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촬물

저주인형

シア 2020. 4. 25. 01:19

* 가면라이더 가이무 본편 시작에서부터 2년 전 시점~ 사실 밋치가 이런 일도 한번쯤 있지 않았을까 싶어서 쓴 글인데 중간에 비트 라이더즈의 이름에 대한 것이 조금 날조되어 있습니다. 한창 중2병 난무하기 전의 나름 순수하던(?) 포도 시절.. 과거 이야기는 모두 날조입니다. 팀 가이무 일상, 자와메 시의 신목, 쿠레시마 형제와 약간의 잔게츠 무대 스포일링이 있습니다. 

가이무 본편 시작이 2013년이니까 2019년 기준으로 8년 전 사건, 즉 계산해봐도 대강 본편으로부터 2년 전인 2011년도에 일어난 토르키아 사건과 맞물러져 있습니다. // 아마 이때가 가장 타카토라가 예민하던 시기가 아닐까..... 

* 소재는 여기 트위터에서 단삭님이 썰 풀으셨던 내용을 소재 허락에 오케이 해주셔서 일부분 적용시켰습니다. 

https://mobile.twitter.com/LizToku/status/782523246239375362 

* 이미지 짤은 빅스의 저주인형으로.. 

 

트위터

괴담: 자와메에서 재개발을 비껴간 외진 거리엔 간혹 백 년이 훌쩍 넘은 목조 건물이 남아 있는데, 그런 건물들 중 몇몇에 쓰인 나무는 다른 세상의 것이라 죽은 나무에 가지가 돋거나 하루아침에 덩굴이 뻗어 기둥을 온통 덮기도 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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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와메 시에는 은근 무서운 괴담들이 자주 떠도는 편이다. 무슨 옷의 패션룩도 아니고 한번씩 잊을만 하면 새롭게 이야기가 각색되고 각색되어 사람들한테 다시 유행한다. 물론 그 중에는 일명 도시전설같은 것이라던가 무언가 신화적인, 오컬트 따위 믿지 않는 사람도 있다. 오컬트를 좋아하고 믿는 사람에겐 미안하지만 그렇지 않은 자에게는 그저 시시한 흥미 정도로 밖에 되지 않았다. 자와메 거리에 유행하는 문화인 비트 라이더즈의 스트리트 댄스 팀들 사이에서도 그건 마찬가지였다. 

어느 날 팀 가이무의 아지트인 개러지에서 있었던 일이다. 여름이고 또 덥고하니까 다들 선풍기를 틀어놓은 채 미니 냉장고에서 생수나 아이스크림 소프트 바를 꺼내 먹으면서 더운 열기를 조금이나마 식히는 중이었다. 너무 더운 한여름이라 댄스 공연은 커녕, 댄스 연습조차 기운이 빠져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래서 누가 먼저── 아마 랫트로 추정된다── 무서운 이야기를 하자고 말을 꺼낸 것이 그렇게 시작되었다. 

때마침 거의 저녁 노을이 질 때쯤인데다 오늘 유야와 코우타까지 그거 좋은 아이디어인걸- 하고 대찬성해버린 바람에 어쩌다보니 다들 큰 대형 원을 만들어 빙 둘러앉았다. '휴우- 내가 말을 말지' 팔짱을 낀 마이가 작게 한숨을 뱉은 뒤 코우타의 귀를 쭈욱 잡아당김을 시전하였다. 매번 당하고도 헤실거리는 모습을 한 코우타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마이는 더 세게 쭉 잡아당겼다. 코우타가 '아아! 마, 마이! 마이! 이거 좀 놓아봐! 아아아악-' 소리를 지르며 거의 울기 일보(?) 직전 상태까지 이르자 그제서야 그녀가 손을 툭 놓았다. 벌개진 귀를 매만지는 그를 뒤로 한 채 마이가 유야에게 물었다. 

"아, 정말로 할거야? 유야-" 

"왜? 재밌을 것 같지 않아? 그치, 코우타?!" 

"응? 아, 으응~ 봐! 유야도 좋다하잖아! 마이-" 

"하여튼.." 

가이무의 리더인 스미이 유야까지 그리 나오니까 뭐라 할말이 없다. 괜시리 무안해져버려 마이는 옆에 있던 코우타의 귀를 한번 더 세게 잡아당겼다가 놓을 뿐이었다. 더운데 춤도 진행이 안 되고 새로운 안무가 있어도 너무 더워서 도저히 이어나갈 수 없었다. 나름 시원하긴 하였으나 차고 안의 선풍기만으론 팀원 전원이 모두 버텨내기 힘들었다. 차라리 팀 바론의 아지트라면 고급 호텔 내부를 연습실 및 기지로 두고 있으니까 에어컨 바람도 엄청 나올테고 좋을텐데 말이다. 뭐, 이런 가이무의 개러지 안이지만 아무튼 어찌저찌 전원 찬성이 되어 아까 전보다 좀 더 하늘이 어둑해지자 가운데 리더 유야와 팀의 2인자인 카즈라바 코우타를 중심으로 옆에 마이, 미츠자네, 처키와 리카, 랫트 등 촛불을 켜두고 앉았다. 

왠지 오늘은 귀가가 늦을 것 같으니까 미리 집에 연락할 사람은 연락하라는 리더의 말에 미츠자네는 조심스레 캐쥬얼한 푸른 팀복이 상징인 바지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냈다. 화면을 켜니까 팀 가이무의 단체 사진이 지정된 배경화면이 나온다. 후, 한번 숨을 크게 들이마신 뒤 내쉰 그가 번호를 꾹 눌러 형 타카토라에게 문자를 보냈다. 

