않아 지오로 변신하는 일이 없어졌다. 소고는 의자에 앉아서 책상 위에 교과서를 펼쳐놨지만 앞의 초록 칠판에서 하얀 분필 가루를 날리며 열심히 떠들어대는 교사의 설명 따윈 도통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턱을 괸 채 샤프를 빙빙 돌린 소고가 아까 전에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대체 워즈도 그렇고 게이츠랑 츠쿠요미까지 무슨 일이길래 다들 할일이 있다고 바쁜걸까.. 조금 고민에 빠진 소고가 그렇게 50분 수업동안 무료한 시간을 보냈다. 

따분한 학교 생활이 계속 이어질 무렵, 시간은 흐르고 흘러 점심 시간이 지나가고 어느 새 오후 수업도 무사히 마쳤다. 소고는 서둘러 가방을 들고 자전거를 세워둔 곳으로 향했다. 가방을 자전거 앞 바구니에 담은 그가 바퀴를 끌어 올라탄 후 페달을 밟았다. 오늘은 평소처럼 감시하겠다던 게이츠나 츠쿠요미도 없었다. 맨날 '축복하라!' 말을 입버릇 대사처럼 외치면서 자신을 나의 마왕, 나의 마왕이라며 아낌없는 찬사를 표현하던 워즈의 존재까지 없어서 퍽 쓸쓸해진 기분이 들었다. 그동안 어떻게 이 외로움을 참고 견뎌내왔던걸까, 이젠 좀 알 수 없게 되어버렸다. 

이젠 거의 자신의 집이나 다름없는 쿠지고지당의 문을 열고 들어서니 가게 안에는 여전히 그들이 없었다. 오직 쥰이치로만이 시계 및 여러가지 물건의 부품을 수리하는 중인지 즐겁게 콧노래를(아마 자기 세대에 유행했던 노래로 추정) 흥얼거리다가 소고가 학교에 갔다가 돌아오자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소고 왔니?'라는 질문을 답하는 대신 소고는 '작은 할아버지- 혹시 츠쿠요미하고는?' 하고 반문했다. '글쎄- 아침부터 나가서 아직 안 돌아왔는데?' 그러면서 쥰이치로는 우리 가게는 시계 전문점인데 자꾸 다른 물건들의 수리 의뢰가 들어온단 말이지- 그 말을 끝으로 금방 다시 의뢰를 맡은 고장난 물건을 수리하러 작업실 안에 들어갔다. 

휴우, 한숨을 내뱉은 채 소고는 하는 수 없이 2층 방으로 향하는 계단을 올라섰다. 정말 어나더 라이더라도 확 나타났으면 좋을텐데 안타깝게도 이럴 땐 전혀 코빼기조차 비치지 않았다. 결국 마음을 다잡을 생각으로 소고는 얼른 사복을 갈아입은 뒤 책상 가까이 다가가 수학 문제집을 펼친 그가 의자에 앉았으나 머리에 들어올 리 만무했다. 

가면라이더 지오로 변신해서 히어로 활동할 때는 무언가의 힌트에 띠링, 잘만 머리가 굴러갔는데 역시 자신은 공부 따윈 소질 없고 왕이 될 자질이 있는 거 아닌가 싶었다. 물론 게이츠 앞에서 그랬다간 필시 '지오- 공부 점수도 상위권 들어야 왕이 될 조건을 갖췄다 만다, 논의할 수 있는거다! 왕의 조건 중엔 지식도 필요하니까! 네 말대로 그렇게 최고, 최선의 마왕이 되고 싶다는 헛소릴 늘어놓고 싶거든 공부 좀 해라!!'라며 틀림없이 일침을 가했을 것이 분명하다. 

결국 공부가 눈에 더 들어올 것 같지 않아 그만두었다. 책을 덮은 후 그대로 침대에 퍽 몸을 누웠다. 어쩐지 괜히 피곤한 느낌이다. 팔을 들어 이마를 짚었다. 한참 그러고 있다가 이윽고 소고는 스마트폰을 꺼내 sns를 접속하였다. 이것저것 막 둘러보던 소고가 거의 저녁밥을 먹을 시간이 되어서야 뒤늦게 가게 1층 아래로 나왔다. 이 시간까지 연락은 커녕, 문자조차 없다니 조금 섭섭했지만 18년동안 늘 그래왔던 것처럼 익숙하게 자신의 감정을 풀어놓지 않았다. 대충 저녁을 먹는 둥 마는 둥 한 공기 가득 담긴 밥은 반숟갈도 채 안 되서 식탁 위에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무언가 기도하는 것과 같이 두손을 모은 소고가 중얼거리듯 조그맣게 '잘 먹었습니다.' 말한 후 물컵을 들었다. 콸콸 시원하게 흘러넘어가는 물이 비록 일시적인 효과였지만 조금은 복잡한 감정으로 가득찬 마음을 진정되게 해주었다. 자리에 일어나 터벅터벅 계단을 올라섰다. 계단을 밟은 스텝이 괜히 듣기 싫어졌다. 이때, 똑똑- 가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이 시간에 여길 올 사람은 없을텐데.. 가게 문쪽을 향해 돌아본 소고가 살짝 고개를 기울어 갸웃거리면서 중간쯤 밟고 올라섰던 계단을 다시 반대로 내려왔다. 

어차피 그냥 들어와도 상관없을 가게를 이리 문을 직접 두드리는 것이 얼른 이해가지 않았으나 어쨌든 소고는 문을 열어주었다. 뭔가 엄청 열심히 준비한듯한 게이츠네들이었다. 소고는 영문도 모른 채 츠쿠요미가 사탕을 건네주는 걸 받았다. 하나, 둘! 구호을 붙이는 그녀의 말을 맞춰 할로윈 코스프레를 한 그들이 할로윈이라면 절대 빠질 수 없는 눈, 코, 입을 모두 파낸 호박 얼굴의 잭 오 랜턴(Jack-O-Lantern)을 든 채 외치며 서 있었다. 