뭐라고 쓰면 좋을지 몰라 한참 몇 번을 고민한 끝에 미츠자네는 [형- 나, 오늘 좀 집에 늦게 돌아갈 것 같으니까 식사는 먼저 해]라고 보냈다. 이 형제 두 사람은 평소 말을 살갑게 건네는 편이 아니라서 특별히 꼭 해야할 중요한 할말이 있지 않은 다음 먼저 대화하는 경우가 없다. 그나마 있어도 부잣집 집안이라는 걸 이용해 모두 사용인들을 통해 대신 전하곤 하였다. 단, 중학교 3학년인 동생의 학업이나 진로와 관련된 것들은 항상 타카토라 본인이 미츠자네와 형식적인 상담일지언정 나름 대화를 취했다. 

해외에 있는 부모님을 대신하여 동생의 교육 전반을 맡은 타카토라는 현재 24살로 미츠자네보단 나이차가 좀 있어서 회사 일로 매우 바빴다. 거대 기업 이그드라실 코퍼레이션의 주임이란 직책에 있는 그는 주말에도 일정이 많아 거의 집에 없는 날이 많았으며 따라서 미츠자네와는 아침, 저녁 때 아니면 얼굴조차 잊어버릴만큼 한번 보기 힘들었다. 게다가 많은 사용인들이 있어도 커다란 저택에 남자 둘이 사는 곳이기 때문인걸까, 자연스럽게 둘 사이는 멀어지고 서먹해져 어색해질 수 밖에 없었다. 

특히 꼭 해야될 말이 있지 않으면 전화나 문자를 잘 하는 편도 아니다보니 지금같은 이런 일이 있을 때 마다 미츠자네는 항상 곤란하기 그지 없다. 하지만 어쩌겠나, 어쩔 수 없이 몇 개의 한자와 히라카나를 조합해 짧은 문장을 만든 그가 3분 후 [알겠다.] 아주 간결한 동사 문장을 보낸 내용을 확인한 다음에야 휴대폰을 집어넣었다. '여전히 정 없는 무미건조한 사람이라니까..'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중 코우타가 미츠자네의 어깨에 팔을 얹어 어깨동무 자세를 취한 채 말했다. 

"밋치- 밋치도 연락했어?" 

"아, 네~ 일단은.. 연락해뒀어요. 문자 답도 왔고요. 절대 괜찮을거예요." 

"오오! 그럼 얘들아~ 시작하자!!" 

밋치는 그의 애칭이다. 풀네임이 쿠레시마 미츠자네인데 네글자 이름이 너무 기니까 줄여서 귀엽게 밋치라고 다들 부르게 되었다. 도대체 누가 정했는진 꽤 시간이 지나 기억나지 않았지만 첫 만남 당시 더듬어보면 아마 코우타 아님 마이가 먼저 불렀던듯 싶다. 분명 말이지── 

코우타가 가장 덜 무서운 괴담을 말한 사람이 승부에서 졌으니까 [도르퍼즈의 파르페 사기]라고 말했다. 그러자 갑자기 승부욕이 발동된 가이무 팀원들이 서로 절대 지지 않겠다는 눈빛을 했다. 고작 이게 뭐라고 저마다 알 수 없는 승부욕이 끓어올라 저러는걸까 싶으면서도 '기왕 한다면 절대 봐주지 않을거야! 각오해!' 소리친 마이의 눈빛이 타올랐다. 

이제 누가 먼저 무서운 이야기를 꺼낼지 왈가왈부하는 사이, 리더 유야가 자신이 알고 있는 괴담을 꺼냈다. 중간중간에 흐이익- 하는 소리가 여기저기 육성이 터졌다. 하지만 마이와 처키가 뭐 그런 걸로는 별로 놀라지 않는단 발언 때문에 다른 팀원들도 사실 그렇게까지 무섭지 않다고 하나 둘 말했다. 공포를 쉽게 잘 느끼는 코우타나 리카, 랫트도 살짝 무섭긴 했지만 정말 소름 돋을 정도는 아니라고 말해 유야의 얼굴이 실망스러운 표정으로 바꼈다. 

"에에.. 나는 나름 무서울 줄 알고 기껏 생각해낸 이야기인데..." 

"자! 그럼 이번엔 내가 할래" 

이어서 처키의 괴담이 이어진다. 과연 처키란 이름대로 무서운 값을 하는 것 같다. 지금 그녀 이름은 댄스 팀 활동하기 편하게 지은 예명이라서 원래 본명은 아니었다. 비트 라이더즈의 댄스 팀들은 모두 자기 본명을 그대로 사용하던가 또 가끔 이렇게 댄스 팀 활동을 하기 편하게 닉네임같은 걸 만들어 예명으로 사용하는 팀원도 종종 있었다. 언제부터였나, DJ 사가라가 이 자와메 시의 수많은 스트리트 댄스 팀들을 한데 묶어 통칭 '비트 라이더즈'라고 명칭을 부르며 칭하더니 인터넷 방송을 하는 모양이라 그 건도 역시 있었다. 

모든 사람들에게 공개된단 말이지, 이게 유행이 되서 학교 가면 몇몇 친구들끼리 비트 라이더즈의 누구라며 대화를 주고 받는다거나 주변에 알아보는 팬들이 꽤 늘어나버렸다. 세세한 신상을 알려지기 싫어서 예명을 바꿨던 이름이다. 이전에는 대부분 흔히 자신의 이름 그대로 쓰던 사람도 어느 순간 예명으로 바꾼 멤버들이 훨씬 늘어났다. 그 중 대표적인 예가 처키였다. 확실히 분명 리카와 랫트는 처음 팀을 들어올 때 이미 팀원들 사이에서 불릴 이름을 정해놓았다는 터다. 그 왜, 그러니까 굉장히 프로 연예인같은 느낌이다. 

어떤 예명을 정할까 고민하던 그녀가 예전에 봤던 단어를 이것저것 조합하여 댄스계의 1인자, 탑 실력급의 댄스 능력자, 뭐 그런 느낌으로 지은 것이 지금의 그 이름이다. 하여튼 그 이름 값을 하는걸까, 처키는 대강 이런 류의 괴담 종류를 꽤 알아서 무서운 얘기를 아무렇지 않게 줄줄 풀어놓았다. 앞에서 마주 본 코우타와 유야가 서로 끌어안은 채 히엑, 하는 단말마의 비명과 공포적으로 질린 표정도 아주 볼만했다. 마이랑 리카 쪽도 여지 없었다. 랫트도 리카의 어깨를 꽉 붙잡은 모양이 되어 이내 괴담 이야기를 종료한 처키가 '어? 모두 왜 그래? 그렇게나 무서웠어?'라는 말을 하였다. 

"처키- 아직 이제 시작인데 엄청 무서우면 다음 사람은 부담스러워서 어떻게 해~ 일단 처키가 끝났으니 이번엔 내가 할래" 

"저기.. 리, 리카... 너무 무서운 건 하지마!" 

"벌써부터 겁먹은거야? 랫트??" 

"그래도-!!" 

"알았어~ 한다?!" 

곧이어 리카의 괴담이 지나고 매도 먼저 맞는 것이 낫다며 랫트가 열심히 이야기 해댔다. 그들의 말이 끝나고 나니까 남은 것은 단 세명, 코우타와 마이, 미츠자네였다. 

"봐! 코우타- 나 예전에 우리 집안이 자와메 신목을 지키는 신사였던 거 알지? 신사의 딸로서 가만 안 둘거야! 보나마나 내가 이길게 뻔해~ 이런 이야기는 내가 전문이거든" 

"어디 한번 해보라구~ 마이- 흥! 나도 절대 안 질거야" 

"글쎄.. 자, 어떨까나" 

"뭐뭐- 코우타 형, 마이 누나, 두 사람 다 너무 열내지 말고 일단 시작해요." 

"그렇네" 

"응~ 밋치- 그럼 다들 기대하라고?! 어쨌거나 파르페 사는 건 코우타 몫이 될거니까! 시작할께~ 난 우리 타카츠카사 신사를 찾았던 한 부부한테 들은 실제 있었던 일이야" 

마이는 옛날 옛날에... 지금으로부터 8년 전에 말이지.... 천천히 심호흡을 가다듬고 이야기를 이어갔다. 타카츠카사 마이, 그녀는 타카츠카사 가 신사의 딸이었다. 아버지가 신사의 주인으로 자와메는 커다란 신목이 존재하였다. 마을의 안녕과 기원을 빌어주고 사람들에게 편안한 쉼터를 제공하는 신목은 오랫동안 이 도시를 지키고 보아온 자와메 시의 수호신이자 몇 백살의 나이를 먹은 아주 오래된 신성스러운 나무였다. 

늘 그 자리서 푸르른 녹음이 무성하게 빛나는 신목이 몇 년 전, 이그드라실에 의해 신목이 뿌리째 뽑혀가 사라진 빈 공터가 되어버렸지만 어쩔 도리가 없는 노릇이었다. 특히 타카츠카사 가 신사는 여기 자와메 시에서도 제일 알아주는 신사였다. 방학 때 붉은색과 흰색의 무녀복을 입은 알바생들도 꽤 많이 붐빌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신사의 딸이라서 유전자를 그대로 물러받은 마이는 영감을 받고 태어나 어릴 때부터 자연스레 이쪽 관련 일이 익숙했다. 신기도 있어서 왠만한 직감과 특유의 촉은 좋은 편이었다. 지금 그녀 자신도 춤을 계속하는 이유는 비록 형태는 달라졌지만 무녀복을 입은 채 부채를 들고 전통 음악에 맞춰 춤을 췄던 그 시절의 기억이 강하게 남아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춤추는 걸 좋아했고 관객들의 호응과 그 무대를 잊을 수 없었다. 그렇기에 자신이 즐겁게 있을 수 있도록 그런 장소, 팀 가이무가 바로 그러했다. 전통 춤에서 다소 파이트한 거리의 스트리트 댄스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이는 춤추는 것이 좋았다. 강함의 유대가 이어지는듯한 기분이 들었으니까 그것만으로도 만족했다. 

그때가 아마 7~8살, 9살 즈음일텐데.. 마이는 무서운 괴담 이야기를 하면서 말과 달리 조금 추억에 잠겨 회상하며 계속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겨우 괴담 이야기 하나만으로 여기까지 어릴 적 옛 생각에 빠져 추억에 젖어들 줄은 몰랐다. 한참동안 쭉 이야기를 늘어놓던 마이가 이윽고 마지막에는 과연 부부 앞에 나타난 그 사람은 어디로 갔을까? 라는 의문사로 끝맺은 채 말을 마쳤다. 
처키가 '마이, 이거 꽤 무서운데?' 라며 온몸을 감쌌다. 유야도 '이야- 내 팔 봐봐! 완전 소름 돋았어' 제 팔을 감싸 오므린 시늉을 하였다. 미츠자네의 눈동자도 아까보다 더욱 동공 확대되어 있은데다 코우타 역시 이번 건 진짜 무서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 마이가.. 더듬거리며 코우타는 너무 분위기 조성해서 그런거잖아! 괜히 한소리 던졌다가 결국 마이에게 귀를 잡아당김을 당한 것은 어김없었다. 