"트릭 오어 트릿!(Trick or treat)" 

"츠쿠요미, 게이츠, 워즈, 모두...." 

모두 소고를 부르는 호칭이 전부 달랐다. 츠쿠요미는 소고, 묘코인 게이츠는 라이더명인 지오, 워즈는 나의 마왕이라 표현하였다. 그들이 저마다 소고를 부르는 이름은 모두 달랐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은 오직 전부 토키와 소고라는 한 사람 주체를 나타내는 고유적 명사임엔 변함없었다. 얼떨결에 받는 할로윈 축하에 표정이 떨떠름해진 얼굴이 되어 희미하게 웃어보았다. '갑자기 무슨 일이야?' 소고가 묻자 뱀파이어 의상을 한 츠쿠요미가 그한테 마녀 모자를 씌워주며 말했다. 

"소고- 잘 어울려!" 

"사실 몰카였거든~ 다 같이 지오를 놀래켜주자는 계획- 쥰이치로 씨가 협력해주셨으니까~" 

"아아?? 작은 할아버지?!" 

소고가 슬쩍 쥰이치로 쪽을 돌아보았다. 말 안 하고 가만히 있어서 미안하다며 그러면 몰래 카메라 진행이 안 될 것 같으니까 - 쥰이치로가 이제서야 마음 놓고 비밀을 털어놓았다. '에에? 그런 거였어? 아, 뭐야.. 괜히 나 혼자 들뜨고 설레다가 우울해져선...' 뒷말에 이런 건 역시 사양이라고는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이미 지금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순간이었다. 게이츠네들이 쿠지고지당 안으로 들어왔다. 

워즈는 뭐야? 대체 뭘 입은건가 싶어서 쳐다보았더니 뭐랄까, 가운데가 굉장히 크로스하다. 십자가 모양, 교회나 성당에서 신부가 입는 검은 사제복이었다. 본인이 입고 싶어 고른 의상인지, 아니면 누가 선택해준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왠지 딱 찰떡궁합이다. 워즈한테 너무 잘 어울리는 할로윈 코스프레가 아닐 수 없다. 워즈니까 가능한건가 싶었다. 워즈는 소고를 향해 다가와 한쪽 팔을 들어올린 채 말했다. 

"축복하라! 해피 할로윈!! 죽은 자의 영혼이 살아돌아오는 날, 악마의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마지막까지 즐겨라- 그야말로 아주 성스러운 밤이다!" 

저 대사 외치지 않을 리가 없겠지, 라는 생각을 하자마자 언제나 본인이 버릇처럼 말하는 [축복하라!] 명대사를 외친 워즈의 축복과 찬사가 이어졌다. 이번에는 소고가 다른 가면라이더의 힘을 얻어 새로운 폼을 쓸 때 마다 항상 내뱉던 나의 마왕의 찬양 문장이 아닌 특별히 할로윈 데이 기념을 맞춘 대사다. 그럼 그렇지, 저거 안 하면 워즈가 아니다. 오늘은 봉마강림역 책(예언서) 말고 사탕과 젤리, 초콜릿 등 맛있는 과자가 가득 든 호박 바구니를 들고 있었다. 

그만 피식 웃어버린 소고는 곧 츠쿠요미가 건네준 마녀 의상을 입고 나왔다. 왠지 잘 어울린다. 쥰이치로가 18년 인생 동안 단 한번도 집에 친구라던가, 누군가를 데려온 적 없는 소고를 지그시 쳐다보며 미소를 지었다. 주변의 가게 마다 자신의 상품을 팔기 위해 약간의 상술은 좀 있지만 그래도 또 어떻게 보면 이런 1년에 한번 있는 기념일은 엄청 기쁘고 좋은 날일지도 모른다. 소고는 앞으로 좀 더 많은 기념일, 아니 꼭 기념일이 아니라도 계속 이 동료들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할 수 있을 것 같아!" 

중얼거리면서 창 밖을 쳐다보던 중 갑자기 츠쿠요미가 게이츠의 손목과 그의 손목을 잡아당겼다. 워즈 역시 뒤따라 나왔다. 너무 순식간이라 소고는 미처 어어? 할 새도 없이 그녀를 따라 끌러나간 밖에서는 거리에 할로윈 축제를 알리는 성대한 불꽃놀이가 펼쳐졌다. 

아름다운 불꽃이 밤하늘에 호선을 그리면서 펑펑 터져 절경을 만들었다가 이내 덧없이 사라진다. '뭔가 재밌을 것 같아! 우리도 저기 가보자!' 츠쿠요미가 웃으며 흥미롭다는 얼굴을 하였다. 그럼 축제 현장까지 늦게 뛰어오는 사람이 타코야키 사는거라고 말한 후 소고는 냅다 거리를 뛰었다. 그 말에 게이츠도, 츠쿠요미도, 워즈도 지고 싶지 않았는지 승부욕이 발동한 그들이 소고를 따라 밤거리의 아스팔트를 차고 달려나갔다. 

완전히 기존의 워즈와 꼭 닮은 얼굴을 한, 하지만 성격은 다른 그, 다른 세계에서 시공간을 뛰어넘어온 시로워즈가 나타나 두 사람을 구별하기 위해 흰색 옷을 입은 워즈를 시로워즈(백워즈), 기존의 카키색의 옷을 입은 워즈가 쿠로워즈(흑워즈)로 불리게 된 것은 그로부터 몇 주 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