아픈 귓볼을 살며시 매만지며 코우타의 차례가 돌아왔다. 그는 전에 어디서 본 휴대폰에서 접속했던 SNS 사이트에 올라온 괴담 내용을 떠올려 말했다. 자, 잠깐- 마이가 인상을 쓰며 코우타를 직시하였다. 아무래도 본인도 한번 들은 적 있는 익숙한 나폴리탄 괴담 내용이라 알고 있었다. 워낙 자와메 시의 유명한 괴담 중 하나여서 말하면 누구나 다 알 법한 괴담이었다. '어디서 베껴와 그대로 내용을 말해? 이건 반칙이라구-' 강하게 몰아부친 마이의 속사포 랩같은 단어 문장들이 귓가에 속속 박혔다. 

"칫- 이거 말곤 아는게 없었단 말야!" 

"정말이지.." 

"맞아! 어차피 이미 다 아는 내용이고 게다가 나폴리탄식 괴담이잖아? 전혀! 하나도 안 무서워~ 코우타 오빠-" 

"코우타 형.. 방금 그건 좀 아니...." 

처키와 미츠자네가 한마디씩 마이를 거들었다. 그 뒤에도 믿었던 리더 유야한테까지 그런 소릴 듣자, 이내 한숨을 내뱉은 후 미츠자네에게 바통터치를 하였다. 마지막 자신이 되고나니 좀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아른거려 여간 부담스럽지 아니하였다. 손에 두 주먹을 꽉 쥔 그는 길게 호흡했다. 아직 긴장감이 채 가지 않은 상태로 미츠자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어.. 그게 말이죠... 딱히 괴담을 잘 아는 편도 아니고 솔직히 오컬트 따윈 믿는 편도 아니라서요. 하지만 요즘 제 학교에 떠도는 심상치 않은 소문은 무성해서 대신 아주 짧게만, 간단히 말할께요." 

"소문?!" 

"네!" 

코우타와 마이 두 사람이 서로 마주본 채 고개를 갸웃거렸다. 유야가 양팔을 벌려 그런 둘의 어깨를 얹진 뒤 일단 어디 한번 밋치가 말하는 괴담, 들어보자고? 말을 했다. 긴장의 끈이 아슬하게 놓칠듯한 느낌 아래 다시 호흡을 한 미츠자네가 천천히 입술을 뗐다. 

"뭔가, 이게 괴담이랄 것까지야 아니지만...." 

미츠자네는 자신이 다니는 학교 배경을 떠올렸다. 자와메 시에서 유명한 명문 사립 중학교가 머릿 속에 그림이 그려진다. 그리고 하얀 베이지 교복, 마치 대학 강의실을 연상케하는 교실, 어느 것도 평범한 일반 중교는 아니었다. 

곧 다니게 될 유명 명문 사립 텐쥬 고교도 이렇다는 말을 형한테 들은 적 있어서 아마 고등학생이 되면 중학생 때와 마찬가지로 여느 다를 바 없이 이 짓거리를 매일 3년동안 해야 되는구나 싶은 마음이 교실로 들어설 때 마다 그런 기분을 느꼈다. 수험 전쟁을 치르는 일만으로도 벅찬 숨 박히는 반 안에서 미츠자네는 조금 앞쪽의 자리였고 2~3번째 살짝 떨어진 위치에 앉은 몇몇 여자애들이 서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처음엔 그저 단순히 비트 라이더즈 얘기였다. 요즘 어느 댄스 팀의 팀원 누가 좋더라, 너도 그 방송 보니? 나도 봐! 같은 별 시덥잖은 내용들 뿐인 터였다. 공부와 관련된 것도 아니고 들어봤자 별다른 유익한 주제는 없었다. 미츠자네는 교과서 위로 문제집을 펼쳐놓은 채 톡톡 샤프를 돌렸다. 이런 그와 달리 그녀들은 아직도 열심히 무언가를 떠드는 중이다. 그런데 거기서 갑자기 이어지는 인베스 게임이 화제였다. '인베스 게임이라고?' 속으로 중얼거린 미츠자네가 아까 전과 비해 조금 흥미가 생겨버려 잠자코 샤프를 톡톡 치면서 그들이 하는 이야기를 엿들었다. 

"너 들었어? 요즘 비트 라이더즈가 하는 인베스 게임 있잖아~ 그거 꽤 오랜 전부터 여기저기서 크랙이라 불리는 지퍼가 공간에 막 열린다나 뭐라나-" 

"하아? 뭐야.. 무서워~ 그거 단순한 비트 라이더즈 팀들 간에 랭킹 순위 갖고 싸우던 배틀 게임 아니었어?" 

"오래된 목조 건물이나 이런 거, 막 폐허같은데 있잖아? 사실 알고 보면 그 중 몇몇의 나무는 다른 차원의 시공간 너머 들어온 것이라 거기서 담쟁이 넝쿨처럼 막 식물 줄기가 자라나 하루아침에 철기둥을 온통 덮는다거나.. 아! 몇 년 전, 뽑혀진 신목이 어쩌면 비껴나갈 수 있었던 자와메의 재앙을 더 크게 만들었다라던가.. 뭐, 그래" 

"정말? 근데 그게 진짜 존재하는거야? 못 믿겠어" 

"그러니까 괴담이라는거잖아!" 

다른 한 여학생이 맞장구를 친다. 미츠자네는 이 내용을 알고 있다. 본인이 그 크랙을 발생시킨 원인의 록시드를 사용해 인베스 게임으로 랭킹 배틀을 벌이는 한 사람이기도 하고, 우선 록시드라는 다양한 과일과 나무 열매 디자인이 도색된 자물쇠 형태의 물건으로 그것을 이용해 자물쇠를 열듯 록시드를 열면 공중에 동그란 원형 지퍼가 지직 열린다. 그걸 크랙이라고 부르고 있다. 

왜, 누가 어째서 이 이름을 갖다붙였는지 모르지만 언제부턴가 자와메에 널리 퍼지게 된 만큼 이젠 너무나 익숙하고 자연스러워졌다. 그들의 말처럼 이그드라실이 자와메 시를 지키던 신목을 뽑아가자, 정말 그때부터 어쩌면 비껴나갈 수도 있었을 재앙을 더 크게 불러일으켜 앞으로 10년 유예 안에 세계 멸망이 치닫을지도 모른다는 말도 은근히 암암리에 전해져 널리 퍼졌다. 

그 외에도 여자애들은 한참 더 떠들었다. 미츠자네는 휴대폰을 켜 시간을 확인하였다. 벌써 곧 다음 수업 시간까지 10분, 그들은 시간 가는 줄 모른 채 괴담 이야기로 한창이었다. 예를 들면 2차 연성 소설에서나 보던 사랑하면 입에서 꽃을 토해내는 하나하키 병처럼 몸에 식물이 돋는 병으로 죽은 사람, 아니면 또 안개 낀 길에서 숲 속을 걷고 있다가 어느 새 깨닫고보니 완전히 전혀 다른 곳으로 나왔다라던가, 사람을 유혹하는 열매 이야기도 있었다. 

열매 이야기가 나와서 하는 말이지만 언젠가 한번 센고쿠 료마한테 들은 적 있었다. 선악과, 넥타르 등 성경이나 북유럽 신화에서 존재하는 그 열매와 비슷하다고 느꼈다. 아주 동 떨어진 가설은 아니라 본다. 그러나 미츠자네는 성경의 내용에는 별 흥미 없었다. 신은 그저 우리들을 방치시킨 채 제 따분함을 벗어나기 위해 시험하게 만드는 무능한 존재일 뿐, 하늘에서 가장 높다 할지라도 신으로 하여금 자신의 운명을 마음대로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였다. 참 악취미다. 

료마는 미친듯이 믿어 마지 않는듯한 모양이지만 쿠레시마 형제는 그랬다. 게다가 특히 미츠자네는 더더욱 주변의 도시전설같은 괴담은 물론 이딴 신화적인 것을 별로 믿지 않았다. 전부 바보 같아서, 어리석은 것 같아보여서 솔직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팀 가이무만 해도 그렇다. 멤버들이 전부 대찬성으로 동의하자 마지 못해 어쩔 수 없이 분위기에 탑승한 것 뿐이었다. 게다가 지키고 싶은 소중한 것이 있으니까 단지 그 이유였다. 정말 좋아하는 가이무 팀원들과 함께 있는 시간이 형과 있을 때보다 차라리 더 좋아서 그냥 이대로 시간 보내고 싶다는 마음이 한구석을 차지한 까닭도 있는 탓이었다. 

"뭐, 그런 괴담이예요." 

"그렇구나" 

코우타가 턱을 쓸어내리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뭐야, 그거 뭔가 기분 나쁜데 실제로 그런 일 있으면 엄청 무서울 것 같아, 리카가 대답하였다. 

"뭐, 이쯤에서 이만 끝내자~ 어차피 괴담은 괴담일 뿐이니까 너무 신경쓰지 말라고- 자! 그럼 코우타? 가야지?!" 

잠시 멍 때리고 있던 코우타가 유야의 말에 반문한다. '아? 어딜?' 영 갈피를 못 잡는 그의 얼굴을 보며 유야가 한쪽 입꼬리를 올려 피식 웃었다. '어디라니? 코우타- 네가 졌잖아! 도르퍼즈 가서 파르페 사!!' 가끔 정신 놓고 어벙벙한 저 모습 보니까 그만 울컥 답답함이 차올라 마이가 대신 소리쳤다. 얘 또 뭔 생각을 그리 골똘히 생각하는거냐며 웃는 유야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끝내 귀를 잡아당긴 마이의 손에 이끌러 너무 순식간이라 아프다는 소리 하나 내지 못한 채 코우타는 소리없는 비명을 지르며 질질 끌러갔다. 그런 코우타와 마이 뒤로 하나 둘씩 팀 가이무의 팀원들이 개러지에 나서 도르퍼즈로 향했다. 

도르퍼즈 점장 반도 키요지로가 그들을 맞았다. 카운터에는 알바생 이요가 턱을 괸 채 폰을 보고 있는 중이다. '어, 왔냐? 코우타- 팀 가이무 모두 모였네~ 저녁 식사 아직이지? 좀만 기다려~ 바로 볶음밥 만들어줄테니-' 가이무 팀원들이 각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곧이어 금방 따뜻한 볶음밥이 나온다. 각 팀원들이 주문한 파르페도 나왔다. 

카즈라바 코우타가 자신이 말한 내기에 본인이 져서 사게 되었다는 말을 들은 반도는 다소 놀란 눈치를 하였지만 곧 아랑곳하지 않았다. 뭐, 어차피 코우타는 이번에도 또 역시 외상으로 계산을 할테니까 별 신경 쓰지 않았다. 속으로는 제발 언젠간 반드시 꼭 한번은 돈을 내달라 외쳤지만 코우타도 아직 용돈 받아 살아가는 현역 고등학생이다. 

그의 누나 아키라와 함께 단 둘이 살아가는데 누나가 사무직은 아니지만 어쨌든 이그드라실에서 일하는 생산직 직원인 모양이라 생활비 문제는 근근히 먹고 살만하단 사정은 들은 기억이 있었다. 그래서 지금은 전부 외상 값 따위 더 이상 정론을 펼쳐가며 거론하지 않기로 하였다. 2년 뒤면 그도 어엿한 20살 성인이고 코우타의 성정에 항상 신세지고 있는데 언제나 매번 누나한테 의지할 수 없다면서 슬슬 취업 준비도 하거나 알바 자리를 찾아볼테니 값은 그때 받으면 될 터였다. 

그의 앞으로 볶음밥과 딸기 파르페를 하나 내놓으면서 반도는 '이 세계를 살아간다는 건 역시 만만치 않지? 그래도 음식은 먹고 힘내라~ 뭘 먹지 않으면 사람은 하고 싶은 것이 있어도 기운낼 수 없거든' 코우타보다 조금 더 살아온 인생 선배로서 멋진 조언을 해주었다. 얼마 전에 곧 성인이 되니까 댄스 팀도 그만두어야 하나 고민 상담을 한 적도 있어서 그리 말한 것이다. 반도의 말에 코우타가 '어' 하고 민망스러우면 나오는 특유의 미미한 웃음을 살짝 지은 후 스푼을 떴다. 

볶음밥은 도르퍼즈의 메뉴가 아니었지만 팀 가이무 외, 팀 바론, 팀 인비토, 팀 레일드 와일드, 팀 팝업, 팀 창천 등 거의 자주 만남의 광장처럼 찾는 비트 라이더즈 팀들에게 적당한 식사를 제공해준다. 연령대는 다양하나 그래도 중, 고등학생이나 20대가 많은 주 청년층이라 반도는 그냥 영업 서비스를 해주는 편이다. 본인도 젊은 시절 꽤 이런저런 일 겪었고 그래서 누구보다 이들을 잘 이해하고 공감해주는 이해자이기도 하다. 

한참 먹고 떠들던 중 미츠자네가 휴대폰을 들어 시간을 확인한 후 스윽 자리에서 일어섰다. 적당히 배도 채웠으니 이제 그만 슬슬 집으로 돌아가야 하였다. 딱히 통금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쯤에서 돌아가는 것이 맞았다. 때마침 샤프 심이 다 되어 돌아가는 길에 근처 문구점을 찾았다. 갖가지 여러 팬시 문구류가 즐비하였는데 샤프 심을 사기 위해 둘러보던 찰나, 미츠자네는 집어들다 말고 옆으로 시선이 갔다. 저주인형 세트였다. 요즘도 문구점에 이런 걸 파나- 미츠자네는 저주인형 세트를 자세히 집어들었다. 

역시 얼마 전에 반 아이들이 떠들던 괴담 이야기 중 하나였다. 저 대바늘로 저주하고 싶은 대상에게 저주인형을 찌르면 똑같이 찔린 부위가 실제 상대한테 정말 같은 아픔을 느낀다는 부두교의 주술로 옛날부터 종종 싫어하고 증오하는 사람을 저주하기 위해 행해오던 의식이었다. 어차피 괴담은 괴담일 뿐.. 미츠자네는 머리로는 그리 생각했으나 가슴으로는 절대 그렇지 못했다. '저주'라는 단어 선택이 자꾸만 뒤돌아보도록 만들어서 급기야 샤프 심이 든 통과 함께 계산해버리고 말았다. 저도 모르게 계산해버린 충동적인 구매였다. 

저주하고 싶은 대상은 분명 있었다. 형이다. 타카토라를 정말 죽일만큼 너무나 증오했다. 오컬트 따위 신화적인 걸 믿진 않지만 그냥 재미 삼아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이렇게라도 화풀이를 하고 싶었기 때문에 미츠자네는 계산을 마친 뒤 얼른 가방에 집어넣었다. 이후 한적한 곳까지 다다른 그가 가방 안에서 주섬주섬 교복을 꺼냈다. 집에 돌아가야하니까 팀 가이무의 유니폼인 푸른색의 팀복을 벗은 다음 자신이 다니는 중학교의 상징인 상ㆍ하의가 모두 하얀 베이지 느낌의 교복을 급히 갈아입었다. 대충 아무렇게나 적당히 포개어 갠 의상을 집어넣은 그가 다시 거리로 나섰다. 

한참 걷는데 무언가 자꾸 따라오는듯한 기분을 느꼈다. 스토커와는 뭔가 달랐다. 한번은 아까 괴담 이야기 건도 있어서 그저 기분 탓이라 여겼건만 몇 번 지속되니 이 무슨 불안하기 짝이 없었다. 갑자기 심장이 마구 두근두근 불안정하게 뛰기 시작했다. 비스듬히 어깨를 걸친 검은 가방 끈을 꼭 붙잡은 채 종종걸음을 하여 재촉하였다. 지금 미츠자네는 어서 저택으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았다. 괴담을 믿지 않는 사람도 일단 스산한 기운이 감도는 곳에 노출되어 있으면 당연히 공포를 느끼기 마련이다. 인간으로서 지극히 당연한 본능이다. 

뭔가 불안하고 초조해져서 등 뒤로 엄습해오는 악마가 살인 미소를 짓는듯한 기분이라서 조금 더 걸음이 빨라졌다. 거의 뛰다시피 한 미츠자네가 이윽고 뒤를 휙 뒤돌아보았다. 그때 정확히 보지는 못했지만 분명 그림자 무엇의 인영이 스윽 지나감을 느꼈다. 인간의 형체는 아니다. 확답을 단정 지을 수 없지만 분명 인간은 아닌 이형의 존재인 것 같았다. 

저 멀리 크아앙- 거리는 소리도 들렸고 하여간 오늘은 운이 살짝 나쁜건가, 휴우- 안도의 한숨을 내쉰 미츠자네가 다시 앞을 돌아보았다. 다행히 집에 도착할 때까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오늘 따라 괜히 쿠레시마 저택이 더없이 커보였다. 기껏 돌아왔더니 형은 있지 않았다. 방문 앞에는 급히 일이 있어 다시 회사로 나가봐야한다는 쪽지만을 남겨놨을 뿐이다. 어느 덧 밤 10시이건만 타카토라는 여즉 돌아오지 않았다. 

한편 헬헤임의 숲과 이어진 크랙의 출연 정보를 받은 타카토라가 지금 이그드라실 연구원인 료마와 함께 거리에 나가 있었다. 어둠에 묻힌 검은 정장 차림을 조금이나마 밝게 해주는 것은 초록색 행거치프였다. 멀리서도 타카토라이구나 싶은 걸 알아차리게 만든다. 그리고 그는 현재 허리에 벨트를 차고 있었다. 센고쿠 드라이버, 한손에 메론 록시드를 들어 변신을 외친다. 메론 록시드를 센고쿠 드라이버의 정중앙에 맞춰 끼우자 머리 위로 인베스 게임과 같은 크랙이 공중에 나타나 지직 열리더니 이내 메론이 떨어졌다. 메론이 머리부터 씌워져 갑옷으로 변하며 [메론 암즈! 천.하.공.인] 사운드가 호쾌하게 흘러나왔다. 

아머드 라이더 잔게츠, 다른 곳에선 일명 가면라이더라 불리는 도시전설 히어로로 변신한 타카토라가 방패인 메론 디펜더를 들고 한손에는 무쌍 세이버를 쥐었다. 화려한 소드 어택과 멋지고 쿨하게 디펜더를 던져 인베스를 무찌른다. 부메랑처럼 도로 되돌아온 타카토라의 손에서 무지막지한 힘을 선보인다. 인정사정 봐주지 않고 그는 하나하나씩 괴물과 헬헤임 숲의 식물이 자라난 공간을 불로 태워 삭제했다. 이런 것이 자와메 시의 사람들에게 알려지면 곤란하다. 

미리 손을 쓸 방도 밖에 없는데 아머드 라이더로 변신하는 존재는 오직 자기자기 뿐이라 타카토라는 어둠 속에서 필사적으로 싸워나갔다. 힘을 가진 자가 반드시 해야할 일이다. 2년 전 헬헤임의 감염과 스칼라 시스템에 의해 희생당한 시즈미야 마사히토, 그리고 지금쯤 집에 돌아왔을 터인 동생 미츠자네를 떠올리면서 쿠레시마 타카토라는 여전히 인베스를 없애는 일에 주력하였다. 

소중한 누군가의 희생을 받아 이루어진 잔게츠의 사명이다. 타카토라는 여기서 멈추고 있을 여유가 없었다. 설령 용서받지 못하더라도 과오를 짊어진 채 앞으로 나아간다. 그게 타카토라의 신념이다. 인류 구제를 위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되내이면서 마지막 결정타를 날렸다. 강한 일격을 먹은 인베스가 불꽃처럼 펑 소리내어 순식간에 사라져 타닥타닥 바닥에 불길이 타다가 이내 완전 사그라들었다.

"역시 타카토라는 다른걸~ 성능은 최고야! 이대로라면 헬헤임의 크랙 건도 문제 없겠어" 

"료마.. 당연한 거 아닌가~ 이 드라이버는 누구나 사람이 가질 수 있다. 이제 슬슬 이런 아머드 라이더 변신 시스템 기능이 든 센고쿠 드라이버를 비트 라이더즈 녀석들에게 넘겨줘도 되겠지~ 나처럼,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은 사람이 쓸수록 인류 구제의 계획도 가까워질테니까 말이다." 

타카토라와 료마가 그런 대화를 나누고 있을동안 씻고 온 미츠자네는 자신의 방 안에서 저주인형 세트를 꺼냈다. 어떻게 해야될까 잠시 일말의 망설임은 있었으나 곧 그것을 지웠다. 그래, 재미 삼아 하는거니까.. 미츠자네가 밀봉된 포장지를 뜯었다. 사락 뜯겨나간 포장지 안에서 저주인형이 나왔다. 그것을 가만히 손으로 집어든 그가 설명서대로 따라해본다. 

대바늘을 들어 저주인형의 오른팔을 쿡 찔렀다. 타카토라가 늦게 돌아온 것은 그가 몇 번 더 세게 인형을 찌른 후부터 15분 남짓 지났을 때였다. 거의 12시가 넘어가 새벽이 시작되는 시간이 다 되어서야 저택에 도착해 타카토라는 미츠자네의 방 문을 확인한 후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날 밤은 정말 어떤 사건 없이 무사히 지나갔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미츠자네는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아침을 먹기 위해 방을 나섰다. 이미 사용인들도 모두 출근하여 식사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아침 식사를 하러 식탁 앞으로 가 앉았다. 의자에 앉기 무섭게 형과 마주보게 되었다. 형제는 항상 서로 마주보고 식사를 하는 편이어서 미츠자네는 그에게 눈길을 두지 못했다. 

계속 시선을 피한 채 문득 어느 순간 고개를 들어 형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예의 그 검은 정장과 상징과도 같은 초록색 행거치프가 눈동자 속에 담겼다. 타카토라는 팔을 주무르고 있었다. 문제는 어제 자신이 저주인형으로 찌른 그 부위였다. 정확히 한치 오차도 없이 제가 찔렀던 부근을 타카토라가 만지고 있는 중이었다. 그만 속으로 경악을 질러댄 그가 조금 조심스러이 형에게 넌지시 말을 건넸다. 

"형, 그 팔은 왜 그래? 아까부터 계속 만지던데 어디 아픈거야?" 

"아무것도 아니다. 별 거 아냐~" 

"하지만.." 

"미츠자네- 큰일은 아니니까 걱정하지마라~ 어제 조금 일을 하다가 다친 것 뿐이다. 나는 괜찮다." 

"으응~ 형이 괜찮다면 다행이야! 안심인걸~" 

형제는 평소보다 긴 대화를 나눈 뒤 다시 밥을 먹기 시작하였다. 정말 저주가 통한건가를 논의하자면 알 수 없었다. 타카토라는 동생을 안심시키며 다시금 어제 일을 떠올렸다. 공교롭게도 인베스와 맞서 싸울 때 살짝 가벼운 부상을 입었던 것이었다. 분명 사실대로 이야기하면 걱정할게 뻔하니 미츠자네한테는 차마 말할 수 없었다. 

아니, 그럼 그 전에 어째서 다쳤는지 설명하려면 먼저 헬헤임에 관한 이그드라실 내부 극비를 밝혀야 될 문제로 넘어가기 때문에 지금은 때가 아니다. 아직까지 녀석에게 이 세계의 진실을 알리는 것은 너무 이르다고 생각되어서 말하지 않은 자신의 판단이 옳은 행동이라 믿었다.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미츠자네는 아직 헬헤임과 크랙, 인베스에 관한 것을 록시드와 인베스 게임이 유행하는 걸 통해 얼핏 그런 신화적인 괴담같은 도시전설이 이 자와메 시에 존재하는 것만 알았다. 단지 그런 것들을 통하여 전달한 말이 돌고 돌아 확장되면서 소문이 걷잡을 수 없이 커져버려 이제는 이야기가 왜곡된 채 어느 새 도시에 잔류하는 괴담류로 와전된 것이라 치부하였다. 혹은 유언비어일지도.. 지금 이 도시에서 일어나는 일을 확실하게 잘 몰랐고 세계를 덮쳐오는 재앙이라던가 하는, 이 세계의 진실 따윈 미처 알지 못했다. 

타카토라가 동생한텐 비밀로 했기 때문에 미츠자네는 형이 도대체 무슨 일을 하길래 그렇게도 바쁜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이그드라실 일과 다소 여타 다른 것이라 추측만 난무할 뿐, 더 나아가 알지는 못했다. 그리고 아직 순수함으로 물들어 반짝 빛나는 열매는 일말의 죄책감에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저주인형은 폐기됐다. 그냥 단순한 어린아이 장난감에 불과한 것은 없어졌다. 형에게 미안해서 그만두었다. 뭐, 역시 처음부터 오컬트 따위 별로 믿지 않았고 말이다. 



                         ▷  ▷  ▷  ▷ 



"네 녀석은 그저 인형이 갖고 싶었을 뿐이잖아!!" 

"닥쳐!!!" 

동시에 아머드 라이더의 변신 해제가 풀린 뒤 두 사람은 맨몸인 채 그대로 몸싸움 격전을 벌이면서 카이토가 크게 일갈하였다. 미츠자네도 가만히 있진 않았다. 미친듯이 소리치며 발악하고 또 발악했다. 내가, 내가 그저 인형이 갖고 싶었을 뿐이라고? 하, 말도 안 되는 소릴 해대고 있어- 절대 아니다. 쿠몬 카이토와 쿠레시마 미츠자네는 서로 엎치락뒤치락하면서 여전히 그들은 주먹을 치고 박으며 매우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다. 

그저 제 맘대로 하기 위한 인형을 갖고 싶었던게 아니었냐고 소리치는 카이토가 이어질 말에 결국 네 놈은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다는 말을 덧붙였다. 거짓말이다. 마이 누나도 이 세계도 전부 나만이 모두를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데, 빼앗는 것도 주는 것도 정할 수 있는 그게 권력이라는 거잖아? 오직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강함이라고- 소리없는 아우성을 친다. 

언제나 어린아이처럼 있고 싶지 않았다. 어둠 속 보이질 않는 어떤 희망이란 가치를 위해서 혼자 힘겹게 외로운 싸움을 이어나갈 수 밖에 없었다. 알고 있다. 자유로워지고 싶어- 저항하고 싶어- 새로운 자신으로 변신하고 싶어- 미츠자네는 원했다. 아주 간절히 원했었었다. 권력이란 힘을 말이다. 그거야말로 어쩌면 최고의 희소 가치가 있는거라고 판단하였다. 

미래는 불안하고 끝이 보이지 않았다. 마치 끝이 안 보이는 정상으로 향하는 계단을 계속 오르고 또 오르는듯 했다. 혹시 그렇다해도 상관 없다.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본인이 직접 들어선 길이었고 선택한 운명이었다. 이미 엎질러진 물은 절대로 다시 주워 담을 수가 없었다. 그렇다. 앞으로 나아가는 것 뿐이었다. 할 의지만 있다면 나는 악마에게 몸과 영혼을 팔아도 좋았다. 각오는 되있다. 자유에 끌러가고 싶지 않아서 스스로가 결정한 바였다. 

미츠자네는 자기자신이 저주인형 같은 존재라고 생각한다. 그저 한낱 단순히 누군가를 저주하기 위한 목적으로 쓰일 어떤 매개체일 뿐, 결코 자신이 그 중심이 되지는 않는다. 뭐든 현명한 미츠자네는 이 댓가가 얼마나 잔혹한 결과의 짓인지도 알고 있다. 알고 있으니까 멈출 수 없는 것이다. 저주인형처럼 누군가를 통한 매개체 역할을 하는 자신이 아무것도 할 수 없이 무능하다고 생각되어서 분한 마음에 화가 났다. 


- 네 녀석은 그저 인형이 갖고 싶었을 뿐이잖아! 


카이토가 내뱉은 그 말 한마디가 계속 되뇌었다. 그렇지 않아도 복잡한 마음인데 미츠자네의 머릿 속을 빙글빙글 돌며 더 헤집어놓았다. '저주인형이든 뭐든 기꺼이 되어보이겠어' 음성을 낮게 깔았다. 혼자만 알아들을 정도로 중얼거린 뒤 헛웃음을 지었다. 미친듯이 킬킬 웃었다가 문득 하늘을 올려다 봤을 때 비치는 푸른 빛이 덧없다. 


어떤 잔인한 밤이 끝없이 날 찾아온다 해도..... 
설령 상처받는다 해도.....